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혀
때는 온 세상이 얼어붙을만큼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간만의 겨울 휴가인가요,
어쩌면 운좋게 이벤트에 당첨되었을지도 몰라요.
하여튼, 그래요, 이유가 어디 중요한가요?
여하튼 두 사람은 지금 겨울 바다에 있습니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살풍경한 겨울의 바다,
그러나 스산한 만큼 운치도 있고,
아주 아름다운 곳이에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
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하고,
그리고...
1일차
20XX. 12. 28. PM 13:39...
성태야?
아, 차가워.
신발 가죽이 젖어드는 감각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청명의 목소리가 더 빨랐나요.
순서를 가늠할 새도 없이 살을 에는 냉기에 발끝이 곱아듭니다.
거품이 팔 할인 하얀 파도가 복사뼈를 적시고 부서져요.
아무래도... 한 쪽 발이 통째로 젖은 것 같죠.
낭패입니다.
청명은 당황했거나, 혹은 어색한 표정으로 성태를 끌어당기며 말합니다.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고요?
달리 그런 기억은 없는데...
아무래도 머리까지 꽁꽁 얼어붙을 만큼의 강추위에
잠시 넋을 놓았던 것 같아요.
젖은 모래가 신발코를 따라 미끄러집니다.
청명은 오늘따라 묘하다며,
이 겨울에 수영이라도 하려고 했느냐는 우스개를 덧붙입니다.
소금물에 양껏 젖은 한쪽 발이 무겁습니다.
혹시 몰라 캐리어에 여분의 신발을 챙겨 넣었던 것이 다행이에요.
체크인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시간을 때울 겸 점심을 먹고,
이 주변을 걷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애꿎은 신발을 버렸다는 생각에 어쩐지 억울해집니다.
하지만 신발을 버렸다는 억울함도 잠시,
...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아, 바다의 모든 두려움조차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하죠.
문득 걸어온 길의 반대편을 돌아봅니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을 이기지 못해
서늘함만을 간직한 모래사장 위로
오로지 두 사람의 발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하늘은 냉기를 머금은 바다의 색을
반대로 반사한 듯이,
탁하고, 창백하며, 채도 낮은 푸른색을 머금고 있습니다.
박성태, 무엇을 하고 싶나요?
날씨가 날씨이니만큼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성태와 청명,
그리고 저 멀리 걷고 있는 젊은 커플 한 쌍,
그리고 홀로 겨울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여행객 두어 명이 전부네요.
박성태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쏴아아...
메마른 백사장 위로 파도소리가 밀려 올라왔다가
도로 스며들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기분이 몽롱합니다.
바다에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다던데.
틀린 말은 아닌가 봐요.
자유 RP


체크인 시간도 애매하고.
바닷바람도 좋잖아, 간만에.
그럼 형 손이 이렇게 얼음장같지도 않을건데.. (속상한지 자꾸 투덜거려요)

그나저나 지금 몇 시야? 이제 시간이 다 되었으려나.
아니다, 내가 볼게.
지금은 꼭, 오후 2시 5분을 지나고 있는 시간입니다.

이만 리조트로 들어가자. 너도 나도 바깥에 오래 있다간 감기만 걸리겠다.
(들어가기전 아쉬운 듯한표정을 짓다가
바다를 한번 더 보기로해요)
역시 이만 돌아가는 편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시선이 온전히 거두어지기 전에...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7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시 한 번 리조트와, 바닷가에 시선이 돌아갑니다.
끝을 모르고 새하얗게 깔려 있는 백사장,
그 위로...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 있네요.
바로 그때,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칩니다.
박성태, 발자국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금껏 두 사람이 걸어온 자취와는 다른 발자국이네요.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디부터 왔는지,
그 기원과 종점은 보이지 않지만,
글쎄요, 제법 작다는 건 알아볼 수 있겠어요.
로비
PM 14:!3
회전문을 타고 로비에 들어서는 즉시
난방으로 인한 훈훈한 온기를 느낍니다.
빳빳하게 굳어있던 손가락이며 양 뺨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고 있어요.
그러기가 무섭게 청명은 성태를 프런트 데스크 쪽으로 이끕니다.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은 직원 두어 명이 업무를 보고 있어요.
프런트는...
이미 체크인을 하기 위해 몰려든 투숙객 두어 무리로 만석입니다.
겨울바다만의 운치를 만끽하기 위해
부러 성수기를 피해 투숙하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다고 하죠.
그렇게 잠시 기다리면 금세 두 사람의 차례가 옵니다.
직원:환영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을 위해 진심으로 봉사하겠다는 양 지어보이는 미소가
퍽 자연스럽고 예쁩니다.
직원:예약 확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예약자분의 성함을 말씀해주시고,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
신분증을 받아든 직원은
프런트 한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서류를 한 장 건넵니다.
직원:예약된 객실의 입실 가능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는 동안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흰색의 서류 위로 검은색의 볼펜이 올라옵니다.
직원은 데스크 PC의 모니터 자판을 몇 번 두드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박성태, 무엇을 하고 싶나요?
여느 숙박업소에서나 받아볼 수 있을 법한
형식적인 사항들이 서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를 적는 공란과,
전염병을 앓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여부, 그런 것들...
서류를 적어내려가다보면,
하단에 리조트 이용 약관, 주의사항,
취소 날짜에 따른 환불 금액 등도 명시되어 있네요.


