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
kpc. 박성태
pc. 예청명
칙—
치직, 칙.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뚝.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박성태가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박성태는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성태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박성태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얼마 후 가까스로 진정합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박성태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당신에게 말합니다.


오랜 침묵 후에 비로소 입을 엽니다.




6월 8일 7pm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행운 판정

기준치: | 45/22/9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턱,
하고 박성태가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박성태의 손짓에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 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부러져 있습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마을]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주택]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첫번째 방]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책장]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책상]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메모패드]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지료조사 or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장)

이 집에서 새로운 안전지대에 관한 소식이 들릴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다음장)

남편과 나는 차마 우리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아이를 격리하고 간호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이 좀비에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장)

이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12시간이 지나자 굉장히 불안해하며 온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도 보였다. 내가 아는,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삼단계. 좀비로 변하기 대략 두어시간 전엔 코와 입, 귀에서 피를 토한다.
벨은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다음장)

제시에게 물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장)

유용한 정보이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장)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장)

내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절망하게된다.
(마지막장)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액자]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방2]


기준치: | 80/40/16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80/40/16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자….
방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당신을 쳐다봅니다.

아까 가족사진에서 본 그 일가족이요.
민첩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쾅,

좀비의 기괴한 소리가 문 틈사이에서 새어나옵니다.
당신은 온 몸으로 문을 지탱합니다. 문 너머에서 좀비들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거실의 한손 도끼를 들고 달려온 박성태가 문 틈 사이로 낀 좀비의 손을 잘라냅니다.
좀비의 썩은 손이 도끼날에
툭,
하고 잘려나가고,
잠시 문이 가벼워진 찰나 당신은 문을 닫을 수 있었습니다.

썩은 시체나 다름없는 잘린 손에선 불쾌한 악취가 납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 틈새에서 좀비들의 기괴한 소리가 새어나가다 곧 끊깁니다.
이거로 당분간은 안심이겠죠.

[방3]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주방]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박성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신에게 말합니다.






또 슬퍼보이는듯 합니다.
당신은 박성태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9일 6pm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체력+1)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박성태는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박성태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깨어난 것을 보고 박성태는 작성하고있는 노트를 황급히 감춥니다.

오랜만에 잘 잤네, 오늘은 더 힘내서 걸을 수 있겠다.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박성태는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트]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창고]


[선반1]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주변에 좀비가 없는 것이 다행이에요.
그런데 박성태는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주머니에 넣습니다.


[선반2]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기준치: | 44/22/8 |
굴림: | 2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이 좋네요!


[창고]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 입니다.
소리는, 마트 안의 창고에서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짧은 눈빛교환을 주고받은 후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하마타면 큰일이 일어날뻔했지만
당신은 운이 좋았어요.
좀비가 미끄러지며 청명의 배트에 머리를 맞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상자1]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당신과 박성태의 몸에 맞는 옷들도 있었습니다.
몇달 째 입고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SAN +1)

[상자2]

이거면 족히 몇주를 먹을수 있을 거에요.
창고를 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자3]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박성태는 좀비의 뒷주머니에서 꺼낸 권총을 들고 있습니다.
총을 살펴보던 박성태는 자신의 외투안쪽에 총을 집어넣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나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박성태가 말을 꺼냅니다.

이 이후에도 계속 도로라서 좀비들이 많이 없을거야.
있더라도 조심하면 되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조급해 보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마치 박성태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이 보여요.
결국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돕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6월 10일 11am
[주유소]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박성태는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인으로 사용할수 있는 [주유기] 몇대, 그 옆에는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자판기]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깊숙히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봐요.
[사무실]

하나뿐인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실망... 주유기쪽을 살펴봅시다.)
[주유기]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콰직,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박성태는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이미 죽었을게 분명하건만 몇번이고 쇠파이프를 내리치는것을 반복하던 박성태는,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박성태의 모습과는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입니다. (SAN 0/1)

기준치: | 56/28/11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rolling 1d3
()
3
3
... (얼떨떨하게 성태와 곳곳에 튄 핏자국을 봅니다. 그렇게까지 할 건 없었는데, 하는 말이 나오려다 말고 들어갑니다.) 좀 자라.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당신과 박성태가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당신들은.. 왜 해가떴을 때 움직이는거죠? 죽고싶은지 참..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말을 많이 해서인지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시간에도 걸었으니 여기서 식사를 한 후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랜만에 마시는 술에, 금세 술기운이 오릅니다.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알코올로 흐릿해진 시야에서, 여전히 등을 돌리고
어제처럼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는 박성태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당신은 박성태에게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했지만

깜빡,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박성태입니다.
밤새 그 ‘일기’라는 걸 쓴 모양입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걷는 박성태를 돌아보니,
박성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박성태를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 ….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거 같은걸 보니...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중 하나인거 같거든요.



