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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한

10월의 반딧불이

페이즈
 
10월의 반딧불이
 
2021.08.23
 
KPC 유한
 
PC 수아
 
문학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수아:(와 진부해)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수아:(꼽주시는겅가요!?)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수아:(공책에 눈매가 사나운 선생님을 졸라맨으로 그리고 있어요)
(자면서도 눈이 떠지나...)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수아는 시일 고등학교 2학년 B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수아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수아:(지루해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수아:(디비눕!)
(아나... 머쓱하니...다시 일으킨 몸을 숙여서 주워요)
(선생님 눈치도 한 번...봅니다.)
 
줍기 위해 몸을 숙인다면
 
수아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깜빡, 깜빡.
 
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수아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수아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수아:(깜빡...)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교육/생물학 판정
 
수아: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극적극적)
 
반짝이는 벌레입니다.
 
해괴하게 생겼네요.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수아:뭐어 - !? (사물함에 벌레 생겼나봐요! 절로 큰 소리를 뱉다, 입을 텁 막아)
 
문학 선생님:거 조용히해라! 수아! 또 너니? 조용히 자습해, 자습! (수아의 소리에 퍼뜩 깨고는 버럭 소리침)
 
수아:(또!? 억울함에 눈물이 찔끔해요)
 
수아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SanC (0/1)
 
수아:( 아 역시... )
(과자 때문인가...)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학 선생님:수아야!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수아:(아 짜증나요)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수아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아:(...꿍얼대면서 떨어진 학습지를 줍습니다
(분해~)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수아에게 집중됩니다.
 
수아는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수아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직 수아를 위해서만 준비된 초대장처럼요.
 
그런 수아에게 선생님은 다시 한번 재촉합니다.
 
문학 선생님:사물함 문을 닫고 앉아라.
 
라고.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수아:(...머뭇... 혼난게 억울하기만 합니다! 터벅터벅...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요)
 
수아는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수아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수아,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미호: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수아는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수아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수아는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수아:(이게 머야~!!)
(냅다 얼굴을 빼요)
(ㅜㅜ???)
 
쓰레기통을 걷어낸 수아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수아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수아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수아:(하지만 쓰레기통을 뒤집어쓴게 문제 아닌가요...)
 
교과서나 필통이 든 수아의 가방,
 
수아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수아:(아...앞날이 막막...아...?)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수아,
 
SanC (0/1)
 
수아:(눈을..깜빡)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런 수아를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서, 서, 설마…….
인간이다!!!!!!!!!!!!!!!!
 
아하!
 
수아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수아:마, 마, 마...
말하는 여우야 !?!?!?!?!?!? (절로 같이 비명을 질러요)
 
그러나 수아가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수아:(꺄악...~!! ㅜㅜ)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SanC (0/1)
 
수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52537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관찰 판정
 
수아:(쓰레기통만 끌어안고 있어요)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
 
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
 
―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소속감을 나타내는 것처럼요.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수아를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수아:나, 나...죽은거야..?(울상으로 중얼대며...애써 손을 피해요)
 
요괴 1:정말 인간이잖아.
 
요괴 2: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요괴 3: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수아:(말이 심하잖아~!)
 
요괴 4: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요괴 2: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미호: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요괴 1: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요괴 3: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수아:(지금....지금 먹겠다고...부위를 나누는?건가요? 완전 패닉이에요)
 
몇 분 후,
 
수아: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가자가자)
 
어디로 갈까요 수아?
 
수아:(우물...쭈물..)
 
사방이 요괴라.. 보는 눈은 많습니다.
 
수아:(움찔...아나..결국 제자리에 돌아와서...)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수아:(쓰레기통을 끌어안아요...)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수아를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수아:나, 나... 지금 엄청 더러운데...(울먹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수아를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요괴 1: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수아가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수아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수아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수아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수아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수아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유한:다들 철칙을 잊은 거야?
난 여태 신목 위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다고.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요괴 1:그래, 유한이 마음대로 해.
 
요괴 2: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수아:(별미~!? 지금 저 자식 말 다했나요!?)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수아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유한이라고 불린 꼬리 아홉개의 여우가
 
수아를 향해 돌아봅니다.
 
수아:(안심되기도 하지만, 얼떨떨해요...그제서야 쓰레기통을 옆에 내려놓습니다..)
 
유한: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 당장 돌려 보내주긴 어렵겠네.
 
수아:...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세차게 고개를 끄덕여) 그럼 어, 언제 돌아갈 수 있어요? 저, 여기 저승은 아니죠? (생뚱맞은 소리도 던져보고)
 
유한: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는 날이거든. 내일 시작이니까, 오래 기다려야겠지. 아하하, 저승은 아니고. 이계야. 놀랬겠네, (손을 뻗어 수아를 일으켜주려 해요)
 
수아:(머뭇...대며 눈치를 보더니, 손을 잡아) 축제..무, 무슨 축제인데요?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거라는 말에 절로 울상을 짓고야만다. 곧 중간고사인데!) 이계, ...아하~... (물론 저가 본 풍경들을 생각하면, 멀쩡한 곳은 아니겠지만. 꼭 붕 뜬 이야기처럼 들려 어쩔줄 모르는 반응을 뱉어내고선. 제 볼을 꾹 세게 꼬집어봐)
 
유한:(가볍게 일으켜주고는 수아를 살피며 먼지를 털어줍니다.) 오래 전 긴 전쟁이 있었거든, 우리 학교 영월호에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축제를 열어. 이 세계에서는.. 꽤 큰 오락거리라, 이계 곳곳의 요괴들이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오거든. (네 표정에 꽤 당황한듯 눈을 깜빡이다) 우, 울어? 혹시 축제를 별로.. 안즐기고 싶은거야? 음.. 아무래도 여기가 낯설긴 하겠다. 오자마자 그런 일도 있었고. (난감한듯 귀를 축 늘어뜨리며 수아를 빤히 쳐다봅니다.)
 
수아:우, 우는건 아닌데... (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울상인채로 주변만 두리번 댄다. 눈에 들어온 여우 귀와 꼬리에 되려 마음이 심란해져선 숨만 삼켜냈다.)
...저 어서, 돌아가봐야 하거든요. 요괴들...이 보는 축제에, 제가 껴도 되는건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절 좋아하는 눈치도 아니였고...(쫑알쫑알) 아, 아까는 , 절 나눠먹겠다고...! (손을 덥석 잡고선, 적어도 정황상 제 편이라 생각했는지 꽤나 애처롭게 말해) 무서워서라도, 얼른...돌아가고 싶은데요...
 
유한:그치만.. 곧 울 것같은 표정인데? 나한테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 불편하지 않아? (꼬리를 살랑이다가 네 표정에 고갤 기울인다.)
으응, 알고 있어. 너 빨리 보내야하는 것도. 영월호 학생들이랑 달리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난폭한 녀석들이 많거든. 그 녀석들한테 인간인 걸 들키면 곤란하니까.. (시선을 굴리다 쓰레기통을 가리키고)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보는 건 어때? (악의 없음의.. 눈동자) 널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고? 아무래도 인간이 온 건..걔네한텐 놀랠만해. 응, 응.. 알지. (애처롭지만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 수아가 잡은 손을 쳐다보더니) 네가 있는 이 곳은 내가 수호하는 신목이야, 종종 이렇게 인간을 데려오기도 하거든.
어쩌지. 문이 열릴 때까지는 나하고 지내야겠는데? 이름이 뭐야? 언제까지고 너..라곤 부를 수 없으니까.
 
수아:(너무 악의 아니야?) 쓰레기통...요괴요? (물론 토막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듯한 한 점 악의 없는 저 눈동자가 저를 더 심란케 해요.) ...쓰레기통의 주 사용처는, 아시는거죠...?(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잇고는)
방금 그 친구들도, ... (난폭했던 것 같은데) 아, 아니. ...이름은, 수아예요. 허 수아. ...유한이라고 하셨던가. 아니, 했던가? 신목이 종종 인간을... (옆의 큰 나무로 힐긋, 시선을 옮기고선) 그치만, 나 나무라고는 본 적 없이 그냥, 학교에 있었는데... (왜 나지? 잠시 풀렸던 표정이 다시금 찡그러져선)
 
유한:아.. 맘에 안들었구나. 미안.. (네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다가 뚝 그치며 눈치를 살핀다.) 그, 내 요력으로 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온 김에 재밌게 놀고 가면 좋겠어서, 하는 소리지. 너무.. 짓궂었나? 알아! 쓸모없는 거 버리는 통 아니야?
수아? 허 수아... 구나. 응, 유한이 맞아. 백 유한. 신목에 대해 모르는 구나? 신목은 총 두 그루고.. 인계와 이계를 잇는 통로야. 이 문을 통해서 요괴가 인계로 넘어가기도 하고.. 사람이 이계로 넘어오기도 하거든.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가 있었긴 했는데, 지금은 없어. 내 관리 하에 철저히 보호되고 있으니까. 왜.. 학교에서 여기로 왔는지는 모르겠네. 해가 졌으니 우리 집으로 가자. (바닥에 떨어진 수아의 소지품들을 주섬.. 들고 쓰레기통까지 야무지게 챙기더니) 괜찮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수아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이 유한이 말한 요괴들의 교육 기관인 ‘영월호’인가봐요.
 
