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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청

이브의 비망록


이브의 비망록
KPC 예청명

PC 박성태
그 주에는 어째서인지 끝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저택 근처의 작은 동산마저 희미하게 보일 만큼 날은 흐렸고,
계속되는 폭우에 온 저택이 곰팡이가 슨 것처럼 눅눅했습니다.
응접실에 앉아 무료히 시간을 보내며 가지 않는 시간을 탓하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날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저 그런 하루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늦은 오후,
젖은 생쥐 꼴로 달려들어 온 우체부가 내놓은 소식은,
그의 무례를 지적할 수도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죠.
-경, 실족으로 사망.
실족?
사망?
-경이라면...
분명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피가 섞이진 않았다지만.. 분명 가족이지요.
-경이, 실족으로 사망.
입속으로 다시 되뇌어봅니다.
의문과 혼란스러움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르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곁에서 어지러움에 휘청이는 어머니를 붙잡아 위층으로 올려보내면,
굳은 얼굴로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 청명이 보입니다.
그는 아비를 잃은 자치고는 너무나도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그 얼굴이 웃는 것처럼 보이던가요, 우는 것처럼 보이던가요.
예청명:장례를 치러야겠어. 그렇지?
박성태:..그렇게 해야겠죠, 형? (꽤 충격이었던 듯 얼굴을 쓸어보다 애써 웃어보입니다)
서재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수선한 사용인들을 정리하고 앓아누운 어머니를 간호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입니다.
정리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온 저택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어서, 저녁 식사는 그만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휴식도 취할 겸 서재로 갈까요?
그곳은 조용할 테니까요.
붉은 벽지와 짙은 고동색의 책장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청명의 증조부가 도서 수집에 취미가 있으셨다던가요.
3층까지 뚫어놓아 다른 방보다 훨씬 높은 천장에는 둔탁한 느낌을 주는 금빛 촛대가 대롱거리고 있습니다.
온 방을 휘감은 걸로도 모자라 천장까지 닿은 책장에,
다홍빛, 암녹빛으로 반질거리는 금박 양장 도서들이 한가득 꽂혀있군요.
책장 사이사이 집안사람들의 초상화가 하나씩 걸려있습니다.
휴식을 취하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나,
왜인지 아버지와 청명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잘 출입하지 않았죠.
마침 청명 역시 아버지의 일로 바쁠 터이니,
당신이 이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소파에 앉아 몸을 늘어트리면, 어디선가 달콤하기 그지없는 향기가 후각을 자극합니다.
박성태,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박성태:(향기? 무슨 향기인지.. 향기가 짙은 곳으로 한번 가봅시다)
향기가 나는 곳은 다름 아닌 짙은 붉은빛이 도는 사과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금속질감이 도는 것이 아무래도 사과모양 조형물인 모양입니다.
달짝지근하지만 기분 나쁘진 않은 향기가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네요.
탐스러운 붉은빛에 매혹적인 향을 풍기는 것이 마치 성서 속의 선악과처럼 보입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98
판정결과:실패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73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1
)
=
1
(사과를 쓰담.. 해보곤 초상화를 살펴봅니다)
역대 가주들의 초상화와 그의 가족들의 초상화입니다.
가족 모두를 그려 넣은 단체 초상화도 가끔 보이지만,
그보다는 개인의 초상이 여러 개 걸려있네요.
죽은 아버지와 당신 어머니의 초상도 보입니다.
그 아래로는 지금보다 어딘가 어려 보이는 청명의 초상화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라?\
당신도 분명 어머니와 함께 초상화를 그렸는데요.
당신의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성태:(초상화를 찾는건 포기하고.. 책장을 살펴봅니다)
문학부터 과학, 예술, 경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습니다.
금박, 은박,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이사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책등이 노랗게 삭은 고서들도 보입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누가 읽고 다시 꽂지 않은 건지 듬성듬성 비어있는 칸이 보입니다.
남아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윤리와 도덕에 관련된 도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푹신해 보이는 소파 옆에 자리 잡은 탁자입니다.
사과 조형물이 놓여있는 상단에는 조화가 꽂힌 화병도 하나 보입니다.
그 아래로는 3개의 서랍이 눈에 띕니다.
어느 서랍부터 조사할까요?
박성태:(맨위부터 조사합니다)
레터 나이프와 라이터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다음 서랍을 열면,
작은 알사탕이 가득 들어있는 단지가 들어있네요.
설탕의 달콤함이 느껴집니다.
세 번째 서랍을 열면,
파기된 이면지들 아래로 갈색 서류봉투 하나가 보입니다.
서류봉투를 꺼내보면 밀랍으로 단단히 봉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박성태:(궁금하니까.. 서재 한번 둘러봤다가 열어봅니디ㅏ)
탁자의 서류 봉투를 레터 나이프로 열어보면,
새하얀 종이 한 장이 들어있습니다.
당신이 종이를 꺼내 읽어보려고 하는 순간...
예청명:여기에 있었네.
네가 없길래 찾아다녔어. 방에도 없고 해서.
그는 미미하게 웃으며 당신을 쳐다봅니다.
박성태:..아, 형. 찾으셨어요
아버지 일로 바빴을텐데. 잠은 푹주무시죠? (서류를 아래로 내려 뒤로 숨겨봅니다)
예청명:...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짓무른 눈을 살살 쓸어내리다가 고개를 기울이며 성태를 바라봅니다.) 뭘 찾고 있었어?
박성태:제 초상화요. 분명 있었던것같았는데 못보셨어요? (은밀하게 서류를 돌려놓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하인들을 시켜 뜨거운 우유라도 올려보낼게요. 분명 잠이 잘오실거테니까.
예청명:글쎄, 잘 모르겠는데... (성태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맞아. 아버지 서랍 세 번째 칸에 유언장이 있었는데, 상속 문제를 처리하려면 그게 필요해.
좀 비켜줄래. 그걸 가져가려고 왔거든.
