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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청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2020.10
kpc. 박성태
pc. 예청명
칙—
치직, 칙.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뚝.
ㅤ:당신은 몇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박성태가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ㅤ: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박성태는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ㅤ:당신은 잠든 박성태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박성태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당신은 박성태가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박성태:…반드시...약속해야해,
ㅤ: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박성태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예청명:성태야. (중얼거리는 말소리에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가 톡톡 건드려봅니다.)
박성태:허억! 헉.. 헉…형...
ㅤ: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박성태는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얼마 후 가까스로 진정합니다.
박성태:....자금이 몇 시지?
ㅤ:박성태는 당신에게 대뜸 시간을 묻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박성태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당신에게 말합니다.
박성태:이제 내가 보초 설게, 형이 눈 좀 붙여.
ㅤ:그러더니 대뜸 박성태는 당신을 꾹 껴안고 한동안 말이 없다,
오랜 침묵 후에 비로소 입을 엽니다.
박성태:형, 나한텐 형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해. 알지?
ㅤ: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 말고, 박성태는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박성태:이만 자, 피곤하겠다.
예청명:(이런 상황을 맞이한 후로 새삼스레 다시 듣는 말에 어색하게 눈을 끔뻑이다가 이만 눈을 붙입니다.) ... 그래. 몸 조심하고.
6월 8일 7pm
박성태:형, 이만 일어나.
ㅤ:당신은 박성태의 손길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ㅤ:당신과 박성태는 숨을 죽인채 살금살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옵니다.
행운 판정
예청명:
행운
기준치:45/22/9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ㅤ: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박성태가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박성태의 손짓에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 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부러져 있습니다.
박성태:이제 그만 이동하자, 지체할 시간이 없어.
예청명:
항법
기준치:30/15/6
굴림:58
판정결과:실패
박성태:..형 지도를 거꾸로 들었잖아.
ㅤ:당신과 박성태는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박성태:형, 저기 봐. 마을이 보여.
ㅤ: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난 얼마 후,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ㅤ: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잇는 간판이 새벽 어스름 너머로 보입니다.
박성태:곧 동이 틀거야. 이 마을에서 쉬어갈 곳을 찾아보자.
[마을]
ㅤ:당신과 박성태는 마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ㅤ: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청명:(들어가봅시다)
[주택]
ㅤ:당신과 박성태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첫번째 방]
ㅤ: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예청명:(책장부터 살펴봅니다)
[책장]
ㅤ: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ㅤ:...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예청명:(책상 봅시다)
[책상]
ㅤ: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예청명:(메모패드를 한 번 넘겨보죠,,)
[메모패드]
ㅤ: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지료조사 or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장)
ㅤ:우리 가족이 향하려던 안전지대가 좀비들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집에서 새로운 안전지대에 관한 소식이 들릴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다음장)
ㅤ:20XX년 X월XX일. 제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남편과 나는 차마 우리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아이를 격리하고 간호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이 좀비에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장)
ㅤ:일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 근육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이때 해열제나 진통제가 증상을 완화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이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12시간이 지나자 굉장히 불안해하며 온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도 보였다. 내가 아는,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삼단계. 좀비로 변하기 대략 두어시간 전엔 코와 입, 귀에서 피를 토한다.
벨은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다음장)
ㅤ:제시를 방에 격리했지만 벨이 우리 몰래 제시를 보러 갔다,
제시에게 물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장)
ㅤ:제시와 벨을 관찰한 바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유용한 정보이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장)
ㅤ:….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장)
ㅤ:내가 먹을 식량이 떨어졌다.
내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절망하게된다.
(마지막장)
ㅤ:더이상 버틸 수 없다.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예청명:... (떨떠름하게 메모패드를 내려놓고 액자로 눈을 돌립니다.)
[액자]
ㅤ:당신은 액자를 들어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예청명:이런 이야기는 안 보는 게 나았지. (손을 내젓고 인상을 찡그립니다. 두 번째 방으로 향해요.)
[방2]
ㅤ:방 문이 뻑뻑하게 닫힌게 잘 열리지 않습니다.
예청명:
근력
기준치:80/40/16
굴림:92
판정결과:실패
근력
기준치:80/40/16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몇번의 시도 끝에 끼익,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자….
방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당신을 쳐다봅니다.
ㅤ:아,
아까 가족사진에서 본 그 일가족이요.
민첩 판정
예청명:
민첩
기준치:80/40/16
굴림:96
판정결과:실패
ㅤ:당신이 황급히 문을 닫으려는 찰나 좀비가 당신을 통해 팔을 뻗었습니다.
쾅,
ㅤ:하는 소리와 함께 좀비의 손이 문틈에 끼었습니다.
좀비의 기괴한 소리가 문 틈사이에서 새어나옵니다.
당신은 온 몸으로 문을 지탱합니다. 문 너머에서 좀비들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박성태:조심해, 형!!
ㅤ:당신의 뒤에서,
거실의 한손 도끼를 들고 달려온 박성태가 문 틈 사이로 낀 좀비의 손을 잘라냅니다.
좀비의 썩은 손이 도끼날에
툭,
하고 잘려나가고,
잠시 문이 가벼워진 찰나 당신은 문을 닫을 수 있었습니다.
ㅤ:바닥에 떨어진 손이 몇번 꿈틀대다가 이내 곧 활동을 멈춥니다.
썩은 시체나 다름없는 잘린 손에선 불쾌한 악취가 납니다.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28
판정결과:보통 성공
박성태:이 방문은 잠궈놔야겠어.
ㅤ:박성태는 서재에서 의자를 가져와 문고리 사이에 비스듬히 세워놓았습니다.
문 틈새에서 좀비들의 기괴한 소리가 새어나가다 곧 끊깁니다.
이거로 당분간은 안심이겠죠.
예청명:이걸... 왜 열려고 했지. (눈가를 만지작거리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세 번째 방으로 갑시다.)
[방3]
ㅤ: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예청명:(자기 전에 부엌도 좀 살펴보고 올게요...)
[주방]
ㅤ: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예청명:(인상을 푹 찡그리곤 돌아섭니다.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아야겠죠. 침실로 돌아갑니다.)
ㅤ:당신과 박성태는 방의 문을 단단하게 잠그고 간단하게 짐을 푼 후 침대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박성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박성태:형,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잖아. 오늘은 내가 먼저 보초 설게. 먼저 자
예청명:더 오래 잔 건 나잖아. (의아하게 성태를 보다가 자리서 일어납니다.) 고집 부리지 말고 먼저 자. 잠도 끊어 잤으면서.
박성태:이따가 교대할게. 응? 먼저 자. 난 형이 우선인거 알잖아.
예청명:별로... (큰 상관 없는데.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가 이만 앉습니다.) 그렇게 해, 그러면. 금방 깨우고.
박성태:잘자, 형.
ㅤ:잘자, 라고 말하는 박성태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듯 합니다.
당신은 박성태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9일 6pm
ㅤ: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체력+1)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ㅤ:….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박성태는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박성태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92
판정결과:실패
ㅤ:박성태는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채 당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보고 박성태는 작성하고있는 노트를 황급히 감춥니다.
박성태:아, 형, 일어났어?
오랜만에 잘 잤네, 오늘은 더 힘내서 걸을 수 있겠다.
예청명:... 이번엔 네가 하루 다 자라. (어딘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성태를 흘겼다가 눈짓합니다.) 그거, 뭐야.
박성태:그냥.. 일기..? 그냥 하루하루 기록해두고 싶어서. 형도 써봐, 재밌어 이거.
예청명:그래? 나도 볼래. (어깨 너머로 고개를 기울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합니다.)
박성태:형 그건.. 악취미지. 초등학생들도 이런건 보여주기 싫어해. 새벽 감성으로 쓴거라.. 여튼 안돼.
예청명:다 죽어가는 세상에 감성은 무슨. (당신의 말에 코웃음 치면서도 이만 시선을 거둡니다.) 낮 새서 그거 썼어?
박성태:..응. (피곤한듯 얼굴쓸다가 슬 웃어주고는) 새벽엔 별일 없었어. ..주방에도 가봤는데 지독하더라고.
예청명:안 보는 게 좋겠던데. 어제 나야 정신이 없어서 판도라의 상자도 열고 했다지만. (낮게 웃으며 짐을 정리합니다.) 봤어?
박성태:음.. 자세히 안보고싶어서. (웅얼거리다 가방 매고는) 가자, 형. 오늘은 더 갈 수 있겠다.
ㅤ:여기서 더 쉬었다 갈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박성태는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청명:들렀다 가자. (손으로 마트를 가리키며 성태에게 조용히 소곤거립니다.)
[마트]
ㅤ: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ㅤ: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
ㅤ: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예청명:(선반 1부터 살핍니다.)
[선반1]
ㅤ:장난감 코너 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
ㅤ: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예청명:이건 좀... (노래하는 인형은 꺼림칙한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들어 조심조심 살펴봅니다...)
ㅤ:인형의 등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퍼집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예청명:(어우... 끕니다...)
ㅤ:당신은 황급히 인형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껐습니다.
주변에 좀비가 없는 것이 다행이에요.
그런데 박성태는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주머니에 넣습니다.
박성태:..우리가 캘버리로 가면, 애기한테 주고싶어서.
예청명:새삼 그런, (뒷말은 마저 잇지 않고 선반 2로 넘어갑니다.)
[선반2]
ㅤ: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예청명:
행운
기준치:44/22/8
굴림:25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네요!
예청명:나중에 너 먹어. (가방에 챙겨넣곤 창고로 눈을 돌립니다. 다시 성태 바라보곤,) 건진 게 없네. 더 살펴봐야겠지?
박성태:응, 형. 저기로 가? (창고로 눈짓하더니 앞장 서 갑니다.)
[창고]
박성태:[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ㅤ: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듣기 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ㅤ: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 입니다.
소리는, 마트 안의 창고에서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짧은 눈빛교환을 주고받은 후
ㅤ:당신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86
판정결과:실패
피해:6
ㅤ:다행입니다!
하마타면 큰일이 일어날뻔했지만
당신은 운이 좋았어요.
좀비가 미끄러지며 청명의 배트에 머리를 맞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ㅤ:(SAN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예청명:(상자 1부터 살펴봅니다.)
[상자1]
ㅤ: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당신과 박성태의 몸에 맞는 옷들도 있었습니다.
몇달 째 입고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SAN +1)
예청명:(멀쩡한 옷을 건져 몇 벌 개곤 성태에게 넘겨줍니다.) 좀 이따 갈아입으면 되겠다. (상자 2로 자연스레 시선을 돌립니다!)
[상자2]
ㅤ: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면 족히 몇주를 먹을수 있을 거에요.
창고를 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청명:(곧장 하나 까서 입에 물고 성태 입에도 냅다 물려줍니다... 우물거리며 다음 상자도 까 봐요.)
박성태:(옴뇸뇸..)
[상자3]
ㅤ: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ㅤ:와인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예청명:(잠시 고민했다가 몇 병을 챙겨 남은 짐칸에 밀어넣습니다.) 단백질 바만 먹으면 목 막히잖아. (이런 세상엔 이런 유머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ㅤ:창고를 둘러보던 당신은 문득 당신 곁에 박성태가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예청명:? (두둑해진 짐을 챙겨들고 일어섰다가 멀뚱히 주변을 돌아봅니다. 소리내서 부르긴 불안하고, 그냥 열심히 둘러봐요.)
ㅤ: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박성태가 죽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박성태:이거봐, 형. 총을 발견했어.
ㅤ:그러고보니 이 좀비는 살아생전 마트의 보안요원이었나 봅니다.