수아:(알면서! 용도를 그 어떤 사전적 의미보다 명확히 꿰뚫고 있으면서!) ... (애써 울상으로 찌푸려진 얼굴을 펴보며, 고개를 느즈막히 끄덕인다.) 흔쾌히 도와준다고 해서 고마워. (신목이 제 관할이라 말하는 듯 했으니, 당연한 책임인가? 하고 아리송 해지면서도...선생님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학생이 이런 업무를 맡아도 되는 세상인걸까.하고서) 신목은 오롯이 네 책임이야? 너도, 학생인게 아니라?
(혹시나 놓칠세라 잡은 손에 힘을 주곤 졸졸 따라다녀. 쓰레기통까지 주워 챙기는 모양새에 잠시 질색하는 듯 하더니, 학교의 물품이니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역시 신경쓰이는데... (요괴들의 움직임에 괜히 착, 옆에 붙어)
 
유한:울상 짓지마.. 어떻게 해줘야할지 진짜 난감하단말야.. (미간을 꾹 눌러주며) 음.. 뭘 이런거 가지고. 큰 의미 없으니까 부담가지지마.
 
나도 영월호 학생이야. 최고학년이기도 하고. 졸업 시험을 쳐야하는데, 그냥... 치기 싫어서 안치고 있어. (잘 따라오는지 힐끔힐끔 뒤돌아 보기도하며) 아.. 이건 챙기지말까? (쓰레기통을 내려다보고선 머뭇..거리더니) 밖으로 연락할 수 있는건.. 없어. 문이 열려야 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너 정말... 무서웠구나.. (네가 옆에 붙자 헛기침을 작게하더니 걸음을 옮긴다.) 난 안 잡아먹으니까 걱정마. 아까 걔네가 이상한거야. 규칙이 그런거니까. 안 지키는 녀석들이 이상한거지.
 
수아:나도 난감한데...(힝...소리를 내며 눌린 제 미간을 만지작댄다.) 여지껏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어? 아까, 종종 넘어온다고들 했잖아.
(머뭇대는 모양새에 그제서야 느즈막히 웃음이 터져서는 고개를 저어) 챙겨줘. 그거, 학교 비품이라 없어지면 나중에 혼날지도 몰라. (그나저나, 갑자기 끌려왔는데 다들 괜찮을까? 그 시간에 실종 신고라도 들어가면 어떡하지? 절로 그려지는 난감한 상황들에 삐질댄다.) 그치만, 어딘지도 모르겠고. 처음보는 외관에, 심지어 아까 그 요괴는 늑대였단 말이야! 늑대는...정말 사람을 잡아 먹으니까.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줄줄 늘여놓으며 옆에서 제법 긴장이 풀린 티를 내기도 한다.) 저기, 그럼 난 그 축제 기간동안 어디서 지내야해? 저기, 학교라는 곳에서 같이 지내야 하는거야? (조금 무서운데. 하고 덧붙이기도 하고.)
 
유한:응, 다녀갔어. 이 곳에 대해 들은 게 없어보이네. 그럴만하다. 음.. 그치만, 나쁜 곳은 아냐. 누가 널 해치려하면 내가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말고.. (어쩐지 강한 책임감이 생긴 기분에 귀를 쫑긋 세우곤 수아를 내려다봅니다.)
 
혼나? 선생님한테? 그럼.. 챙겨둬야겠네. (꼬옥.. 안고는 걸음을 계속해서 옮겨요) 아무래도.. 우린 다 요괴니까 희안한 외모로 보이지 않겠어? 다들 너처럼 말할 수 있고.. 걸어다닐 수 있긴한데 네가 생각할 때는.. 무서워보였겠네. 옷도 다르니까. (수아의 말을 받아주며 추임새를 넣어주다가) 축제 기간동안? 우리 집에 지내면서 같이 축제나 구경할까 싶은데.. 어때? 학교로 가기엔 너가 기절할 것 같아서... 아니, 그 곳까진 안가도 괜찮아.
 
수아:전혀. 이런 곳은...어...설화라던가, 오래된 옛날 이야기라던가. 무서운 이야기로 괴담으로 들어본 게 다야. (쫑긋! 세워지는 귀가 신기한지 잠시 시선을 준다. 인간이 선생님께 혼나는 것까지 신경써주다니, 중요한 임무를 맡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아 이번에야 말로 웃음을 터트린다.)
(느즈막히 웃음을 갈무리하곤) 아, 당신 진짜 이상해. ...좋은 뜻이야. 덕분에 안심되거든. 생각해보면, 아까 여우요괴도 날보고 엄청 놀란 눈치였어. (서로 비슷했던거겠지? 하고서 고개를 주억이곤) 축제 구경...역시 겁나지만, 긍정적으로...검토해볼게.(꾸닥!)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유한이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수아:...집에 가는 거...맞지이...?
 
유한:응, 여기 집이 있으니까. (네 말에 뒤를 돌아보며 고갤 꾸닥..해줍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유한은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유한은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민첩 판정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닐…….
 
쿠당탕,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집니다.
 
수아:(흐앙~)
 
HP -1
 
유한:아,.. 아프겠다.. (쿠당탕 소리에 훽 뒤돌아보더니 빠르게 수아의 앞에 다가옵니다.) 걸을 수 있겠어?
 
수아:(완전 아프겠지...! 애써 울상을 참아보고선) 걸을 수 있어! 괜찮아. (짐이 되지는 않으려 애써 쑤시는 몸을 일으키곤) ...그래도 같이 가면, 안될까. (인간에게는 길이 너무 험하다느니, 쫑알대며)
 
유한:아.., 미안해. 너무.. 나혼자 생각했나? (네 손을 꼭 잡고선 됐지? 하며 웃어보인다.) 맨날 오는 길이라 험한 줄도 몰랐어. 집에 가면 치료해줄게. 조금만 힘내볼까?
 
수아:(꿍...하니) 그건 아닌데... 응.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여. 어쩐지 험난하기 그지없는 하루라며, 속으로 툴툴대기도 하고)
 
유한이 수아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수아를 좋아하는 걸까요?
 
유한이 대체 왜?
 
우연히라도 수아가 비 맞은 여우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수아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유한을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유한은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유한은 수아를 향해 돌아봅니다.
 
유한:혹시, 여길 알고 있어?
 
유한은 그렇게 말하며,
 
수아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수아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유한은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수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한은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수아:...아니? (떨떠름...고개를 저어) 애초에 여긴 처음인걸.
 
유한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심리학 판정
 
수아: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수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요?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유한은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수아:(눈치...) 그, 그치만 진짜 예쁘다고 생각해. 꼭 동화에 나올 것 같고...(종종...같이 배를 타)
 
유한:..그렇지? 예쁜 곳이야. (입을 꾹 다물며 노를 꾹 쥐어 잡습니다.)
 
수아가 유한을 따라 조각배에 탄다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수아:어, 엄청~ 이런 곳에서 지내면 진짜 기분 좋겠다. 꼭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던가. (어쩐지 가라앉은 기분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 억울하면서도, 어쨌거나 신경쓰여 괜히 조잘대기만 해)
 
유한:....(너를 힐끔보더니 드디어 입을 엽니다.) 반딧불이의 전설을 알아? 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야.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하거든.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해.
또한...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더라고. 이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는대. ...신기하지. (옅게 웃으며 수아를 또렷이 응시합니다.)
 
수아:...그럼 나는 운명을 따라온거네! (하고서 괜히 말에 긍정적인 호응을 잇는다.) 나, 그냥 멍때리고 있었는데 반딧불이가 나타났거든.
...따라올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헤실 웃어보이며, 또렷이 꽂히는 시선에 머쓱하니 볼을 긁적여) 응, 엄청 신기하다. 그럼 유한이, 네 집은 인연이 이어지는 장소~..라던가? 헤헤, 그런 곳에 초대받아도 되는건지 모르겠어.
 
유한:그런거야? 그러게..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일까? 하하, 멍때리고 있다가 여기 온거야? ...그래도 오자마자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 내가 좀 빨리 왔으면 괜찮았을까? 미호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다들 몰려든거야. (괜히 투덜거리기도 하고) 내 집이 인연이 이어지는 장소라고? (그런가.. 중얼거리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웃어보인다.) 고마워, 그냥.. 물어본거였으니까 너무 신경쓰지말라고. 내 기분 풀어주려고 그런거잖아. 안그래?
 
수아:...시,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해! (괜히 한 말은 아니었다며 세차게 부정해보곤) 덕분에 목숨을 건졌잖아. 그 나름대로 운명이라면 운명이겠다. 은혜라도 갚아야하나? (하하, 웃어보인다. 그 여우의 이름이 미호였던가? 생각해보기도 하고, 아까의 곤란한 상황이 생생히 떠올라 몸을 잠시 떨기도 한다.) 그래도 제 때 와주었으니까. 어딜가든 규칙을 안 지키는 학생들은 꼭 있는 모양이야? 인간들도 그렇거든.
 
유한:음.., 틀린 말은 아니네. 이렇게 올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은혜는 괜찮아.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는데.. (쑥스러운듯 볼을 문지르며 시선을 돌리다가) 응.. 뭐. 그러니까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걔네가 짓궂어도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냐. 용서해주겠어? 인간들도 그래? 다들 똑같구나. 그런거보면 우리랑 다 똑같네. 너네도 축제같은거 있어? 네가 입고있는 것도 교복같은.. 그런거지?
 
수아:...노력해볼게. (어렵겠지만, 노력이나마 해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뒤늦게 제 옷을 내려다보며 괜히 먼지를 털어내곤) 응, 우리 학교 교복이야. 산행을 하기에 적합한 옷은 아니었지... (아까의 우당탕! 넘어진 일련의 사건을 떠올리곤 웃어보여) 학교에서 하는 축제도 있고, 평범하게 사람들끼리 모여서 여는 축제들도 많아. (요괴들도 축제를 열고 노는건 처음 알았는데. 새삼스러운 생각을 삼켜내고) 볼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너희들 축제도 그래?
 