그냥, 비행기 내릴 때 검역소 통과하는 기분이네.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이런저런 만담을 나누다,
직원에게 도로 그것을 내밀면
직원은 대뜸 죄송하다는 말을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직원:죄송합니다, 고객님.
시설 파손 문제로 인해 예약해주신 객실로의 입실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급하게 입실 가능한 다른 객실을 알아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순간 확 짜증이 치밀었나요?
아니면, 어이가 없을 수도 있고...
곁에 선 청명처럼 무덤덤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죠.
갑작스러운 딜레이로 클레임을 걸고 싶어도,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하는 직원 탓에,
군말이 그만 쑥 들어가버리고야 맙니다.
어쩔 수 없어요.
문제가 해결되기까진 로비에서 기다리는 수밖에요.
로비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은은한 블랙펄과 화이트톤의 대리석 조합이 고급스럽네요.
간간이 배치되어 있는 우드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프라이빗한 느낌을 더해요.
출입구가 마련되어 있는 벽면 전체는
유리로 처리되어 있어 뷰가 탁 트여있습니다.
중앙에는 조형물을 올린 커다란 분수가 있고,
그 위로는 크리스탈로 세공한,
와인잔을 뒤집어 매단 듯 눈부신 샹들리에가
금색의 빛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프런트 데스크 주변에 투숙객들을 위한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고,
두 사람은 이곳에 서있습니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카페도 눈에 들어옵니다.
직원의 연락이 오기까지는 아직도 한참이 걸릴 것 같아요.
그동안 어디를 둘러보고 싶은가요?
테이블이 마련된 라운지의 대기석에
듬성듬성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한구석에는...
목이 마르다고 칭얼거리는 아이가 보이네요.
아이를 달래느라 여념이 없는 보호자도 눈에 띕니다.
라운지에서 더 볼 것은 없는 듯해요. 어디로 시선을 옮길 건가요?
대리석을 구석구석 깎아 만들어
고아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리스풍의 분수대입니다.
바닷물을 끌어다 사용한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서면 약한 소금 냄새가 맡아집니다.
그 위에 올려진 조형물은,
꼭 추상적인 파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쟁반처럼 생긴 넒은 홈에서
졸졸졸, 하며... 하염없이 물이 떨어집니다.
다시 보니, 조형물 중앙의 홈에 동전을 던져 넣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
test
형이 그럼 먼저 던져볼래요?
(귀찮다며 거스름돈을 제 패딩주머니안에 넣었던게 이 때를 위한건가 싶어 꺼내어 건네봅니다)

봐, 한 번에 넣어볼 테니까. (의기양양하게 동전을 받아들고 던져봅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봐. 잘 넣었지?
(어딘가 잔뜩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앙다물고 당신에게,)
기준치: | 10/5/2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너 나한테 분명, 예전에 캐치볼 하자고 그랬었지.
그 전에 던지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유리벽으로 넘어가기 전에, 침착해요...
청명의 동전은 얕은 금속음과 함께 튕겨졌고,
정확히 분수대 중앙의 홈에 떨어졌네요.
나이스!
그러나 성태의 동전은, 그 패기가 무색하게도,
그대로 분수대 구석에 입수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뭐 어때요!
하나라도 정확히 들어간 게 어디인가요,
역시 이렇게 운좋은 날엔,
저 동전에다 소원이라도 빌어보는 게 어떻겠어요?
예청명, 박성태 SAN+1

바다로 향하는 벽면 전체가 유리로 처리되어 있네요.
탁 트인 뷰 덕분인지,
꼭 따뜻한 모래사장에 서있는 기분이에요.
손으로 만져보면 지문이 남습니다.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어라?
그러고 보니, 유리벽의 표면에 어떤 무늬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음각으로 세공된 물결무늬 비슷한 것이 보입니다.
아니, 물결무늬가 아닌가?
긴가민가해요.
저건... 자세히 보니, 꼭...
해양생물의 모습을 새겨넣은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착각이겠죠?

엄청 자세히 보고 있어서.

종일 그것만 볼 건 아니지?
로비의 창가쪽에 자리하고 있는
간소하고도 아담한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를 눈요기삼아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죠.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네, 하고 생각이 튀기 무섭게,

하며 카페쪽으로 청명이 다급히 움직입니다.
박성태, 당신은 로비에서 기다릴 수도,
혹은 청명을 뒤따라 카페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어서오세요ㅡ
화한 점심의 겨울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입니다.
동시에 청량한 직원의 목소리가 두 사람을 반깁니다.
짭짤한 바다향과 더불어,
고소하고 쌉쌀한 원두 냄새가
사뭇 조화롭게 뒤섞여 있습니다.
메뉴는 여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입니다.
아메리카노, 각종 라떼류, 모카, 프라푸치노, 과일차...
쇼케이스 안의 조각케이크와,
스콘, 쿠키, 베이글 정도의 디저트도 보입니다.
직원: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뭘로 하시겠어요?

벨을 받아들고 기다리면
창가에 앉아있는 이름 모를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문득 들려옵니다.
박성태,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간 많이 남네. 하나 더 시킬까?"
"난 됐어. 그나저나 오늘 좀 많이 마시네..."
"그렇긴 해. 오늘따라 목이 계속 타서..."
"점심을 짜게 먹었나."
잔잔한 소음같은 대화가 아무렇지 않게 귀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고 얼마 있지 않아...
윙. 벨이 울리고, 직원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옵니다.
직원:주문하신 초코라떼,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너도 한 모금 마시지 그래. 많이 건조하잖아. (급히 반쯤 잔을 비운 다음 뒤늦게 성태에게 잔을 내밀고,)


바로 그 순간,
청명에게 프런트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두 사람은 체크인을 위해 프런트로 돌아와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함께 프런트로 돌아가면,
직원이 비교적 밝은 낯을 하고서
두 사람을 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박성태... 행운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ㅎㅎ)

기준치: | 65/32/13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예청명은 운이 좋았습니다. 다행이에요.
직원:오래 기다리셨죠?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에서, 기존에 고객님께서 예약해주신 객실 대신, 가장 높은 등급의 프리미엄 객실로 무상 업그레이드를 해드렸습니다.
금일 12월 28일부로 정상적으로 체크인 되었습니다. 체크아웃은 12월 30일 정오까지 마쳐주셔야 하며, 1시간이 초과될 때마다 추가 요금이 합산됩니다.
오후 3시 이후부터는 1박 가격이 추가적으로 부과되오니 유의해주세요.
모닝콜 및 룸서비스는 객실 내 배치되어 있는 로비폰을 사용해주시면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부디 즐거운 일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라는군요!
혹시나 이용 가능한 객실이 없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객실을 찾은데다, 심지어는 가장 좋은 객실이라니.
아무래도 아까 동전 내기 덕에 운이 한층 좋아진 것도 같고.
뭐, 아무튼. 짧은 안내 멘트를 끝마친 직원은
리조트 팸플릿과 함께 객실의 열쇠를 건네줍니다.