박성태는 좀비의 뒷주머니에서 꺼낸 권총을 들고 있습니다.
총을 살펴보던 박성태는 자신의 외투안쪽에 총을 집어넣습니다.
박성태:소리때문에 쓰기 쉽지 않겠지만.. 있으면 나쁠건 없겠지.
예청명:그런 편이지. 한 5초 정도는 더 살 수 있겠네. (그런 성태를 바라보며 블랙 코미디성 농담이나 내뱉은 다음 빙긋 웃어줍니다.) 나갈까.
ㅤ: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나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박성태가 말을 꺼냅니다.
박성태:형. 조금은 힘들지만 낮에도 이동하는 거 어떨까?
이 이후에도 계속 도로라서 좀비들이 많이 없을거야.
있더라도 조심하면 되고.
예청명:나야 괜찮긴 한데, (미심쩍은 시선으로 성태를 한 번 바라봅니다.) 너 한숨도 안 잤잖아. 늦어지더라도 좀 쉬고 가.
박성태: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게 좋잖아. ...나는 괜찮아.
ㅤ: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ㅤ:그렇게 말하는 박성태의 표정은 어딘가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 조급해 보입니다.
예청명: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85
판정결과:실패
ㅤ:당신은 박성태와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예청명:...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잠깐이라도 멈췄다 가든가 해. 그렇게 무작정 걷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야. (결국 성태를 잡아세우곤 다그칩니다.)
박성태:..., ... 방금 뭐라고 한거야 형? 못들었어.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곧 쉴만한 곳이 나올거야.
예청명:거 봐, 내가 뭔 말 하는지도 잘 못 듣네. 내가 힘든 거 아니고, 지금 네가 힘들어 보인다고. (간만에 짜증 섞인 투로 중얼거립니다.) 잠깐 앉아서 물이라도 마시든 해. 어차피 오래는 못 쉬니까.
박성태:아니..형. 가야해. 캘버리로 하루 빨리가서.. 편하게 쉬고싶어. 가자 형, 고집부리는거 아냐 나.
ㅤ:당신이 무슨말을 해도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마치 박성태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이 보여요.
결국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돕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ㅤ: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비로소 박성태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박성태:..형, 힘들면 저기서 좀 쉬어갈까?
ㅤ:박성태의 손가락을 따라 가면, 저 멀리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예청명:너 대체 왜 그래? (못미더운 걸음을 옮기다가도 불쑥 묻습니다.)
박성태:내가 뭘...? (멍하게 시선만 돌려 청명을 응시합니다.)
예청명:그냥. 뭐라 콕 집어 말하긴 힘든데, 그냥 이상해. 어디 아파? (불만스레 성태의 등을 떠밀듯 주유소로 향합니다.)
박성태:그냥.. 피곤해서 그래. 잠을 못자면 좀.. 사람이 멍해지잖아. 걱정하지마 형. (등 떠밀려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6월 10일 11am
[주유소]
ㅤ:이 곳은 관리인 한두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박성태는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인으로 사용할수 있는 [주유기] 몇대, 그 옆에는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예청명:(성태를 흘겨보곤 이만 자판기로 시선을 돌립니다.)
[자판기]
ㅤ: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3
판정결과:실패
ㅤ:당신은 자판기의 부품들과 쓰레기들 더미에서 생수 한 병을 발견했습니다.
깊숙히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봐요.
[사무실]
ㅤ:사무실의 문을 돌려 보았지만 굳게 잠겨 있습니다.
하나뿐인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요?
예청명:(안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볼 수 있나요?)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ㅤ:안은 고요합니다. 오늘은 이 곳에 자는게 좋겠어요.
예청명:(힘을 줘서 문을 열 수 없나요?)
(실망... 주유기쪽을 살펴봅시다.)
[주유기]
ㅤ:평범한 주유기 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ㅤ: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ㅤ:당신이 시체인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예청명:(그 사람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주변을 둘러봅니다. 굳이 성태에게 알릴 필요는 없겠죠. 크게 배트를 휘두릅니다.)
ㅤ:당신이 그를 향해 배트를 휘두르려던 찰나,
콰직,
ㅤ:하고… 박성태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박성태는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ㅤ: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박성태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박성태:...어, 죽어, 죽어….!!
ㅤ:쇠파이프를 내리치는 박성태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이미 죽었을게 분명하건만 몇번이고 쇠파이프를 내리치는것을 반복하던 박성태는,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박성태:...괜찮아, 형?
ㅤ:당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살기를 띄었던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박성태의 모습과는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입니다. (SAN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rolling 1d3
(
3
)
=
3
... (얼떨떨하게 성태와 곳곳에 튄 핏자국을 봅니다. 그렇게까지 할 건 없었는데, 하는 말이 나오려다 말고 들어갑니다.) 좀 자라.
ㅤ: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쥬드:….와, 장난 아닌데?
ㅤ: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쥬드:저기, 우선 들어 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예청명:(여전히 성태를 떨떠름하게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쥬드를 따라갑니다.)
ㅤ:당신과 박성태는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당신과 박성태가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생존자 인지 모르겠네. 쥬드 라고 합니다.
예청명:안녕하세요, 예청명입니다. 이쪽은 박성태고요. (성태의 몫까지 소개한 후,) 문을 잠그고 있었어요?
쥬드:당연히 좀비인줄 알고. 요즘 같은 세상에 당신들이 감염자인지 어떻게 압니까? 마침 여길 발견하고 해가 질때까지 쉬어가려던 참이었어요.
당신들은.. 왜 해가떴을 때 움직이는거죠? 죽고싶은지 참..
예청명:마음이 좀 들떠서요. (밍기적 얼버무리곤 피로에 짓무른 눈을 만지작거립니다.) 그쪽도 캘버리로 가고 있죠?
쥬드:그럼요. ..그럼 같이 동행합시다. 목적지도 같으니까요. 같이 가던 동료들이 있었는데 전부 감염자가 되어 죽어버려서.. 생존자들을 만나는건 삼개월만이라. 반가워서요.
예청명:그럼 동료가 된 기념으로, (가방을 뒤적여 저번에 가져왔던 식량 몇 개를 건넵니다.) ... 둘이서 이만 쉬세요. 오늘 보초는 어차피 내가 설 작정이었으니까.
ㅤ:박성태가 아닌 사람과 대화를 한게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말을 많이 해서인지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시간에도 걸었으니 여기서 식사를 한 후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예청명:(성태와 제 몫의 식량도 꺼내놓고 입에 뭅니다. 간만에 낮에 걸어서인지 피로합니다. 성태를 한 번 곁눈질로 살피곤 기지개를 켜요.)
박성태:(말없이 멍하니 창문만 쳐다보고있습니다.)
쥬드:잠깐. 거기 가방에.. 와인인가요? 오, 세상에! 얼마만의 술인지!
예청명:아, 잊고 있었네. (품에 있던 칼로 코르크를 손쉽게 뽑고 쥬드에게 건넵니다.) 마셔요. 마트에서 가져온 건데 나는 그닥 마실 틈이 없어서.
쥬드:그럼 같이 마십시다. 자, 그 멍때리는 청년도 같이.
ㅤ:세 사람은 사무실에서 찾은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 가볍게 잔을 부딪히며 건배합니다.
쥬드:인류의 미래를 위해 건배.
ㅤ:세 사람은 음식과 와인을 나눠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랜만에 마시는 술에, 금세 술기운이 오릅니다.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알코올로 흐릿해진 시야에서, 여전히 등을 돌리고
어제처럼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는 박성태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당신은 박성태에게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했지만
ㅤ:술기운에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세 잠에 듭니다.
깜빡,
ㅤ: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박성태입니다.
밤새 그 ‘일기’라는 걸 쓴 모양입니다.
박성태:형. ….나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캘버리로 가야해, 하루라도 빨리…
ㅤ:말을 마친 박성태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박성태:이만 출발하자.
예청명:(곁에 나란히 누워 있던 쥬드를 툭툭 쳐서 깨우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가야죠. 밤이에요.
쥬드:...아. (숙취에 머리가 아픈듯 인상을 찌푸리다 일어납니다. ) 갑시다.. 그럼.
ㅤ:밤은 찾아오고, 당신과 박성태, 쥬드는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걷는 박성태를 돌아보니,
박성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박성태를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쥬드:저 친구 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데요?
ㅤ:행여 박성태가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합니다.
예청명:원래는... 안 그래요. (성태를 변호하듯 고개를 찡그렸다가 시선을 돌립니다.) 요즘 잠을 못 자서 그럴 겁니다.
쥬드:내가 이래뵈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은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 ….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거 같은걸 보니...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중 하나인거 같거든요.
예청명:의아하네. 후자일 리는 없는데. (쥬드의 계속되는 말에 피로를 느끼는 듯 눈을 굴립니다. 그러나 성태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마찬가지로 하고 있었죠.) 그럼 더 잘 들어봐요.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로는 정확히 뭐라고 해요?
쥬드:...뭐. 그런것까진 자세하게 알고싶진 않아서 주의깊게 안들었는데.
ㅤ:당신은 도저히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박성태가 저런 언어들을 할줄 알던 사람이던가요?
갑자기 일기를 쓴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새의 박성태는, 마치 당신이 알던 박성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에서 박성태 마저도 미쳐가는 걸까요.
…..
ㅤ:어느새 박성태는 당신들보다 몇 발짝 뒤쳐졌습니다.
당신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쥬드는 말합니다.
쥬드:뭐, 너무 걱정 말아요.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게 더 신기한거죠. 나도 당신도 어디 한구석은 미쳐 있을걸.
ㅤ:그러면서 그는 당신에게 자신이 여행했던 나라들의 이야기, 자신이 지금까지 생존한 이야기 등…. 한참동안 당신에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쥬드:너무 내 이야기만 한 거 같네.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보지 그래요?
예청명:나한테는 당신이 듣기에 흥미로울 만한 이야깃감이 없는데. (대단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나? 인상깊은 순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직업적으로도 그닥 떳떳했던 적이 없고. 그나마 나은 순간이라면 성태와 함께했던 순간뿐일 텐데,) ... 그나마 괜찮아지려던 때에 이런 일을 맞닥뜨려서요.
쥬드:그나마 괜찮아지려던 때? 저 친구와 뭐.. 연인 사이인가봐요? ...내가 아까 실수를 했네. 연인한테 정신 나갔다고하면 때릴법도 한데.
예청명:나간 건 사실인 것 같아서. 이런 상황일수록 냉정해져야 하니까. (픽 웃으며 잠깐 시선을 돌렸다가 쥬드를 바라봅니다.) 나름 결혼도 했는데, 글쎄. 일평생 가족운이란 게 없어서요.
쥬드:...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저 친구도 뭔가 계획이 있겠죠. 저희 목표는 같지 않습니까? 캘버리까지 의지해서 가보자고요.
ㅤ:새벽이 가까워져 오고, 당신과 쥬드가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갑자기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박성태가 땅에 쓰러져 있어요.
예청명:(황급히 다가서서 성태를 살핍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ㅤ:가까이 다가가 박성태를 살펴보니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힘겹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그’일기’라는 걸 쓰느라 고생하더니, 결국 건강을 망치게 된 걸까요.
쥬드:이 친구를 어디에 좀 눕혀야 할것 같은데.. 건물을 찾아보죠.
ㅤ:당신과 쥬드는 기절한 박성태를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 동이 트려 할때 쯤,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것 같아요.
6월 11일 5am
[초등학교]
ㅤ:가까이 가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나봅니다.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아, 그중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박성태를 눕혔습니다.
