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 려던
PC. 예청명, 박성태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예청명'씨 본인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잠시 눈을 잃었다 돌아온 청명은
문득 버스 번호를 봅니다.
0917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불안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지능>판정 있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이상합니다.
머리가 무겁습니다.
막상 과거를 돌이켜보려니,
제대로 기억나는 것들이 없는 것만 같아요.
희미한 두통이 몰려옵니다.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탐사자 무얼 하고 싶나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언가'가 떨어졌어요, 청명. 그것이 무엇인지 봐야하지 않겠어요?

관찰굴려주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떨어진 것은 국화꽃다발입니다.
품에 있던 것은 국화꽃이었군요.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충격탓일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박성태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나 예청명은 박성태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있었다니.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청명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수 밖에 없던게...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
1년 전에 죽었던 박성태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박성태와 조우하게 된 예청명,
예청명 SANc(1/1d3)

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청명의 호흡.
그뿐입니다.
청명은 알고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박성태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박성태가 아닌, 박성태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박성태를 닮은 이는,
예청명의 생각을 부정하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아,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나를 바라보는 다정한 두 눈동자.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청명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박성태를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박성태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당황했나요?
아니면 반가운가요?
혹은, 슬픈가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속에 응어리로 자리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막연히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품에 끌어안고 못다했던 말들을 쉴새없이 토해낼 것이리라고.
그런 다짐을 했었는데.
박성태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예청명과 눈을 마주합니다.
박성태는 예청명에게 "어딜 가는 중이었어?"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예청명의 답변을 들은 박성태는 예청명의 어떤 대답에도 그저...
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예청명을 바라볼 뿐입니다.
덜컹.
다시 한 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관찰>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SANc(0/1)

기준치: | 69/34/13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박성태쪽으로 돌아보면,
박성태는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평온해보이는 얼굴로,

하고 말을 걸어옵니다.
자유롭게 RP해주세요.

수호자는 이 눈치싸움 속에서 시간의 정신의 방에 구금되고 있습니다..


형이 가기로 한 곳까지 길을 잃지않도록
내가 함께할게.

그런데 하물며, 살아돌아오지도 못한 네가 날 어떻게 이끌겠단 거야.


결국 넌 함께하지 못한단 거잖아.


원한다면 내가, 거기로 갈 수도 있지만.
그걸 원하진 않을 거잖아.
박성태가 버스의 벨을 누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첫번째 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 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예청명은 벽면과 벤치,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마치 담장을 연장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그 아래 꽃이 피어있군요.
그 아래 피어있는 것은…
흰 색의 국화.
청명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의 국화 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박성태가 말을 걸어옵니다

빗줄기에 파묻힌 탓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박성태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지능>,<교육>,<식물학> 판정을 해주세요.

기준치: | 95/47/19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국화꽃의 꽃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국화 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무얼 하고 싶나요 청명?

기준치: | 75/37/1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태의 표정을 살피면,
딱히 현재는 눈에 띄는 표정이 없습니다.

고맙다거나, 진실하다거나... 그런 거. 알고 있어.

글쎄요
국화꽃의 색상에 따라 꽃말이 상이하던가요?
처음 알게된 사실인걸요.
이젠 무얼 하고 싶은가요 청명?

<지능>판정 해보세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머리를 굴려도,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습니다.

답을 못하는 청명을 향해,
박성태는 얕게 미소를 짓습니다.
직후,

라고 말을 하며 벤치에 앉습니다.
이제는 성태에게 <심리학>판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태의 표정을 살펴보아도..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청명이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읽어볼건가요?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무얼 하고 싶나요?



<관찰>, <자료조사> 가능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함더.,,,?

기준치: | 80/40/16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국화의 색상은 '붉은색'이라 적힌 것을 알아보겠지만,
여전히 꽃말의 의미는 알 수 없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청명은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도착 안내 전광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청명, 뭘 하고 싶은가요?

예청명,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청명은......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아련하게.... 성태나 불러봅시다..

성태야?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성태는 목소리는 어딘가 한 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청명,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성태의 두 눈동자에서 무얼 읽어냈나요?
<심리학>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청명은
성태가 커다란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처절히 느껴집니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입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미칠듯하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갑니다.
<지능>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8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보니,
박성태의 입술 밖으로 터져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성태는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405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청명,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듯 싶더니,
곧 사라집니다.
두 번째 버스(0405번)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청명과 성태, 두 사람 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서 첫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버스 괜찮은건가요?
여튼 버스는 그저 운전 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가 두 개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청명, 무얼 하고싶은가요?
성태는 이 순간 무얼 하고 싶나요?
자유로운 RP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널 보니까 갑자기 두렵다.
진짜가 아닐 테니까.