유한:...내가 안고 갈걸 그랬나? 산행을 하기는.. 좀 힘들긴 하지. 무릎은 괜찮아? 손이랑. 여기서 좋은 일 말고 힘든 일만 잔뜩 일어나네. (어쩐지 속상..)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축제? ..재밌겠다. 어떤 걸 주로 하는데? (자기들의 축제를 한번 생각해보는듯 음.. 하고 뜸을 들이더니) 그냥, 먹을 것도 있고.. 점도 보러가고, 게임도 하는 것 같은데? 재밌겠다.. 축제는 언제나 신나잖아. 그런김에, 보여주고 싶었어. 분명 재밌을걸?
 
이야기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유한은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유한은 수아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유한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수아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SanC (0/1)
 
수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수아가 쉽사리 꽃밭을 건너지 못하면
 
어서 오라는 듯 유한이 손짓합니다.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수아:(머뭇...)
(조심스레! 가봅니다. 종종...)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유한:먹을 걸 좀 준비해줄게, 무료하면.. 책을 읽어도 괜찮아.
 
수아:(손님방이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두리번 대다 고개를 끄덕여요)
 
자료조사 판정
 
수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아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교과서나 소설,
 
수아:(신기~)
 
철학서나 역사서들이 대부분이며,
 
소설 중에는 수아가 익히 아는 책도 있습니다.
 
개중에서 수아는 <이계탐험록>이라는 두툼한 책을 발견합니다.
 
수아:(흥미!)
 
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수아:(꽤...도움이 될 내용이 들어있을 책 같아요!)
 
을 볼 수 있습니다.
 
수아:(아니?)
(아까까지도 공부를 안한 참인데)
(지끈...)
(요괴5절칙! 차례대로 보기로 합니다)
 
문득 수아를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수아:(다들...5번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거죠!)
 
수아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아:(신기하다~)
 
관찰 (어려움)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모국어 판정
 
수아: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10년!?)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수아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SanC (0/1)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수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관찰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자의 서명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수아가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책을 다 읽을 무렵
 
유한이 쟁반을 수아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수아:(아 ㅡ !)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수아:(머뭇...머뭇...진심인가? 유한의 눈치를 봐요)
 
유한: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싫어?
 
수아:(먹을만... 한 상 가득 차린 메뉴들을 둘려보며 머뭇대며 개구리를 집었다가...) 아...아! 갑자기 배가...! (배를 잡고선 찔끔, 아픈 척을 해보여) 긴장해서 그런가, 배가 조금 아픈가봐. ....조금만, 쉬다가 먹어도 될까? (능청...)
나, 나 책을 읽었는데. 선생님이라는 사람도 사람이었어? (급히 화제를 전황하곤)
(전환,,)
 
유한:선생님? ...어, 그랬지.. 먹기 싫으면 다른 걸로 내일 찾아다 줄게. 배도 아플테니까.. 조금만 참을 수 있겠어? (조금.. 시무룩한 반응이지만 그릇을 다시 내리며 뭐 먹고싶어? 하고 물어도 봅니다.) 그러고보니 책에 요괴 5철칙 봤어? ...선생님이 세운 철칙이시거든. 교과서도 전부 직접 집필하시면서 앞장에 붙여뒀어. 반드시 새겨두라고.
 
수아:(딱히 다른 요괴들은 지키지 않는 것 같던데...머쓱히 그릇을 치우는 걸 보며 미안한 듯 눈치를 보기도 하고) 열매정도도 좋고... 그, 저 미안해. (애초에 이 쪽에서 큰 진수성찬을 먹을거란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시무룩한 기색에 역시 마음이 쓰이는지 고개를 애써 저어보인다.) 신기하다. 그 분은 이름이 어떻게 되셔? 이계에서 요괴들과 지낸 인간이라니, 우리 쪽에서는 꼭 소설같은 이야기라.
 
유한:열매? 알겠어. 인간이니까, 음.. 선생님도 되게 힘들어하셨거든. 무슨 마음인지 잘알지. ...글쎄. (네 말에 시선을 굴리곤 그릇을 치우려 일어서더니) 밤이 깊어졌네. 잘까? 내일 축제로도 바쁠거고. 너도 오늘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피곤할거 아냐.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수아가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완전히 지쳐버렸을 거예요.
 
잘 시간이 되면 유한은
 
이불과 베개가 1인분의 몫뿐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유한:..누가 방에서 자고 누가 거실에서 잘까? 나야 상관없는데.. 이불도 네가 덮고 자.
 
수아:(멀뚱...) 내가 손님이잖아. 거실에서 그냥 누워자도 괜찮아! (베개랑 이불 없이도 잘 잔다며, 호언장담 하고선 고개를 저어) 머리만 대면 잘 수 있을걸. 오늘 엄청 피곤했거든.
 
결국.. 유한이의 만류에 수아는 방에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됩니다..
 
누군가는 싸늘한 나무판자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누군가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수아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그리고 수아는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수아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수아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수아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수아야.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딸랑,
 
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수아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유한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 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요란한 방울 소리가 수아의 잠을 깨웁니다.
 
왜 저렇게 바삐 움직이는 걸까요?
 
수아:(꿈뻑)
 
유한은 수아가 뭔가 물어볼 틈도 없이
 
서둘러 일어날 것을 재촉합니다.
 
축제가 시작될 시간이라면서요.
 
수아:으응? 응? (주섬 주섬... 이불을 개며 몸을 일으켜)
 
유한:
rolling 1d6
 
(
4
 
)
 
 
=
4
 
유한이 딱 소리를 내더니
 
수아의 머리에 여우 귀가 뿅하고 나옵니다.
 
뒤는 꼬리가 달려있는것 같아요.
 
수아:(뿅? 더듬..더듬...제 꼬리를 품에 안고선 어안이 벙벙해요)
 
유한:이러면.. 요괴같아보일거야. 빨리와, 축제에 늦겠어!
 
그러고 보니 이곳,
 
오두막에서는 변변한 놀잇감도 찾기 어려웠죠.
 
요괴들에게 이 축제는 무척이나 특별한 행사인 것 같으니,
 
유한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수아:이, 이렇게 해결해준다는 건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자기가 가도 되는 자리가 맞나? 조심스러우면서도...덩달이 조금 들뜨고야 마는 기분에 따라 움직여)
 
축제를 즐길 준비됐나요, 수아?!
 
수아:(어버버)
(해야만..해요!)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수아와 유한은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수아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유한은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수아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고,
 
매듭짓습니다.
 
유한:미아 방지책이야. 혹시 모르니까..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수아:꼭 어린애가 된 기분이야...(흔들흔들)
 
유한:음.., (아무래도.. 몇백살 먹은.. 유한에게는 그렇게 보이는가봐요.) 요력을 넣어 만든 끈이야. 거리가 멀어질 때 길이도 조절되고, 착용감이 편해서 어린 요괴랑 산책할 때 자주 쓰이거든..
 
수아:어린 요괴랑!? (확실히...몇백살은 먹은 듯 했죠...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저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취급이라니....) 축제 첫날엔 뭘 하는데?
 
유한:너무 많아서 다 설명하기는 긴데.. 노점상도 있고, 식당도 있고..! 재밌겠다! (베시시 웃으며 또 한번 걸음을 재촉합니다.)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수아:(기분 좋아보인다... 어쨌거나 졸졸 따라가요)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수아와 유한은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수아:(역시...노점상부터!)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유한은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수아:(거렁뱅이...)
사고 싶은 거라도 있어? (빼꼼)
 
수아가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수아에게 말합니다.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수아의 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입니다.
 
수아:이 방울? (어리둥절...목걸이를 만지작대요)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그래, 그거. 좋아보이잖아?
 
수아:으음...(어릴 때부터 가지고 다니던건데. 마땅치않음에 이내 고개를 저어) 그렇게 갖고 싶은 것도 없고, 괜찮지만... 유한이, 너는? 갖고싶은 거라도 있어?
 
유한:으응? (초조함에 입만 꾹다물고 시선을 굴리고 있다가 네 말에 눈을 깜빡인다.) 글쎄.. 축제 기분이니까.. 이런 가면이나 같이 낄까? (여우 가면을 두개 들더니 제 주머니의 돈을 주인에게 지불합니다.) 여우 둘이서 여우 가면이라니, 좀 웃긴가?
 
수아:가면의 의미가 없지 않아? (웃음이 터져서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가면을 받아들어) 이런 것까지 사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사주려고 물어본 거였단 말이야.
 
유한:이계 돈,.. 없지 않아? (악의 없음..) 축제 분위기 내면 좋잖아. (네 머리에 가면을 달아주고는) 나도 해주라, (머리를 숙여서 신난듯 웃어보여요. 그냥.. 자기가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
 
수아:어. (멈칫. 이거...악의 아닌가요? 잠시 노려보다...숙인 머리에 친절히 가면을 달아주곤) 왜, 아까 그 점원이 내 목걸이를 퍽 맘에 들어 하길래. 답례라도 해줄까 했지.
 
유한:안, 안돼.. 방울 어? 이쁘잖아. 그건 너만 가지고 있어. 알겠지? (유한이 드물게 당황하며 고갤 저어보입니다.)
 
문득 수아는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목걸이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수아가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유한이 묻습니다.
 
유한:너, 어제저녁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배고프지 않아? 노점상에서 뭐라도 사 먹자.
 
라고요.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수아와 유한에게 손짓합니다.
 
수아:사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다니던 거라 아쉽긴 했는데... 어? 노점상? (금방 화제가 전환되어서는, 고개를 끄덕여)
 
아가미가 달린 노인: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수아:(어...?)
 
유한은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수아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SanC(0/1)
 
계산을 마친 후,
 
수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유한이 수아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수아:(안심..다행...)
 
수아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수아:고마워...(찌잉...)
 
유한:그건 먹을만 할걸? 으응, 진짜루.
 
수아:평범한 약과, 맞지? (쪼끔 의심해요)
 
유한:...(뚱한지 꼬리만 살랑이네요.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수아:(의심을 거두곤...냠!해요. 사실 배가 고파 가릴 처지가 아니긴 합니다)
 
수아가 한 입 베어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유한은 비슷한 모양의 약과를 연달아 내밀고,
 
이어서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줍니다.
 