쥬드:일단 해가 뜨니까 우리도 좀 쉬죠.
ㅤ:당신은 박성태의 곁에 누웠습니다.
박성태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박성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 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박성태는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박성태는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잠에 들었습니다.
ㅤ:……..
박성태:형… 청명이 형….
ㅤ: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박성태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박성태가 보입니다.
박성태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 진 모양입니다.
박성태:살려줘, 형, 너무, 너무 아파.….
ㅤ:박성태의 몸은 불덩이 같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어요.
예청명:(차가운 손으로 성태의 이마를 몇 번 쓸어주며 묻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약을, 찾을 만한 데가... (곧바로 생각에 잠기는 듯도 하고.)
ㅤ:어디가 아픈지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박성태의 신음 소리를 듣고 쥬드 역시 깨어나 박성태를 살펴보고 말합니다.
쥬드: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심각한데요..
ㅤ:아이디어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그러고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죠. 양호실을 찾아가면 약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예청명:좀 살펴보고 있어요. 약 찾아보고 올게요. (몸을 일으킵니다.)
ㅤ:
rolling 2d6+1
(
6
+
3
)
+1
=
10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10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예청명:
민첩
기준치:80/40/16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달려드는 좀비에게 일단 반사적으로 휘두르고 봅니다...)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77
판정결과:실패
피해:8
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6
좀비: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56
판정결과:실패
피해:6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70
판정결과:실패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좀비가 쥬드를 공격합니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28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3
쥬드:와악씨 뭐야!
회피
기준치:40/20/8
굴림:76
판정결과:실패
ㅤ:쥬드 차례입니다.
쥬드: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6
ㅤ:좀비 한마리가 쥬드의 공격을 맞고 땅을 기어다닙니다.
청명의 차례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4
ㅤ:좀비 두마리가 반격하지도 못하고 쓰러집니다.
좀비의 차례입니다.
좀비: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피해:4
ㅤ:공격을 하려 손을 휘두르다 미끄러져 머리를 박더니 움찔거리다 움직임이 멎습니다.
남은 좀비는 7마리입니다.
쥬드의 차례입니다.
쥬드: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1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4
ㅤ:청명의 차례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79
판정결과:실패
피해:6
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16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4
다음 좀비의 차례입니다.
좀비: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2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3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
ㅤ:다음 쥬드의 차례입니다.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5
남은 좀비는 6마리입니다.
청명의 차례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98
판정결과:실패
피해:7
ㅤ:
회피
기준치:30/15/6
굴림:87
판정결과:실패
다음 좀비의 차례입니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99
판정결과:대실패
피해:4
남은 좀비는 5마리입니다.
쥬드의 차례입니다.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4
ㅤ:청명의 차례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56
판정결과:실패
피해:5
ㅤ:
회피
기준치:30/15/6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좀비의 차례입니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39
판정결과:실패
피해:3
쥬드: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3
남은 좀비는 4마리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5
ㅤ:
회피
기준치:30/15/6
굴림:91
판정결과:실패
좀비의 차례입니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36
판정결과:실패
피해:5
쥬드: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피해:4
ㅤ:쥬드의 차례입니다.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4
남은 좀비는 3마리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65
판정결과:실패
피해:9
ㅤ:
회피
기준치:30/15/6
굴림:1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좀비가 비보잉을 했나봅니다. 유연하게 피하기 시작합니다.
좀비의 차례입니다.
비무장
기준치:30/15/6
굴림:17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6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95
판정결과:실패
피해:3
쥬드의 차례입니다.
ㅤ:
빠따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2
남은 좀비는 2마리입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9
전투를 종료합니다
ㅤ:좀비들이 마침내 쓰러지고, 좁은 양호실 안은 짙은 혈향으로 가득합니다.
땀방울과 좀비에게서 튄 피가 한데 섞여 이마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SAN 0/1)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좀비들이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양호실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3/26/10
굴림:67
판정결과:실패
ㅤ: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치고, 일렬로 늘어진 교실을 지나면
[캐비넛]과 [사물함], [학교약도]가 보입니다.
예청명:(약도부터 살핍니다.)
ㅤ: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그을림 사이로 희미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예청명:(시간이 급하니 일단 양호실부터 먼저 가기로 합니다. 쥬드를 데리고 함께 가요.)
[양호실]
ㅤ:당신과 쥬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크지 않은 양호실엔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 가 보입니다.
예청명:(약을 찾을 만한 큰 서랍부터 살펴봅니다.)
[서랍]
ㅤ: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예청명:(일단 보이는 약을 모두 챙겨 넣습니다. 주머니가 모자라면 쥬드 주머니에도 쑤셔 넣어요. 다음으로는 상자를 살펴볼게요.)
쥬드:(뭐지? 일단 넣어요)
[상자]
ㅤ:책상 밑의 큼직한 상자를 열자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전부 챙겨가긴 어렵겠지만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예청명:(쥬드의 주머니에 붕대와 소독약 따위를 실컷 우겨넣습니다. 빵빵해진 주머니.) 좀만 기다려 봐요, 좀 이따 빼줄 테니까. (환자용 침대를 살펴봅시다!)
쥬드:더이상 들어가지도 않아요. ... 날 가방으로 쓰지말아줄래요?
[환자용 침대]
ㅤ:좀비 사태 이후 환자들을 뉘였는지 꽤나 오래되고 정돈되지 못합니다.
박성태를 여기에다 눕힐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이불이라도 가져가서 깔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청명:(이불을 구깃구깃 접어서 팔에 챙겨듭니다. 짐이 무겁긴 하지만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싱크대를 마지막으로 양호실을 나갈 준비를 합니다.)
[싱크대]
ㅤ:양호실은 위생이 중요한 곳이니 손을 씻기위한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보니 물이나옵니다.
쥬드는 좀비와 싸우며 더러워진 얼굴과 손을 씻고 있어요.
쥬드는 싱크대 아래에 놓인 양동이에 물을 담았습니다.
약에 물까지, 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때와 다르게 양호실에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 입니다.
ㅤ:이 때…
행운 판정
예청명:
행운
기준치:44/22/8
굴림:82
판정결과:실패
ㅤ:너무 많은 걸 한번에 가져가려고 했던 탓일까요.
쥬드의 품에서 약, 수건, 붕대 등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복도 끝의 좀비 두 마리가 당신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85
판정결과:실패
피해:7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7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71
판정결과:실패
피해:9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64
판정결과:실패
피해:4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83
판정결과:실패
피해:9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92
판정결과:실패
피해:6
예청명: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64
판정결과:실패
피해:4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78
판정결과:실패
피해:5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97
판정결과:실패
피해:6
배트
기준치:55/27/11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6
(제발) 전투를 종료합니다
ㅤ:쥬드가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당신과 쥬드는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박성태를 품에 안고 일으켜 챙겨온 약을 먹이고,
담아온 물을 이용해 물수건을 만들어 박성태의 이마에 올려주었습니다.
예청명:(쥬드의 상처 치료 도전!)
응급처치
기준치:30/15/6
굴림:55
판정결과:실패
(너무 세게 감았다.)
쥬드:아! 그만하세요! 붕대는 감아본적 있는거죠?
응급처치
기준치:50/25/10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예청명:그럼 본인이 감든가요.
감네.
쥬드:...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ㅤ:그는 당신이 박성태를 정성스레 간호하는 것을 바라보다 나지막히 말합니다.
쥬드:당신은 박성태를 어디까지 믿습니까?
ㅤ:당신이 의아한 표정으로 쥬드를 돌아보자 쥬드는 머리를 몇번 긁적이고 말합니다.
쥬드:당신들이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아주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 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예청명:계속 함께 있었는데 무슨 일이 생겼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은 건 아니었죠. 지금은 성태를 보호하는 게 우선입니다.) 원한다면 지금 혼자 떠나면 됩니다.
쥬드:...원하는게 아니라. 생각해봐요. 누굴 더 믿을 수 있습니까? 물론.. 당신 애인이 믿음직스럽겠지만, 내 말 들어서 손해볼건 없잖아요.
ㅤ:그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누운 후 눈을 감습니다.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박성태와 서로를 의지하여 역경을 헤쳐나가죠.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ㅤ: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박성태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박성태가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습니다.
피곤한게 당연하죠.
당신은 아까처럼 박성태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ㅤ:지금 잠에 든 박성태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런 생각을 하며 박성태를 바라보다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박성태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ㅤ:듣기 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2
판정결과:실패
ㅤ: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ㅤ: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예청명:(다급히 무기를 챙겨들고 바깥으로 나섭니다. 이런 소리가 나면 분명...)
ㅤ: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박성태와,
...
얼굴에 총에 맞아 눈도 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박성태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박성태:혀, 형.... 이건, 이건… ..내가 다 설명할게. 그게…
ㅤ: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박성태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ㅤ: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ㅤ:그런데 돌연 박성태가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넛으로 달려가,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박성태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박성태의 얼굴이 보입니다.



박성태:미안해, 형.
ㅤ:그렇게 말한 박성태가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곰인형.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박성태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 작은별…
ㅤ: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 부터 박성태는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박성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ㅤ: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박성태가 서있습니다.
박성태:예청명.
ㅤ: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박성태를 바라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ㅤ: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박성태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박성태는, 감염자입니다. (SAN 1d3)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2/26/10
굴림:97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3
(
1
)
=
1
ㅤ: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박성태는,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박성태는,
몇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박성태:최대한 마지막까진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네.
.....나를 죽일거야, 형?
예청명:... 총 줘 봐. (애써 침착하게 숨을 몰아쉬곤 손을 내밉니다.)
박성태:...형, 제발. ..제발. 난 형을 살리고싶어서 그랬어. ..제발, 조금만. ..응?
버틸 수 있어 형. 내가.. 캘버리까지만. 그까지만이라도. .
예청명:내가 캘버리에 가면 뭐가 변하는데? (제법 싸늘한 시선입니다. 눈가가 뻑뻑합니다.) 그래, 몇 달은 더 살겠지?
박성태:..아니야. 형. 일단 가자. 응? 가면서 설명해줄게. 시간이 없어 제발.
예청명:일단 총부터 나한테 주고 말해. 그 뒤로는 가까이 붙지 마. 그러기만 하면 돼, 그럼 널 따라가줄게. (완강하게 손을 내밉니다. 성태에게서 무기가 될 만한 건 다 뺏어들 심산일까요?)
박성태:...꺼내지도 않을게. 아무짓도 안할게. 그러니까 의심하지말아줘... 내가 누굴 쏘겠어 형? ...그건, 방금건.. 쟤가.. (울먹이다 쿨럭거리고는 네 어깨를 잡습니다) 형 날 믿어줘. 형한테서 떨어져 걸을게. 좀비로 변한다면, 날 쏴도 좋아.
예청명:(널 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잖아,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려다 이만 짜증스레 입을 다뭅니다. 하여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인생이었죠. 이건 또 어떤 이의 농간인지, 분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돕니다. 이를 악물고 손으로 눈을 덮었다가 성태를 일부러 거칠게 밀칩니다.) 그런 말 꺼내지 말고 앞서기나 해.
ㅤ:박성태는 말없이 죽은 쥬드의 짐을 뒤져 식량과 약 등을 챙깁니다.
이젠 시체의 짐을 뒤지는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게 설령 자신이 죽여버린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인간성을 잃어가는 박성태가 낮설게만 느껴지는건 비단 그가 감염자라서,
라는 이유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6월 12일 6am
ㅤ: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박성태는 마침내 입을 엽니다.