박성태가 저런 언어들을 할줄 알던 사람이던가요?
갑자기 일기를 쓴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새의 박성태는, 마치 당신이 알던 박성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에서 박성태 마저도 미쳐가는 걸까요.
…..

당신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쥬드는 말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게 더 신기한거죠. 나도 당신도 어디 한구석은 미쳐 있을걸.







갑자기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박성태가 땅에 쓰러져 있어요.


요 며칠 그’일기’라는 걸 쓰느라 고생하더니, 결국 건강을 망치게 된 걸까요.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 동이 트려 할때 쯤,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것 같아요.
6월 11일 5am
[초등학교]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박성태를 눕혔습니다.


박성태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박성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 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박성태는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박성태는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잠에 들었습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박성태가 보입니다.
박성태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 진 모양입니다.




박성태의 신음 소리를 듣고 쥬드 역시 깨어나 박성태를 살펴보고 말합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2d6+1
(+)
+16
3
10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10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달려드는 좀비에게 일단 반사적으로 휘두르고 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8 |

기준치: | 30/15/6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6 |
좀비:
기준치: | 30/15/6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좀비가 쥬드를 공격합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3 |

기준치: | 40/20/8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 |

청명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4 |

좀비의 차례입니다.
좀비:
기준치: | 30/15/6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피해: | 4 |

남은 좀비는 7마리입니다.
쥬드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2 |
기준치: | 30/15/6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4 |


기준치: | 55/27/11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기준치: | 30/15/6 |
굴림: | 1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4 |
다음 좀비의 차례입니다.
좀비:
기준치: | 30/15/6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5 |
남은 좀비는 6마리입니다.
청명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7 |

기준치: | 30/15/6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다음 좀비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99 |
판정결과: | 대실패 |
피해: | 4 |
남은 좀비는 5마리입니다.
쥬드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4 |


기준치: | 55/27/11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기준치: | 30/15/6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좀비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3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기준치: | 70/35/14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3 |
남은 좀비는 4마리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5 |

기준치: | 30/15/6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좀비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3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4 |

기준치: | 70/35/14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4 |
남은 좀비는 3마리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9 |

기준치: | 30/15/6 |
굴림: | 1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좀비가 비보잉을 했나봅니다. 유연하게 피하기 시작합니다.
좀비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1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쥬드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남은 좀비는 2마리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9 |
전투를 종료합니다

땀방울과 좀비에게서 튄 피가 한데 섞여 이마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SAN 0/1)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좀비들이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양호실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준치: | 53/26/10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캐비넛]과 [사물함], [학교약도]가 보입니다.



[양호실]

정돈되지 않은, 크지 않은 양호실엔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 가 보입니다.

[서랍]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상자]

전부 챙겨가긴 어렵겠지만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환자용 침대]

박성태를 여기에다 눕힐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이불이라도 가져가서 깔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싱크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보니 물이나옵니다.
쥬드는 좀비와 싸우며 더러워진 얼굴과 손을 씻고 있어요.
쥬드는 싱크대 아래에 놓인 양동이에 물을 담았습니다.
약에 물까지, 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때와 다르게 양호실에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 입니다.

행운 판정

기준치: | 44/22/8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쥬드의 품에서 약, 수건, 붕대 등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복도 끝의 좀비 두 마리가 당신들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7 |
기준치: | 55/27/11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7 |
기준치: | 55/27/11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9 |
기준치: | 55/27/11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4 |
기준치: | 55/27/11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9 |
기준치: | 55/27/11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기준치: | 55/27/11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4 |
기준치: | 55/27/11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기준치: | 55/27/11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기준치: | 55/27/11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6 |
(제발) 전투를 종료합니다

당신과 쥬드는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박성태를 품에 안고 일으켜 챙겨온 약을 먹이고,
담아온 물을 이용해 물수건을 만들어 박성태의 이마에 올려주었습니다.

기준치: | 30/15/6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너무 세게 감았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감네.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 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박성태와 서로를 의지하여 역경을 헤쳐나가죠.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박성태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박성태가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습니다.
피곤한게 당연하죠.
당신은 아까처럼 박성태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런 생각을 하며 박성태를 바라보다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박성태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
얼굴에 총에 맞아 눈도 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박성태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박성태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박성태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박성태의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박성태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 작은별…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 부터 박성태는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박성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박성태가 서있습니다.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박성태는, 감염자입니다. (SAN 1d3)

기준치: | 52/26/10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1
1

박성태는,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박성태는,
몇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나를 죽일거야, 형?


버틸 수 있어 형. 내가.. 캘버리까지만. 그까지만이라도. .






