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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뱃속에 관하여 괴물의 뱃속에 관하여 2020.08.08 KPC 박성태. PC 예청명 ≪SECTION 1≫: 쇠창살 안에서 어쩐지 불쾌하게 흐릿한 정신을 차려보면, 축축하고 냉한 공기가 당신의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간지럽힙니다. 어젠… 분명 파티에 참석했었죠. 그랬는데, 그 이후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빛이라곤 돌로 만들어진 벽의 엉성한 촛대에서 아른거리는 작은 촛불 뿐. 손이 벽에 단단하게 고정된 쇠수갑 안에 갇혀. 몇 번을 움직여 보더라도 그 안에서 손을 빼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 무력한 당신을 곧은 쇠창살 너머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당신과 가장 가까운 이. 박성태입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당신은 그와 같은 위치에 선 귀족이었습니다. 부유하고 강대한 가문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
마녀의 고해 + 벌칸의 기도문 마녀의 고해 20210104kpc 박성태pc 예청명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오늘 멸망할까요.알 수 없습니다.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근래에는 묘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모든 이들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달라 곡소리를 내는 꿈입니다.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무저갱에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사람들은 점차 시체처럼 썩어들어가는,요컨대 악몽이 지속적으로 당신의 밤을 두드린지 벌써 몇 달 째입니다.정확히 꿈이 시작된 시점을 짚어보라면 분명,그래요,그 날부터일 것입니다.박성태가 이 마을에 나타난 일이요.성당..
이브의 비망록 이브의 비망록KPC 예청명PC 박성태그 주에는 어째서인지 끝없이 비가 내렸습니다.저택 근처의 작은 동산마저 희미하게 보일 만큼 날은 흐렸고,계속되는 폭우에 온 저택이 곰팡이가 슨 것처럼 눅눅했습니다.응접실에 앉아 무료히 시간을 보내며 가지 않는 시간을 탓하던 날들이었습니다.그날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저 그런 하루에 불과했습니다.하지만 늦은 오후,젖은 생쥐 꼴로 달려들어 온 우체부가 내놓은 소식은,그의 무례를 지적할 수도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죠.-경, 실족으로 사망.실족?사망?-경이라면...분명 당신의 아버지입니다.피가 섞이진 않았다지만.. 분명 가족이지요.-경이, 실족으로 사망.입속으로 다시 되뇌어봅니다.의문과 혼란스러움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르는 것도 같습니다.당신의 곁에서 어지러움에 휘청이는 어머니..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2020.10kpc. 박성태pc. 예청명칙—치직, 칙.아아, 아.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그곳의 좌표는 xxx.xxx.xxx.다시한번 반복합니다.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뚝.ㅤ:당신은 몇..
팬텀블랙로즈 팬텀 블랙 로즈kpc 박성태 pc 예청명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아, 물론 동정하는 건 아니에요.정의로운 신입 형사인 당신에게 죄는 뿌리 뽑아야 할 악덕이며,악당은 혼쭐을 내줘야 할 불량 씨앗이니까요.“그런데, 벌써 몇 번째 검거에 실패하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쾅,상사가 책상을 크게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립니다.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팬텀 블랙 로즈의 화려한 예고장입니다.어렵게 꼬아놓은 퀴즈나 수수께끼도 없이, 정정당당하게(이 말을 써도 괜찮을..
난외의 여백 난외의 여백불멸하는 光源에게유일의 戀人으로부터1. 복귀3분 57초 뒤, 목적지 '지구'에 착륙합니다.기체 이상 없음. 착륙지 확보 완료.익숙한 기계음이 선체에 퍼집니다.이제 3분 57초 뒤면 이 목소리와도 이별이겠군요.구 년 동안 함께한 만큼 다소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어요.그도 그럴 게, 지난 구 년 간 이 선체에는 박성태 당신뿐이었고,사람-혹은 그 비슷한- 목소리라고는,탐사 시작 첫 삼 년 동안 지구로부터 오던 음성 편지들과 통신 연락들을 제외하고,바로 이 노바 09호의 안내 음성뿐이었으니까요.자, 이제 착륙 준비음이 들립니다.10, 9, 8, 7.......2029년에 지구를 떠난 지 자그마치 구 년 만입니다.드디어 그 장대한 임무가 끝나는 겁니다.이제 돌아가는 거예요.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바다의혀 바다의 혀때는 온 세상이 얼어붙을만큼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간만의 겨울 휴가인가요,어쩌면 운좋게 이벤트에 당첨되었을지도 몰라요.하여튼, 그래요, 이유가 어디 중요한가요?여하튼 두 사람은 지금 겨울 바다에 있습니다.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살풍경한 겨울의 바다,그러나 스산한 만큼 운치도 있고,아주 아름다운 곳이에요.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만큼이곳은 아름답고,완벽하고,특별하고,그리고...1일차20XX. 12. 28. PM 13:39...성태야?아, 차가워.신발 가죽이 젖어드는 감각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그보다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청명의 목소리가 더 빨랐나요.순서를 가늠할 ..
성청 수몰버스 KP. 려던PC. 예청명, 박성태덜컹.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흔들리는 손잡이,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그야말로 '예청명'씨 본인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왜일까요.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문득 좌석의 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판정 해주세요. 예청명:관찰력기준치:75/37/15굴림:1판정결과:대성공잠시 눈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