박성태:그건.. (유언장이었구나.. 제 손에 들린걸 청명앞으로 내밀더니) 이걸 찾으시는것같네요. 제가 마침 읽으려던 참이었거든요. ..이건 형한테 드리는게 더 좋을것같네요.
예청명:고마워. (청명은 서류 봉투를 받아 챙기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봉투를 내려다봅니다.) ... 이제 가서 쉬어. 피곤할 텐데.
봉투를 건네는 손길 사이에 미묘한 열기가 느껴졌던 것은 착각일까요.
무어라 말을 더 걸기도 전에 청명은 몸을 돌려 서재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오늘로서는 더 할 일이 없겠어요.
장례식이 곧 열릴 겁니다.
이만 가서 쉬는 게 좋겠죠.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장례식
연이은 폭우로 다소 느긋하게 진행될 거란 예상과 달리,
청명은 빠른 속도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사인은 실족사.
절벽 아래로 떨어져 시신을 수습할 수도 없으니,
빈 관 하나를 짜 맞춰 묻으면 그만이라고요.
어젯밤 당신이 방으로 돌아간 이후 일을 진행한 모양입니다.
주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저택의 모든 이들은 그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커튼을 검은 것으로 교체하고,
홀을 장식하던 태피스트리를 떼어냅니다.
검은 칠을 한 향나무 관이 마련되었고,
그 안은 시신을 대신해 아버지의 물품들과 꽃으로 가득 채웁니다.
늘 피우던 상쾌한 향 대신 무겁고 매캐한 향이 가득합니다.
장례를 치를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자 폭우를 뚫고 조문객들이 하나둘 도착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도 아버지의 마지막을 추모하러 꽤 많은 이들이 참석해주었습니다.
그들은 검은 우산 아래로 슬픈 눈을 하며,
관속에 하얀 국화를 한 송이씩 던져줍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엄숙한 얼굴의 사제가 기도문을 읊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피로함을 느끼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자리를 옮깁니다.
숨 막히는 정적에 질식할 것 같던 기분이 나아짐을 느낍니다.
아버지의 관이 이동할 자리,
후원의 가족묘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멀리서 검은 형체가 하나 보입니다.
우산도 없이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청명입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비가 그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보입니다.
저 물 자국 사이에 어쩌면 그의 눈물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시선을 조금 내리면...
묘하게 비틀려 웃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옵니다.
... 웃다뇨?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90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1
)
=
1
의연한 척을 했다지만,
청명 또한 속으론 더할 나위 없이 슬플지도 모르겠습니다.
봐서는 안 될 그의 치부를 본 것만 같아 어쩐지 귓가가 달아오르는 것 같아요.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89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1
)
=
1
문득 도덕이 마모됨을 느낍니다.
당신의 이성이 조금 닳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당신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두려워할 지도요.
그럼에도 시선을 피해 머릿속으로 욕망이 아스라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째서죠? 이곳은 아버지의 장례식 중인데...
은근히, 눈앞의 사람에게 자꾸 시선이 가는 것 같아요.
당신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에게로 다가갑니다.
어째서?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그를 위로해주고 싶단 생각이 정신을 지배합니다.
물기를 머금은 잔디가 버석대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들려옵니다.
당신이 가까이 다가오자 생기 없이 탁해진 KPC의 눈동자가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그에게 우산을 씌워주면, 그는 그제야 자신이 비를 맞고 있었음을 자각한 듯 몸을 움찔거립니다.
추위에 파랗게 질린 입술이 묘하게 시선을 잡아끕니다.
그는 의지할 곳이 필요한 듯 당신에게로 거리를 좁히고...
듣기 판정
박성태:
듣기
기준치:75/37/15
굴림:71
판정결과:보통 성공
다물린 그의 입술이 살며시 벌어집니다.
두 사람이 내쉰 숨이 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는 작게 속삭입니다.
예청명:... 성태야.
청명은 당신을 멀거니 쳐다보다,
곧 몸을 바로 하고는 우산 그늘에서 빠져나가 저택으로 걸어갑니다.
멀리서 종소리가 두어 번 들려옵니다.
...
장례가 곧 끝날 모양이네요.
성태의 방
장례를 마치고 손님들을 배웅하자 어느덧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사용인들은 평소보다 일찍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고,
저택은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장례 내내 퍼붓던 비는 여전합니다.
장례를 일찍 치른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분명 내일 아침이면 저택으로 오는 길이 침수될 것입니다.
고단한 하루였으니 슬슬 잠자리에 들도록 할까요.
죽은 자에게는 내일이 없다지만,
당신은 이다지도 분명하게 살아있으니까요.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 준비를 하면, 어째서인지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멀리서 천둥소리와 빗소리가 들려오고.
째깍, 째깍.
시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똑똑.
적막을 깨트리며 두꺼운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예청명:성태야, ... 나야.
박성태:..형? (뒤척거리며 자세를 바꾸다 들리는 소리에 문을 벌컥 열어줍니다. 좀 전의 그 묘한 시선은 무엇이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는 듯 굴어봐야겠죠. ) 무슨일로 오셨어요?
청명?
당신이 문을 열어주면,
어쩐지 허여멀건 낯빛의 청명이 잠옷 차림으로 서 있습니다.
예청명:오늘 너무 바빠서 그런지는 몰라도 잠이 잘 안 와서. 이야기를 할 상대로 너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입을 앙다물었다가 덧붙입니다.) ... 다들 따뜻한 우유도 안 가져다줬고.
박성태:아. 죄송해요.., 제가 부탁해둔다는게 그만. 형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정신이 없었나봐요. 제게 남은 가족이라곤 형이랑, 어머니 뿐인데 들어와요 형. ...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예청명:(슬며시 미소지으며 열린 문 사이로 천천히 걸어들어갑니다.) 다들 혼란스러울 테니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네. 와인이라도 한 병 마실까.
청명이 들어온 이후 문을 닫기 위해 잠시 고개를 내밀면,
당신은 누군가 당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청명마저 방으로 들어온 이후에는,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야 할 텐데...
검은 드레스의 끝자락이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 이 시간에, 누구일까요?