이젠 시체의 짐을 뒤지는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게 설령 자신이 죽여버린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인간성을 잃어가는 박성태가 낮설게만 느껴지는건 비단 그가 감염자라서,
라는 이유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6월 12일 6am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박성태는 마침내 입을 엽니다.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우리의 식량을 훔쳐 도망가려고 한거야.
내가 그를 저지하려고 하자 그가, 내가 감염자라는걸 형한테 말 한다고 협박했어.
그래서 죽일 수 밖에 없었어. 형...


..걱정마,
곧 완성되니까.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 줄수 있어?


있잖아 형,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이야. 형. 그래서 형이 싫어하는 희망이란 말에 도박해 볼 생각이야. 우리의 행복을 위해.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당신은 문득 쥬드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당신은 아직도 박성태를 믿을 수 있나요?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 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 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교회]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박성태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피아노]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게,
마치 이 교회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xx월 xx일,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단상]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편 38장 22절”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십자가]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계단]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기도실]

그런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기준치: | 51/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좁은 기도실 안을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체의 것을 가져가도 괜찮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미친듯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박성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박성태의 환한 미소입니다.



거래 내용은.., 내가 감염된다면 이 바이러스 치료제 만드는 법을 알려준대.
처음에.. 거절했는데, 결국 받아들였거든.
원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시간 후에 좀비로 변하는데.. 100시간으로 늘려줘서,
노트에 계속 적던게 그 남자가 불러주는 치료제의 공식이야 형.
..그걸 아무한테 발설하지 않아야했었어.


기준치: | 51/25/10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을 바라보는 박성태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말을 마친 박성태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캘버리까지는 하룻밤만 걸어 가면 될거야.
최대한 빨리 가고싶지만 내가 조금만 쉬어야 할거 같아서…
해가 지면 출발하자. 형..

힘들 만도 하지요,
바이러스에 감염된채로 그 ‘치료제’를 적어내리느라 박성태는 몇날 몇일을 밤을 샜으니까요.
말을 마친 박성태는 예배당 중앙에 옷가지 몇개를 펴고 그 위에쓰러지듯 눕습니다.
바닥에 누운 박성태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말합니다.
형….. 잘 자라고 말 해줄래?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박성태를 가로지르네요.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서 일까요.
때묻은 노트를 껴안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박성태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고,

당신은 그런 박성태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인류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예청명, 당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고 캘버리로 향하는 박성태.

당신과 박성태가 함께 할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땐 박성태가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든 박성태의 옆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박성태입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박성태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6월 13일 6am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형만 괜찮다면 남은 시간동안, 형이랑 아침해 뜨는 걸 보고 싶어.


아이 주려고 곰돌이도, 챙겼어. 좋아할까? ...더럽다고 버리면 어쩌지. 형은 가지고 있어줄거지? (제 품속에 작은, 그 곰인형을 꺼냅니다.)


...역시 그렇겠지? 곰인형 그것도.. 안좋아할거고. 응. ....형, 아이 이름은 뭘로 할거야? 내가 있잖아, 그 아이를 찾으면.. 불러주고싶어. 이름을.


.....형. 사랑해. 그냥, 그냥... 지금이 아니면 형이랑 헤어지기라도 할까봐. ...무서워.
손잡아주라, 형. 형이 알던 내 체온은 아니겠지만, 나는 형의 체온을 느낄 수 있잖아.



두사람은 손을잡고 동이 트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박성태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약속해줘,
부디 형만은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사랑하니까 믿는거야. 우리 형은 그렇거든.
얼른 가, 형. 그리고 데리러 와.
난 항상 여기서 기다려. 내 마지막 기억은 이 곳에 머물러 있으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등 뒤에서 타앙, 하고 가슴을 찢는 날카로운 총성이 들려옵니다.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박성태는 없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박성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박성태가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장,한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장에 적힌 것은...
END 1. 이것은 모두 너를 위한 선택.
예청명 생환, 박성태 로스트
2020.10.25
너를 내게 되돌려줄 100시간
kpc 박성태
pc 예청명
—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이상 늘릴것이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병동 앞 대기실은 tv화면의 뉴스 소리나 간간히 들리는 대화 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학자들에 의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자 구원이라 불렀습니다.