(팸플릿을 살펴볼까요?)
리조트 폰테르고.
리조트 소개, 객실 안내, 각종 부대시설 소개와,
이벤트 목록이 기재되어 있는 팸플릿입니다.
맨 뒷면에는 쿠폰북도 있네요!
글쎄요, 보아하니 룸서비스 할인도 있는 것 같고...
파도 모양의 키링과 카드키가 부착되어 있는,
누가 봐도 폰테르고에서 쓸 법한 객실 전용 열쇠입니다.
어디 보자, 객실은 1002호!
객실 중 최고층이네요. 오션뷰!

로비 측면의 자리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 위해 앞에 섰습니다.
앞에 서서 보아하니, 이 리조트의 층별 안내도가 눈에 들어와요.
몰라서 좋을 건 없죠!
두 사람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빠짐없이 기억해둔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이동합니다.
엘리베이터 역시 천장이 높고 시야가 개방되어 있어,
바다의 전경이 온 사방으로 너르게 나타납니다.
이 리조트가 다른 어느 것보다도
투숙객의 눈에 '바다를 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매기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져요.
방에 몸을 들이기 무섭게,
인위적이지 않은 바다 특유의 소금내와,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달달한 향기를 맡습니다.
신발장을 지나쳐 객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거실 한구석에 두 사람의 캐리어가 놓여 있어요.
체크인 전에 데스크에 맡겨두었으니,
친절한 이곳의 직원이 옮겨둔 모양입니다.
인테리어 대부분은 대리석이거나, 우드입니다.
정성껏 꾸며진 태가 나서인지, 차갑고 건조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아요.
야외 테라스로 향하는 거실 한쪽은 베란다가 통째로 트여 있어,
넘실대는 겨울 바다가 코앞에서 느껴질 정도로 생경합니다.
그 너머로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커피 테이블이 보입니다.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과,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치된 킹사이즈의 침대,
한구석에는 화장대나 욕실 또한 빠짐없이 존재합니다.
어딜 둘러볼까요?
훅, 비린내가 꽝꽝 얼어붙은 바닷바람이
이제야 간신히 녹기 시작한 피부를 할퀴고 지나갑니다.
무시무시한 냉기의 기세에 절로 온몸이 움츠러들어요.
문득 커피테이블 쪽으로 시선이 닿습니다.
아무래도 이 날씨에 테라스에서 바다의 정경을 감상하며 간식이나 술을 먹기는 무리가 있겠죠...

문을 열어보니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가 맴돕니다.
가장 먼저, 반투명한 샤워 부스와 커다란 욕조가 보이고...
이 정도면 객실에서 충분히 다 보이겠어요. 아아니.
선반에는 포장지를 뜯지 않은,
각종 일회용 어메니티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함께 자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침대입니다.
너무 큰 게 오히려 문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될 만큼, 넓고, 편해요.
이불이 성심성의껏 정돈되어 있습니다.
토퍼가 따로 깔려 있지 않은데도, 누워보면 놀랄 만큼 푹신푹신합니다.
침대의 바로 옆에 위치한 협탁에는 스탠드와 로비폰, 객실용 전화기 등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세련된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으로, 취사도구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넓고 쾌적한 주방과 조리대에 로망을 품어본 적 있나요?
그렇다면 분명 설렐 거예요!
텡블은 두 사람이 사용하기엔 턱없이 커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은 사이즈의 냉장고도 눈에 띕니다.
맥주 몇 캔, 내지는 500ml 생수 몇 병이 채워져 있습니다.
냉장고를 닫으려는 찰나...

청명이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꺼내 까드득, 뚜껑을 돌립니다.
이후 세 모금 정도를 벌컥 들이킨 다음 냉장고 문을 닫네요.


띵동,
객실을 둘러보고, 당장 사용할 짐을 솎아내고 있을 때쯤 인터폰이 울립니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면 당연하게도 일면식 없는 젊은 남성이 서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리조트의 직원은 아닌 듯합니다.
문을 열어주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남자는 자신을 '옆 객실의 투숙객'이라고 소개합니다.
남자:실례합니다, 혹시... 일곱 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 아이를 못 보셨나요?
남자:아니요, 그것보다는 좀 더 작은데요, 키는 이만하고... (허리춤 아래쪽으로 손짓합니다.)
머리를 양옆으로 땋아서 묶었어요. 눈이 동글동글하고, 푸르스름한 겨울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남자:사실 제 딸아이인데, 편의점에 다녀온대서 보냈더니 세 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질 않고 있어서요. 걱정이 여간 되는 게 아니라... (초조하게 안쪽의 청명에게도 시선 옮깁니다.)

남자는 청명의 말에 결국 단념한 듯 돌아서고, 작은 혼잣말과 함께 사라집니다.
그리고, 성태는 무언가 떠오를 것도 같아요.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쩐지...
백사장 위에 찍혀 있던 발자국이 떠오릅니다.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분 나쁜 착각이겠죠.
이렇게 불길한 가늠을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실례일 거예요.



무사히 돌아갈 거야. 그건 이제 제쳐두자, 잘 될 테니까. 이거 어때? 스카이 라운지에서 시음회를 한다는데.


두 사람이 객실 바깥으로 나섬과 동시에 복도 전체에 안내 방송이 울립니다.
[ 리조트 폰테르고에서 안내방송 드립니다.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
[ 머리를 양 옆으로 땋아 묶고,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 아이를 보호하고 계신 투숙객 분께서는, ]
[ 1층 안내데스크로 속히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안내방송 드립니다... ]
딸을 잃어버렸다던 옆 객실 투숙객과 관련된 방송인가 봅니다.

청명은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며 대수롭지 않은 투로 중얼거립니다.