수아:(식충이)
(와냠냠...주는대로 또 생각없이 받아먹어. 한결 들뜬 표정!)
 
유한:맛있어하니 다행이네.. 또 어디 가고싶어? 체할라.. 천천히 먹어! 물도 먹고!
 
수아:(물도 꼴깍꼴깍 마셔가며 뿌듯한 식사를 끝내.) 나, 나만 이렇게 먹어도 괜찮아? (뒤늦게서야 눈치를 보곤...) 그럼, 사격장 가보고 싶은데.
 
유한:나는.. 어제 많이 먹고 잤는걸 ? (귀와 같이 얼굴도 기울어지다가) 배고팠구나, 축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수아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수아:(진짜~!)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수아와 유한을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사격장 주인: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수아:저기, 나 활 쏠 줄 몰라.(당연함...)
 
정신력과 근력 판정
 
수아:(님선)
 
유한:자세는 이렇게 잡고.. 쭈욱 당기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수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다소 애매한 점수긴 하지만,
 
과녁에 화살을 맞추긴 했습니다.
 
유한의 눈 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수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ㅋㅋ)
 
화살은 멀리멀리 날아가 사격장 주인 옆에 꽂힙니다.
 
수아:(허업)
 
주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수아:고, 고의가 아니라...!
 
수아에게 아차상을 수여합니다.
 
예쁜 색의 나뭇잎 책갈피네요!
 
수아:...인심이 후하다. (요괴들이라 그런가?)
 
유한:힘이 좋네....(물끄럼)
 
수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유한의 눈 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1
 
수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예쁜 색의 나뭇잎 책갈피네요! +1
 
수아:저 사람, 괜찮은 거 맞지?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한:응,.. 그래 보이는데? (뭐가 문제냐는듯 봅니다!)
 
유한의 눈 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1
 
수아:(보통 생명의 위협에 아차상 따위를 수여하진 않으니까요...)
 
유한: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수아:...우와!
 
죽어라 이누ㅇ...
 
앗! 이 이상은 안 돼!
 
수아:(어?)
 
유한과 무척 닮은 인형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유한:이거 가질래? (유한이 수아에게 내밉니다! 첫 발에 명중이라니.. 유한은 대체 뭘까요? 역시 요괴?)
 
수아:(역시 요괴? 좀 기쁘다는 듯...인형을 품에 꼭 안아듭니다!) 내가 받아도 괜찮아?
 
유한:으응, 난 축제를 언제든 즐기러 오니까. 맘에 들어? 가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동시에 꼬리도 살랑이네요. 기분이 좋아 보여요!)
 
수아:(흔들리는 꼬리를 보고 저도 기분이 들뜬 듯 고개를 끄덕여) 응, 엄청 귀엽다. 이거..! 다 들고 돌아갈 수 있을까? (따위의 소리를 뱉으며 한가득 쌓인 짐을 안고 웃어대요)
 
유한:네가 원하면 그렇게 해도 좋아. 네 가방에 넣어두면 되지 않을까? 이젠 식당에 가야겠다. 약과로는 배가 안차지? 거기도 멀쩡한 음식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수아:(여태까진 멀쩡한 음식을 준게 아니었어? 어리둥절...그래도 배가 덜 찬건 사실이라, 방긋 웃으며 걸음을 재촉해요.)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수아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유한:자리 좀 잡아주겠어? 계산하고 올게.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수아:이것까지 얻어먹어도 되는거야? (머뭇...그치만 고개를 끄덕이곤, 인형을 안고 이동해요~)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수아:(숑~)
 
수아가 빈 자리에 앉는다면,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선생님?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수아를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수아:선생님? (고개를 갸웃...)
 
타타: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수아:졸업생? (그럼 몇 살인가요? 아득해집니다...) 그으...렇군요? (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와선) 어쩌지, 저는 선생님이 아닌데...
 
타타:하하,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아주 닮아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인간이시죠? 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니까요. 보호해주는 분이 계시나 봐요?
 
수아:그렇게나 닮았어요? (제 얼굴을 만지작대곤...)
...! 많이 티가 나요? (뱉어내고 나서야 입을 텁! 막고는 주위의 눈치를 보더니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여) 네에, 지금은 같이 축제를 보러 나왔어요. 유한이라고, 아시나요?
 
타타:네! 저도 못알아봤다니까요. 아~ 유한이요? 알죠! 영월호 동문이니까요! 유한이 그 녀석.. 몇백 년 째 졸업시험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었거든요.
 
수아:그렇게나 닮았구나...어쩌면 제 먼 조상이라던가.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몇백년? 진짜...아득한 세월에 손가락을 접어가며 놀란 티를 숨기지 못해) 동문이요? 그러고보니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이유라도 있을까요? 덕분에,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머쓱히 머리를 긁적여)
 
타타:그럴 수도 있겠네요~ 꽤 오래 전 일이니까. 까마득하겠어요! 모르셨나요? 유한이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그러던데.. 어휴. 그래도 유한이 보호를 받고 계시네요. 그 녀석은 믿을만 하니까요.
 
수아:(믿을만...고개를 끄덕여) 엄청 큰 도움을 받았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로... (이제는 제법 태연히 그 때의 이야기를 들먹이곤) 몰랐어요. 물어보지도, 말해주지도 않아서... 그치만 몇백년이라면, 그렇게 오래동안 기다리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신기하네요... (이런 대화가 달가운 듯 꽤나 조잘대곤)
 
타타:그쵸? 선생님 엄청 좋은 분이셨어요.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흴 잘 이해해주시기도 하셨고...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유한이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셨어요. 유한이가 선물을 하나 했다고 들었는데...
 
유한이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수아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수아:(오잉)
 
유한은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수아:(수아두요..)
(..뒤늦게 유한을 보고선) 아,국수! (뿌터 외치고야 말아)
(부터)
 
유한:...먹자. 너가 좋아할 것 같은데? (네 앞에 수저를 놔줘요.)
 
수아:엄청! 사실, 사람들은 도롱뇽이나, 풍뎅이나...잘 먹질 않으니까... (헤헤, 웃으면서도 꿍얼대고야 만다. 놓아진 수저를 들고서, 신이 나서는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해) 아, 아까 네 동문이라는 친구가 왔었는데~ 방금 봤던가?
 
유한:아, 봤어. 다들 날 무시해서.. 동문과 대화하지 않게 된 지 꽤 지났거든. (덤덤한듯 대꾸하며 국수를 휘적거리다 한 젓가락 집어 먹습니다.) 도롱뇽이나 풍뎅이가 싫어? 음.. 고소하고 되게 짭짤한데. 아까 메뚜기 튀김도 있던데.. 너가 기겁할까봐 안사왔어.
 
수아:그래? (싫다는 눈치는 아니었는데, 후다닥 자리를 뜨기는 했지.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여) 섭섭하지 않아? 그럴땐 잡아세우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해! (그래야 풀 수도 있는거라며 오지랖을 부리고선, 국수를 호롭 먹기 시작해) ...그치만, 유한이 네가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는데, 이런 조언 어쩌면 우습겠다.
(친절한 맛 설명과 메뉴제안에...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국수를 먹어요)
 
유한:별로.. 처음에는 졸업이 늦어지니까 놀리는 정도였는데, 재촉이 심해졌거든. 아예 무시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난 신경안쓰지만. (국수를 먹는 중에도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힐끗 보곤하더니) 그러고보니 쟤랑도 말 안한지 엄청 오래됐네.. 조언 고마워. 국수 맛은 어때? 괜찮지. 종종 먹으러 오거든.
 
수아:응. 엄청 맛있다. (즐겁게 국수를 먹던 와중 고개를 끄덕이곤) ...실례일수도 있는데, 졸업을 안하는 이유라도 있어? 그냥, 궁금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했던가? 직접 듣기전에야 모를 일이라 생각하며 굳이 주제를 들춰) 왜, 그 나는~ 학교를 한참 오래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싫을 것 같거든. 공부고 뭐고, 오래하면 너무 귀찮잖아.
 
유한:졸업을 안하는 이유? ...타타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나보다.. 어디까지 들었는데? (유한이 눈살을 찌푸리다 귀 한쪽을 움직이더니 입을 비죽입니다.) 나는.. 돌려말하는거 안좋아해. (제법 뚱해졌어요!) 뭐가 궁금한데? 들어도 나한테 듣는게 낫다고 생각한거지? (유한은.. 제법 눈치가 좋은 것 같네요. 몇백년의 짬인것 같습니다.)
 
수아:별로 안 좋아해? (끄응... 느즈막히 미안. 하고서 담백한 사과를 뱉어내곤) 내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 것 뿐이야. 왜, 나 여기 와서 이렇게 대화 나누는 거 유한이 너 뿐이었으니까. 반갑게 인사해주는게 반가워서. 내가 선생님을 닮았다던걸? 그래서, 유한이 네가 보살펴주고 있다니까, 네가 엄청 괜찮은 애라고 했어! 믿을만 하다고. (최대한 타타의 말을 곡해없이 전하려 노력하면서요) 그리고, 네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졸업을 미루고 있는거라고. (...눈치를 보면서 수저를 슬쩍...쥐곤) 미안.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해서 화났어?
 
유한:..조금? (생각보다.. 별 거 없는 이야기에 다시 꼬리를 살랑이고 국수를 호로롭.. 먹습니다.) 선생님을 기다린다고 그랬겠지? ...반은 맞고 반은 아냐. 내가 없으면 신목 관리도 느슨해질거고, 선생님이 날 믿으셨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좀 놀랬어. 닮기도..했고. (웅얼거리다가 수아를 힐끔 봐요) 타타랑 재밌었어? 네가 재밌게 이야기 하고 있길래, 나 말고 누구랑 친해졌나 했더니.. 타타였구나 했지.
 