당신은 가방에서 몇 일 전에 당신 앞으로 온 편지를 꺼내 펼칩니다.
몇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워버린 편지는 구겨지다 못해 너덜거립니다.
치료제가 완성된 후인 이듬해 1월, 연합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갖기도 잠시, 사람들은 또 한번의 절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은 치료제를 조금씩 바꿔나가며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들어져야 하는 치료제의 양에 비해 공장과 자원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무작정 감염자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니,
결국 정부는 그들을 수용소에 모은 후 생존자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합정부는 당신의 말에 따라 노트의 작성자인 박성태를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알다시피 정부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당신 역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생존자의 일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부는 수용소의 좀비들 중 박성태를 찾았고,
몇달을 기다려야하는 다른 감염자들과 다르게 박성태에게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치료제의 투여가 결정된 것입니다.
이 곳 아리마테아 병원은 당신이 사는 곳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지대 외곽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
좀비 사태 이후 폐병원이 된 곳을 건물 통째로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위한 시설로 쓰고 있으니 병원보단 수용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염자들이 입원하고 생활하는 병동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 된 폐쇄병동인지라,
병동 앞 면회실에선 당신을 포함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11월 14일 오후 12시 50분 ]

"예청명 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직원이 카드를 찍자 문이 열리며 병동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앙 스테이션을 주위를 둘러싸는 병실들과 처치실, 면회실, 심지어 협소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 겉보기에 이곳은 평범한 병동입니다
이런 곳에서 박성태가 지내고 있는걸까요.
주변을 잠시 둘러보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직원은 빠른 발걸음으로 당신을 한 진료실로 안내합니다.
진료실은 한쪽 벽 가운데 널찍한 유리창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합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자리에 앉자 손에 든 차트를 확인한 의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안녕하세요 예청명씨. 저는 72병동 담당의사 레나 리센 입니다.
박성태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미dna나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지만… 잠깐 확인을 하겠습니다.

쾅!!!!!

헤어진 후 처음 보는 박성태는 당신이 기억하던 박성태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창문 너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과 맟닿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뭉개집니다.
환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박성태.
당신을 알아본걸까요, 아니면 그저 빛에 반응한걸까요.
흑빛 눈동자의 동공은 희게 번뜩입니다.
레나:......박성태가 맞습니까?


불이 꺼지자 좀비, 아니, 박성태가 어둠속으로 삼켜지고, 새카만 유리창엔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레나:보시다시피 지금 상태에선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면회가 허용되는 건 3단계 부터 입니다. 이미 편지에 동봉된 안내자료를 보셨겠지만... 다시한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료제는 어제 오후 1시에 투여된 상태입니다. 박성태는 현재 2단계의 상태이고요.
치료제를 처음 투여받은 환자, 그러니까 좀비는 100시간동안 1단계부터 4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인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00시간 후 5단계가 되어 완치판정을 받을 경우 퇴원이 가능합니다.
첫 치료 시 완치율은 대략 30%정도이고,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곳 병원에 격리된 채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레나:완치된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비일때는 의식도 기억도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치료제가 투여되며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죠.
현재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후 좀비가 될 때 파이로젠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한 결과로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 부작용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아직 모르지만 3,4단계의 환자들이 이따끔 액팅 아웃, 그러니까...
발작을 하며 공격성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안정제를 투여한 후 독방에 얼마동안 격리하는데 그러면 수 시간 후에 괜찮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나:....제가 드릴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질문이 있으십니까?
최대한 대답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대기 인원이 많아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레나: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긴하지만, 보통은 마지막의 순간을 더 잘 기억하더군요. 이유는 아직 저희도 잘..


직원:“선생님, 대기 환자가 많습니다.”
ㄹㄴ:대사
레나: 이만 가보셔야겠군요. 아마 내일도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가 입구 옆에 출입 카드를 찍자 병동의 자동문이 열리고,
당신을 앞서 밖으로 나간 요원이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하는 바로 그 순간,
“거기 비켜!!!!”

민첩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보균자가 탈출했다!!”
“72병동 환자 탈출, 지원 바란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날쌘 걸음으로 복도를 달리는 그를 피해
복도의 대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지원 요청을 듣고 반대쪽 복도에서 나타난 보안요원의 손에 붙잡히고,
곧이어 병동에서 달려온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지에 억제대가 채워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안 되는 찰나에 이루어지고,

“나가게 해줘, 나는 인간이야, 갇히기 싫어, 나가게 해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원은 다음 차례의 보호자를 호명하고,
남은 대기자들은 다시금 순서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마 여기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지 못한다면, 내 소중한 누군가는 평생을 저 안에 갇혀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것을요.
과연 당신의 박성태는 당신 곁으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길의 하늘엔 꼭 당신의 마음처럼 먹구름이 가득 껴 있습니다.
[ 11월 14일 오후 3시 40분 ]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린 탓에 불을 키지 않은 널찍한 거실은 어둑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축에 드는 곳입니다.
4인 이상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넓은 아파트에서 당신은 청아와 살고 있는 것이나,
매달 나오는 지원금 같은 것…
멸망 이후의 이 과도기에 당신은 부족한 것이 없게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야 노트를 완성한 것은 박성태지만 노트를 가져온 것은 당신이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니 정돈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박성태의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집안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100시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2시간.