문득, 성태는 맞잡은 청명의 손이 평소보다 더 따뜻하다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이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애매한 느낌만이 손끝에 자리하네요.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열이 나는지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이내 두 사람은, 그저 찬 바람을 밖에서 오래 쐬었더니 그렇겠거니,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엘리베이터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스카이 라운지에 내립니다.
스카이 라운지
PM 17:13
지이잉.
깨끗이 닦인 자동문이 양 옆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라운지에 입장하면 비수기임에도 연말인지라 사람이 꽤 몰려 있습니다.
라운지는 둥근 원형 모양입니다.
때문에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먹먹한 겨울 하늘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서로의 깊이를 마주 반사하듯,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절경이 황홀의 극치입니다.
그 중앙에 마찬가지로 둥근 형식의 카운터 겸 바가 놓여 있습니다.
유니폼을 차려 입은 바텐더 두 명이 손을 바삐 움직여 음료를 제조하고 있어요.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 하며 자리를 물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라운지 한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리조트 직원 한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직원: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직원은 그 말에 알았다는 듯,
두 사람을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창가쪽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직원: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친절히 양해를 구한 직원은 테이블을 떠나기 전,
본 칵테일 시음회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운이 좋으면 여덟 시간 코스의 크루즈 무료 승선권을 얻을 기회도 잡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다 보면 직원이 칵테일을 가져다 줍니다.
짙은 남색의 칵테일 위로 흰색의 크림소다 층이 얕게 쌓여 흔들립니다.
마치 파도 같다는 생각을 할 때쯤...
친절한 직원이 설명을 덧붙입니다!
국내외 최고의 서비스를 책임진다던 팸플릿 속의 포부가 거짓은 아닌 듯, 쏟아지는 말들이 청산유수입니다.
직원:보드카 1온스와 블루큐라소, 레모네이드를 채워 넣은 칵테일에, 달콤한 크림 소다를 얹어 겨울 바다의 깊은 맛을 구현했습니다. 오직 저희 스카이 라운지에서만 맛보실 수 있는 특별한 칵테일이랍니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벤트 당첨 여부는 글라스를 픽업카운터에 반납해주실 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늘, 그리고 바다에 가장 가까운 라운지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설명을 마친 직원은 막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서는 또 다른 투숙객에게로 이동합니다.
얼핏 들어서는 평범한 재료로 조합된 드링크가 분명한데...
거창하게 겨울바다의 깊은 맛을 구현했다는 사족에 더 관심이 갑니다.
칵테일을 받아든 두 사람,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새하얀 거품같은 소다가 가장자리를 향해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톡톡 쏘는 게... 아무래도 스파클링 칵테일 같죠?

그대로 입술 너머로 겨울바다를 닮은 것을 들이키고...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목넘김이 시원해보입니다. 남은 드링크가 얕게 깔려 일렁여요.
그런데, 무언가 조금...
급하게 마신 것 같지 않나요?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목이 말랐으리라 짐작하기엔,
몇 시간 전에 함께 로비에서 음료를 사 마셨었고,
물도 따로 마신 것도 모자라,
객실에서도 혼자 물을 마시던 청명이었죠.


따로 판정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심리학 등 판정 사용 가능합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우)

... 매혹, 말재주 등 다른 판정도 가능합니다...
청명이 이실직고하도록 잘 꼬셨다던가
기준치: | 40/20/8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성태는 소질이 없는가봅니다............
성태는 말재주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뭐. 목마른 걸로 우길 게 뭐가 있나요.
아마 정말로 목이 말랐을 뿐일 겁니다. 아마도요.
자유 RP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과연, 오션뷰 아래 해안선을 따라 걷는 관광객들이 보이는군요.
단조로운만큼 평화롭기 짝이 없는 풍경입니다.
저 멀리 바다에 들어가겠다고 엄마 손을 잡고 물가로 이끄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뜯어 말리는 아빠의 모습도 멀찍이 보입니다.
고생이겠지 싶어요.

추우니까 물 속에 들어가는 건 역시 무리겠지. 아쉽네. (바다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읊조립니다.)


칵테일을 모두 비운 그때,
예청명 박성태, 행운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10/5/2 |
굴림: | 31 |
판정결과: | 실패 |

청명의 잔 아래서 덜그럭거리는 푸른색의 원석이 드러납니다.
바다를 담아놓은 듯 찬란한 푸른빛이 무척 아름다워요.
시간을 때우고 난 뒤 스카이 라운지에서 퇴장하기 전, 픽업 카운터로 빈 잔을 가져다 주면,
"축하합니다!"
글라스 안의 원석을 확인한 직원이 박수를 칩니다.
그 뒤를 따라 함께 있던 또 다른 직원들도 박수를 치고... 얼떨떨합니다.
듣자하니 크루즈 무료 승선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군요!
곧 직원이 티켓을 건넵니다.

티켓 뒷면을 살피면 승하선이 가능한 선착장의 위치가 약도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차를 끌고 20분 가량 이동해야 하는 거리예요.
차가 없는 이용객을 위해 리조트 측에서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고 하니 그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법합니다.
청명은 아무렇지 않은 척은 해도, 확실히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겨울 바다가 운치있고 아름답긴 해도, 2박 3일 내내 바다 감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죠.
훌륭한 무료 칵테일도 마셨겠다, 더불어 크루즈 승선권도 얻었겠다,
수완이 좋습니다!
이후 스카이 라운지를 벗어난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제법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요.
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저녁을 먹는 것도, 아니면 TV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자유 RP


박성태,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겨울바다만의 운치가 있어요! 완전 만족!'
'어두워지면 갑판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그게 하이라이트. 완전 예뻐요.'
'애인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서 너무 기쁨.'
등의... 후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판이 좋은 크루즈인가 봐요.





수평선 너머로 빛이 가라앉고, 짙은 군청색의 밤하늘이 깔릴 무렵이네요.
청명은 나가기 직전, 어디서 발견했는지 손에 스파클라 6개를 들고 있습니다.


밤바다 모래사장
PM 20:56
바람은 여전히 매섭고, 파도 소리는 아침에 들었던 것보다 더욱 거세졌습니다.
숨을 뱉을 때마다, 서리가 낀 듯 희뿌연 입김이 퍼졌다... 즉시 자취를 감춥니다.
해가 완전히 진 이후임에도 낮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낮보다도 걷기가 수월한 것 같아요.
이 정도 추위라면 버텨볼 만할지도 몰라요.