박성태: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쥬드가 내 가방을 뒤지고 있었어.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우리의 식량을 훔쳐 도망가려고 한거야.
내가 그를 저지하려고 하자 그가, 내가 감염자라는걸 형한테 말 한다고 협박했어.
그래서 죽일 수 밖에 없었어. 형...
ㅤ:그렇게 말하고 박성태는 품 안에서 요 몇일간 붙들고 있던 노트를 꺼내 보여줍니다.
박성태:이걸 완성하기 전 까진 나는 형한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
..걱정마,
곧 완성되니까.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 줄수 있어?
예청명:완성이 되긴 하는 거야, 아니면, (묵묵히 함께 걷다가 말끝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물음을 던집니다.) 있잖아. 나는 희망이란 말이 제일 싫거든.
박성태:...응.
있잖아 형,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이야. 형. 그래서 형이 싫어하는 희망이란 말에 도박해 볼 생각이야. 우리의 행복을 위해.
예청명:나는 희망이란 게 늘 그 따위라서 싫어. 될 듯하면서 망가지고, 나아질 듯 더 어두워지는 것. 가장 화가 나는 건 그렇게 망가진 내 희망이 너라는 점이야. 그래서, 너라서 놓을 수가 없어. 차라리 다 놓아버리면 좋을 텐데.
박성태:..형. 기다려줘.날 믿고 한번만 더, 기다려줘.
ㅤ:박성태는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당신은 문득 쥬드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당신은 아직도 박성태를 믿을 수 있나요?
ㅤ:각자 다른 생각과 불안감을 품고, 당신과 박성태는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 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 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박성태:이제 곧 캘버리가 나와.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고 이동하자.
[교회]
ㅤ: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박성태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박성태:미안, 형. 나는 이걸 완성해야 할것 같아. 괜찮다면 안쪽을 돌아봐줄래?
ㅤ:당신은 박성태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예청명:(피아노부터 살핍니다.)
[피아노]
ㅤ: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게,
마치 이 교회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ㅤ: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ㅤ: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달 후 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예청명:(그 이후엔 단상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단상]
ㅤ: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편 38장 22절”
ㅤ: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예청명:(신을 믿어본 적은 없지만 그 심리는 알 만합니다. 이만 성경에서 눈을 떼고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저런 걸 믿었으면 그나마 나았을까요?)
[십자가]
ㅤ: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 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예청명:(열쇠를 집어들고 한참 살피다가 곁의 계단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갈 만한 곳이 있을까요?)
[계단]
ㅤ: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예청명:(계단을 따라 올라가 기도실에 맞는 열쇠를 찾아봅니다. 열리나요?)
[기도실]
ㅤ:계단을 올라가자 문 하나가 있고, 그 문엔 기도실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ㅤ: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SAN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1/25/10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ㅤ: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ㅤ: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묵주]를 발견합니다.
시체의 것을 가져가도 괜찮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예청명:(종교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시시한 생각을 하며 묵주를 빼듭니다. 손에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어색한 감각을 뒤로 한 채 기도실을 나섭니다.)
ㅤ:당신은 박성태에게 돌아왔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미친듯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박성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박성태의 환한 미소입니다.
박성태:완성했어, 형!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어.
ㅤ:한참을 당신을 끌어안고 말이 없던 박성태는 당신에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박성태:형이랑 폐허가 된 연구실을 지나갔을 때 .. 거기서 문서를 읽으니까.. 어떤 아름다운 남자가 거래를 하자고했어.
거래 내용은.., 내가 감염된다면 이 바이러스 치료제 만드는 법을 알려준대.
처음에.. 거절했는데, 결국 받아들였거든.
원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시간 후에 좀비로 변하는데.. 100시간으로 늘려줘서,
노트에 계속 적던게 그 남자가 불러주는 치료제의 공식이야 형.
..그걸 아무한테 발설하지 않아야했었어.
ㅤ:모든 사실을 알게된 당신은 떨리는 눈동자로 박성태를 바라봅니다. (SAN 1d3)
예청명:
SAN Roll
기준치:51/25/10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이미 각오했던 일이라서 일까요,
당신을 바라보는 박성태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말을 마친 박성태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박성태:계약을 하고 100시간의 카운트다운을 맞춰 뒀어. ….이제 16시간이 남았네.
캘버리까지는 하룻밤만 걸어 가면 될거야.
최대한 빨리 가고싶지만 내가 조금만 쉬어야 할거 같아서…
해가 지면 출발하자. 형..
ㅤ:박성태가 당신에게 힘들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힘들 만도 하지요,
바이러스에 감염된채로 그 ‘치료제’를 적어내리느라 박성태는 몇날 몇일을 밤을 샜으니까요.
말을 마친 박성태는 예배당 중앙에 옷가지 몇개를 펴고 그 위에쓰러지듯 눕습니다.
바닥에 누운 박성태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말합니다.
형….. 잘 자라고 말 해줄래?
예청명:(고작 세상이며 나 하나 구하자고 내 전부를 이렇게 내던지는구나. 가만히 당신을 내려다보다 이내 평온한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잘 자.
ㅤ: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박성태는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박성태를 가로지르네요.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서 일까요.
때묻은 노트를 껴안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박성태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고,
ㅤ:성스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박성태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인류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예청명, 당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고 캘버리로 향하는 박성태.
ㅤ:그런 박성태의 모습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생각나지 않나요?
당신과 박성태가 함께 할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땐 박성태가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든 박성태의 옆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
ㅤ:……..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박성태입니다.
박성태:잘 잤어, 형?
ㅤ: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박성태: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곧 출발하자.
ㅤ: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박성태의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것은 노을 탓이겠죠.
당신과 박성태는,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박성태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박성태:형, 저길 봐. 도착했어.
6월 13일 6am
ㅤ: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박성태:….한시간 정도 남았네. 아슬아슬하지만 시간에 맞게 도착해서 다행이다.
...형만 괜찮다면 남은 시간동안, 형이랑 아침해 뜨는 걸 보고 싶어.
예청명:그렇게 해. (대답하고 이만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버립니다. 그냥 해가 영영 뜨지 않아서 온 세상이 얼어붙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박성태:..형, 그간 말은 못했지만.. 내가 고집부려서 온 신혼 여행을.. 이렇게 망쳐서 미안해. 돌아가면, 형 닮은 아이도 만나고 싶었는데.
아이 주려고 곰돌이도, 챙겼어. 좋아할까? ...더럽다고 버리면 어쩌지. 형은 가지고 있어줄거지? (제 품속에 작은, 그 곰인형을 꺼냅니다.)
예청명:날 닮았으면 이런 거 안 좋아해. 나도 싫어하고. (낚아채듯 곰인형을 받아들고 손으로 만지작거립니다.) ... 아무 것도 제대로 돌아올 리가 없어. 넌 최악의 선택을 한 거야.
박성태:아니 형, 난 형을 위해. 우리 아이를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한거야. 형이.. 내 남편이라서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면 이기적이야? 그냥 미워? 걱정마 형. 내가 누구야. 박성태잖아. 나 그렇게 쉽게 안 사라져.
...역시 그렇겠지? 곰인형 그것도.. 안좋아할거고. 응. ....형, 아이 이름은 뭘로 할거야? 내가 있잖아, 그 아이를 찾으면.. 불러주고싶어. 이름을.
예청명:넌 그 애 이름 평생 몰라. 네가 날, (꾸욱, 인형의 목덜미를 엄지로 할퀴듯 짓누르다,) 그리고 그 애를 버렸으니까. 세상이 그러듯 나도 너를 잊어버릴 거야, 어렴풋한 희망 따위나 잡고 사는 건 지쳤거든. 그러니까 그런 거 묻지 마. 어차피 이젠 다 잊을 거잖아.
박성태:...형, 그렇게 말하면 나 속상해. ...청아. 청아가 좋겠다. 형 이름이 이쁘잖아. 아이한테도, 형한테도. 미안해 형. ..날 잊어도 좋아. 그치만, 그치만. 가끔은... 날 떠올려주면 안돼? 난 형만 기억할거야. 내 마지막 기억은 적어도 형일거야.
.....형. 사랑해. 그냥, 그냥... 지금이 아니면 형이랑 헤어지기라도 할까봐. ...무서워.
손잡아주라, 형. 형이 알던 내 체온은 아니겠지만, 나는 형의 체온을 느낄 수 있잖아.
예청명:이번이 마지막이야. (성태에게 하는 말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다그치는 말일까. 어느덧 냉정하게 입매를 굳힌 청명이 당신의 손을 감싸쥡니다.) 네 모든 행동은, 그리고 사랑은 실수였어. 사랑한다면 나한테 이러지 말았어야지. 차라리 같이 죽자고 말했어야 했어. (꾹, 손을 쥐었다가 이만 확 풀어버립니다.) 이게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전부야. 원망과 미련 조금.
박성태:...형 고마워. (따뜻하게 데워지다 차게 식은 빈 손을 내려다보며 아랫입술을 꾹 깨문다. 형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형이 아플 일도 없었을텐데. 왜 형을 행복하게 해주려 할 수록, 이런식인지. ) 맞아. 내 잘못이야 형. 내가, 내가 실수한거야.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손에 얼굴을 묻는다. 성태야, 박성태. 이게 마지막이라면, 우리 마지막이라면. 적어도 우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지. 이제는 눈물인지, 피인지도 구별 못 할 액체만 꾹 눌러 닦다 이내 밝게 웃는다.)
ㅤ: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두사람은 손을잡고 동이 트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박성태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박성태:형, 이젠 이별해야 할 때야.
약속해줘,
부디 형만은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예청명:... 약속은 할게. (물끄러미 당신을 쳐다보다 노트를 받아듭니다.) 그런데 너무 믿지는 마.
박성태:..내가 형 아님 누굴 믿어.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형뿐인데.
사랑하니까 믿는거야. 우리 형은 그렇거든.
얼른 가, 형. 그리고 데리러 와.
난 항상 여기서 기다려. 내 마지막 기억은 이 곳에 머물러 있으니까.
예청명:... 정말 기억이 남는다면 그것보다는 더 좋은 말을 해줬을 텐데. (그렇지만 그럴 리가 있을까요? 아직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당신을 외면해요.) 내키면 올게. ... 그게 내가 약속할 수 있는 최선이야.
박성태:...응. 기다릴게. 잘가, 형.

ㅤ:안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등 뒤에서 타앙, 하고 가슴을 찢는 날카로운 총성이 들려옵니다.
ㅤ:당신이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쿵, 하고 문이 닫히고..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박성태는 없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
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박성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ㅤ:그 과정 동안 수십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박성태가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장,한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ㅤ: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장에 적힌 것은...
END 1. 이것은 모두 너를 위한 선택.



예청명 생환, 박성태 로스트
2020.10.25
너를 내게 되돌려줄 100시간
kpc 박성태
pc 예청명
—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이상 늘릴것이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ㅤ:당신은 건조한 표정으로 어제자 재방송인 뉴스 화면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습니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병동 앞 대기실은 tv화면의 뉴스 소리나 간간히 들리는 대화 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습니다.
ㅤ:그러나 좀비 사태 이후 25개월이 지난 후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학자들에 의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자 구원이라 불렀습니다.


ㅤ:물론 치료제의 공식이 적힌 낡은 노트를 작성한 사람이 박성태이고 그것을 가져온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은 아주 소수의 정부 관계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요.
당신은 가방에서 몇 일 전에 당신 앞으로 온 편지를 꺼내 펼칩니다.
몇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워버린 편지는 구겨지다 못해 너덜거립니다.