날 다시 만나면, 뭘 하고싶었어요?


그때 같이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여태껏 네게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짧은 대화를 이어나가던 와중,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청명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던 성태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청명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성태 뿐인걸요.
성태입니다.
성태가 억센 힘으로 청명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성태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성태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의식을 놓고 정신을 잃기 직전인 청명
<듣기>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하함더..

기준치: | 70/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런 이명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괜찮아."
...하고.
두번째 정류장
...깜빡.
청명이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텐데.
어쩐지 막연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성태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이요.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성태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명, 무얼 하고 싶은가요?


어라,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그래도 떨칠 수 없는 청명, SANc(1/1d3)

기준치: | 69/34/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1d3굴려주세요...

굴림: | 3 |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그렇게 읊조리는 성태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잇는 것만 같다는...
이유모를 감상이 듭니다.
<관찰>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첫 번째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벽면 상단에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있군요.
무얼 하고 싶나요?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첫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청명은 첫번째 정류장에서 청명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성태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는 청명만의 착각입니다.
<지능>굴려주세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아무리 꿈이라고는 하지만 버스에 다시 올라타고 싶지는 않다는 충동이 듭니다.
청명, 무얼 하고싶은것이 있나요?

딱히 없습니다.

성태의 목소리가 무겁게 허공을 가릅니다.
어째서 이리 참담히 젖은 목소리인가요?
마치 이 빗물에 수몰될 것 같은 소리입니다.
성태가 청명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아, 실은 누가 부르든 상관 없었던 걸까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타고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짧은 대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 모를 낯선 충동은 빗물보다도 잘게 흐드러져 떨어지는
성태의 목소리에 그러한 근원은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까까지만해도 숨통을 조르고 익사시킬 듯 나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감마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성태가 청명에게 손을 내밉니다.
청명이 그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세 번째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려던 들어가라;
청명이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삐―.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아니,
이명이 아닙니다.
마치 기계음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세 번째 버스(0602번, 1층)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차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청명과 성태, 두 사람 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청명, 무얼 하고 싶나요?

<관찰>굴려주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좌석 바닥에,
떨어진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책이라기 보단 얇은 책자에 가까워보이네요.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명이 책자의 내용을 다 살펴본다면,
청명은 강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청명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과,
어느 순간 내 삶에 끼어들어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너,
성태와의 첫 만남.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고조되는 행복감에 웃어버렸던 순간.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성태와 청명,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탐사자를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청명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성태가 아닙니까.
성태입니다.
성태가 억센 힘으로
청명, 당신을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듯 희뿌옅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처럼 맞달라 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릅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성태만이 아니었습니다.
성태와 청명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성태는 탐사자를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켜서요.
이건... 주마등인가요?
그래요. 이건 주마등 입니다.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청명, SANc(1d2/1d4)

기준치: | 66/33/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굴림: | 2 |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숴져내립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삐―――.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수몰됩니다.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이 수몰됩니다.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떠올립니다.
기억 났습니다.
떠올렸습니다.
1년 전의 그 날,
성태는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고개를 돌리면 성태는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깊게 잠들어있는 탓에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덜컹.
버스가 방지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면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얼 할건가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열쇠는 어쩌면,
쓰임을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2층으로 가는 열쇠 같습니다.



열쇠를 그 자물쇠에 끼워넣으면,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버스 2층이 개방이 됩니다.
버스째 버스(2층)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책상과 책장, 침대를 살펴볼 수 있을 것같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조차 한터럭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있습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에는 '예청명 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청명는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청명, 당신이잖아요.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청명, 당신입니다.
<듣기>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삐―.
문득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나옵니다.
무얼 하고 싶은가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
아니.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떠올립니다.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안고 죽어버린 성태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SANc 1d2/1d4.

기준치: | 64/32/12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굴림: | 1 |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청명이가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 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이 즐비합니다.
뭘 하고 싶나요?

<관찰>판정 가능합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자료조사>라도.....