쨍한 주황색의 빛이 사방으로 튑니다.
몸을 태우기 시작한 스파클라의 빛이 꼭 잘게 부서지는 별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모래사장 도처에, 두 사람과 같이 스파클라를 가지고 불꽃놀이를 즐기거나,
이따금 허공에 싸구려 폭죽을 쏘아 올리는 무리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부서지는 파도에 녹는 모래,
떠내려가는 조개껍질의 무덤.
어쩐지 마음이 더없이 가볍습니다.
무언가를 훌훌 털어낸 것처럼...
가끔 이렇게 여행을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고 생각할 때쯤,
"예쁘지 않아?" 하고,
쏟아지는 저온의 불빛을 받아내며 청명이 중얼거립니다.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꼭,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요.
관찰 판정 이어서 하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시보니 스파클라를 보고 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선은, 저 너머 넘실대는 겨울 밤바다에 고정되어 있어요.
그래요. 성태는 청명의 눈이 꽤 오래 전부터 그곳을 향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팟.
느릿느릿 스파클라의 몸통을 좀먹고 들어가던 빛의 파편이 그 수명을 달리하고...
시간을 때우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그러고보니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데?
무슨 일일까요.
청명과 성태는 자연히,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걸어갑니다.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모래사장 어드매에서 붉은색 불빛이 번쩍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던 스파클라의 불꽃과는 새삼 다른 형태의 것.
아무래도...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인 것 같습니다.
구급차뿐 아니라 경찰차도 두어 대 도착해 있군요.
그 주변에, 듬성듬성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성태가 가까이 다가서면, 청명 역시 마지못해 팔을 붙든 채로 뒤를 따릅니다.
인파의 틈 사이로... 들것에 들린 무언가가 구급차에 실려 올라가는 것을 봅니다.
들것 가득 하얀 천이 덮여 있습니다.
그 천 바깥으로 핏기가 싹 가신 작은 팔이 툭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소급에 굳은 손가락,
소금...
백지보다 더 창백한 피부,
익사체네요.
익사체를 마주한 두 사람, SANc 0/1
기준치: | 66/33/13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56/28/11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주위 반응을 들어보겠습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낮부터 종일 고요하기만 하던 리조트 앞바다가 온통 떠들썩합니다.
그 소란에 객실에 머물던 리조트 투숙객들이
테라스 바깥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박성태, 당신은 요란의 틈바구니에서
'여자 아이의 익사체가 떠밀려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 다시
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우

기준치: | 80/40/16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 보니,
문득, 객실 체크인 직후 두 사람의 방에 찾아왔던 젊은 남성이 떠오릅니다.
분명 어린 딸을 잃어버렸다고 했었죠.
... 설마?
"거 찍지 마시라니까요. 물러서세요!"
조끼를 착용한 경찰 두어 명이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제지합니다.
앰뷸런스가 서둘러 자리를 뜨자,
이리저리 몰려있던 인원 몇 명은 무리를 벗어납니다.
박성태, 당신은 지금 혼란스러운가요?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겠죠.
썩 유쾌하지 못한 상황이란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윽고 상황을 마친 경찰들마저 관할서로 돌아가면,
사람들은 언제 몰렸냐는 듯 다시 흩어져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주변은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고요를 되찾았습니다.
한순간 찾아든 적막에 고개를 들어올리면...
어라?
청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화장실 내지는 객실에 들렀겠거니, 하며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추위에 사고마저 얼어버릴 무렵, 덜컥 불안함을 느낍니다.
아까 전의 상황을 목도해서일까요?
정처없이 바다를 돌아다니며 이름을 불러도,
로비에 들어서도,
안내 데스크에 물어도,
편의점에서도 청명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화도 되지 않는군요.
급히 들렀던 객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키는, 청명에게 있었던가요?
청명을 찾기 위해 어디를 더 둘러보고 싶나요?
지나가던 길에 만난 안내 데스크의 직원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모든 경로에서조차
성태는 청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객실로 다시 향하자,
어라,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런 말을 했었나,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 봐야겠어요.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꽝꽝 얼어붙은 머리통 너머로 '따뜻한 음료를 사러 편의점에 다녀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던 청명의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아무래도 주변이 워낙 소란스러웠으니까,
그만 흘려듣고 만 것 같아요.
편의점에 다녀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듯, 테이블 위엔 비닐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술, 음료수, 커피 등 마실 것과 함께 간식이 조금 담겨 있습니다.
어쩐지 맥이 빠지는 기분입니다.
사고 현장을 목도하고 너무 예민해져 있던 걸까요.
그런 거겠죠.
남은 스파클라는 버리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시간이 늦었으니 남은 시간을 객실에서 보내야만 할 겁니다.



2일차
20XX. 12. 29. AM 08:03
전날 맞추었던 알람이 울리기도 전의 이른 시간입니다.
성태가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아침을 맞이한 청명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창 바깥의 어딘가를 보고 있습니다.
집요한 시선을 따라간 끝에 걸리는 것은 당연히도 바다입니다.
이 객실의 창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새파란 바다,
혹은 하늘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한겨울인지라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사방이 어슴푸레합니다.
그 사이로...
박성태,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잔잔하고도 희미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일어났어?"
기척을 느낀 청명이 성태를 돌아봅니다.
살짝 드리운 역광, 묘하게 부산스러워보이는 머리카락, 그리고,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걸까요?
어쩐지 피곤해 보이는 낯입니다.
청명은 별 말 없이 성태를 가만 응시하기만 합니다. 무언가 물어야 할까요?







띵동!
경쾌한 초인종 소리와 함께, 트레이에 담긴 빵과 샐러드 따위가 방으로 들어옵니다.
유난히 룸서비스를 시킨 사람이 많아서 늦어졌다나 뭐라나,
그런 건 아무렴 좋아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역시 바다까지 여행을 왔다면 드라이브를 포기할 수 없죠.
거기다 청명은 밤잠도 설쳤으니까요. 예민한 상태로 버스를 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타, 선착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도로는 오가는 차 없이 한적하고,
잘 포장된 아스팔트는 차갑고 견고하기만 합니다.
히터가 쏟아내는 뜨거운 공기는 더없이 건조한데다 무겁고요.
분간이 힘들 정도로 묘하게 꿉꿉한 먼지의 냄새가 나는 차 안.
그제야 겨울임을 다시금 체감합니다.
찬 바람이나 시린 손발만으로도 느끼지 못했던 겨울을 먼지 냄새 나는 히터 바람 하나로 되새길 수 있다니.
몇 해를 반복해 맞이해 왔지만...
역시나 속 모를 계절입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수평선 저 너머 어딘가에 끝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꼭 세상의 가장자리를 달리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자유 RP


청명의 목덜미는 꽤 열이 올라 있었고, 손으로 만져도 확연하게 뜨겁습니다.
그럼, 감기인 걸까요? 의문이 생긴 성태, 의학 판정
기준치: | 1/0/0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모르죠,, 알리가없죠..)