치료제가 완성된 후인 이듬해 1월, 연합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갖기도 잠시, 사람들은 또 한번의 절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ㅤ: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은 치료제를 조금씩 바꿔나가며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ㅤ: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만들어져야 하는 치료제의 양에 비해 공장과 자원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무작정 감염자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니,
결국 정부는 그들을 수용소에 모은 후 생존자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합정부는 당신의 말에 따라 노트의 작성자인 박성태를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알다시피 정부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ㅤ:멸망 이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는 평화로웠던 시절보다 모든 것이 몇배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당신 역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생존자의 일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부는 수용소의 좀비들 중 박성태를 찾았고,
몇달을 기다려야하는 다른 감염자들과 다르게 박성태에게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치료제의 투여가 결정된 것입니다.
이 곳 아리마테아 병원은 당신이 사는 곳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지대 외곽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
좀비 사태 이후 폐병원이 된 곳을 건물 통째로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위한 시설로 쓰고 있으니 병원보단 수용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ㅤ:편지와 함께 본인확인을 거치고 접수를 마친 당신은 박성태가 있다는 7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감염자들이 입원하고 생활하는 병동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 된 폐쇄병동인지라,
병동 앞 면회실에선 당신을 포함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11월 14일 오후 12시 50분 ]
ㅤ:정오를 넘기고 오후 1시에 가까워질 때, 당신은 비로소 직원이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청명 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ㅤ:짧은 복도를 지나, 당신은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도착합니다.
직원이 카드를 찍자 문이 열리며 병동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앙 스테이션을 주위를 둘러싸는 병실들과 처치실, 면회실, 심지어 협소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 겉보기에 이곳은 평범한 병동입니다
이런 곳에서 박성태가 지내고 있는걸까요.
주변을 잠시 둘러보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직원은 빠른 발걸음으로 당신을 한 진료실로 안내합니다.
진료실은 한쪽 벽 가운데 널찍한 유리창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합니다.
ㅤ:지능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85
판정결과:실패
ㅤ:방안에 이런 구조물이라니 특이하네요. 반대쪽 방은 지금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자 손에 든 차트를 확인한 의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안녕하세요 예청명씨. 저는 72병동 담당의사 레나 리센 입니다.
박성태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미dna나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지만… 잠깐 확인을 하겠습니다.
ㅤ:그렇게 말한 그는 책상 옆에있는 리모콘의 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얼마 후,
쾅!!!!!
ㅤ: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박성태가 서 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박성태는 당신이 기억하던 박성태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창문 너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과 맟닿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뭉개집니다.
환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박성태.
당신을 알아본걸까요, 아니면 그저 빛에 반응한걸까요.
흑빛 눈동자의 동공은 희게 번뜩입니다.
레나:......박성태가 맞습니까?
예청명:... 네. (창에서 시선을 못 떼고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ㅤ: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차트에 무언가를 적고, 다시금 버튼을 누릅니다.
불이 꺼지자 좀비, 아니, 박성태가 어둠속으로 삼켜지고, 새카만 유리창엔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레나:보시다시피 지금 상태에선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면회가 허용되는 건 3단계 부터 입니다. 이미 편지에 동봉된 안내자료를 보셨겠지만... 다시한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료제는 어제 오후 1시에 투여된 상태입니다. 박성태는 현재 2단계의 상태이고요.
치료제를 처음 투여받은 환자, 그러니까 좀비는 100시간동안 1단계부터 4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인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00시간 후 5단계가 되어 완치판정을 받을 경우 퇴원이 가능합니다.
첫 치료 시 완치율은 대략 30%정도이고,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곳 병원에 격리된 채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레나:완치된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비일때는 의식도 기억도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치료제가 투여되며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죠.
현재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후 좀비가 될 때 파이로젠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한 결과로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 부작용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아직 모르지만 3,4단계의 환자들이 이따끔 액팅 아웃, 그러니까...
발작을 하며 공격성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안정제를 투여한 후 독방에 얼마동안 격리하는데 그러면 수 시간 후에 괜찮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나:....제가 드릴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질문이 있으십니까?
최대한 대답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대기 인원이 많아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청명:... 보통 기억이 사라지면 어디까지 사라집니까?
레나: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긴하지만, 보통은 마지막의 순간을 더 잘 기억하더군요. 이유는 아직 저희도 잘..
예청명: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긴 숨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진료실을 나와요.)
ㅤ:그 때 짧은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아까 그 직원이 들어와 말합니다.
직원:“선생님, 대기 환자가 많습니다.”
ㄹㄴ:대사
레나: 이만 가보셔야겠군요. 아마 내일도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ㅤ:짧은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가자 직원은 당신을 출구로 안내합니다.
그가 입구 옆에 출입 카드를 찍자 병동의 자동문이 열리고,
당신을 앞서 밖으로 나간 요원이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하는 바로 그 순간,
“거기 비켜!!!!”
ㅤ:-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당신의 뒤에서 달려온 누군가가 당신을 밀치고 문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민첩 판정
예청명:
민첩
기준치:80/40/16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ㅤ:당신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벽을 짚어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보균자가 탈출했다!!”
“72병동 환자 탈출, 지원 바란다!!”
ㅤ:당신을 밀치고 병동을 뛰쳐나간 건 환자복을 입은 ‘보균자’ 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날쌘 걸음으로 복도를 달리는 그를 피해
복도의 대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지원 요청을 듣고 반대쪽 복도에서 나타난 보안요원의 손에 붙잡히고,
곧이어 병동에서 달려온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지에 억제대가 채워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안 되는 찰나에 이루어지고,
ㅤ:짧은 탈출이 끝난 그는 장정들의 손에 들려 병동 안으로 짐짝처럼 운반됩니다.
“나가게 해줘, 나는 인간이야, 갇히기 싫어, 나가게 해줘…”
ㅤ: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무거운 철문 뒤로 사라지고, 복도엔 무거운 적막이 감돕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원은 다음 차례의 보호자를 호명하고,
남은 대기자들은 다시금 순서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마 여기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지 못한다면, 내 소중한 누군가는 평생을 저 안에 갇혀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것을요.
과연 당신의 박성태는 당신 곁으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길의 하늘엔 꼭 당신의 마음처럼 먹구름이 가득 껴 있습니다.
[ 11월 14일 오후 3시 40분 ]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린 탓에 불을 키지 않은 널찍한 거실은 어둑합니다.
ㅤ: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연합정부가 생존자들에게 제공한 안전지대 안의 아파트,
그 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축에 드는 곳입니다.
4인 이상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넓은 아파트에서 당신은 청아와 살고 있는 것이나,
매달 나오는 지원금 같은 것…
멸망 이후의 이 과도기에 당신은 부족한 것이 없게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야 노트를 완성한 것은 박성태지만 노트를 가져온 것은 당신이니까요.
ㅤ:그래봤자, 박성태가 곁에 없다면 이런 모든 것들은 무슨 상관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니 정돈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박성태의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집안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100시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2시간.
ㅤ:희망을 놓지 말아야죠,
그게 설령 30%의 희망일지라도.
언젠가 박성태가 당신 곁으로 돌아올 때, 이런 엉망인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순 없으니까요.
우선 너저분한 거실부터 치워봅시다.
소파 위에 켜켜히 쌓인 겉옷들, 탁자 위의 다 마신 컵들, 구석구석 먼지들도 가득이네요.
손재주 판정
예청명:
손놀림
기준치:50/25/10
굴림:26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옷들을 차곡차곡 개서 걸고, 컵들을 치우고,
먼지까지 닦아내니 너저분하던 거실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졌습니다.
완벽해요!
그 다음은 침실입니다.
매일 잠을 자는 곳이니 그만큼 정돈되지 못하는 공간이죠.
구겨진 이불과 카펫, 책들과 서류들이 널부러진 책상, 구석에 대충 던져놓은 양말 등…
ㅤ:그동안 왜 치울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네요.
손재주 판정
예청명:
손놀림
기준치:50/25/10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ㅤ:이불과 카펫을 반듯하게 펴고, 책과 서류들을 정돈해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구석구석 벗어놓은 양말들은 빨래바구니로 던져넣습니다.
호텔 침실이라해도 믿겠네요.
마지막으로 주방입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 냉장고와
밀린 설거지거리, 꽉 찬 쓰레기통, 당장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요.
ㅤ:손재주 판정
예청명:
손놀림
기준치:50/25/1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ㅤ:마음이 급한 탓인지 조금은 대충 닦인 그릇들과 덜 닦인 식탁,
분류하는걸 까먹고 한번에 돌려버린 세탁기…
뭐, 괜찮겠죠.
청소를 끝내고 마무리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거실의 창문을 엽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깨끗해진 집을 돌아보자 뿌듯하고
또…
ㅤ:힘이 쭉 빠지며 배가 고파옵니다.
아까 냉장고를 정리하기도 했고, 마침 저녁 시간이네요.
청아와 함께 장을 보러 갈까요?
예청명:청아야, (눈을 꾹꾹 누르다가 목소리를 내어 방에 있는 청아를 부릅니다.) 아빠랑 장 보러 가자. 다 버리고 나니까 있는 게 없어.
청아:아빠! (곰돌이를 꼭 손에 쥐고는 뛰어오더니 청명의 다리에 꼭 붙습니다.) 그러게~ 내가 미리미리 치우랬잖아!
예청명:미안. (청아를 안아들고 뺨에 얼굴을 부비며 웅얼거립니다.) 일이 많아서 잊고 있었어. 청아가 아빠보다도 더 어른이네.
청아:아빠는 늘 바쁘니까. 오늘은 어디갔다왔어? 혼자 테디랑 놀고있었는데, 테디도 아빠가 어디갔는지 모르겠대. (목에 머리를 부벼주다가 뺨에 쪽 해줍니다) 테디랑 같이 가자 아빠!
예청명:병원. 볼 사람이 있었거든. 청아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 (그저 웃어보였다가 청아의 앞머리를 쓸어 귀에 꽂아줍니다. 쉽게 말이 나오진 않지만 약속은 해야겠죠.) 그래. 마트도 같이 가고, 다음 번엔... 청아랑 테디도 병원에 같이 가자.
ㅤ:그렇게 한참 청아를 달래며 장바구니를 들고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마트로 향합니다.
길목에 위치한 상가들은 문을 닫은 곳 보다 연 곳이 더 많습니다.
재정비를 거쳐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가게들도 보여요.
아침에 들렀던 안전지대 외곽에선 병원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없었는데요.
거주 구역을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걸까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마트 안엔 장을 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청아:(당신 품안에 꼭 안겨있던 청아가 장난감 코너에서 당신의 옷깃을 잡습니다. 둘러보고싶어하는 것 같아요.)
예청명:응, 장난감? (그냥 지나치려다 청아의 손짓에 멈칫하곤 다시 돌아옵니다. 보이는 인형이며 장난감을 손으로 만지작거려봐요.) 뭐가 마음에 드는데?
청아:(품 안에 있는 테디를 만지작거리다가 고갤 저어요) ..테디가 제일 좋아. 테디는 자장자장 노래도 불러주고, 폭신한데. 그냥.. 나 아빠가 해주는 볶음밥 먹고싶어.
예청명:청아야, 그래도 생각난 김에 말하는 건데, (잠깐 고개를 숙여 인형을 내려다봅니다.) 테디는 많이 낡았잖아. 그래도 청아 친구들은 다 깨끗하고 신기한 인형들 가지고 다니는 것 같던데. 그래도 테디가 좋아?