기준치: | 80/40/16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세히 보니,
책들 사이에 쪽지가 한 장 꽂혀있는 것같습니다.
빼서 확인하나요?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청명, 당신입니다.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청명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마지막 정류장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정류장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다정한 목소리.
성태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누가 부르든 상관 없던 게 아니었던 겁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청명은 지금까지 성태가 각 정류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꼭 성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성태.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있던 자.
바로 청명 당신입니다.
그렇지만 왜일까요.
어찌된 일인지 성태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마지막일텐데 어째서..
청명은 첫 번째 버스에서 조우한 직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성태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그는...
기뻐보입니다.
동시에 슬퍼보입니다.
한편으로 어딘지 홀가분해보이는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펼친 우산을 청명에게로 기울입니다.
성태의 어깨가 젖어듭니다.
그제야 그가 입고있는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이네요.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청명에게로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성태는 나지막히 입술을 엽니다.
눈물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그렇게 속삭인 성태는 문득 청명에게로 손을 내밉니다.
사방은 어느새 컴컴해져있습니다.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형이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 주겠다고 했잖아.
건너편 정류장으로 넘어가요. 형한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
청명이 성태가 내민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천천히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가 지금 온 힘을 다해 집중해야할 존재는 그저 성태 단 한사람 뿐인걸요.
자유로운 RP 하세요

나는… 가기가 겁나. 우습겠지만 진심이야.

형은, 병원에 옮겨졌지만.. 1년째 혼수상태였고.
형의 구원을 위해 계약을 했어요. 이제 형의 삶을 돌려보낼 버스가 올거고. 형은 형 삶을 사는거에요.
형, 형을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버스를 탈거지?
성태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건너편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성태에게서 모든 사실을 알게된 청명은 숨이 막혀옵니다.
억만겹의 슬픔 탓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너의 표정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기뻐 보여서 였을까요.
SANc 1/1d3.

기준치: | 63/31/12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만약 타지 않는다면 넌 날 원망할까.

하지만 난.. 형이 버스를 탔으면 좋겠어.


문득 성태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이제는 반대입니다.
이제는 반대로,
당신이 성태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청명.

박성태.
박성태.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성태의 이름을 부릅니다.
바람이 붑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정류장 앞에 라이트를 켠 버스가 한 대 정차합니다.
버스의 번호는,
1012번.
버스의 출입구가 열리면 탐사자는 흠뻑 젖은 다리에 힘을 실어 그 위에 승차합니다.
승차전 짧막한 대화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네가 내 삶을 원한다면 기꺼이 살아야지.
영영 혼자더라도.

혼자가 아니에요, 우린 꼭 만날거니까.
형, 하고싶은게 많았잖아. 응?


형은 분명, 나없이도 잘 해낼거야.
나에게 할 수있다고 말해줘요. 그래야만,.....

그래, 할 수 없을 거야. 네가 바라는 게 무엇이든, 그렇지만….
그런 실패라도 원하는 게 너일 테니까, 나는, 그래서….

근데 왜 자꾸 울컥하지. 웃으면서 보내기로, 오기까지 몇번이고 다짐 했단말이에요.

그랬다면 적어도 이런 순간은 오지 않았을 텐데.


사랑하지, 사랑이야 하고 있지.
너무 사랑해서, 이 자리에서 널 끌어안고 도망치고 싶어. 결국 붙잡힐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청명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의 문이 닫힙니다.
당신은 급하게 뒷자석으로 내달립니다.
창문을 열고, 우산을 든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성태와 두 눈을 마주합니다.