예청명:뭐 해? 같이 쉬자. 피곤한 하루였잖아.
박성태:누가 있었던것같아서... 하.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문고리를 잡고 한참 서있다가 청명을 돌아봅니다) 와인? 좋죠. 제가 가져올까요?
예청명:너무 무리하지 마. 산 사람은 살아야지. (성태의 침대에 걸터앉습니다. 얼굴을 쓸어내리던 청명이 문득 고개를 들고 끄덕입니다.) 응. 다녀와.
두 사람은 와인을 마시며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성태의 방에서 나란히 잠들었습니다.
길었던 하루가 겨우 마무리되고 있어요.
식당
종일 비가 내려서일까요,
온 저택이 음울하기 그지없습니다.
볕이라도 들면 좋을 텐데 하늘은 맑아질 기색이 없습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썩 개운하지가 않군요.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내면,
사용인이 다가와 주인마님께서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식사 시간이군요.
청명은 일찍 일어나 방에서 나간 모양입니다.
딱히 입맛은 없으나 식사를 거르는 것보다는 뭐든 나을 테지요.
식당으로 향하면, 먼저 도착한 어머니와 청명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곧이어 사용인들이 음식을 하나 둘 내오기 시작합니다.
잘 익은 비프 스테이크, 베이컨을 넣은 크림 스튜,
닭가슴살과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 바게트와 버터, 쌀푸딩…
주방장의 솜씨는 저택을 휩쓴 비극에도 변함없이 훌륭하군요.
지금은 식사를 즐겨야 할 때겠죠.
어머니:이제야 왔구나. 얼른 앉아라.
박성태:..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찍왔어야하는건데. (웃어주다가 청명을 살핍니다)
예청명:(청명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럼에도 미미하게 웃는 낯으로 성태를 응시합니다. 그러고는 어머니에게 잠시 시선을 돌리며,) 그럴 만한 일이 있었으니 너무 다그치지는 마세요.
어머니:이해한다. 어제 하루는 정말 길었지. (물잔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오늘은 일찍 방에 들어가서 쉬렴. 다들 잠도 한숨 못 잔 것 같던데...
박성태:어머니도 한숨도 못 주무셨을테니 식사 후에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상심이 크신건 무엇보다.. 어머니실테니까요. (눈 마주치자 입 꾹다물며 웃어보다 성태 또한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자,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어머니가 입을 엽니다.
어머니:... 그나저나, 성태야. 이제... 슬슬 네 혼처를 찾을 때가 되었지.
박성태:지금 상황도 그렇고, .. 혼처를 찾기는 너무 이른것같습니다. 저희 다 안정기가 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해요 어머니.
어머니:그런 식으로 우유부단하게 있다가는 적당한 시기를 놓치고 말 거야.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떠나신 만큼 네가 빨리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지 않겠니.
박성태:그렇지만.. 저는, 그..좀. (굳이 내가? 꽤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려다 고개를 푹숙여 표정을 고칩니다.) 알겠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고려해보도록 할게요. 어머니 뜻이라면 따라야죠.
어머니:그래. 잘 생각했어. ... 아버지께서도 기꺼워하실 거다.
어머니의 얼굴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완고합니다.
이를 어쩌죠?
문득 청명에게 시선을 주면...
심리학 판정
박성태:
심리학
기준치:55/27/11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를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까요?
불안과 분노,
어이없음,
명백한 화...
그 모든 것이 뒤섞인 것만 같은 표정을.
... 왜 당신이?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3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기 무섭게 어머니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왜인지 못마땅한 낯이던 그녀는,
당신에게 조만간 결혼 상대로 적합한 이들을 추려보겠다며 말을 건네고선 식당을 빠져나갑니다.
이만 식사를 마무리해야겠어요.
당신과 청명 또한 식당을 빠져나갑니다.
응접실
생각도 못 한 결혼 이야기를 들어서일까요?
미묘하게 축 처지는 게, 응접실 소파에 기대 무료히 시간이나 죽이던 때였습니다.
방 한구석의 커다란 괘종시계에서 시계 소리가 똑똑 들려옵니다.
적막 속에 잠이 들려던 찰나,
문이 열리며 청명이 응접실로 들어섭니다.
그는 편하게 풀어헤친 차림에 양손 가득 크고 작은 상자를 가득 들고 있군요.
예청명:... 방에 간 거 아니었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는 가져온 상자들을 탁자 위에 쌓아둔 채 맞은편 소파에 앉습니다.
무엇을 할까요?
박성태:머리가 좀 복잡해서요. 그건..뭔데요? (몸을 힘겹게 일으키곤 쳐다봅니다) 누가 선물해줬어요?
예청명:아니, 내 건 아니고. 아버지 방을 정리하는 중이었어. 방에 있길래... (밍기적 웃어보이며 대답하고는 상자를 열어 보여줍니다.)
서류가 잔뜩 든 상자부터 망가진 만년필이 가득 든 상자까지.
잡동사니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습니다.
상자를 보여주던 청명은 이내 상자를 하나씩 열어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상자를 하나씩 열어 천천히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버릴 것과 필요한 것인 모양이에요.
그 행위를 지켜보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면,
... 청명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훔쳐보다 들킨 것처럼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그의 출입으로 소란스러웠던 것도 잠시,
응접실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예청명:... 박성태.
문득 그가 당신을 부릅니다.
청명을 바라보면,
그는 상자 더미 속에서 얄팍한 검은 종이상자 하나를 당신에게 내밉니다.
예청명:아버지가 너한테 선물하려던 것 같아서. 볼래?
박성태:아버지가요? (선뜻 받아 상자를 살펴봅니다)
상자를 받아 열어보면,
... 이게... 대체?
애완견에게나 채울 개목걸이 하나가 붉은 벨벳에 감싸져 있습니다.
투박한 검은 가죽에 쇠로 된 버클까지...
절대 아버지가 자식에게 선물할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은 개를 키우지도 않는걸요.