... 아니면 몸살?
간만의 휴가에 들떠 무턱대고 밤바다를 거닐었던 것이 화근이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돌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많은 생각이 들 수 있겠죠.
청명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요?

단순한 컨디션 난조일까요,
그렇다면 신나는 노래라도 틀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몰라요.
바람을 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뭘 하든, 무엇을 생각하든, 그래요.
아무래도 좋을 대화를 나누며,
쭉 뻗은 도로를 횡단할 때쯤...
... 별안간 청명이 바다 쪽으로 핸들을 꺾습니다.
순식간의 일입니다.
딱딱한 돌바닥을 너르게 달리던 바퀴가 갑자기 방향을 달리하고,
속도를 이기지 못한 차체는 불안정하게 뒤틀리며
가드레일 쪽을 향해 속절없이 기웁니다.
박성태, SANc 1/1d3
기준치: | 66/33/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동차 운전, 행운, 근력 중 판정하세요.
기준치: | 65/32/13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끼이익!
핏기가 가실만큼 우악스레 핸들을 거머쥔 청명의 손을 떼어낼 겨를은 없습니다.
박성태, 당신은 가까스로 겹쳐쥔 핸들을 반대쪽으로 꺾습니다.
차체의 어딘가가 가드레일과 마찰하며,
소름끼치는 쇳소리가 잠시 지속됩니다.
예청명, 박성태 모두 -HP1
차가 온전히 멈춰서고, 꼭 1분이 흐릅니다.
정적 속에 파묻힌 고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의 거친 호흡만이 전부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손이 떨리고, 입술은 벌어지질 않습니다.
가드레일 너머로 턱이 낮은 모래사장이 있긴 하지만...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박성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 도대체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귀신에라도 씌인 걸까요?
아니면, 청명이 정신이 나간 걸까요.
어쩌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은,
박성태, 당신일까요?
SANc 0/1
기준치: | 66/33/13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차는 조금의 흠집이 난 것 외에 별다른 외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신이 도왔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둘은 이상하리만치 멀쩡합니다.
뭐, 사고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이곳에 머물 시간도 이젠 하루 남짓 남았는걸요.
리조트에서 멀리 떠나오기도 했고,
청명의 고집이 또 이상하리만치 굳습니다.
아마, 그대로 크루즈로 향해야 할 것만 같죠.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선착장
우여곡절 끝에 선착장에 도착했어요.
차에서 내리면, 리조트 앞바다에서 맡았던 것보다 조금 더 깊고 농밀한,
바다의 숨결 같은 짠내가 두 사람을 덮칩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호화 여객선을 발견합니다.
벌어진 배의 입구는 뭍과 맞닿은 다리에 이어져 있고, 그 앞에서 직원이 입장을 돕고 있씁니다.
리조트의 직원들이 입고 있던 옷과 동일한 디자인의 옷을 입은 것을 보면,
아마 이 크루즈 항해 또한 리조트와 연계되어 진행되는 이벤트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티켓을 건네면 직원은 귀퉁이의 점선을 따라 티켓 일부를 잘라간 뒤,
크루즈 안쪽으로 손짓합니다.
친절한 배웅의 인사도 잊지 않습니다.
승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기적소리와 함께,
천천히 물길을 가르고 배가 움직여 갑니다.
"환영합니다, 승객 여러분!"
"이곳,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작은 섬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시길!"
들뜬 해초 냄새와 함께 짧고도 제법 기다란 복도를 걷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가 꼭 파티장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한손에 샴페인이 담긴 글라스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바다를 향한 찬미를 속삭입니다.
꼭 분위기가 무르익은 저녁의 연회장 같습니다.
자, 하선까지 여덟 시간이 남았습니다.
훗날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무어라도 눈에 담고 삼키며 즐기기로 할까요.
마침 크루즈 내의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박성태,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나요?
1층 지도를 확인하며 자유롭게 RP해주세요.
뻥 뚫린 난간 너머에서부터 불어오는 겨울 바다의 바람은 많은 것들을 품고 있어요.
비단 짠내뿐만 아니라,
꼭 맡아본 사람들만이 머릿속에 공굴려 형체를 만들 수 있는, 추상적인 무언가.
두 사람은 그러한 바닷바람이 몰고오는 묘한 기류에 휩싸인 채
발을 옮겨, 의무실로 향합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환자를 위해 마련된 크루즈 내의 의무실.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느껴집니다.
살짝 뻐근한, 어쩌면 어딘가에 스쳤을 상처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로 필요한 약이 있다면 이곳에서 구할 수도 있습니다.
더 가져갈 약이 있나요?
예청명, 박성태 +HP1
승객이 편히 오고갈 수 있도록 양문형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그 사이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옵니다.
'open' 팻말이 달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감미로운 곡조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각 메뉴를 개인 접시에 담아가며 움직입니다.
일렬로 늘어선 테이블 위에 각종 산해진미가 놓여 있습니다.
아침을 조촐하게 챙긴 두 사람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다른 곳으로 갈까요, 아니면 식당에 머물러 식사할까요?





식당을 나와 조금만 두리번거리면, 맞은편에서 쉽게 칵테일 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칵테일 바에 들어서면, 리조트의 스카이 라운지에 있던 그것과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역시 이 배는 리조트의 소유가 맞는 것 같죠.
바에 배치되어 있는 두어 명의 직원이 끊임없이 오색의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두 사람을 반기며 메뉴판을 건넵니다.
크루즈 내의 모든 것들이 무료라고 했던 말은 농담이 아니었는지,
이곳에서도 몇 번이고 무료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네요.
박성태, 당신은 무슨 칵테일을 시키고 싶은가요?

손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칵테일은 꽤 빠르게 완성되어 나왔습니다.
제조한 칵테일을 건넨 직원은 이 칵테일에 "특별한 마법"을 걸어두었다는 말을 하네요.
진짜일까요, 아닐까요? 영업용 멘트라고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확신에 찬 눈이죠.
뭐, 하여간, 그런 건 제쳐놓고서라도...
이곳은 크루즈고, 모처럼의 바다 여행에다, 눈앞에 있는 건 달콤하고 부드러운 칵테일이니까!
이젠 마음껏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특별한 마법"의 영향으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날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우리는 어쩌다 아는 사이가 되었죠?