수아:응, 재밌었어. 저기, ...그럼 화 풀어줄거야? (넌지시 물어본다. 살랑이는 꼬리를 보며 꽤 기분이 괜찮은가? 하며 몸을 내밀어 기웃대기도 해) 엄청 성실한 이유잖아! 생각은 했는데, 그렇구나~ (흐응, 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육수를 호롭 마시기도 하고) 하긴, 유한이 네가 신목을 담당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 했어. 신목은 학생이 담당해야만 하는거야? (화장실 청소, 교무실 담당 뭐 그런건가? 실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유한:..화 안났..는데? (거짓말은 못하는지 말을 더듬으며 널 보더니 하는 수 없이 고갤 끄덕인다.) 학생이 담당해야하는 그런거냐고? 음.. 굳이 그런건 아니고. 너가 처음 봤던 걔네가 담당하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오랫동안 해온 일이니까 내가 담당하는거야. 무슨 생각해? (귀를 쫑긋 세우고는 쳐다보고) 밥 다먹었어? 저기 낚시터가 있는데..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네.
 
수아:...화 났는데?(힐긋...어딜봐도 화났음...) 낚시터 같이 가면, 화 풀어주는거야? (기웃대며 귀찮으리만큼 조잘대)
아, 아무 생각 안했어! 그냥~ 이계에도 학생 담당 업무가 있구나~ 싶어서. (헤헤,하고 생각이 간파당한 기분에 실없이 웃어보이곤) 그나저나 신기하다. 나는 선생님이라길래, 엄청 나이가 지긋한 노인분이라도 되는줄 알았어. 왜애, 여기와서 겉보기로 나이를 따지는게 우스운 일인건 알지만. 보이는 이미지라는게 있으니까? (식사를 끝낸후 차곡차곡 정리를 끝내)
 
유한:..(부정 못하고 시선 굴려요) 으응,.. 풀게. 풀테니까 낚시터 가주라.. (체념한듯 말을 뱉습니다.)
 
너는 인계에서 무슨 담당이었는데? 너도 무언갈 지키는 담당이거나 그랬어? 아, 그치. 선생님.. 되게 좋으셨는데. 500살도 실은.. 어린 나이거든. 나도 이만했고.. (대충 키를 가늠하는 듯 제 허리께 쯤으로 손을 두더니) 그 때 선생님 나이가.. 음, 이젠 기억도 안난다. 50도 안되셨던 것 같은데. 되게 이쁘셨던거 보면.. (문득 생각났는지) 넌 몇 살이야? (수아가 치운 자리를 보다 쟁반을 들곤 반납하고 수아 옆에 토도도 옵니다!)
 
수아:(토도도~ 돌아온 유한을 보곤~) 다른 요괴랑 네 이야기 안할게. 진짜, 약속. (새끼 손가락을 척! 내밀어) 여기에 걸면 약속하는거야. 그냥, 너무 신이 나서 그랬어. 당사자의 이야기를 물어보는게 쉽지는 않잖아. 그치?
나아는...청소를 하는 담당이긴 했어! ...인간들은 그렇게 거창한 임무를 맡지 않는다구. (잠시 툴툴대는 듯 하더니) 나아는...
...18살인데. (찌끔!)
 
유한:18살? (어리네.. 란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나이가지고 어쩌구 하는건 정말 싫으니까!) 으응, 알겠어. (새끼 손가락에 걸어주고는 몇번 흔들어본다.) 그치, 특히 이 세계에서 공통된 주제로 말하는건 드문 일이니까. 청소 담당? 그것도 멋있다. 거길 책임지고 깨끗이 해야하는 거아냐?
 
수아:(맞지맞지! 구태여 별 말 보태지 않는 태도에 방긋 웃여보여. 손가락을 기쁜듯 몇차례 더 흔들고선) ...그러긴 한데~ ...신목을 지킨다던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르잖아? 책임져야 할 요괴가 떨어지지도 않으니까. (쫑알...대며 소매를 잡고 밖으로 나서)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그럼에도 수아가 바란다면!
 
금붕어 뜨기를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수아:(어 이런걸?)
 
#가보자고
 
수아:저기 유한아. 이런거...키울 곳 있어?
 
유한:...아니? 금방 잡고 풀어주면 되니까..(천진!)
 
수아:(그런가..?)
 
수아에게 작은 그물이 지급되며,
 
민첩으로 판정합니다.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금붕어는 뻐끔거리며
 
작은 이빨을 벌려봅니다.
 
수아:(무섭따...)
 
유한:우..우와, 진짜 잡았네! 한번만 더해줘. 응?
 
수아:(너어...)
#해보자고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붉은색, 검은색의 큼직한 금붕어가 그물에 걸려 버둥거립니다.
 
날카로운 이빨로 그물 끝을 갉으며,
 
수아:..!!....!!
 
수아를 노려봅니다.
 
수아:(어?)
나,.. 이거 집에 가져갈까?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수아를 대단하다는듯.. 쳐다봅니다!)
 
수아:... .... (이 친구들 좀 폭력적인 것 같은데...힐긋...) 키, 키울 수 있다면...? (하지만...뿌듯해요!)
 
문득 금붕어 뜨기에 지친 수아가 돌아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읍읍……!!!!!
 
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유한이 주둥이를 틀어막았습니다.
 
미호: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수아:...저번에 너 때문에 얼마나 곤란했는데! (꿍!하니 화를 내고선) 교칙도 안 지키는 학생이 어디있어!?
 
미호:몰라! 몰라!!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아니? 됐어! 흥,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수아:...! 훠, 훨씬 재밌는 축제가 한가득이거든? 정말,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인간의 입장이라도 대표하듯. 흥! 하고선 뱉어내고 고개를 돌려버려)
 
미호: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뭐!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수아:(저를 향한 미호의 행패를 깔끔하게 무시하고선 유한을 바라봐) 축제 때 기도도 올려?
 
유한:응, 영월호 내부에 있거든. 가보고 싶어?
 
미호: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수아:(발끈...) 나, 나는 유한이 너랑 축제 구경하는 걸로도 충분히 재밌어! (팔을 잡고선 반대편으로 이끌어)
 
미호:어디가 ! 어디가!! 내 말 아직 안끝났다고!! (억울한듯 방방뛰며 털을 빳빳하게 세웁니다!)
 
수아:나랑 말 섞기 싫다며, 냄새난다며! (이런 말은 안했음)
 
미호:내가 언제! 내가 언제에!! 너 자고 있는 것도 깨워줬더니! 미워! 무슨 신한테 기도하러 가는지도 모르지?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지마 유한아!!
 
유한:(어리둥절..)
 
수아:같이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왜 행패람!? (진짜임) 구, 궁금한 건 유한이한테 물어봐도 충분하거든? 너 진짜 유치해! 그치, 유한아! (고래싸움에 끌어들여요)
 
미호:뭐가 유치해! 너랑 말 섞기 싫다던가.. 냄새난다던가 안했거든! 인간 진짜 멍청해!
 
유한:...둘이 그만하고, 응? (제발) 그래.. 궁금한건 나한테 물어봐. 미호 너도 먼저 기도 드리러 가있어. 우리도 곧 따라갈게.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수아:쟤가 먼저~...!(울상...)
 
유한:그래.. (머리 쓰다담..해줘요) 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에게 기도드리러 간거야.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유리 돔이 있거든!
 
수아:(잉...어린애 취급이에요~ 그럴 짓을 하기는 했지만 역시 분해서 끙...앓는 소리도 내보곤) ...미안.
...신기하다.원래 있던 세계가 아니야?
 
유한:으응, 창조된 공간이야. 신기해? 그래도 여기에 영생은 없어. 다들 끝은 있는거지. 너도 원하면 같이 가자. 어때?
 
수아:(아리송한 말에 고개를 갸웃대곤...) 방금, 쟤가.(저 멀리 손가락질 하곤) 인간은 갈 수 없다고...
 
유한:넌 지금 요괴 모습이잖아, 잘 모를거야. (손을 살짝 잡아주며 안심하라는 듯 웃습니다.) 지금 봐, 다들 네가 인간인지 모르고 있으니까. (소리 죽여 말해요)
 
수아:(그런가..?생각해보면, 아까 그 친구도 그렇게 말하긴 했었지...고개를 끄덕이곤) 그나저나 신기하다. 그럼, 요괴들도 원래는 여기서 살았던게 아니겠네?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유한이 멈춰섭니다.
 
유한: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 만 하지만…….
뭐, 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긴 하지.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한번 볼래?
 
수아:...(곰곰) 응,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인간이라는 걸 걸리진 않겠지?(속닥)
 
유한:으응, 걱정하지말래도! (수아의 가면을 고쳐 매주더니 안심하라는 듯 어깨에 손을 올려줍니다.)
 
그리고 수아와 유한이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쿠라마 할멈: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수아:(머야!?)
 
쿠라마 할멈: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유한은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유한:쿠라마 할멈은 늘 이래,
 
하고 덧붙이면서요.
 
수아:깜짝 놀랐어. (어버버...뒤늦게 고개를 끄덕이곤) 근데 애초에, 유한이 너는...(꼬리를 보곤, 흠.)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자자, 점이라도 봐주마.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유한과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수아:(머쓱...)
추천하는 점괘있어?(소곤소곤)
 
유한:마지..막? 인기가 많더라고. 다른 사람이랑 보는 궁합말야.
 
수아:...너랑 봐도 괜찮아? (눈 땡글)
 
유한:뭐 어때, 재미로 보는건데. (당연함!)
 