그게 설령 30%의 희망일지라도.
언젠가 박성태가 당신 곁으로 돌아올 때, 이런 엉망인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순 없으니까요.
우선 너저분한 거실부터 치워봅시다.
소파 위에 켜켜히 쌓인 겉옷들, 탁자 위의 다 마신 컵들, 구석구석 먼지들도 가득이네요.
손재주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먼지까지 닦아내니 너저분하던 거실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졌습니다.
완벽해요!
그 다음은 침실입니다.
매일 잠을 자는 곳이니 그만큼 정돈되지 못하는 공간이죠.
구겨진 이불과 카펫, 책들과 서류들이 널부러진 책상, 구석에 대충 던져놓은 양말 등…

손재주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구석구석 벗어놓은 양말들은 빨래바구니로 던져넣습니다.
호텔 침실이라해도 믿겠네요.
마지막으로 주방입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 냉장고와
밀린 설거지거리, 꽉 찬 쓰레기통, 당장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분류하는걸 까먹고 한번에 돌려버린 세탁기…
뭐, 괜찮겠죠.
청소를 끝내고 마무리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거실의 창문을 엽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깨끗해진 집을 돌아보자 뿌듯하고
또…

아까 냉장고를 정리하기도 했고, 마침 저녁 시간이네요.
청아와 함께 장을 보러 갈까요?






길목에 위치한 상가들은 문을 닫은 곳 보다 연 곳이 더 많습니다.
재정비를 거쳐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가게들도 보여요.
아침에 들렀던 안전지대 외곽에선 병원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없었는데요.
거주 구역을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걸까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마트 안엔 장을 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행운 판정

기준치: | 44/22/8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조촐한 저녁상이지만 이렇게 제대로 청아와 끼니를 챙긴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청아를 제외하고 집 안은 고요합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간간히 메꾸는 것은
윗집에서 들리는 티비 소리, 옆집 가족들의 대화 소리, 웃음 소리…..
불이 켜진 주방을 제외하고 집 안은 어둡습니다.

당신은 그릇을 치우고 청아와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눕습니다.
잠이 들기 전 언젠가 박성태와 함께 이스트베일의 마을에서 나란히 누웠던 침대가 문득 떠오르네요.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잠시 잠을 청한 그 곳의 낡은 침대 위에서 그 때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박성태는 나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았는지…
박성태와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도 있지 꽤나 옅어진 기억들도 많네요.

[ 11월 15일 오후 1시 ]

어제와 같은 직원이 오늘은 당신을 사무실이 아닌, 박성태가 있다는 병실로 안내합니다.
직원:면회시간은 오후 다섯시 까지입니다.

유일한 광원인 정면의 tv에선 대기실에서 나오던 것과 같은 뉴스가 틀어져 있고
작은 화장실과 냉장고, 벽에 붙은 서랍장,
그리고 방 안을 제일 크게 차지하는 침대에 앉아 있는 박성태.



헤어진 후 이렇게 만나는 것은 몇년 만인가요.
가까이서 본 박성태는 당신이 기억하던 마지막 모습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한 모습입니다.
좀비로 변하고 난 후 생긴 상처일지, 몸 군데군데엔 반창고가 붙여져 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특별할게 없는 방이네요.


나는 이 곳에 혼자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6명이 쓴다고 하더라고.
내가 왜 특별 취급을 받아?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기억 중간중간이 먹칠 당한 것 같아. 내가 어디 살았고, 왜 여기 있고...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치..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야.






나는 인간들의 살을 뜯어 먹으며 살아왔어,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해.
차라리 그때 없어졌어야했는데...

일순간 고개를 홱, 치켜올리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쿵!!

곧바로 박성태의 억센 손아귀가 당신의 목을 조여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언젠가 본적이 있는 그 살기어린 눈빛에 가슴이 섬짓합니다.
왜 그가 울고있는 걸까요.

내가 그러고 싶었던게 아닌데……
내가….

방 문을 열고 보안요원들과 의료진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보안요원이 당신에게서 박성태를 밀쳐내고 억제대를 채우는 사이
직원 중 한명이 당신을 방 밖으로 내보냅니다.
직원:괜찮으신가요? 잠시 나가 계셔야 겠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
문을 열고 나온 레나 리센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어제 말씀 드렸던 상황입니다.
진정제를 주사했으니 곧 괜찮아 지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상황이 있으면 최소 24시간동안 면회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내일은 면회가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지켜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야겠군요.

레나:..그러면 직원과 함께 있으세요. 방금 전 같은 상황이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형, 형이 내 빛이야. 형만큼은 기억해, 형이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알아.





[ 11월 15일 오후 5시 20분 ]

날이 흐린 탓에 불을 켜지 않은 집 안은 어둑합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박성태와 대화를 나누던 것은 그저 찰나의 환상같이 느껴집니다.
닫힌 문의 틈새에서 새어나오던 박성태의 울음 섞인 비명소리와 의료진들의 급박한 대화 소리….
소란스러웠던 병동과 다르게 어제와 같은 적막함이 집 안에 가득 차올라 마치 그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소파의 한 구석에 올려져 있는 tv의 리모콘이 보입니다.