청아:내 친구들도 테디 좋아해. 테디 안고 있으면, 잠도 잘오구. 따뜻해. 테디 안 더러워! 내가 테디 더러워지지말라고 늘 씻겨줘. 아빠가 누가 나한테 줬다고 했잖아. 아빠 말고, 다른 사람한테 선물 받은건 처음인걸!
예청명:... 아빠는 테디가, 글쎄... (억지로 웃어보였다가,) 테디가 부르는 자장가를 들으면 잠이 잘 안 와. 그래서 그랬어. 그게 다야. (이만 고개를 돌립니다.) 청아가 좋으면 됐어. 앞으로도 계속 좋아해야 할 텐데.
ㅤ:그렇게 한참을 마트에서 청아와 시간을 보냅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합니다.
행운 판정
예청명:
행운
기준치:44/22/8
굴림:53
판정결과:실패
ㅤ:청아가 좋아하는 볶음밥은 어떻게든.. 만들어냈지만. 오늘따라 조금 싱거운것같아요.
조촐한 저녁상이지만 이렇게 제대로 청아와 끼니를 챙긴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청아를 제외하고 집 안은 고요합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간간히 메꾸는 것은
윗집에서 들리는 티비 소리, 옆집 가족들의 대화 소리, 웃음 소리…..
불이 켜진 주방을 제외하고 집 안은 어둡습니다.
ㅤ:이 넓은 공간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호젓한 외로움에,
당신은 그릇을 치우고 청아와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눕습니다.
잠이 들기 전 언젠가 박성태와 함께 이스트베일의 마을에서 나란히 누웠던 침대가 문득 떠오르네요.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잠시 잠을 청한 그 곳의 낡은 침대 위에서 그 때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박성태는 나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았는지…
박성태와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도 있지 꽤나 옅어진 기억들도 많네요.
ㅤ:내일 박성태를 만난다면 기억이 돌아오는건 당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잠에 듭니다.
[ 11월 15일 오후 1시 ]
ㅤ:다음 날 당신은 시간에 맞춰 병동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은 직원이 오늘은 당신을 사무실이 아닌, 박성태가 있다는 병실로 안내합니다.
직원:면회시간은 오후 다섯시 까지입니다.
ㅤ:작은 병실 안은 낮인데도 커튼을 쳐 놓아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정면의 tv에선 대기실에서 나오던 것과 같은 뉴스가 틀어져 있고
작은 화장실과 냉장고, 벽에 붙은 서랍장,
그리고 방 안을 제일 크게 차지하는 침대에 앉아 있는 박성태.
ㅤ:그는 멍한 표정으로 tv화면을 바라보다 정확히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박성태:청명이 형..?
ㅤ:….
헤어진 후 이렇게 만나는 것은 몇년 만인가요.
가까이서 본 박성태는 당신이 기억하던 마지막 모습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한 모습입니다.
좀비로 변하고 난 후 생긴 상처일지, 몸 군데군데엔 반창고가 붙여져 있습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ㅤ:??
특별할게 없는 방이네요.
예청명:... 얼굴이 더 망가졌어. (어제부터 쭉 눈이 피곤합니다. 힘겹게 눈을 부비고 성태를 바라봅니다. 그토록 원하던 재회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썩 편하지 않습니다.) 원래도 못났지만.
박성태:....형. 이 곳은 모든게 규칙적으로 흘러가. .....기상, 식사, 약먹기.. 신체검사, 점심, 약먹기.. 자유시간, 저녁, 약먹기.
나는 이 곳에 혼자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6명이 쓴다고 하더라고.
내가 왜 특별 취급을 받아?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기억 중간중간이 먹칠 당한 것 같아. 내가 어디 살았고, 왜 여기 있고...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치..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야.
예청명:네가, (성태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 아무도 그러라고 한 적은 없어. 이런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하지? 어렵네. (긴 숨을 뱉습니다.)
박성태:...형. 나는, 아무 생각이 안나. 내가 뭘 해야해? 왜 여기있는거야? 무엇을 위한... 치료인거야?
예청명:자세히 말하면 충격 받을 것 같은데. (떨떠름하게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모종의 이유로 너랑 우리는 달라. 같아지기 위한 치료를 받는 거고. 이 정도만 하자, 피차 힘든데.
박성태:달라? .....어디가.
ㅤ:그 때 갑자기 박성태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지며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박성태:형, 기억났어. ….난, 나는 괴물이야.
나는 인간들의 살을 뜯어 먹으며 살아왔어,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해.
차라리 그때 없어졌어야했는데...
ㅤ:몸을 웅크리고 몸을 덜덜 떨던 박성태가
일순간 고개를 홱, 치켜올리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쿵!!
ㅤ:하고 벽에 등이 부딪히고
곧바로 박성태의 억센 손아귀가 당신의 목을 조여옵니다.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근력 판정
예청명:
근력
기준치:80/40/16
굴림:93
판정결과:실패
ㅤ:당신을 노려보는 붉게 충혈된 흰 눈동자에서 흐르는건 눈물입니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그 살기어린 눈빛에 가슴이 섬짓합니다.
왜 그가 울고있는 걸까요.
박성태:나는, 나는…
내가 그러고 싶었던게 아닌데……
내가….
ㅤ:목을 조르는 박성태의 손길을 뿌려치지 못하고 숨이 부족해질때 쯤
방 문을 열고 보안요원들과 의료진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보안요원이 당신에게서 박성태를 밀쳐내고 억제대를 채우는 사이
직원 중 한명이 당신을 방 밖으로 내보냅니다.
직원:괜찮으신가요? 잠시 나가 계셔야 겠습니다.
ㅤ:당신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문 밖으로 밀려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
문을 열고 나온 레나 리센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어제 말씀 드렸던 상황입니다.
진정제를 주사했으니 곧 괜찮아 지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상황이 있으면 최소 24시간동안 면회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내일은 면회가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지켜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야겠군요.
예청명:(저린 목을 만지작거리다가 레나를 다급히 붙잡습니다.) ... 어차피 진정제도 맞았고, 치료제도 놓을 테니 괜찮을 것 아닙니까. 저는 괜찮아요.
레나:..그러면 직원과 함께 있으세요. 방금 전 같은 상황이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ㅤ:박성태에게로 돌아가면, 방금 전과 다르게 구속구가 채워져있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니 흠칫, 하고 반응하다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불안한듯 시선만 굴려댑니다.
예청명:... 정말 형편 없다... (계속 목에 손을 얹은 채로 한참이고 서서 성태의 모습을 바라보다 그만 허탈하게 웃습니다.) 그러게 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기억도 없고, 마음도 다 잃고, 그렇게 될 걸 알면서도 한 걸 텐데.
박성태:날 찾을거라고 생각못했어. 아니.., 날 살리는 곳에 쓸거라 생각못했어. 빛이 없는 크고 넓은 방에.. 사람들이랑 갇혀 있었는데... 누가 날 끌고가서 주사를 놓고, 다시 어두운방에 갇혔거든. ....거기서 형을 봤어. 그 벽 너머에.. 형이 있었어.
형, 형이 내 빛이야. 형만큼은 기억해, 형이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알아.
예청명:그래서, 날 기억해서 목을 졸랐어? 인정할 건 인정해. 넌 그냥 나도 같이 잊었던 거야. 네가 누굴 구하려고 했는지, 뭘 위해서, (눈을 꾹 감았다가 이를 꽉 물고 중얼거립니다.) ... 청아한테는 그냥 새 인형을 사주든가 해야지.
박성태:...아니야, 형. 아니야. 그게 아니고... 형 제발. ...나 형은 못잊어. 응? 제발 포기하지마 날. 형. 치료도 열심히 받을게. 형이랑,.. 나는 다르지만. 한번씩만.. 일년에 하루라도.. 보러와줘.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럴게. 형..
예청명:그런 식으로 빌지 마. 예전이었으면 몰라도 나는 네 변덕이나 투정 들어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 아니야. 그런데 참 웃긴 게, (문득 지친 듯 무덤덤하게 고개를 수그립니다.) 네 딸은 안 그런가 봐. 네가 준 인형이 그렇게 좋대. 얼굴 한 번 못 본 사인데.
박성태:...청아가, 곰돌이가 좋대? ....다행이다. 곰돌이.. 좋아해서. 형이랑 청아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욕심이라면 형. ...청아한텐 내 존재를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청아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형한테도 미안해. 앞으로 안와도,... 괜찮아 형. 목.. 아프겠다.
예청명:(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난 뭐든 청아가 원하는 대로 할 거고, 그건 널 만나는 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야. 죽상으로 웅얼거리지 마. 마음 약해지니까. (일부러 더 모질게 성태의 말을 끊어냅니다. 내일은 청아와 함께 올까. 아, 차라리 오늘 한 대로 못나게 굴면 좋겠다. 그럼 청아도 나처럼 네 모든 선택을 미워하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며.)
[ 11월 15일 오후 5시 20분 ]
ㅤ: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날이 흐린 탓에 불을 켜지 않은 집 안은 어둑합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박성태와 대화를 나누던 것은 그저 찰나의 환상같이 느껴집니다.
닫힌 문의 틈새에서 새어나오던 박성태의 울음 섞인 비명소리와 의료진들의 급박한 대화 소리….
소란스러웠던 병동과 다르게 어제와 같은 적막함이 집 안에 가득 차올라 마치 그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소파의 한 구석에 올려져 있는 tv의 리모콘이 보입니다.
ㅤ:당신이 tv를 틀자 최초로 치료제에 의해 인간으로 돌아온 00씨에 대한 인터뷰가 나오네요.
“.....그럼 다음 질문을 해볼게요. 선생님이 파이로젠 바이러스에서 완치하실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치료를 받을 때 제 아내가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왔어요. 옛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저를 지지해줬어요.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를 믿을 수 없어요,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면서 아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다시 또렷하게 보였던 그 순간…
제 아내가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 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ㅤ: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는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화면엔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감성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은 그런 티비 화면을 뜷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 기억이 되돌아 오도록 도와주는 것….
어쩌면 이것이 박성태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박성태의 기억이 돌아올 만한 물건은, 이 집에 있는 것은 박성태가 작성하던 낡은 노트 한권 뿐입니다.
하지만 어제 박성태는 자기가 노트를 작성하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었죠.
박성태에게 중요한, 박성태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 곳, 박성태가 살던 집.
ㅤ:당신은 인터넷으로 박성태의 집 주소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박성태가 살던 도시를 클릭하자 작은 안내 메세지가 뜨네요.
[해당 구역은 오염구역이므로 일반인들은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
ㅤ:...좀비 사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 이후 세계는 가장 크게 세가지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캘버리 교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전구역],
좀비들을 모두 ‘청소’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도시인 [청결구역],
그리고 여전히 좀비들이 남아있는 [오염구역].
ㅤ:당신은 박성태와 헤어진 이후 쭉 안전구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 바깥엔 좀비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왜 잊고 살았을까요.
박성태를 위해서 당신은 다시한번 좀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도시로 향해야 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엔 당신이 다시 물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박성태를 위해서, 박성태가 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던 것 처럼,
이번엔 당신이 박성태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차례입니다.
ㅤ:어떡할까요, 예청명?
예청명:(아까 전 성태에게 매몰찬 말을 쏘아붙인 후 나온 일이 떠오릅니다. 그건 성태와의 마지막 순간도 마찬가지였는데. 뒤늦게 씁쓸한 기분이 올라오며 방금 전의 인터뷰가 겹쳐 보입니다. ) ... 갈까, 그래야 할까...
ㅤ:당신은 창고에서 낡고 헤진 배낭을 꺼냅니다.