수아:(요괴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저, 궁합을 보고 싶은데. (어쩐지 민망해요)
 
수아에게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 등을 받으면
 
쿠라마 할멈은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 할멈: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수아:(어리둥절~)
 
쿠라마 할멈: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수아,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수아:어...(아까 한 놈과의 인연을 조지긴 했는데요) ...역시 그건 조금. (무서워요,,,라고 종알)
(미래~)
 
쿠라마 할멈:어디 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수아,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수아:(이미 생겼는데?)
 
쿠라마 할멈: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수아:(ㅎㅓ어!)
(유한이 봄)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수아의 목에 걸린 리본을 가리킵니다.
 
수아:(이거 교복인데...)
(머뭇...) 정말 이런걸로 괜찮나요?
 
쿠라마 할멈:그럼~ 이거면 충분해. 인간의 의복은 어쩌면 이렇게 얇고 간소한지...
소장 가치가 있거든.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수아:(머쓱히 리본을 건네곤, 일어나요) 허전하다.
(터덜,,터덜)
 
유한:영월호 요괴만 들어갈 수 있지만, 교복만이라면 구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줄래? 허전한김에 입어보자!
 
수아:(그게 교복이구나!)
내가 입어도 괜찮은거야? (좀..흥미가 있는 듯 고개를 끄덕여) 나 그런 옷 처음 입어봐.
 
유한:당연하지, 인간이라고 막.. 옷이 도망가진 않으니까. 궁금하지 않아? 요괴들 학교는 처음일거아냐.
 
그렇게 말하며, 유한은 어디선가 구해온 교복을 내밉니다.
 
유한:잠깐 빌린 거야.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행운 판정
 
수아:...조금. 근데 조금 무섭긴 하다. (아까도 알아보는 애가 있었잖아. 하고선 투덜대)
기준치: 51/25/10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딱 맞는 것 같아요!
 
유한이 만든 귀와 꼬리가 건재하므로,
 
교복을 맞춰 입은 수아는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수아:(와아~)
 
수아와 유한은 나란히 교복을 입고 영월호로 향합니다.
 
도중 3마리의 영월호 요괴들과 마주치지만,
 
생소한 수아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꼭 폐교 담력체험을 하는 기분이네요.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유한은 처음으로 학부모를 데려온 것처럼,
 
들뜬 듯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유한:여기가 우리 반이야.
 
수아:(기뻐보여...)
요괴들 학교에선, 뭘 배워?(기웃!) 네 자리는 어딘데?
 
유한:내 자리는.. 여기. (중간 자리를 가리키더니) 다들 다양해서 책상 모양도 여러개야. 미호 자리는 저어기, 맨 앞에.
 
수아:걔 자리는 관심없는데. (뚱... 유한이 자리에 기웃대며 앞을 바라봐) 꼬리 때문에 불편하지 않아? 어쩐지, 다들 모여서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까 좀 귀엽다 (키득대고)
 
유한:꼬리? 아, 이거... 안거나 최대한 밑으로 빼려고 노력중이야. 하긴.. 다들 불평하더라고. 네 뒤니까 칠판 글씨가 안보여, 꼬리 좀 가만히 냅두면 안돼? 같은거..(귀 축 쳐져요)
 
수아:맨 뒷자리로 가도 괜찮지 않아? 음~ 나는 몰래 과자를 먹을 수 있으니까, 꽤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꼭 앞에 선생님이라도 있다는 양 귓가에 소곤대곤 킥킥대) 좋아하는 수업은 있어?
 
유한:그건.. 엄청 큰 도깨비들이 앉는 곳이야. 음.. 내가 뒷자리로 가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걸? 헙.. 그래도 괜찮은거야? 혼나잖아. (눈을 크게 뜨곤 수아를 봅니다.) 좋아하는 수업? 나는 아무래도 역사가 좋더라. 재밌지 않아?
 
수아:...그런 친구들도 다니는구나. 확실히...(어쨌거나 저와 비슷한 체격의 유한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왜애, 몰래잖아. 학교 다니면서 그런 재미도 보고 해야하는 거 아니겠어? 왜, 선생님은 그러면 안된다고 가르쳤어? (그런 점은 나랑 진짜 다르다. 하고 웃더니, 제법 단호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으음~...
 
정신없이 영월호 내부를 구경하던
 
수아와 유한은 별관에 도착합니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수많은 돔을 그린 벽화입니다.
 
돔 내부엔 각양각색의 세계가 자리 잡아,
 
기묘한 상상화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벽화는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문득, 수아는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합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수아의 모국어로 작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사냥개를 조심하세요>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기괴하고 영문 모를 형상을 본뜬 석상입니다.
 
수아:(사냥개를? 갸웃)
 
분명 완전하게 굳은 석상인데,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능적으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이성 판정입니다.
 
수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겉보기엔 다정한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수아가 다가오면 살갑게 인사합니다.
 
신관:안녕하세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수아:(고개를 끄덕, 유한의 눈치를 봐요)
 
신관: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수아:유한이, 너도 소원 빌거야?
 
유한:네가 하고싶으면 나도 할게. 같이 해볼까?
 
수아:(빌고 싶은 소원은 없는데...고개를 꾸닥여요)
 
신관은 그렇게 말하곤, 붉은색의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요.
 
신관:다만 소원은 입 밖으로 내거나 남에게 보이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 명심해주세요.
 
수아:(...! 꾸닥)
 
기도하러 가볼까요?
 
수아:(정말 빌 소원은 없지만..종종 따라가요)
 
유한:(유한은 열심히 뭔가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수아가 보이지 않게 잘 쥐고는 두 손을 모아 눈을 꼭 감아요) 다 빌었어?
 
수아:(중간고사 만점...따위의 소원을 적곤 유한을 힐금. 따라 손을 모아 눈을 꼭 감고선) ...응!
 
유한:여기 걸면 되겠다. (오색끈에 야무지게 매달고는 수아가 매달때까지 기다려줘요!)
 
수아:(엉성,,,하니 유한의 소원옆에 쏙 매달아요. 불안정한 모양새지만..뿌듯합니다!)
 
이벤트가 끝나면 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수아에게 옷을 빌려준 요괴였네요.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수아:신기했다. 요괴들도 신을 모신다던가. 생각도 못했어.
 
유한:아까 미호가 말했듯.. 이 세계의 창조주 같은거지. 저 석상도 세계 최고의 조각가가 추상적으로 표현한거래.
 
수아:뭔가 해석마다 다르지만...요괴들도 결국 개개인의 신적 존재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근데 학교도 다니고 신을 모신다니까 조금 신기해 (조잘~) 더 아는 이야기 있어? 언제 만들어졌다던가~ 왜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그런거.
 
유한:그치? 우리도 다 똑같다니까, 수아는 믿는 신이 있어? 음.. 더 아는 이야기... 뭐가 있을까 (흠 하는 소리를 내다가) 신당이 왜 여기 학교에 있는지 알아? 위험한 일이 발생해도 괜찮도록 신당이 그들을 수호할 수 있게 해준대. 신기하지?
 
수아:교회가 딸린 학교 같은 걸까? (아리송~) 나는 딱히.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보니까, 믿음이 생기는게 여간 쉬운게 아니더라구.
 
유한:교회..? 그게 뭔데? (눈 동그랗게 뜨고) 그것도 우리가 모시는 신 같은 거구나? 으응, 그럴 수 있지. 저어기 요괴한테 옷 돌려주고 슬슬 다시 놀러갈까? 불꽃놀이도 봐야하고, 할 거 진짜 많아. 이래서 내가 축제를 좋아해.
 
수아:우리는 믿는 신들이 많거든. 사람마다 다른데...으음, 사람들을 보살피는 신을 모시는 장소야. ! 응응, 화나지 않았을까? (허둥지둥 탈의실을 다녀오곤, 곱게 갠 옷을 건네) 어서 가자. 생각보다 재밌는게 많아서, 엄청 신기해!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수아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밀려 점점 유한이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유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수아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아무리 유한을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민첩 판정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수아는 설상가상으로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립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쯤 부모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수아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수아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수아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수아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수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유한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수아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수아의 표정을 확인하자
 
조금 걱정스러운 투로 이렇게 말합니다.
 
유한: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풀었어.. 놀랜거야?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유한, 이 사람만은
 
지금 수아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수아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유한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1D3의 산치 회복
 
수아:2
나, 나 엄청 놀랐어... (히잉, 힘이 풀린 몸에 칭얼대듯 뱉어내곤 잡은 손에 힘을 줘)
 
유한:미안, 이젠 안떨어질게. 곧 불꽃놀이가 시작한대. 명당자리를 알고 있으니까 올라가서 볼까? (부드럽게 수아의 손을 잡아당겨줍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수아를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수아와 유한이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수아와 유한 역시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합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수아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수아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유한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수아를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유한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유한은 수아를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수아:저, 저건 뭐야?
 
수아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수아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유한:절대로 봐서는 안 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수아:봐, 봐서는 안돼? (시선을 유한에게 돌리곤, 질끈 감았다 떠)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유한은
 
멍하니 서 있던 수아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유한과 수아는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수아,
 
SanC (1/1d3+1)
 
수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수아:(짱^_^)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행운 판정
 
수아:
기준치: 51/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수아와 유한은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유한은 묵묵히 수아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유한은 수아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수아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수아와 유한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유한:너무 밖으로 나오지는 마,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거야.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들어선 안 돼..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유한: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라고, 유한은 말합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수아:그, 그게 뭔데? 아까 그게 무슨 상황인데? (꽤나 당황스러운 듯, 목소리를 더듬어가며 질문을 내던져)
 
유한:...잠시 지진이 멈추긴 했지만, 아까의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수아, 너한테는 너무 위험하니까 돌아가.
 
수아:나는, 여기서... 뭐든 위험하기야 하겠지만... 어떻게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축제가 끝나질 않았잖아.
 