새 잔이 나란히 나오고, 빛을 받은 수면은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빛납니다.
그리고, 역시 이번 칵테일에도 "특별한 마법"이란 게 걸려있을 겁니다.
"특별한 마법"의 영향으로, 가벼운 스킨십을 하고 싶어집니다.
+SAN 1d3
rolling 1d3
()
2
2

rolling 1d3
()
2
2
(앟.)
(운명임
gm도 인정하는 결혼
그러나, 그 전에 앞서...
벌써 칵테일을 두 잔이나 입에 대버렸습니다!
논알콜도 아니었으니, 아무리 술이 센 두 사람이라도 취기는 오르기 마련이죠.
예청명, 박성태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6/33/13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지만... 역시 청명 덕에 주량이 더 늘었을까요,
그닥 큰 차이는 없이, 두 사람은 제 몫의 칵테일을 마저 마시기로 합니다.




멀리서부터 단박에 호화 여객선임을 알아차렸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요.
단거리 코스 운항에만 이용되던 선박은 아닌지 수많은 객실이 복도 끝까지 주욱 들어서 있습니다.
어떤 문은 열려 있고, 어떤 문은 닫혀 있습니다.
잠시 후 가장 안쪽 객실의 문이 열리고,
유니폼을 차려 입은 직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막 청소를 끝마치고 나온 듯 이불 더미가 올려진 카트를 끌고 있습니다.
직원이 설명하기를, 휴식이 필요한 승객들을 위해 특별히 선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는군요!
엄청난 서비스입니다.
비어 있는 객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2층에선 어느 곳으로 향할 건가요?
갑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지만...
어, 지금은 닫혀 있는 것 같습니다. 당겨도 열리지 않아요.
지금 묵고 있는 리조트의 구조와 흡사한 선실입니다.
호텔 방이 갖추어야 할 구색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취사 시설은 사용할 수가 없어요. 이미 배부르게 먹고 왔지만서도...
객실에 들어서면, 아담하지만 바다가 눈 안 가득 들어오는 창문이 보입니다.
보기만 해도 뼈와 살이 꽁꽁 얼 것만 같은 냉기를 품은 푸른 바닷물이 갈라지고, 흔들려요.
저 너머 해저의 가장 밑바닥은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파랑의 끝은 가늠할 수 없이 깊고, 또 깊습니다.
청명은 창틀에 손을 얹은 채 한참이고 바다를 응시합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까진 조금의 시간이 남았어요.
여기서 자유롭게 쉬는 게 좋겠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아득하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요.
박성태, 당신은 그제야 느릿느릿 눈을 뜨고 그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귀를 기울입니다.
"... 후, 불꽃놀이가, 갑판 위에서..."
불꽃놀이 시간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온 모양입니다.
성태는 머리맡의 창으로 짙게 깔린 어둠을 목도합니다.
하이라이트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죠.
자, 그럼 갑판 위로 올라가야지, 나가볼까, 하는 제안을 던지고자,
여지껏 청명이 누워 있었을 자리를 손으로 만져보면...
어라. 아무도 없습니다.
선실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서둘러 갑판 위로 이동하는 사람만이 보일 뿐이에요.
그 어느 곳에서도, 청명을 찾을 수는 없을 것만 같습니다.
기억을 떠올려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청명의 언질 따위는 없어요.
잠든 사이, 청명은 말도 없이 어딘가로 사라지고야 만 겁니다.
사람들은 홍수처럼 갑판 위로 향하고 있고,
박성태, 당신은 그 사이에 홀로 멈춰서서 주변을 두리번대고 있어요.
어떻게 할 건가요?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 강행 가능합니다. 다시...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심장이 너무나도 빠르게 뛰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째서일까요,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었나요.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이 불안감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죠?
박성태, SANc 0/1
기준치: | 66/33/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제부터 묘하던 청명의 상태.
그것이 떠오르자, 당신은 문득 리조트 여기저기서 느꼈던 위화감을 상기해냅니다.
한편, 갑판 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펑!
남색의 깊고 푸른 밤하늘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휘황찬란한 불꽃의 파열을 맞이합니다.
행성이 터지는 것만 같이 눈이 부신 빛의 산란이,
몇 차례나,
몇 차례나...
연속해서, 별똥별처럼 쏟아집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흘러나온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갑판을 가득 메운 인파는 한 목소리로 환호하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청명의 이름을 불러도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해요.
그 누구도 당신을 신경쓰지 않으며...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또 다시 눈동자 너머로 파고드는 찬란한 빛의 점멸.
강한 빛을 받은 탓에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먹먹합니다.
청명은, 도대체 어디에 있죠?
주변은 하나같이 광기에 물든 것만 같습니다.
이어서,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연히 뱃머리에 시선이 기웁니다.
온 세계의 빛과 열기를 뚝 떼어 모아둔 것만 같은 이곳의 갑판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어둡고 음습하며... 차가운 공간.
본디 인간의 감이란 인간이 진화를 거듭한 만큼 그 어떤 감각보다도 예리하며 발달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서늘한 직감과 함께 뱃머리로 향한 박성태, 당신은,
어둠 속에 파묻힌 저 너머 멀리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을 발견합니다.
청명은 뱃머리 끝에 서서 난간을 붙잡고 바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대답 하나 없고,
시선은 몽롱하며, 정신이 나간 것도 같습니다.
무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것도 같은데, 그 목소리는 거센 바닷바람에 묻혀 흩날릴 뿐입니다.
박성태, 어떻게 할 건가요?
그러나, 청명은 성태의 말엔 대답조차 않은 채 곧장 몸부림치고,
그 탓에 박성태, 당신은 뒤로 살짝 밀려나고 맙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청명의 몸은 마치 계획이라도 한 마냥 난간 너머로 기울어요.
박성태, 민첩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한 끗 차이로 손가락 끝에 청명의 팔뚝이 걸리고,
... 덥썩.
아, 다행입니다.
간신히 옷자락을 붙잡고 억지로 끌어당깁니다.
하마터면...
... 최악의 시나리오에 머리가 어찔합니다.
정말 큰일날 뻔했어요.
그제야 성태 쪽으로 기운 청명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겁습니다.