박성태:아버지가.. 이런걸 주실 분이아닌데.. (급격히 말이 느려지며 개목걸이를 매만집니다. 잘못준거아냐? 개같이 살라는건가? ... 난 그냥 닥치고 결혼하는 수 밖에없다는건가? 혼란스러운듯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이건? (괜히 자기 목을 감싸쥐며 청명을 쳐다봅니다)
혼란함에 청명을 쳐다보면,
그는 무구한 표정으로 당신과 눈을 맞춥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93
판정결과:실패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 정말 그뿐일까요?
아니에요. 착각이겠죠.
청명이 실수한 것이 분명합니다.
청명도, 아버지도...
인간에게 개목걸이를 선물로 줄 위인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34
판정결과:보통 성공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53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2
)
=
2
그는 당신의 혼란함을 알아챈 듯 상자 속을 들여다보고는,
작게 탄식하며 제 미간을 긁적입니다.
예청명:이게 아니었나 보네. 미안, 정신이 없어서.
그는 당신에게서 상자를 돌려받고는 비슷한 검은 상자를 다시 건네줍니다.
조금 미심쩍은 기분으로 열어보면...
화려한 크라바트 하나가 보입니다.
꼭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화려하네요.
예청명:... 마음에 들어?
박성태:엄청요. 사실..기뻐요. 뭘 남겨주시리라 생각은 못했는데. (그제야 표정이 펴지며 크라바트를 매만집니다. 바로.. 본인이 끼고 있던 크라바트를 풀고는 청명에게 내밀어요) 형, ..어이없는 부탁이지만 아버지를 대신해서 매주실수 있나요?
예청명:응. (성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태의 카라 아래로 크라바트를 매 줍니다. 약간 뒤엉킨 부분을 풀기 위해 성태의 목 가까이서 한참 손을 놀리던 청명이지만, 아무래도 앞에서는 제대로 매 주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잠깐만,
청명은 당신의 뒤로 돌아가 옷끼리 접힌 면을 천천히 펴 줍니다.
청명의 시선과 손길이 당신의 뒷목에 닿는 것 같다고 생각하자,
목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아요.
등에 힘이 들어가 자세가 부자연스러울 만치 뻣뻣이 세워집니다.
그의 손가락이 목덜미를 은근히 스치는 것 같습니다.
스친 곳에 열이 오르는 것처럼…
억겁 같던 시간이 지나고 그가 됐다며 당신의 목에서 손을 떨어뜨립니다.
볼이 붉어지진 않았겠죠?
형제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묘한 수치심이 당신을 자극합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60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1
)
=
1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면,
청명은 예의 탁해진 눈동자로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박성태:청명이 형..? (마주친 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기 목덜미를 찬찬히 손으로 훑으며 떨리는 숨을 뱉어요.)
예청명:잘 어울린다. (청명은 무표정이었지만 시선만큼은 깊이를 알 수 없이 탁합니다. 성태의 손 위로 청명의 손이 겹쳤다가 이내 짧은 온기만을 남겨 놓고 떨어집니다.) ... 계속 이렇게 지내면 좋을 텐데. 결혼은 무슨.
박성태:..고마워요. (연신 눈만 빠르게 깜빡이다 네 이어지는 말에 흠칫 뒤를 돌아봅니다) 어머니께서 들으실수도 있어요. ...물론, 저도 형이랑 있는 건 좋지만.. 어머니 뜻이니까. 형은요? 형은 아버지한테 받은거 없어요? 저도 해드리고싶어서.
예청명:들으실 테면 들으시라지. (나른하게 고개를 돌렸다가 성태에게 대답합니다.) 나한테는 남기신 게 없어. 남기셨다 해도 기꺼이 받을 수는 없겠지만. (청명이 잠깐 말을 흐렸다가,) 그렇게 해주고 싶으면 하나 선물해 줄래? ... 농담이야.
박성태:..형도 어머니께 미움받으실 필요는 없어요. (네 어깨에 손을 얹고는 웃음터지다가) ..네. 그렇게할게요. 저는 형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니까 그 정도야 언제까지고 선물해드릴 수 있어요. (네게 선물해줄 것을 찾는듯 찬찬히 시선을 내립니다.)
예청명:너한테 원하는 게 있긴 한데. (비스듬히 시선을 내린 청명이 성태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미미하게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입니다.)
박성태:뭔데요? 형이면 뭐든지 들어줄 수 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곤 간만에 들뜬 목소리입니다.)
마침내 청명이 대답하듯 얕은 숨을 들이키던 찰나,
갑작스럽게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당신의 어머니가 들어옵니다.
어머니:아. 둘 다 여기에 있었구나.
방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걱정이 되어서.
눈물로 퉁퉁 붓고 안색이 썩 좋지 않은 부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녀는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들어가 자라며,
너희 둘마저 몸이 축난다면 저는 제 명에 살지 못할 거라며 말을 늘어놓다 응접실 밖으로 사라집니다.
방안에 가득 찼던 뜨거운 열기는 문밖에서 불어온 찬바람에 씻겨나간 지 오래입니다.
청명을 쳐다보면 그는 무심한 눈으로 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방 안의 온도는 내려갔으나, 당신은 아직 열기로 가득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68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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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갑작스럽게 불안한 감정이 밀려듭니다.
당신은 선 위, 도덕과 비도덕의 사이에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욕망을 표현하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곤 합니다.
자신의 이성에 의심이 피어납니다.
가까운 이들의 시선은 신경 쓰이나 그 외의 시선은 당신이 알 바가 아닙니다.
눈앞의 사람에게 뜻 모를 감정이 피어나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형제, 청명.
어느 샌가부터 그의 입술이 신경 쓰입니다.
청명의 방
응접실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상자를 정리하던 청명이 당신을 붙잡습니다.
예청명:하루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 하루만 더 같이 있자.
박성태:저도 그렇게 말하려던 참이었어요 형. ...내일도 같이 있으면 안돼요? 어머니는 결혼을 언급하시지만 아직 어린가봐요 전.