박성태와 함께 안전지대를 향해 떠돌던 시절에 사용했던 배낭은 여전히 튼튼하네요.
배낭 안엔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 찌그러진 생수병, 유통기한이 지난 약상자 등…
마지막으로 박성태와 함께 펼쳐보던 지도를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당신은 내일의 여행을 생각하며 청아와 잠에 들었습니다.
박성태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여행을요.
[ 11월 16일 오전 9시 ]
ㅤ:다음날 아침 당신은 일찍이 도시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박성태의 집은 당신이 있는 도시의 안전지대로부터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또 얼마간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야, 당신과 박성태는 살아남기위해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긴긴 여행을 했으니까요.
청아에겐 뭐라고 말해두는게 좋을까요.
걱정이 몰려옵니다.
[ —그 다음 날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몇일간 계속해 흐린 날씨가 지속된 반면, 오늘 내일은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선 오늘 저녁과 밤 사이로 짧게 비가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
ㅤ: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방송이네요.
당신은 가만히 눈을 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들을 듣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내리고 이제 버스안의 승객은 당신뿐입니다.
덜컹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면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로에 군인들 태운 군용 트럭이 버스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긴 긴 도로를 달려 마침내 종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ㅤ:당신이 버스에서 내리자, 버스기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버스 기사: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오염 구역 인데요. 알고 가는 겁니까? 몰랐다면 다시 태워줄테니 돌아가요.
예청명:... 괜찮습니다. (살짝 기사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버스에서 내립니다.)
버스 기사:그렇다면야 뭐, 조심이나 하세요. 좀비한테 물리지나 말고.
ㅤ: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더니 어께를 으쓱하고 운전대를 돌립니다.
부웅,
ㅤ:하는 소리와 함께 방향을 돌린 버스는 곧 지평선 너머의 점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버스가 떠난 쪽을 잠시 바라보다 지도를 보며 버스가 향한 반대쪽인 서쪽을 향해 걷습니다.
[ 11월 16일 오후 1시 ]
ㅤ:어제와 다르게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 햇빛이 쨍하게 비치고,
아스팔트에선 더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도로 위를 걸으니 3년 전, 박성태와 함께하던 시간들이 풍경에 겹쳐 떠오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지도를 보고 길 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 나갔습니다.
힘들고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둘은 함께였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시간 정도를 걸으면, 마침내 당신은 도시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ㅤ:간판을 보면
[여기서부터 —— 입니다.]
ㅤ:라고,
오염구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해골 마크가 도시의 이름을 가리고 있네요.
도시 안으로 들어가 얼마간 걸으니 곧 익숙한 거리와 풍경이 보입니다.
도시의 뼈대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과 같지만 5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곳은 적막하고 황량합니다.
잔뜩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걷지만, 이 텅 빈 도시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당신 뿐이에요.
당신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때 쯤, 눈 앞에 드디어 익숙한 집 한채가 보입니다.
ㅤ:5년만에 방문하는 우리의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의 쓰레기들과 망가진 내부는 생존자들이 다녀간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흔적들마저 두꺼운 먼지에 덮여있는 게, 마치 이 안에 5년이라는 시간이 고여 있는 것 같아요.
주방과 이어진 [거실], [침실]과 [서재]. 가구들과 벽지…
ㅤ:모든 게 당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당신이 거실에서 집안을 둘러보던 그때, 끼이이익-하며,
경첩의 마찰 소리가 뒤에서 들려 옵니다.
……..
……..
아까 들어올 때 문을 닫고 들어왔었었나요?
쿵, 쾅,
ㅤ:하고 심장이 세차게 뜁니다.
이 곳은 오염구역, 언제든 좀비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입니다.
싸워야 할까요, 아님 도망갈까요.
마른침을 넘기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야옹-
ㅤ:...고양이네요.
녀석은 당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당신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빕니다.
오렌지색 털은 부드럽고,
목에는 토비, 라는 작은 이름표가 걸려 있는게
원래는 사람 손에 키워졌나 봅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는 인간들만 감염되었고 좀비는 동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요.
ㅤ:오랜만에 만나는 인간에게 잔뜩 애교를 부리던 녀석은 이내 소파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습니다.
이만 집을 마저 돌아볼까요.
다시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5시 전엔 이 집에서 떠나야 할 테니까요.
예청명:(지금 서 있는 거실부터 둘러봅니다.)
[거실]
ㅤ:거실 바닥엔 쓰레기와, 오래 된 발자국들이 남아 있습니다.
창문에선 반쯤 쳐진 커튼 너머로 햇빛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와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거실 한쪽에 놓인 것은 긴 소파, 그 앞에 놓인 긴 수납장 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바닥 한 구석에는 [낡은 신문]도 보여요.
예청명:(다가가 액자 위 뽀얀 먼지를 손가락으로 쓸어 후 붑니다. 볼까요?)
[액자]
ㅤ:5년도 더 된 처음으로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겨울 바다 앞에서 추위로 발개진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 당신과 박성태가 사진 속에 담겨있어요.
예청명:... 좋았는데.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만 깨끗하게 보이는 액자를 내려다보다 이만 고개를 들어버립니다. 추억에 파묻힐 필요는 없죠. 지극히 성태를 돌려놓기 위해, 청아에게 하나의 빈 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하는 일일 뿐이니까. 급히 가방에 액자를 쑤셔넣고 신문을 집어듭니다.)
[낡은 신문]
ㅤ:맨 위에
[속보-정체 불명의 바이러스 전 세계 창궐]
ㅤ:라는 헤드라인이 큼직한 글씨로 적혀있고,
아래로는 좀비사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적혀 있네요.
오래 전 신문이라 글자들이 드문드문 번지고 닳아 있습니다.
관찰/자료조사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전부 다 읽을 순 없지만 그나마 선명한 문단 하나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청명:(신문을 반으로 접어서 손톱으로 꾹 누르곤 도로 내려놓습니다. 이제 서재로 향합니다.)
[서재]
ㅤ:문고리가 뜯어져나간 서재 안에는 관리되지 않은 오래된 책들의 냄새가 방 안에 짙게 배어있고,
책상 위엔 책 대신 쓰레기들과 구겨진 종이들이 올려져있습니다.
서재의 책상 서랍들을 열어보던 당신은 서랍 맨 아랫칸에서 박성태의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예청명:(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열어봅니다. 배터리가 충분한가요?)
[카메라]
ㅤ: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박성태가 사용하던 카메라 입니다.
카메라를 켜보자 박성태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네요.
사진 속에는 5년 전 평화로운 도시의 거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당신의 뒷모습, 그리고…
이 서재에서 찍은 것 처럼 보이는 사진인 거리의 좀비들과 좀비들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찍혀있습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ㅤ:서재를 둘러보던 당신은 책꽃이의 책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노트를 발견합니다.
이건 박성태가 사용하던 다이어리네요.
펼쳐보면 5년 전의 시간엔 간단한 메모와 함께,
페이지들 사이사이엔 당신과 함께 본 연극이나 영화 티켓, 영수증, 브로슈어 등이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습니다.
다이어리 뒷부분의 노트엔 드문드문, 짧막한 일기 같은 글들이 적혀 있네요.
XX월 XX일. 형이랑 함께 다시 한번 겨울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XX월 XX일.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는데. 사과해야겠다.
XX월 XX일. 사랑해.
XX월 XX일. 형이랑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어쩌면…
ㅤ: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엔 언젠가 당신이 잠에 들기 전 그가 해주었던 말이 꾹꾹 눌러쓴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XX월 XX일. 예청명, 나에겐 형이 그 어떠한 것보다 소중해.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ㅤ:이 날짜는 좀비 사태 이후의 날짜입니다.
당신을 세상 어떠한 것보다 소중히 여겼던 박성태는, 그래서 망설임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었던 걸까요?
...물건들을 얼추 챙기고 난 후 시계를 보니 5시가 되기 전까진 30분정도가 남았네요.
당신은 거실로 돌아와 소파의 먼지를 살짝 털어내고 그 위에 몸을 파묻듯이 앉습니다.
오후의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이런 나른한 주말의 오후엔 박성태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ㅤ:서로에게 기대어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메뉴를 고민한다거나 하는, 그런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냈었는데요.
소파에 앉아 방문을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박성태가 저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100시간 후에 박성태가 사람으로 돌아온다면 이런 시간을, 또 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때, 당신의 주머니에서 정적을 깨는 요란한 멜로디가 들립니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박성태가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네요.
“안녕하세요, 예청명님. 금일 박성태의 상태가 다시 안정되어 내일, 어제와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 하실 것 같습니다. “
ㅤ:...레나 리센의 말대로네요.
내일 5시에 100시간이 끝나게 됩니다.
이것들이 박성태가 돌아오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요.
시계를 보니 이제 5시가 가까워졌습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박성태와 함께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며, 집을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게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ㅤ:그때, 골목을 걷던 당신은 문득 당신의 그림자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당신의 앞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유독 길고 흔들리는게,
마치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겹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생존자일까 하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기엔
로 익숙하고 오랜만에 듣는 불쾌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등을 돌리면….
ㅤ:….그 곳엔 좀비 한 마리가 희뿌연 눈을 번뜩이며 서 있습니다.
민첩판정
예청명:
민첩
기준치:80/40/16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좀비는 괴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당신의 머리 위에서 딱, 딱 하며, 침과 피가 뒤섞인 이빨이 맞부딪힙니다.
탕!!!
ㅤ:하는 총성이 들리고 좀비는 피를 쏟으며 당신 위로 쓰러집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총성이 들린 쪽을 바라보니 중무장한 군인이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걸어들어오는게 보입니다.
그는 당신 옆에서 움찔거리는 좀비를 보더니
다시 한번 총을 들어 총알을 두어발 더 머리에 발사하고,
시체를 발로 몇번 건드려본 후 가슴에 매달린 무전기에 대고 짧게 말합니다.
군인:“감염자 사살 완료.”
ㅤ:그리고 그는 고글 너머의 눈동자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군인:“물렸습니까?”
ㅤ:자리에서 일어난 당신을 몇번 살펴본 그는 무전기에다 대고 한번 더 말합니다.
군인: “생존자, 민간인 발견. 안내하겠다.”
“따라오시죠.”
ㅤ:그는 죽은 좀비를 다리 한 쪽을 잡은 채로 골목 밖으로 끌고 나가 도로 한 구석에 던져놓습니다.
당신의 앞길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검붉은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는 큼직한 군용 트럭과 몇 명의 군인들이 보이네요.
아까 이 곳으로 올 때 봤던 것과 같은 종류의 트럭입니다.
군인들은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듣기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ㅤ:‘생존자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잘 했어, 시체는 청소반이 처리하겠지.’
‘....저 사람은 감염이 안 된거 확실하고?’
‘그런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검사해보죠.’
대화를 마쳤는지 그들 중 한 사람이 당신에게 걸어와 말합니다.
군인:“감염자는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손을 좀 주시겠습니까.”
ㅤ:그렇게 말하며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키트를 꺼냅니다
저건, 안전지대 안의 ‘감염자’들을 가려낼 때 사용었던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키트네요.
잠시 후 당신이 비감염자임을 확인한 군인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군인: “민간인이 오염구역에서 뭘 하고 있던 겁니까. 태워드릴테니 안전지대까지 같이 가시죠.”
예청명:(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피곤한 얼굴로 긴 숨을 뱉고, ) 별 거 없습니다. 고마워요.
ㅤ:맨 뒷자리에 당신을 태운 트럭은 도시 몇 곳을 들린 후 도시를 떠납니다.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뻥 뜷린 도로와 황무지는 석양빛을 받아 온통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요.