유한:썩 내키지 않았지만.. 내 능력을 쓴다면 지금 당장 돌려 보내줄 수 있어. ...미안해. 하지만 내가 신목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건 정말 비밀이니까.
 
수아:(지금 되돌려진다면 비밀이고 뭐고 알릴 곳조차 없을텐데. 머뭇대며) 그럼 너는? 아까 그거, 너나 다른 요괴들한테도 엄청, 엄청 위험한 거 아냐?
 
유한:나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학생들을 두고 갈 수도 없고.. 우리 '이계'의 일이잖아. 수아야, ...너와 마지막 축제를 즐길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수아:마, 마지막 축제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발이 떨어져...
 
유한:그렇다고 널 다치게 할 순 없으니까.. (수아의 어깨를 꾹 잡고는 입을 다뭅니다.)
 
수아:나, 도움이 될 수 있는건 하나도 없을까? 아직, 은혜도 뭣도 못 갚았는데... 그러는게 도리가 아닌걸 잘 알고 있단 말이야.
 
유한:그래,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지……. 알겠어. (유한은 복잡한 감정에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뭅니다. 답답한듯 허공을 보다가 한시진만해도 축제를 한 거리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망가져 있으니.. )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수아를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유한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수아는, 혼자 살겠다고 유한을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수아의 대답을 들은 유한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유한은 수아를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수아와 유한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수아가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유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한:....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수아:(머뭇...)그것도 도우겠다고 하면, 그건 정말 폐일까?
 
유한:안돼, 여기 있어.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 (단호하게 말하는 유한입니다. 이번은.. 얌전히 자는게 좋을 것 같아요 수아.)
 
수아:(힝...퍽 기가 죽어서는 고개를 끄덕여) 조심해서 들어와? 내, 내가 집 치우고 있을테니까!
 
유한은 수아가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수아뿐입니다.
 
수아는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늦은 밤,
 
수아:(집 좀 치우고...디비누워서 기다려요)
 
수아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그 날 밤, 유한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수아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수아를 깨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한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잊어버렸는지,
 
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유한: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가 계속된대. 보러 가자.
 
조금 이상할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구조 작업이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어제의 무시무시한 생명체도 사라진 걸까요?
 
수아:밤 샌 거 아니야? 몸은 괜찮고? (얼떨떨...)
 
유한:응? 아냐. 그 쿠라마 할멈 집에서 좀 자고 온거야. 얼른 복구된 축제에 가고싶지 않아? 얼른 준비해, 같이 가자!
 
수아:어어. 그래도 괜찮은 거 맞아? (꽤...난리였던 것 같은데.엉거주첨 다시 침구를 치우며 일어나선)
 
유한:사냥개가 바로 사라져서 규모가 크진 않더라고. 다행이지? (수아의 소지품을 주섬 챙겨주고는) 축제 끝나고 바로 너도 가야지. (가방을 매주려 얌전히 서서 쳐다봅니다.)
 
수아:(머뭇...가방에 몸을 쏙 넣고선) 그래도 다행이다. 다들 엄청 소리지르고 그랬잖아. 걱정했는데... 축제 거리는 무사해?
 
유한:아니, 평지는 너무 무너진 곳이 많아서 다른 곳으로 옮겼거든.
 
수아가 준비를 끝내면
 
유한은 수아를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수아가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수아:(뽈뽈..)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영월호부터 유한의 집까지,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유한의 집까지……
 
총 두 갈래의 산길을 지나왔지만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수아와 유한은 산속,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수아:어디까지 가는거야? (힘겨워요~)
 
유한:곧 도착이야, 좀 깊어서 힘들지? (수아의 손을 열심히 끌어주며 걸어요)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곳은…….
 
수아:조금...돌아가면 운동을 좀 해야할까봐.(꿍얼)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한은 조용히 입을 엽니다.
 
유한: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지.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유한:축제는 이제 끝이야.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유한: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야.
 
유한은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수아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유한은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유한: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아, 그렇습니다.
 
유한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수아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수아:아,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어, 머뭇대며 입을 열어) 그래서 어쩌려는 거야?
 
유한:..수아야.
 
이런저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수아의 몸이 붕 뜹니다.
 
왜?
 
어째서 유한은 수아를 밀어버렸나요?
 
유한:거짓말해서 미안해…….
건강해야 해.
그럼 안녕.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수아는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유한은 수아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수아가 유한을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유한은,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유한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유한은 수아를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수아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유한입니다.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유한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건 수아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수아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수아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수아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SanC (1/1d6)
 
수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수아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수아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아는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수아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수아 본인이니까요.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유한이 기다리던 선생님은
 
수아의 혈연입니다.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두 번째 이야기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유한아, 돌아가야지."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유한: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유한입니다.
 
유한은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유한은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유한이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유한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요괴 1:"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요괴 2:"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유한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수아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0/1D6)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3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수아는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나 유한이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SanC(1/1d4)
 
수아: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3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수아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아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수아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수아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수아는,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아:...하지만. (나만...스쳐지나갔던 이야기들에 망설이며, 한참이나 자리에서 어물쩡대)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수아를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수아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유한을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SanC(0/2)
 
지능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수아를 괴롭힙니다.
 
유한은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계의 시간은 인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했죠.
 
수아가 어떻게든 이계로 되돌아가더라도,
 
그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수아는 무너지는 이계와 유한이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수아에게는 유한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수아, 여기서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신목 앞에 남을 건가요?
 
수아:그치만... (한참 혼잣말을 중얼대며, 신목, 그 너머를 바라봐. 적어도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릴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어야 하잖아. 하고서. 실감나지 않는 현실에 신목 앞에서 잠시 더 시간을 보내기로 해요. 돌아가라 이 머리야! 하고 제 머리를 때려보기도 하고...)
 
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유한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수아를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수아는 유한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깜빡, 깜빡.
 
반딧불이 한 마리가 수아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수아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수아:반딧불이. (아차! 일전의 이야기가 떠올라, 어쩌면 제 망상일지도 모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딧불이를 따라가려 힘이 풀썩 빠진 다리를 애써 딛고 일어서요)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수아가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수아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건강 판정
 
수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수아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수아는 이계의 산에서는
 
늘 유한이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유한은 줄곧,
 
수아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유한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수아의 시야를 가립니다.
 
정신력 판정
 
수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그렇다 하더라도 수아는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됩니다.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했죠.
 
반드시,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 분명히 유한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수아가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학교와 반딧불이를 보자 스치듯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인계에는,
 
아직 열렸는지 닫혔는지 확인해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수아가 이계로 넘어가는 데 사용한 사물함이죠.
 
수아:(사물함...정신이 번뜩 들어서는 걸음을 빨리해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2-B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수아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수아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수아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수아는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열쇠공, 혹은 근력 판정
 
수아:
열쇠공
기준치: 82/41/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열쇠공
기준치: 82/41/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수아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수아를 안내한 반딧불이는,
 
수아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수아:아...! (스러지는 반딫불이를 손으로 받치고선, 잠시 말뚱히 그 소용돌이를 바라만 봐요.)
(이내 굳은 결심이라도 한듯 숨을 합! 들이마시고선, 세찬 걸음걸이로 다가갑니다!)
 
수아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수아를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수아는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유한:……선생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한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유한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수아를 속인 사실에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수아:...유한아! (들려오는 목소리에 안심한 듯, 몸을 일으켜서는 달리듯이 바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물론, 처음 부른 호칭이 저가 아니었음에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무슨 상관인지. 한층 달뜬 목소리로 다가가선 두팔을 벌려 그대로 달려들듯 안겨버려)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유한입니다.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SanC (0/1D3)
 
수아: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1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유한이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유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수아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수아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유한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유한과 수아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유한은 수아를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유한:...뭐야, 수아잖아. (헛웃음을 터뜨리며 안긴 너의 어깨에 얼굴을 부벼주더니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제대로 잘 도망쳤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오니까.. 어이없지만, 반갑다..
 
수아:(반가움과 별개로 분명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질척하게 묻어나는 피에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더듬듯이 그를 품에 안고 물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려) 기껏 돌려보내줬는데, 미안. 미안... 그치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대다,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여) 나도, 엄청 반가워. 그치만... 어떡해, 꼴이 이게 뭐야.
 
유한:울지마.., 너가 울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했잖아. (낮게 웃다가 쿨럭이며 다시 한번 기둥에 툭 기댑니다.) 하고싶은 말? ... 나도 있어. 미안, ..그냥. 너랑 좀 더 있고 싶었어. 선생님도 생각 났고.. 그냥 마지막으로 한번만 욕심내면 안될까? 란 생각에 바로 보내지 못한거야. ...벌 받은 걸까 수아야? (옅게 웃더니 수아의 볼을 남은 팔 하나로 쓸어줍니다.) 고마워,.. 그치만 어서 돌아가야해. 지금 열린 문이 닫히면,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을거야.
 
수아:안 울어! 내가 왜 울어. (훌쩍이는 소리와 함꼐 고인 눈물을 삼켜내곤, 눈을 맞추고서 어색하게 웃어보여) 벌 받기는 무슨, 네가 아니었으면 돌아가지도 못했을거야. 이렇게 돌아올 결심조차 하지 못했을텐데...(그럼에도 너무 늦어버렸다며, 허탈하게 웃어보인다. 뺨을 쓸어주는 손길에 괜히 한 번 비비적 대곤, 다시금 눈을 맞춰.)
있잖아. 네 선생님 말이야. 내 먼 선조님이래. 옛날옛날에 유한이 널 만나고 돌아와서는 쭉 이어져서, 내가 너를 만난거래. (네가 말한 반딧불이니 운명이나 뭐니 하는 이야기들이 꼭 들어맞았다며, 꽤나 들뜬 목소리로 중얼대다 목에서 느즈막히 방울을 풀어낸다.) 이거, 그 분이 가져온 거지? 이게 뭐야? 네 입으로 듣고 싶었어.
 