그렇게 속삭이는 성태에게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버스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버스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청명을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버스 안.
이 주체 못할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라는 걸까요.
이제 옆자리에 더는 네가 없는데,
너 없는 삶 속에서 나는 억겁같은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야 할 텐데…
이 슬픔을 어떻게 씻어내야 한다는 말인가요.
넘쳐 흐르는 슬픔에 턱 끝에 맺힌 눈물을 훔쳐냅니다.
뺨 위로 꽃잎처럼 흩어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입술 바깥으로 침잠되어있던 고통이 터집니다.
많이 보고싶을 거예요.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나는 아주 아주 많이,
당신이 보고 싶을 거예요.
눈물에 흠뻑 젖어든 소매는 하얗습니다.
어느새부턴가 환자복 차림입니다.
무거이 내려간 고개에,
문득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버스 안에서 말이에요.
국화는 붉습니다.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닌 붉은 국화예요.
청명
떠올랐나요?
붉은 국화의 꽃말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당신은 품 한가득 국화꽃다발을 끌어안습니다. 그 위에 호흡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냅니다.
……
삐. 삐. 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아,
바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이 바로,
성태가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입니다.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흐드러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안녕, 박성태.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END1. 그것이 내 사랑의 정의였다.
박성태 로스트.
예청명 생환.
신적인 존재, 노덴스의 도움으로 박성태는 영구 소멸되지 않습니다.
후에 구제 가능합니다.
-----------------------------------
삶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나에게 필요 없습니다.
그게 예청명 당신이 내린 결론이며 판단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끝까지 박성태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예청명을 바라보는 내 사랑의 표정은 절망감에 일그러져 있습니다.
절망이라는 한 단어로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절망, 슬픔, 애절함,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의 혼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애정의 말로.
박성태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습니다.
삶으로 돌아갈 생환 버스의 라이트가 켜지는 일은 없습니다.
차가 우리 둘의 앞에 나타나는 일도 없어요.
나는 버스가 필요없고,
내 사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죠.
성태가 없는 내 삶에는 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이 수몰되는 세계에 갇혀 영생을 걷게 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온 몸이 닳아 없어질지라도 상관 없습니다.
이제는 내 곁에 성태가 있지 않습니까?

청명이 형.
청명이 형.
마지막, 세 번째 입니다.
세 번째로 내 이름을 호명한 나의 인도자,
나의 구원,
나의 성태가 웃습니다.
고통스러운 듯, 묘하게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웃습니다.
우리는 다시 반대편 정류장으로 되돌아갑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라탑니다.
툭.
품에서 떨어진 국화꽃다발이 빗물 속을 나뒹굽니다.
아니,
이제 더 이상 국화 꽃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삐―.
그와 동시에 이젠 익숙해진 기계음이 귀를 울립니다.
<박성태영구 로스트, 예청명 로스트>
이곳은 어둠만이 가득한.
이곳은 내 사랑이 수몰할 세상.
달립니다.
처절한 목소리,
애절한 표정,
간절한 시선으로 당신을 붙잡는 성태의 손길을 억세게 뿌리치고 당신은 달립니다.
폭포와 같은 빗속의 포화에 몸을 내던져,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공간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길의 그저 앞만을 향해서.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때 쯤 탐사자는 문득 걸음을 멈춰세웁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저 차게 식은 물줄기만이 온 몸을 적시고 들어가는 무無의 공간.
칠흑입니다.
스스로 칠흑 속에 발을 디딘 겁니다.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분명 성태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 다정한 손을 뿌리치고 달아난 것은 당신입니다, 예청명.
까마득한 공간에 당신의 호흡소리만이 즐비합니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그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면…….
삐―――.
길고 긴 기계음 소리를 체감하며.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인지조차 없이,
잘게 찢겨져 나가는 감각과 함께
모든 것이 수몰됩니다.
이곳은 어둠만이 가득한.
KPC 영구 로스트, 탐사자 영구 로스트
짓밟힌 국화 꽃은 어느 사이엔가 본연의 색을 잃었습니다.
한 철에나 간신히 피어나는 것들은 언젠가 싱그러웠던 본래의 모습을 잃기 마련입니다.
지금처럼요.
어떤가요?
지금 끊임없이 당신의 머릿속을 울리는 이명은 꼭,
꽃이 내지르는 비명과도 같지 않습니까.
어떤가요?
스스로 계절을 쥐어뜯어 박탈한 소감은.
어떤가요?
꺾여나간 꽃.
포화하는 빗소리,
먹먹한 눈 앞에 보이는 다소 놀란 표정의 그 사람은.
아니, 선명히 새겨지는 그 표정은 꼭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입니다.
어떤가요, 청명.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던 사람의 절망에 익사할 것만 같이 얼룩진 표정은요.
삐―――.
사방을 울리는 물줄기의 틈을 지긋지긋한 이명이 가릅니다.
숨 막히는 간극 속에서 그 사람이 입을 엽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눈가에 고인 빗물이 차가워 눈꺼풀을 한 번 감았다 떠올렸을 땐,
찰나의 꿈처럼 당신의 소중한 그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으니까요.
삐―――.
그리고 한 번 더 눈을 감았다 떠올렸을 때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인지조차 없이,
잘게 찢겨져 나가는 감각과 함께
모든 것이 수몰됩니다.
그저 바닥에 흐르는 물을 따라 빛을 잃은 꽃잎만이 정처없이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고.
KPC 영구 로스트, 탐사자 영구 로스트
낙화落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