예청명:아직 결혼이니, 중대사니 하는 것들을 따지기엔 이른 나이야. 아버지의 부고도 있었으니 한동안은 둘이서 의지해야 할 일이 많겠지. (청명이 상자를 붙든 채 턱짓합니다. 부드럽게 미소하고 있어요.) 먼저 내 방에 가 있어.
당신은 천천히 그의 방으로 올라갑니다.
가족이 되고서도 한 번도 가지 않은 공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두근거림이 당신을 감쌉니다.
그의 방에 들어서면, 청명을 닮아 정갈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책장]과 [침대], [탁자]가 보입니다.
박성태:(제일 먼저.. 침대부터 살펴봅니다)
검은 이불과 베개가 단정히 정리된 침대입니다.
침대에 눕거나 앉아보면 차분히 밀려드는 그의 체취가 후각을 자극합니다.
박성태:....형. (괜히 베개에 얼굴을 묻어보다가 일어나 책장을 살펴봅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가득 꽂혀있습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전체적으로 깔끔한 책장 한편,
최근에 읽던 것들인지 이리저리 두서없이 쌓아진 책들이 보입니다.
윤리와 도덕에 관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네요.
오컬트에 관련된 서적도 한두 권 보입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97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2
)
=
2
점차 모든 것이 뒤틀려가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은 선을 넘었습니다.
아직은 죄책감이 당신의 양심을 콕콕 찌르고 있지만요.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합니다.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해집니다.
1할의 이성과 9할의 욕망이 당신이란 인간을 구성하는 것 같아요.
비도덕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당신의 형제에게 명백한 성애적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박성태:(마지막으로 탁자를 살펴봅니다)
2단 서랍이 눈에 들어오는 탁자입니다.
꽃 없이 물만 들어있는 화병이 보입니다.
서랍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성태:(위부터 차례로 열어봅니다)
첫 번째 서랍은 빈 서랍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서랍을 열자...
뒤집힌 액자 하나가 보입니다.
꺼내볼까요?
박성태:(네..)
꺼내보면,
아, 이것은...
서재에는 없었던,
당신의 초상화군요.
청명의 방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으면,
상자 정리를 다 한 모양인지 청명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는 웃다가,
곧 묘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입이 바싹 마르는 것 같습니다.
열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청명, 그의 방, 단둘.
그의 입술...
숨이 닿았나요?
시야가 어지러이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형, 그러니까.. 형. (청명의 가슴팍을 노골적으로 쓸어내리며 바짝 다가섭니다. 고개를 가까이 밀어붙이며 숨결을 나누다 절박한듯 청명을 올려다봅니다.) 형을 원해요. 날 밀어내도 좋아, 근데.. 말 안하면 도저히 안될것같아서... 형 곁에 있고싶어 결혼하고싶지않아요.
예청명:나는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뭐든 해줄 수 있어. 결혼을 원치 않는다면 피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거고, 나를 원한다면 온전히 내어줄 거야. 그러니까... (성태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고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속삭입니다.) 다시 한 번만 말해 줘. 나를 과연, 얼마만큼 원하는데?
박성태:형을 그냥 나한테 줘요. 남들 시선은.. 상관없어. 형, ..하, 날 사랑해주면 안돼요? 내 사랑은 여기 있는데. 사랑없는 결혼은 하고싶지않아요, 어머니한텐 뭐라고 말씀드리면 좋죠? ...뭐든 상관없어요. 형만 있다면. (청명의 목을 감싸고선 슬쩍 매달립니다.) 형은 나를 원해요? 아니, 대답은 됐어요. 부디 키스해줘요.
예청명:어머니한테는, 내가... (조곤조곤하게 대답하다가 성태가 매달리자 말을 잠깐 멈추고서 성태를 끌어안습니다.) ... 잘 설명할 수 있어. 내가 너와 영원히 함께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걱정하지 마. 모든 게... (잘 될 거야. 청명은 마지막 말을 입으로 삼키고 대신 당신에게 입술을 부딪칩니다. 손이 점차 허리와 등을 타고 움직여요.)
박성태:그 누구보다 형을 믿어요. 사랑해요. (청명의 손길이 닿는곳마다 빳빳하게 허리를 세우며 달뜬 숨을 토했다. 청명의 옷자락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더니 저돌적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제 형, 청명을 탐한다. 입맞춤을 이어가다 살짝 떼어내더니) 형이랑.. 형이랑 항상 이러고 싶었어요, 입맞추고, 살도 맞대면서.. 나랑 가요. 침대로. (청명이 매준 크라바트를 그의 손에 두더니 수줍은듯 입술을 적시며 웃습니다) 형이 매줬으니, 형이 풀어줘요.
예청명:(열기가 온 몸을 잠식해 갑니다. 성태가 얹어준 제 손을 그대로 놀려 크라바트며 셔츠의 단추까지 천천히 풀어냅니다. 성태를 계속 곁에 두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도, 이제는 감이 잡힙니다.) ... 사랑해. 나랑 계속 이렇게 있자. 비가 그치고, 다시 날이 밝을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이끌리는 대로 함께 침대로 향합니다.)
빗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그렇지만 더 이상 어떤 시간도 의미가 없다는 걸,
두 사람 다 알고 있습니다.
꿈 없는 밤이 당신과 청명을 기꺼이 끌어안습니다.
...
몽롱한 의식 사이로 당신은 실눈을 뜹니다.
차가운 공기가 아직 새벽임을 알려줍니다.
손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으면,
마땅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뜨거운 체온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 청명이 없습니다.
그는 이 한밤중에 어딜 간 걸까요?
듣기 판정
박성태:
듣기
기준치:75/37/15
굴림:94
판정결과:실패
... 창을 시끄럽게 두들기는 빗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천둥처럼 쿵, 하는 소리가 먼치에서 들리지만,
그 이후로는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 눈꺼풀이 다시 감겨옵니다.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수마를 뿌리칠 수 없습니다.
다시 수면 아래로 빠져들어 갑니다.
여전히 태양은 보이질 않고 우울감만 가중하는 빗소리가 당신의 아침을 반깁니다.
적막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온 저택이 소란스럽기 그지없군요.