유한:그래, 웃는게 이쁘네. ...그치만 수아야. 여기에 너와 나 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 다친 아이들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돌아다녔는데 ....미호도 없고, 타타도 없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네가 보이는 거야.. 어쩌면 좋지, ...이게 내 최선이었을까? (울컥 뱉은 말들에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물이 고입니다.)
 
...네 먼 선조였구나, 그래서.. 그렇게 닮은 거였구나. ...선생님은 안계시겠네. 그치. ...운명이 맞나봐. 네 말처럼 우린 인연이야. 선생님이 널 보낸거나 마찬가지인거네. ...이 방울은 내 요력이 담긴거야. 그래서 선생님께서 아프셨을때, 내 요력을 담아 방울을 드렸어. ..남은 방울 9개는 내가 가지고 있고,.. 네가 잘 가지고 있어서 놀랬어.
 
수아:다들...
그치만 내가 알잖아. 너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모두를 지키려했고. 또... 나한테도...
...어쩌면 내가 네게 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작게 중얼대며 결국엔 눈물이 넘쳐 흘러 볼을 적시고야 만 얼굴로 꽤나 한탄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애써 제 얼굴을 벅벅, 닦아가며 표정을 펴보이곤.)
너, 너한테서 들리는 방울 소리가 그거였구나. ...덕분에 오래오래 건강하셨대. 아마, 네 생각을 엄청 많이 하셨을거야. 이렇게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걸? 방울을 품에 안고만 있어도 말야.
엄청, 소중히 여기라고 하셨어. 우리 집안의 보물이었는걸. 무슨 의미인지 알아? (그만큼 네가 소중한 아이였던거야. 하고서 느리게 뺨을 쓰다듬었다.)
 
유한:...나 최선을 다 한거겠지? ..제대로 인사하지도, 미안했단 말 한마디도 못했는데. ...널 본 순간 졸업시험도 이제 쳐봐야지. 하고 깨달았단 말야. 어쩌다.. 어쩌다. 왜?
네가 왜 짐이야. 너 덕분에.. 좋은 일이 많았는데. 네가 이계에서 겪은 일들은 전부.. 악몽같았겠지만, 난 너와 있는 시간이 이계에서 제일 즐거웠어. (팔이 불편한지 앓는 소리를 내다 입술을 혀로 적시고) 다행이다. 선생님 보고싶었어 정말.. 수아야. 고마워. ...고마워. 선생님이 날 많이 아껴주신거, 그리고.. 선생님이 더이상 못오시는거. 그 누구보다도 사실 잘 알고 있었어. ...집안의 보물? (눈시울이 붉어져서 수아를 쳐다보더니 베시시 웃어봅니다. 볼을 따라 눈물이 몇방울 툭, 떨어지더니 울음을 삼키는듯 억지로 침을 넘깁니다.)
 
수아:졸업시험도? 널 보시면 엄청, 엄청 뿌듯해 하셨겠다. 그치. (뺨을 쓰다듬던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며, 꽤나 의연한 표정으로 다시금 웃어보인다.)
엄-청 무섭긴 했는데 말이야. 네가 있어서 정말 괜찮았어. 곤란한 일도 많았지만, 네가 계속 내 편 들어줬잖아? (네가 제일 즐거웠다면 그건 꽤나 영광이라며 조곤대고) 보물, 나한테도 다신 못 이룰 경험을 하게끔 해준 보물. ...이거, 돌려주는게 좋을까? 선생님은, 어찌하라 말하진 않으셨지만... 네게 추억이 담긴거라면. 기꺼이.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한은 분명 수아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유한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한:..정말 그랬을까? 왜 진작 하지 않았냐고 꾸중들을 것 같은데.. (농담조로 웃어보더니) 네 편을 들어준 것 만으로도 괜찮았던거야? 아니.. 방울은 가지고 있어줘. 집안의 보물.., 긴 시간 동안 네가 가지고 있던 방울이 곧 인연의 결정체가 되었잖아. 또.. 네가 신목의 문과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하고..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방울 덕분이야. ...네가 이걸 줘버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니까.. 싫어.
 
수아:그치만...
그치만, 이대로 네가 죽어버린다면... (전제를 뱉는 것만으로 가슴이 울렁거려 망설이면서도, 가까스로 말을 잇는다.) 그때야말로 정말 다시는 만날 수 없잖아.
(방울이 만약 그의 생명력이라면, 다시 만날 수 없더라도 더 살아갈 수 있을테지. 한 사람만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허비한 그에게 보상이 되어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이어진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제 방울 목걸이를 그의 목에 걸어주고선, 방싯 웃어보인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것처럼 말해. 나, 꽤 골칫덩이 아니였어? 사고도 치고, 네가 없는 자리에서 네 이야기를 마구 해버리고. 기껏 돌려보내줬더니 이렇게 돌아오고 말이야.
 
유한: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거야. ...하지만 네가 방울을 잃는다면..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겠지. (네 손을 꼭 잡아 엄지로 문질러주더니) 있잖아, 수아야. ...난 네가 방울을 가지고 있었음 좋겠어. 언제든 널 찾아갈 수 있게.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제 목에 걸리는 방울을 내려다보더니 또 한번 울컥 눈물이 쏟아져나온다.) 다시 살아간다고 해도.. 나는 팔이 없을거야. ..그런데도 왜? ...계속 사냥꾼들에게 쫓길거야. ....널 만날 수도 없을거고. 수아야. 너가 떠나면 이 세계는 나뿐이야. ...어차피 죽을지도 몰라. 부디 날 기다려주면 안돼? 내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처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유한은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유한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수아'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유한을 잇습니다.
 
수아:그치만, 네가 이대로 죽을걸 알면서 두고 가는건... (그거야말로 네게 못할 짓이 아니야? 하고서. 멈칫 굳은 손으로 시선을 맞춘다.)
같이, 갈 수는 없는거지? 그냥 이렇게... 계속 알고 지내면서, 가끔 안부도 묻고, 이야기도 나누고...
 
유한:...못 가. 수아야. ...날 차라리, 두고 갔으면 좋겠어. 이대로 살고싶지 않아.(고갤 저으며 서러운듯 울음을 터뜨립니다.) 나는 인계의 인간도 아니고... 그곳에 간다고 해도 오래 살지 못할거야. 이 방울이 없다면, 너는 인계로 돌아갈거고. 나는.. 이계에 남을 수 밖에 없어. 정말 원해? 날 위한 네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어?
 
수아:(머뭇대는 듯 하더니, 살고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 걸어준 목걸이의 끈을 다시금 손에 쥐고야 만다.) 정말, 정말 후회하지 않아?
다친 몸에, 미래를 명확히 그릴 수는 없겠지만... 이어온 네 삶인걸. 나와의 약속으로 포기해도 괜찮아? 어쩌면, 내가 또 널 한참이나 기다리게 한다면? ...또, 또 운명이 엇갈린대도?
내가 꼭 참고서 널 기다리면, 그에 답해줄 수 있어?
 
유한:...후회하지 않아.. (고갤 끄덕이고선 수아와 천천히 눈을 마주친다.)
...널 꼭 만나러갈게. 어차피, 수아 네가 오지 않았더라면 곧... 끝날 운명이었잖아. 너와의 약속으로 포기한게 아냐. 새 삶으로, 이번엔 너의 세계에 가고 싶어서.. 기약하는거야. 몇 백년이고 기다렸는데, 몇 십년으로 투정부릴 순 없지. 운명이 엇갈린다해도.. 방울로 널 찾을 수 있잖아.
 
응, 수아야. ...약속할게 제발. 믿어줄 수 있어? 날 믿고..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기다려준다고 약속할 수 있어? 내가 알아봤던 것처럼.. 너도 단번에 날 알아봐주라. 내가 기억하지못해도, 날 먼저 알아봐줘.. (웅얼거리는 유한의 숨소리가 차츰 잦아듭니다. 수아를 힘없이 꾹 밀어내더니) 어서가, 수아야. ....다들 걱정하실거야. 다시 만나서 좋다, 또.. 돌아오면. 그땐 나도 없을거고, 아무도 없을테니까.. 오면 안돼. 알겠지.
 
수아:(부탁에 휘둘리듯, 걸어둔 방울 목걸이를 떨리는 손으로 다시 품에 꼭 쥔다. 마지막으로 제 품에 그를 꼭 끌어안고서,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를 이으며, 혹여 의식을 잃어가는 그가 못 들을새라 또박또박 제 몫의 이야기를 끝내고야 만다.) 나,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그러니까, 나도 거짓말 같은거 안할거야.
꾹 참고 기다릴테니까, 꼭 보러 와야해? 절대로 안 잊을게. 내가 꼭 기억할테니까, 이름 부르면 꼭 대답해 주는 거다? 그 때도, (우물쩡 대더니) 친구가 되어준다고 약속하는 거야? 운명이라고 말했으니까... (힘이 빠진 새끼 손가락에, 제멋대로 손가락을 걸고선 몇차례 흔들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고마웠어. 정말, 진짜로!
 
유한:수아야...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줘. 약속한거다. 응?
 
유한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수아를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유한이 수아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수아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수아가 유한을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아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수아가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안녕, 유한아.
 
ED 4.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수아 생환, 유한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END 4. Epilogue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 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습니다.
 
10월의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 조차 잊을 때도 있습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으며,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낡고 스러져가지만,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드디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 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은 하나하나 창틀 위로 쌓입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입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분명히 듣겠죠.
 
익숙한 방울 소리를,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오롯이 붉은 우산을.
 
우산의 주인은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 사람의 이름 외에는.
 
우산을 쓴 사람은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
 
아,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눈감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End 4 Epilogue, 11월의 재회
 
* 달맞이꽃의 꽃말: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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