트럭 안은 덜컹이는 바퀴 소리와 화물칸의 좀비들이 이따끔 내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어느 새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주위가 어두워지고, 트럭은 안전지대에 도착합니다.
군인들은 당신에게 사는 곳을 묻곤 당신을 적당한 곳에 내려주며 말합니다.
군인: “함부로 오염지역에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ㅤ:이내 트럭은 도시의 밤 속으로 사라집니다.
밤이 되어 쌀쌀해진 공기는 습하고 무겁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 당신은 문득, 골목의 한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종이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가족을 찾고 있어요]
[위와 같이 생긴 사람을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ㅤ:....
따위의 글씨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대체로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얼굴들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글씨들이 적힌 종이들은
어두운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밤바람에 쓸쓸히 팔락입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ㅤ:당신들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훨씬 많다는 것을요.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이마에 톡, 하고 빗방울 하나가 떨어집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지만 몇걸음도 가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옷에 스며들었던 피가 빗물에 씻겨내려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9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청아가 당신을 기다리다 소파에서 잠든듯합니다.
ㅤ:반짝 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작은 별의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나옵니다.
젖은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하고 나니 오랜만에 멀리 이동한 탓인지 피로가 몰려와요.
청아를 침대에 눕히고 당신은 그 옆에서 잠에 듭니다.
….
….
눈을 뜬 당신은 더럽고 헤진 옷을 입고, 낮설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거리에 서 있습니다.
ㅤ:손에 쥔 쇠파이프에선 핏방울이 떨어지고, 당신의 발 밑엔 좀비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이 곳은 당신이 생존하며 지나쳐 온 수많은 장소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르게 당신 곁에 박성태는 없네요.
이것이 과거이고 꿈 속이라면 박성태 또한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
박성태를 찾기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또 다른 좀비 한 무리가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팔과 다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두릅니다.
ㅤ: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좀비들이 쓰러지고, 허공엔 살점과 핏방울이 흩날립니다.
퍽!!
ㅤ: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을 공격하던 마지막 좀비가 무기에 맞아 천천히 쓰러질 때 당신은 깨닫습니다.
그 좀비는 바로 박성태 라는 것을요.
땅에 쓰러진 좀비, 아니 박성태일까요,
그는 당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희미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형….”
ㅤ:번쩍,
하고 꿈에서 깨어나면 방 안은 아직 어둡습니다.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나면, 아직도 생생한 손 끝의 감각에 양 손이 떨려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그른 것 같아요.
창문을 여니 새벽의 습하고 짙푸른 공기가 방안에 가득 찹니다.
커피 한잔을 타온 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ㅤ: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마치 그때처럼 서서히 동이 터옵니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당신에게 잘가라고 말하던 박성태. 그때도 그는 울고있었던가요.
유언처럼 마지막에 그가 당신에게 했던 말,
살아남아. 형. 그리고 데리러와.
그 말이 저주처럼 남아 당신은 죽고싶을만큼 괴로운 순간들에도 죽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겐 또다시 100시간이 주어졌습니다.
ㅤ:당신을 내게서 떠나보낼 100시간이 아닌,
당신이 내게 되돌아올 100시간.
ㅤ: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에 가슴 한쪽이 저려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
언젠가 너와 바라보았던 아침 해를 바라보며 다짐합니다.
당신이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 11월 17일 오전 8시 30분 ]
ㅤ:악몽으로 일찍 깬 탓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 밖을 나섭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산책이라도 할 겸,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으니 처음 보는 꽃가게와 베이커리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여기서 박성태에게 줄 선물을 사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청명:(꽃가게에 들어섭니다. 무슨 꽃들이 있을까요?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눈으로 주변을 훑어요.)
[꽃집]
ㅤ: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꽃들과 식물이 보이네요.
살짝 습한 공기에는 꽃과 식물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예청명:(이파리를 손으로 살짝 건드렸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묻습니다.) ... 락스퍼도 있을까요?
꽃집 주인:그럼요, 락스퍼로 해드릴까요?
ㅤ:당신은 락스퍼 꽃다발을 들고 베이커리 가게 근처에 섭니다. 들어가볼까요?
예청명:(들어가봅니다)
[베이커리]
ㅤ: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갓 구운 빵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 샌드위치, 케이크들이 보입니다.
조촐하게 카페도 겸하고 있는지 가게 안쪽엔 테이블과 의자들도 놓여있네요.
예청명:(진열장에 다가서서 케이크를 둘러봐요. 어떤 케이크들이 있나요?)
ㅤ:성태가 좋아할법한,... 생크림 케익이며 초콜렛 케익, 치즈 케익들이 놓여있습니다.
하긴.. 성태는 뭐든 케이크라면 잘 먹었죠?
예청명:(한참 멈춰서서 케이크를 고릅니다. 생각해보면 올해 청아의 생일 케이크가 생크림 케이크였으니, 맛이 안 겹치게 초코 케이크를 고르는 게 나을 것도 같고. ... 그야 청아도 같이 갈 예정이었으니까요.) 초코 케이크로 포장해주세요. 초는 그냥, 큰 거 하나만 넣고요.
ㅤ:박성태를 위한 꽃과 케이크, 그리고 우리의 집에서 가져온 박성태의 물건들까지.
양 손은 무겁지만 이걸 보고 기뻐할 박성태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며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병원 앞으로 향하던 당신은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피켓과 판넬, 확성기 같은 것을 들고 있네요.
민첩 판정
예청명:
민첩
기준치:80/40/16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ㅤ: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신은 병원 앞으로 밀려드는 사람들에 부딪힙니다.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을 밀치고 지나간 사람들은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은 사람이 될 수 없다!”
ㅤ: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하게 꿈틀대는 악의가 형상화 된 것 같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박성태가 설령 인간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이전처럼 인간으로 인정받을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좀비였던 박성태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할까요.
ㅤ: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병실의 문을 열면 그제처럼 방안의 침대에 앉아있는 박성태가 보입니다.
병실 안의 tv에선 아까 그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네요.
[ —감염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중 하나인 아리마테아 병원 앞에서 오늘 아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 입법안 중 4단계의 환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시설 밖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설 조항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위대는 해산되었지만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은 탓에 연합정부는 다른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ㅤ:...박성태는 당신이 들어온줄도 모르고 tv에 정신 팔려 있습니다.
예청명:(청아에게 잠깐 케이크를 맡기고 성태의 곁에 천천히 다가섭니다. 인기척이 들릴 법도 한 거리인데. 꽃다발을 시트 위에 내려놓아요.)
박성태:아, 형. (인기척에 돌아보며 옅게 웃어보더니) 보고싶었어. 목은 괜찮아? 청아, 청아도....... ( 케이크를 든 채로 서있는 청아를 보더니 마른세수를 하며 손에 얼굴을 묻고있습니다.) 우리.. 딸이야? (곧 울 것같은 투입니다.)
예청명:응. (일부러 짤막하게 대답하곤 청아를 부릅니다.) 청아야, 인사해.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홀로 청아를 키우며 뜬눈으로 밤을 샜던 모든 밤들과, 치열하게 살며 과거를 지우려 애썼던 모든 날들. 그렇지만 인형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아무리 애써도 지울 수가 없었듯, 세상에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지금처럼.) ... 아빠야.
청아:나 알어, 아빠가 들고다니는 사진봤어. 그럼 나도 이제 아빠랑 양손 잡고 장보러가는거야? 아빠 언제 아야 안해? 우리 집 엄청 넓은데, 청명이 아빠 맨날 바쁘단말야. 아빠가 와서 나랑 놀아. 테디도 아빠 좋아할거야!
박성태:(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선택, 그리고.. 형을 위한 선택. 이 결말을 원했지만, 청아와 형은,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줄까? 5년동안 형의 고통을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을까.) 으응, 청아야. 아빠랑 쭉 놀자. 아빠가 청아 놀아줄게. (손을 뻗어 청명의 손을 잡아주면, 마지막으로 캘버리에서 잡았던 손과는 다른, 따뜻한 체온이 느껴집니다.) 형, 사랑해. ...고마워. 데리러와줘서.
예청명:(한참 성태의 손을 맞잡고 있다가 다른 손으로 가방에 들어있던 카메라와 사진, 다이어리 따위를 꺼냅니다.) 있길래 가져와봤어. 네가 찍고 쓴 것들이잖아. ... 청아한테 알려 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청아를 안아서 침대 곁에 앉혀줍니다. 이걸로 된 거겠지. 그렇겠지.)
박성태:(다이어리를 뒤적이며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입을 꾹 다뭅니다. ) 내가, 형? ..청아야. (제 곁에 온 청아의 볼을 조심스럽게 쓸어주다가) 아빠가, 청명이 아빠가 너무 소중해서 청아가 무서워하는 바이러스.. 좀비가 됐었어. (청명을 힐끔보다가 머뭇거리고는) 청아는,... 나를 아빠로 받아들일 수 있어?
청아:나는 대피하는 법도 배웠고 테디도 있어서 괜찮아! (노란 유치원 가방에서 주섬주섬 인형을 꺼내듭니다.) 청명 아빠가 그랬어. 세상에는 청아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늘 함께할 수 없어서 테디를 보낸 거래.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테디가 우릴 지켜줄 거야, 아빠.
ㅤ:소중한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르게 흘러갈까요.
어느새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찰나의 침묵을 알아챘는지 박성태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나도 알고 있어. 대략 한시간 후에 내가 이 곳에 남을지, 형과 함께 떠날 수 있을지 결정된다는 것을.
박성태:나도 알고 있어. 대략 한시간 후에 내가 이 곳에 남을지, 형과 함께 떠날 수 있을지 결정된다는 것을.


박성태:설령 내가 이 곳에서 나가게 된다고 해도 우리가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형, …….형은 나를 인간으로, 예전의 나로 받아들일 수 있어?
예청명:(청아의 머리를 헤집듯 쓰다듬다가 당신의 말에 눈을 깜빡거립니다. 지난 시간들이 스쳤다가, 복잡한 심경이 그 위로 얹혀 흘러내려갑니다. 시트 위에 가만히 놓았던 꽃다발을 들어 이제야 성태에게 제대로 내밉니다.) ... 잊지 않았다면.
박성태:.......잊지 않았어.
삑, 삑, 삑—….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책상의 전자 시계에서 100시간의 종료를 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박성태:겉보기에 박성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 난 것 같지 않아 보여요.
ㅤ:겉보기에 박성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 난 것 같지 않아 보여요.
얼마 후 병실로 레나 리센이 들어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시간이 됐군요. 몇가지 검사를 할 테니 잠깐 나가 계시겠습니까?
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문 앞에 선 박성태가 당신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
박성태:형, 나, 조금씩 형이 보이기 시작했어. 형 덕분이야,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탁한 회색빛의 눈동자가 선명한 검은 빛을 띄고 있습니다.)
ㅤ:몇가지 퇴원 절차를 밟은 후 당신과 박성태와 청아는 손을 잡고 병원 밖을 나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밤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며 어둡게 그림자가 진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3년 6개월 하고도 100시간을 넘어 너는 마침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가면 같이 저녁을 먹고, 잠에 들고,
언젠가 박성태의 시력이 회복되면 약속한 바다를 보러갈까요.
예전같은 삶을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ㅤ:함께 걷는 길이 춥고 어둡더라도 맞잡은 손의 온기는 당신에게 뭐든 다 괜찮아질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이만 돌아갈까요, 오늘 밤은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며 잠에 들도록 해요.
END 1. 네가 내게 되돌아온 10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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