“.....그럼 다음 질문을 해볼게요. 선생님이 파이로젠 바이러스에서 완치하실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치료를 받을 때 제 아내가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왔어요. 옛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저를 지지해줬어요.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를 믿을 수 없어요,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면서 아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다시 또렷하게 보였던 그 순간…
제 아내가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 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당신은 그런 티비 화면을 뜷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 기억이 되돌아 오도록 도와주는 것….
어쩌면 이것이 박성태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박성태의 기억이 돌아올 만한 물건은, 이 집에 있는 것은 박성태가 작성하던 낡은 노트 한권 뿐입니다.
하지만 어제 박성태는 자기가 노트를 작성하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었죠.
박성태에게 중요한, 박성태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 곳, 박성태가 살던 집.

그런데, 지도에서 박성태가 살던 도시를 클릭하자 작은 안내 메세지가 뜨네요.
[해당 구역은 오염구역이므로 일반인들은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

캘버리 교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전구역],
좀비들을 모두 ‘청소’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도시인 [청결구역],
그리고 여전히 좀비들이 남아있는 [오염구역].

아직 바깥엔 좀비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왜 잊고 살았을까요.
박성태를 위해서 당신은 다시한번 좀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도시로 향해야 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엔 당신이 다시 물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박성태를 위해서, 박성태가 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던 것 처럼,
이번엔 당신이 박성태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차례입니다.



박성태와 함께 안전지대를 향해 떠돌던 시절에 사용했던 배낭은 여전히 튼튼하네요.
배낭 안엔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 찌그러진 생수병, 유통기한이 지난 약상자 등…
마지막으로 박성태와 함께 펼쳐보던 지도를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당신은 내일의 여행을 생각하며 청아와 잠에 들었습니다.
박성태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여행을요.
[ 11월 16일 오전 9시 ]

박성태의 집은 당신이 있는 도시의 안전지대로부터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또 얼마간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야, 당신과 박성태는 살아남기위해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긴긴 여행을 했으니까요.
청아에겐 뭐라고 말해두는게 좋을까요.
걱정이 몰려옵니다.
[ —그 다음 날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몇일간 계속해 흐린 날씨가 지속된 반면, 오늘 내일은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선 오늘 저녁과 밤 사이로 짧게 비가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

당신은 가만히 눈을 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들을 듣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내리고 이제 버스안의 승객은 당신뿐입니다.
덜컹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면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로에 군인들 태운 군용 트럭이 버스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긴 긴 도로를 달려 마침내 종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버스 기사: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오염 구역 인데요. 알고 가는 겁니까? 몰랐다면 다시 태워줄테니 돌아가요.

버스 기사:그렇다면야 뭐, 조심이나 하세요. 좀비한테 물리지나 말고.

부웅,

당신은 버스가 떠난 쪽을 잠시 바라보다 지도를 보며 버스가 향한 반대쪽인 서쪽을 향해 걷습니다.
[ 11월 16일 오후 1시 ]

아스팔트에선 더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도로 위를 걸으니 3년 전, 박성태와 함께하던 시간들이 풍경에 겹쳐 떠오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지도를 보고 길 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 나갔습니다.
힘들고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둘은 함께였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시간 정도를 걸으면, 마침내 당신은 도시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 입니다.]

오염구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해골 마크가 도시의 이름을 가리고 있네요.
도시 안으로 들어가 얼마간 걸으니 곧 익숙한 거리와 풍경이 보입니다.
도시의 뼈대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과 같지만 5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곳은 적막하고 황량합니다.
잔뜩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걷지만, 이 텅 빈 도시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당신 뿐이에요.
당신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때 쯤, 눈 앞에 드디어 익숙한 집 한채가 보입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의 쓰레기들과 망가진 내부는 생존자들이 다녀간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흔적들마저 두꺼운 먼지에 덮여있는 게, 마치 이 안에 5년이라는 시간이 고여 있는 것 같아요.
주방과 이어진 [거실], [침실]과 [서재]. 가구들과 벽지…

당신이 거실에서 집안을 둘러보던 그때, 끼이이익-하며,
경첩의 마찰 소리가 뒤에서 들려 옵니다.
……..
……..
아까 들어올 때 문을 닫고 들어왔었었나요?
쿵, 쾅,

이 곳은 오염구역, 언제든 좀비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입니다.
싸워야 할까요, 아님 도망갈까요.
마른침을 넘기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야옹-

녀석은 당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당신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빕니다.
오렌지색 털은 부드럽고,
목에는 토비, 라는 작은 이름표가 걸려 있는게
원래는 사람 손에 키워졌나 봅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는 인간들만 감염되었고 좀비는 동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이만 집을 마저 돌아볼까요.
다시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5시 전엔 이 집에서 떠나야 할 테니까요.