무슨 일이라도 난 걸까요?
불안감이 몸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릅니다.
당신이 몸을 뒤척이자 적당히 따듯한 무언가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예청명:... 깼어?
귓가에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낯익습니다.
어젯밤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청명. 아, 그래, 청명과 함께...
고개를 들어보면 미지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가 있습니다.
청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기 시작합니다.
예청명:아까부터 밖이 시끄러웠어.
잘 자고 있길래 깰 때까지 기다렸고. 나가자. 식사하기엔 늦은 아침이지만.
박성태:....응, 좋아요. (부스스 일어나며 기분좋은듯 웃습니다.) 어머니한테 혼나겠다. ..평소라면 깨우러 오셨을텐데. 안오셨어요?
예청명:글쎄... 모르겠는데. 이만 나가볼까.
채비한 후 그를 따라 방 밖으로 나서면...
하얗게 질린 사용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택을 누비며 온종일 바쁘게 보내야 할 이들이 고장 난 것처럼 중앙 홀을 내려다보기만 합니다.
그들을 따라 중앙 홀,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
괴기스럽게 사지가 뒤틀린 채로,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어머니가 보입니다.
그녀의 머리에서부터 붉은 피가 흥건합니다.
끊어진 목걸이의 진주알들이 피바다 속에 점점이 보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장미 다발 같다고...
당신은 멍하게 생각합니다.
SANc 1/1d4+1
박성태:
SAN Roll
기준치:45/22/9
굴림:75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4+1
(
4
)
+1
=
5
당신을 뒤따라온 청명이 손을 뻗어 당신의 시야를 가립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사용인을 닦달하는 목소리가 퍽 흔들립니다.
예청명:잠깐만, 어머니를 좀 살펴보고 올게. 여기 있을 수 있어? 아니다, 그냥 방에 들어가 있어. 어서.
박성태:....형, 이게 .. 무슨. (소름끼치게 닭살이 돋습니다. 당신의 말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주춤 한두걸음 물러나더니 방으로 도망쳐옵니다. 내가 어머니를 원망해서 그런거야. 알 수 없는 울렁임이 속을 어지럽힙니다..)
몸을 돌려 도망치기 직전,
청명의 손을 뿌리치자 어머니의 충격적인 모습이 다시 시야에 들어옵니다.
충격이 다소 가시자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3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어머니는 계단에서 구른 모양입니다.
누군가 밀치기라도 한 걸까요?
그녀 주변에 퍼진 붉은 피 중 몇 방울은 사람이 밟고 지나간 듯 길게 퍼져있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자 속에서 왈칵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당신을 바라보던 청명은,
방으로 도망쳐가려는 당신을 굳이 막지 않고 내버려둡니다.
그때, 무언가 당신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관찰 판정
박성태: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4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의 신발 앞창에 거뭇한 무언가가 묻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액체가 튄 것마냥,
그리고 그것을 밟은 것마냥.
당신은 사용인에게 이끌려 당신의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머릿속에서 붉은 것이 자꾸만 아른거립니다.
검은 커튼과 검은 사용인의 제복...
사방이 우중충한 가운데 뇌 속의 것만 온 세상의 붉음을 가진 듯 더욱 붉게 일렁입니다.
근처의 무엇이라도 붙잡고 속을 비워내고 싶어요.
사용인은 당신에게 괜찮으냐 물으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냅니다.
지능 판정
박성태: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문득 당신은 어젯밤 들었던 천둥 소리를 떠올립니다.
그건 정말로, 천둥이었을까요?
혹시...
어머니가 계단에서 구르던 소리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그 순간에 당신은 청명과,
...
그러고 보니, 청명이 그때 당신의 곁에 있었던가요?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충동적으로 서재에 가기로 합니다.
사용인은 침실로 돌아가 한숨 푹 자는 것을 권하지만,
당신의 강건한 자세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서재까지 안내해줍니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 이후,
이번에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안고 당신은 서재 안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서재
무겁고 눅진한 향이 온 저택을 휘감는 와중에 서재만은 예의 아릴 듯이 달짝지근한 향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서재의 붉은 벽지를 쳐다보자 향기에 진정되었던 토기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 당신은 황급히 시선을 돌립니다.
높은 천장에서 아른거리는 금 촛대도,
위압적으로 방을 채운 책장도...
전부 그대로입니다.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자,
그제야 온몸을 경직시키던 긴장감이 옅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자, 붉은 사과 조형물이 다시 들어옵니다.
그것은 어제보다 더 위협적으로 붉게 반짝입니다.
선악과를 먹고 에덴에서 쫓겨난 이브처럼,
저것을 본 후로 당신 속의 무언가가 망가지기 시작했단 근거 없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예민해진 당신의 주위엔 [탁자]와 [책장], [액자]가 존재합니다.
박성태:(탁자부터 살핍니다)
푹신해 보이는 소파 옆에 자리 잡은 탁자입니다.
과 조형물이 놓여있는 상단에는 조화가 꽂힌 화병도 하나 보입니다.
그 아래로는 3개의 서랍이 눈에 띕니다.
서랍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박성태:(아래부터 살펴봅니다)
세 번째 서랍에는 봉인이 뜯어진 갈색 서류 봉투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이전에도 읽을 기회가 있었으나
청명의 난입으로 읽지 못했던 봉투입니다.
그가 영영 치워버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청명은 이 서류가 유언장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유언장이었다면 이렇게 남겨둘 리가 없겠죠.
속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면,
그 위에는 청명의 필체로 짤막한 한마디가 적혀있습니다.
'아버지를 좀 치워줘야겠어.'
'이왕이면 사고사. 시신도 남지 않게.'
'비용은 원하는 대로 지불하지.'
그 아래에 간결한 답신이 보입니다.
'심부름은 잘 끝냈습니다.'
아버지의 부고에 관한 전말을 알게 된 당신,
SANc 0/1d2
박성태: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책장과 액자는 이전과 똑같아 보입니다.
지능 판정
박성태: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자, 어지러운 머릿속을 차분히 정리해 봅시다.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아니, 분명히...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청명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일까요?