청명은 잠깐 무어라 중얼대긴 했지만, 성태에게 들릴 정도로 선명한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저 멀리에선 점차, 요란스러웠던 불꽃축제의 열기가 식고 있어요.
그리고 문득 뱃고동이 울립니다.
아마... 크루즈가 다시 선착장에 도착한 모양이에요.
돌아가야겠죠. 이런 청명을 두고서 크루즈에서 밤을 지새울 순 없으니까요.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박성태, 당신은 청명을 데리고서 차를 몰아 리조트로 돌아갑니다.



박성태, 행운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실패 |

맞닿은 입술에선 바닷물의 맛이 납니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러고는 끈이 끊어진 것마냥, 청명이 그대로 쓰러지듯 잠듭니다.
객실로 돌아오면 청명은 곧장 깊은 수마에 빠집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하루입니다.
휴양을 위해 방문한 바다인데, 나날이 축적된 피로만이 허파에 가득 얹힙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오늘이 짧았던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니 그나마 다행인 걸까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온종일 곤혹을 치뤘던 탓일까요.
박성태, 당신 역시 머리를 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잠에 빠져듭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밝을 것이고,
이곳에서도 도망칠 수 있겠죠.
그래야만 할 겁니다.
새벽의 바다
20XX. 12. 30. AM 02:19
박성태, 듣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결에... 근처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이 닫히고,
복도 너머로 사라지는 발걸음 소리라든지.
박성태,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텅 비어있군요.
번쩍. 반사적으로 눈을 뜨면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시간입니다.
다시 그 자리를 살피면, 주름진 침대 시트만이 보여요.
분명, 청명은 당신과 함께 잠들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리조트 객실의 어느 곳에서도 청명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현관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청명의 신발은 그대로 있습니다.
맨발로 나간 걸까요, 그는.
난간 너머로 몸을 기울이던 청명과,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의 서늘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신은 급히 객실 밖으로 나섰고,
눈앞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보여요.
분명, 이곳은 객실 중에서 가장 높은 10층이었죠.
어떻게 내려갈까요. 한시가 급한 상황임은 틀림없습니다.
... 박성태, 행운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무리가 타고 내리는 건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어느 층에 멈춰서선 오도가도 못하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아주 늦고야 말겠죠.
박성태, 당신은 리조트 바깥으로 뛰쳐나옵니다.
찬 바닷바람이 뺨을 긁고 지나갑니다.
얼음을 굳혀 만든 소금이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
묘연한 바다의 냄새는 숨막힐 정도로 짜고,
무겁고,
... 소름끼쳐요.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새벽의 밤바다는 어둡고도 스산합니다.
파도의 노랫소리가 꼭 모독적 존재의 속삭임처럼 느껴져요.
사방에는 불이 들어와 있는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아 한치 앞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박성태,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다급히 눈을 돌리면,
모래사장에 점점이 수놓여 있는 누군가의 발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본능이 외치고 있잖아요.
찍힌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선명한 자욱.
청명의 발자국입니다.
그 발자국은, 바닷가 방향으로 지체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어떻게 할 건가요?
발자국을 따라가면 금세 파도 앞에 당도합니다.
바다를 향해 이어진 발자국을,
밀려드는 파도가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그대로 눈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나요?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되진 않으리라고,
헛된 희망을 품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던가요?
당신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닷물과 불안정한 파도를 가르고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고 있는 청명을 발견합니다.
어떤 기능을 사용해도 좋고, 근력 대항 판정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청명을 온전히 힘으로만은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죠.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청명은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당긴 성태를 못이기고 뒤로 주저앉습니다.
박성태, 당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청명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뭍으로 건져 올립니다.
체온을 모두 빼앗긴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고,
곧 죽을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피부가 자꾸만 어둠에 좀먹힙니다.

정상이 아닌 청명의 상태에 당신은 혼란을 겪습니다. SANc 1/1d3
기준치: | 66/33/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도 한참 발버둥을 쳤을까요.
제풀에 지친 모양인지 성태에게 붙잡혀 얌전하던 청명의 눈에 흐릿하게나마 생기가 돌아옵니다.
방금 일에 대해 묻고, 추궁해야겠죠. 그런데...
청명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이상해요.
이 바다는, 이 리조트는,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말했잖아요, 본디 인간의 감이란 인간이 진화를 거듭한 만큼 그 어떤 다른 감각보다도 예리하며 발달되어 있기 마련이라고.
이젠 직면해야 합니다. 알아채야만 해요.
박성태, 지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 다시 판정하세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하..........................................................
...
강행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펌블 아닌게 다행입니다
...
그래요.
한번에 많은 일들을 겪은 탓에 머리는 생각하기를 거부합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도망쳐야 해요.
청명을 계속해서 부르고, 원하는 바다로부터,
이 리조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바다에서 가장 먼 뭍으로 달아나야 합니다.
리조트에 처음 들어선 후, 유리벽에서 보았던 어떤 해양생물의 음각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그것'이 청명을 원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 건 알 길이 없겠지만요.
박성태,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가요, 옷챙겨.

형은,............. 지금 불안정해요. 나보다 바다를 원하고있잖아요.

우리는 즉시 이 리조트를 떠나기로 합니다.
바다라면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심각해보이는 청명의 상태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박성태, 당신의 옷으로 감쌌으니 더 춥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길 바라는 수밖에요.
차에 올라타 한참을 달립니다.
끝도 없이 펼쳐질 것만 같던 바다가 모습을 달리하고,
옷감과 차체에 붙어있던 소금 냄새가 옅어질 무렵...
저 먼 곳에서 동이 터옵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떠오를 때쯤, 청명의 떨림도 점차 멎기 시작합니다.
색색거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호흡에 마음이 놓입니다.
덜컹.
방지턱을 밟은 차가 흔들림과 동시에, 라디오 너머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아무래도 뉴스 채널에 맞춰두었던 모양이에요.
"긴급 속보입니다."
"모 호화 리조트의 앞바다에서 새벽결에 떠밀려온 30대의 익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경찰 및 관계자들은 사인을 자살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발견된 유서가 없는 점을 미루어..."
"... 어디쯤 왔어?"
빠르게 흘러가는 뉴스의 소음 너머로 잠에서 깨어난 청명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창백했던 피부에 혈색이 돌며, 어쩐지 개운해 보입니다.
손끝으로 버튼을 눌러 라디오 전원을 끕니다.
그리고 당신은 대답합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KPC 예청명, 생존
PC 박성태, 생존
END 1.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