[거실]

창문에선 반쯤 쳐진 커튼 너머로 햇빛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와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거실 한쪽에 놓인 것은 긴 소파, 그 앞에 놓인 긴 수납장 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바닥 한 구석에는 [낡은 신문]도 보여요.

[액자]

겨울 바다 앞에서 추위로 발개진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 당신과 박성태가 사진 속에 담겨있어요.

[낡은 신문]

[속보-정체 불명의 바이러스 전 세계 창궐]

아래로는 좀비사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적혀 있네요.
오래 전 신문이라 글자들이 드문드문 번지고 닳아 있습니다.
관찰/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서재]

책상 위엔 책 대신 쓰레기들과 구겨진 종이들이 올려져있습니다.
서재의 책상 서랍들을 열어보던 당신은 서랍 맨 아랫칸에서 박성태의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카메라]

카메라를 켜보자 박성태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네요.
사진 속에는 5년 전 평화로운 도시의 거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당신의 뒷모습, 그리고…
이 서재에서 찍은 것 처럼 보이는 사진인 거리의 좀비들과 좀비들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찍혀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건 박성태가 사용하던 다이어리네요.
펼쳐보면 5년 전의 시간엔 간단한 메모와 함께,
페이지들 사이사이엔 당신과 함께 본 연극이나 영화 티켓, 영수증, 브로슈어 등이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습니다.
다이어리 뒷부분의 노트엔 드문드문, 짧막한 일기 같은 글들이 적혀 있네요.
XX월 XX일. 형이랑 함께 다시 한번 겨울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XX월 XX일.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는데. 사과해야겠다.
XX월 XX일. 사랑해.
XX월 XX일. 형이랑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어쩌면…

XX월 XX일. 예청명, 나에겐 형이 그 어떠한 것보다 소중해.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을 세상 어떠한 것보다 소중히 여겼던 박성태는, 그래서 망설임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었던 걸까요?
...물건들을 얼추 챙기고 난 후 시계를 보니 5시가 되기 전까진 30분정도가 남았네요.
당신은 거실로 돌아와 소파의 먼지를 살짝 털어내고 그 위에 몸을 파묻듯이 앉습니다.
오후의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이런 나른한 주말의 오후엔 박성태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소파에 앉아 방문을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박성태가 저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100시간 후에 박성태가 사람으로 돌아온다면 이런 시간을, 또 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때, 당신의 주머니에서 정적을 깨는 요란한 멜로디가 들립니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박성태가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네요.
“안녕하세요, 예청명님. 금일 박성태의 상태가 다시 안정되어 내일, 어제와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 하실 것 같습니다. “

내일 5시에 100시간이 끝나게 됩니다.
이것들이 박성태가 돌아오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요.
시계를 보니 이제 5시가 가까워졌습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박성태와 함께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며, 집을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게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당신의 앞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유독 길고 흔들리는게,
마치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겹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생존자일까 하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기엔
로 익숙하고 오랜만에 듣는 불쾌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등을 돌리면….

민첩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중심을 잃고 쓰러진 당신의 머리 위에서 딱, 딱 하며, 침과 피가 뒤섞인 이빨이 맞부딪힙니다.
탕!!!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총성이 들린 쪽을 바라보니 중무장한 군인이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걸어들어오는게 보입니다.
그는 당신 옆에서 움찔거리는 좀비를 보더니
다시 한번 총을 들어 총알을 두어발 더 머리에 발사하고,
시체를 발로 몇번 건드려본 후 가슴에 매달린 무전기에 대고 짧게 말합니다.
군인:“감염자 사살 완료.”

군인:“물렸습니까?”

군인: “생존자, 민간인 발견. 안내하겠다.”
“따라오시죠.”

당신의 앞길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검붉은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는 큼직한 군용 트럭과 몇 명의 군인들이 보이네요.
아까 이 곳으로 올 때 봤던 것과 같은 종류의 트럭입니다.
군인들은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듣기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잘 했어, 시체는 청소반이 처리하겠지.’
‘....저 사람은 감염이 안 된거 확실하고?’
‘그런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검사해보죠.’
대화를 마쳤는지 그들 중 한 사람이 당신에게 걸어와 말합니다.
군인:“감염자는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손을 좀 주시겠습니까.”