그동안 아버지와 반목 한 번 한 적이 없는데.
좋은 가족이었잖아요.
어디서부터 망가진 걸까요?
정신력 판정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대체 청명은 왜 그런 짓을 한 걸까요?
당신에게 다정하던 그를 생각합니다.
당장 어젯밤, 청명은 당신에게 사랑을 약속했잖아요.
당신도 그러했고요.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더 있다는 직감이 강하게 듭니다.
서재에서 빠져나와 아버지의 방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버지의 방
아버지는 대부분 어머니와 함께 그녀의 방에서 밤을 보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의 방은 집무실 대용으로 쓰이기 일쑤라며 사용인들이 소곤대던 것도 기억합니다.
이 저택에 온 지도 몇 년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보단 불안감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그의 방은 아버지의 성정을 닮아 깔끔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용인들도 부고 이후 들어오지 않은 듯 아직 방안에는 생활감이 묻어납니다.
그러고 보니 청명이 이 방의 물품을 정리한다며 상자를 가득 가져갔었죠.
방 한편의 책장 사이사이 공간이 보이는군요.
탁자 위로는 쌓아진 상자 더미도 보입니다.
일전 응접실의 것보다 그 양이 적어보는 것이,
아마 필요한 것들만 이쪽으로 옮겨둔 것 같군요.
상자 더미 속에 유독 눈에 띄는 [하얀 상자]와 [붉은 상자], 그리고 [검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책상 옆의 자그마한 [금고]도 보이네요.
박성태:(하얀상자부터살핍니다)
광택이 도는 하얀 상자입니다.
상자를 열어보면 후원 명세서, 라고 적힌 서류뭉치가 보입니다.
'친애하는 -각하,'
'귀하의 후원으로 성 -고아원 아이들의 삶이 더욱 윤택해졌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후원하던 고아원에서 온 후원금 사용 보고서인 모양입니다.
그가 평소에도 선행을 자주 함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퍽 놀라운 소식이 아닙니다.
다른 서류를 찾아보면 그 사이로 짤막한 편지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일손이 부족하단 소식 들었습니다.'
'필요한 아이는 몇 명입니까?'
'일전에 보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공사다망하신 와중에 죄송하지만, 아이들의 안부 소식을 한 줄이나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당신이 이 저택에 들어온 이후로 저택의 일손이 부족하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편지를 보자면 분명 한두 명 데려간 것이 아닌데,
도대체 그 많은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 저택에서 아이의 흔적이라곤 머리칼 한 올도 보지 못했습니다.
박성태:(붉은상자를 살펴요)
짙은 적색의 종이상자입니다.
상자에는 아버지가 누군가와 주고받은 편지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대부분이 단조로운 흑백 그림이 그려진 엽서로군요.
당신이 엽서를 주워 읽어보면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친애하는 사제님. 선물해주신 조형물은 잘 받았습니다.'
'향이 아주 좋더군요. 서재에 둘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러고 보니 신도 중 -변경 백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그자는 교단을 이용하기만 할 후레자식입니다.'
'교주님께 간언을 드리고자 하는 말이니 다른 뜻이 있노라 생각지 말아주시길…'
'사제님, 제 이성이 이리도 얄팍하던가요. 하루빨리 그분의 은총을 얻고 싶습니다.'
'부디, 제발. 제게도 구원을 주십시오.'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걱정 마시길 바랍니다, 형제님.'
'교주께서 당신의 신심을 인정하셨습니다.'
'마지막 제물만 있다면 이제 당신도 영원의 소유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걱정 말고 공물을 준비해주십시오. 세 명이면 충분합니다.'
'세 명.'
'제 자식들과 아내면 충분하겠군요.'
이게 무슨 말이죠?
직접 눈으로 읽었음에도 내용이 하나도 이해되질 않습니다.
SANc 1/1d2
박성태: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59
판정결과:실패


박성태:
rolling 1d2
(
2
)
=
2
정신력 판정도 진행합니다.
박성태: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78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2
)
=
2
흑단으로 짜인 상자입니다.
별다른 장식이 없던 다른 상자들과 달리 이것은 유달리 화려한 금박으로 치장되어 있네요.
상자를 열어보면...
뜻밖에도 청명과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초상화가 들어있습니다.
초상화 아래로는 부자간의 격식 없는 편지 여러 장도 발견됩니다.
추억이 가득 담긴 물품들 사이로 한껏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보입니다.
'이 자는 더는 내 아버지가 아니다.'
'사교와 결탁이라니. 가족이 아닌 죄인은 죽음만이 답이다.'
무릎 조금 아래까지 오는 작은 금고입니다.
금고는 단단히 잠겨져 있습니다.
박성태:
근력
기준치:65/32/13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의자를 들어 금고에 힘껏 내리쳤습니다.
이거, 불량품이었던 걸까요?
거짓말처럼 금고의 문이 미끄러지듯 열립니다.
열린 금고 속에는 가죽 핸드가 인상적인 리볼버 한 정이 들어있습니다.
총알은 딱 하나, 장전되어 있군요.
당신이 총을 꺼내 손에 쥐면,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옵니다.
예청명:나는 널 이 방에 보낸 적이 없는데.
온 몸의 털이 바짝 서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청명이 무감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박성태:...다 형 짓이네요. 날 구해준 것도 형, 부모님을 죽인 것도 형. ..뭐라도 말해보세요. 나는, 나는 진정으로 형에게 사랑받는 사람인가요?
예청명:네 아버지는 너를 사교에 팔아넘기려다 단죄당했고, 네 어머니는 너를 내게 떼놓기 급급해 더 중요한 것을 못 봤어. 그건 말야, (청명이 천천히 성태에게 다가서더니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입니다.) ... 내가 널 사랑해서,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야. 나는 내 부모 둘의 목숨으로 내 사랑을 보였어. 원한다면 다른 것도 내놓을게.