저건, 안전지대 안의 ‘감염자’들을 가려낼 때 사용었던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키트네요.
잠시 후 당신이 비감염자임을 확인한 군인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군인: “민간인이 오염구역에서 뭘 하고 있던 겁니까. 태워드릴테니 안전지대까지 같이 가시죠.”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뻥 뜷린 도로와 황무지는 석양빛을 받아 온통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요.
트럭 안은 덜컹이는 바퀴 소리와 화물칸의 좀비들이 이따끔 내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어느 새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주위가 어두워지고, 트럭은 안전지대에 도착합니다.
군인들은 당신에게 사는 곳을 묻곤 당신을 적당한 곳에 내려주며 말합니다.
군인: “함부로 오염지역에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밤이 되어 쌀쌀해진 공기는 습하고 무겁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 당신은 문득, 골목의 한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종이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가족을 찾고 있어요]
[위와 같이 생긴 사람을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따위의 글씨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대체로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얼굴들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글씨들이 적힌 종이들은
어두운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밤바람에 쓸쓸히 팔락입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과 박성태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이마에 톡, 하고 빗방울 하나가 떨어집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지만 몇걸음도 가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옷에 스며들었던 피가 빗물에 씻겨내려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9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청아가 당신을 기다리다 소파에서 잠든듯합니다.

젖은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하고 나니 오랜만에 멀리 이동한 탓인지 피로가 몰려와요.
청아를 침대에 눕히고 당신은 그 옆에서 잠에 듭니다.
….
….
눈을 뜬 당신은 더럽고 헤진 옷을 입고, 낮설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거리에 서 있습니다.

이 곳은 당신이 생존하며 지나쳐 온 수많은 장소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르게 당신 곁에 박성태는 없네요.
이것이 과거이고 꿈 속이라면 박성태 또한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
박성태를 찾기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또 다른 좀비 한 무리가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팔과 다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두릅니다.

퍽!!

그 좀비는 바로 박성태 라는 것을요.
땅에 쓰러진 좀비, 아니 박성태일까요,
그는 당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희미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형….”

하고 꿈에서 깨어나면 방 안은 아직 어둡습니다.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나면, 아직도 생생한 손 끝의 감각에 양 손이 떨려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그른 것 같아요.
창문을 여니 새벽의 습하고 짙푸른 공기가 방안에 가득 찹니다.
커피 한잔을 타온 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아침 햇살을 등지고 당신에게 잘가라고 말하던 박성태. 그때도 그는 울고있었던가요.
유언처럼 마지막에 그가 당신에게 했던 말,
살아남아. 형. 그리고 데리러와.
그 말이 저주처럼 남아 당신은 죽고싶을만큼 괴로운 순간들에도 죽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겐 또다시 100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당신이 내게 되돌아올 100시간.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
언젠가 너와 바라보았던 아침 해를 바라보며 다짐합니다.
당신이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 11월 17일 오전 8시 30분 ]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산책이라도 할 겸,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으니 처음 보는 꽃가게와 베이커리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여기서 박성태에게 줄 선물을 사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꽃집]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꽃들과 식물이 보이네요.
살짝 습한 공기에는 꽃과 식물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꽃집 주인:그럼요, 락스퍼로 해드릴까요?


[베이커리]

조촐하게 카페도 겸하고 있는지 가게 안쪽엔 테이블과 의자들도 놓여있네요.


하긴.. 성태는 뭐든 케이크라면 잘 먹었죠?


양 손은 무겁지만 이걸 보고 기뻐할 박성태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며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병원 앞으로 향하던 당신은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피켓과 판넬, 확성기 같은 것을 들고 있네요.
민첩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을 밀치고 지나간 사람들은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박성태가 설령 인간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이전처럼 인간으로 인정받을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좀비였던 박성태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할까요.

병실 안의 tv에선 아까 그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네요.
[ —감염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중 하나인 아리마테아 병원 앞에서 오늘 아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 입법안 중 4단계의 환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시설 밖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설 조항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위대는 해산되었지만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은 탓에 연합정부는 다른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어느새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찰나의 침묵을 알아챘는지 박성태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나도 알고 있어. 대략 한시간 후에 내가 이 곳에 남을지, 형과 함께 떠날 수 있을지 결정된다는 것을.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형, …….형은 나를 인간으로, 예전의 나로 받아들일 수 있어?


삑, 삑, 삑—….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책상의 전자 시계에서 100시간의 종료를 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얼마 후 병실로 레나 리센이 들어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시간이 됐군요. 몇가지 검사를 할 테니 잠깐 나가 계시겠습니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문 앞에 선 박성태가 당신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밤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며 어둡게 그림자가 진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3년 6개월 하고도 100시간을 넘어 너는 마침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가면 같이 저녁을 먹고, 잠에 들고,
언젠가 박성태의 시력이 회복되면 약속한 바다를 보러갈까요.
예전같은 삶을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만 돌아갈까요, 오늘 밤은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며 잠에 들도록 해요.
END 1. 네가 내게 되돌아온 10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