박성태:...어머니가 왜 .. 형이랑 나를 떼놔? (총을 쏘기좋게 감싸쥐며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형, 나도. 나도 사랑해. 그치만 하나만 기억해, 형이랑 나의 부모는 같아. 아니, 아버지는 적어도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가문의 사람이었어. 나한테 상의도 없이... 뭘 더 내놓을 수 있어? 형. 뭘..하고싶었던거야? 정확하게 나랑 둘이서.
예청명:아직도 모르겠어? 고작 그것 때문이었어, 망할 그 가문 때문에! (이를 악물고서 소리쳤다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 나는 거창한 걸 바란 적 없어. 그냥, 나는... 너한테 사랑받고 싶었어.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너랑 둘이서만 지내고 싶었어, 그게 그렇게... 잘못된 바람이었어? 말해 봐. 너도 날 사랑하잖아...!
박성태:.., ... 형은 가문의 후계자였고, 이젠 가주야. 빌어먹을 가문에서 이런 일을 벌인걸 알면.. (아직까지 어머니의 진주 목걸이가 눈에 짓밟힙니다. ) 형 그만! 나한테 소리치지마. 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아냐. 잘못된 바람은 아니지. ...다만 이 일을 아는게 나뿐인게 확실해? 이 일에 대해 정확히 누가 알고있어? 이 가문의 차남으로서 말하는건데, 정확히 말해. 형.
예청명:(성태의 말에 무어라 반박하려다 입을 다뭅니다. 속이 울렁거리는 듯 눈가가 붉어집니다.) ... 너 말고는 아무도 없어. 아버지의 편지나 서류는 내가 직접 태우려고 했어. 사교와 관련된 것도, 모두.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해. 아버지는 빌어먹을 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 죽음에 충격을 받아 계단에서 구르셨다고, 그렇게 모두가 믿을 거야.
박성태:...좋아 형. ..다행이야. 나랑.. 평생을 하인들에게 숨기며 사랑을 속삭이는 일. 가능하다고 생각해? 형이랑 떳떳하게 사랑하고싶지만, 그게 이번 시대에 가능할리는 없겠지. 우리 가문은 대가 끊길거야. 가문도 망하겠지. (방안을 돌아다니며 곰곰히 생각하는듯 말이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청명한테 다가서더니 눈시울이 붉히며 청명의 셔츠 깃을 잡아 끌어요.) 정신차려. 날 봐 예청명. 사랑한다고 했지 형, ....그렇지?
예청명:가문이든, 대든 어떻게 망하든 상관 없어. 나는 너만 갈망해. (열기인지 혹은 물기인지 모를 미묘한 감정이 목소리에서 묻어납니다.) 숨겨야 한다면 영영 숨길 수 있어. 누군가 우리 사이를 알게 된다 하더라도, ... 막으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너는 날 사랑하기만 해 줘, 언제까지고...
박성태:...이번처럼 처리하려고? (결국 머금은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지더니 청명에게 입을 맞춥니다. 단내나는 숨이 섞이기 시작하니 더욱 배덕감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해요. 내 하나뿐인 가족. 하나뿐인 사랑. 우리는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정의될 수 없을테지.) 이게 우리의 불장난이었을 뿐이라면.., 난 그때 죽는거야. 형. ..사랑해. 무슨 짓을 해도. 설령.., 날 죽인다고 해도.
눈앞의 사람은 당신의 형제이기 이전에 부모의 살인자.
하지만 살인자 이전에 당신의 형제.
당신은 결국 그 길을 선택했군요.
Ending ?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청명을 끌어안고 입을 맞춥니다.
부모가 그에게 죽었건...
뭐, 어쨌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당신은 그를 원하고 그도 당신을 원하는 것을요.
당신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와 함께 쾌락의 나날을 보내라 욕망이 속살거립니다.
이미 이성은 이 터질듯한 감정에 녹아내린 지 오래입니다.
사랑, 사랑, 사랑...
달콤한 사과를 한입 베어 먹은 듯 입안이 답니다.
형제이면 어떻습니까.
이것이 죄이면 어떻습니까.
에덴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인간은 선과 악을 판별할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요, 당신과 청명 역시도 이 관계를 인정함으로써 더없이 행복할 감정을 얻었는걸요.
예청명:사랑해, 영원히. 죽을 때까지도, 죽어서도...
천 번 만 번을 말해도 모자랄 겁니다.
당신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의 목을 더 깊게 끌어안습니다.
이제 저택은 문을 닫고,
살아남은 이들은 저들만의 낙원에서 살아갈 겁니다.
깊은 죄로 에덴이 그들을 거부한다면...
...
자신이 에덴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예청명 생존
박성태 생존
Hidden Ending. 이브의 에덴
박성태:좋네요...
하.............
Ending ?
결여된 도덕에도 당신은 총을 들어 올립니다.
차가운 쇠 온도가 피부를 찔러옵니다.
...이것은 어떤 감정일까요?
부모의 죽음에 대한 부채감?
동정?
가족에 대한 의리?
어느 쪽이든 당신은 누군가의 죽음을 선택합니다.
애끓는 마음을 뒤로하고 안녕을 고합니다.
당신을 말릴 줄 알았던 청명은 뜻밖에도 조용합니다.
그는 당신의 의중을 살피는 듯 한참을 쳐다보다가, 곧 당신을 가볍게 끌어안습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회한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와 입을 맞추고 몸을 섞을 시간이 더 없음에 대한...
이루어지지 않을 욕망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
당신의 눈물을 느릿하게 햝아주며 청명이 속삭입니다.
예청명:완벽하게 이어질 수 없다면 차라리 함께 끝내자. 같이.
그는 당신의 손에서 부드럽게 총을 건네받아 당신의 뒷머리에 가져다 댑니다.
절걱하고 탄창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가 느리게 허리를 쓸어주며 긴장을 풀게 하려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죽음보다도 그를 눈에 담지 못할 것이 더 억울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신도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와 함께 눈을 감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우리의 이 감정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5초,
4초,
3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어도 구원은 없습니다.
바라지도 않은 구원은 결국 없습니다.
Hidden Ending. 구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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