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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청

히스클리프+워더링 수정

20210206
 
히스클리프
 
KPC 박성태
 
PC 예청명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피곤한 일정입니다.
 
휴식 시간은 거의 주어지질 않는군요.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는 아닌가.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박성태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박성태는 예청명의 파티 준비를 돕습니다.
 
깔끔한 옷을 입히고 머리를 정돈해줍니다.
 
박성태:이런.. 정략결혼이라도 괜찮으신건가요? ..그냥 결혼 안하시면 되잖아요. 얼굴도 모르고, 이름만 아신다면서요.
 
예청명:너는 내가 아니니까 그렇게 멋대로 말하지. 나라고 하고 싶은 줄 알아? ... 됐어. 오늘도 너랑 불필요한 언쟁 나누기는 싫어.
 
박성태:멋대로 말하는게 아니라고요. 저하고 계속 대화 안하실거예요? 도련님 다시 생각해봐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아직 식올리기 전이잖아요.
 
예청명:내가 결혼을 안하겠다고 하면 뭐가 나아지느냐는 말이야. 저물어가는 가문을 일으켜줄 누군가가 등장한대? 아니면, 지금처럼 줄곧 파티에서 무시만 당하다가 나이 들어 꼴사납게 혼처를 찾을까? (숨 잠시 쉬고,) ... 그만 하자.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어.
 
박성태:...도련님, 사교철에 스트레스 받으신건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렇다고 이렇게 성급하게 결혼하실건 없었잖아요. 첫 사교계 진출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네 깃을 반듯하게 정리해주며 올려다본다.) ...네.
 
심리학 판정
 
예청명: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박성태가 이 상황에 익숙하고 익숙한만큼 고통스러워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사용인:사람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준비는 다하셨나요?
 
예청명:(성태의 손길을 이만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밖으로 향해요.)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박성태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주위는 어디를 보아도 왁자하기만 합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귀족 1:“오랜만일세, 예청명!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귀족 2: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예청명: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예청명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예청명:
말재주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화려한 말솜씨로..
 
적당히 사람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예청명:(겨우 인파를 빠져나온 후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아마 이 주변에 내일 저와 결혼할 상대가 있겠죠.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나 대단한 가문이라고 하니 얼굴은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약혼자를 찾아봐요.)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린튼 가.
 
문득 예청명은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곁에 선 박성태는 린튼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예청명의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친척: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친척이 사라진 이후 박성태를 보면 꽤 놀랄지도 몰라요.
 
대놓고 사라진 친척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으니까요..
 
박성태:인사하지 마세요, 인사하지 말고 그냥 저랑 나가요. 네?
 
예청명:아까부터 왜 이래, 정말? (성태의 말에 대놓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대단하신 가문이라잖아. 기쁘다는 시늉이라도 하지?
 
박성태:..대단한 가문이라도, 싫은건 싫어요. 시늉은 제가 아니고.., 됐어요. 정원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청명:(괜히 성태를 흘겨보다가 긴 한숨을 내쉽니다. 하기야 알 게 뭐람. 성태는 이만 외면하고 약혼자를 찾아보기로 해요. 아까 전 친척을 따라가면 린튼 가의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이고…
 
잘 보여야하지 않겠어요.
 
이 모든 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단단히 불편한 기색의 박성태가
 
결국 저 치들을 마주하는 것조차 질린다는 양 떠나면
 
예청명 혼자 남습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예청명을 맞이합니다.
 
장인어른:“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예청명:안녕하십니까, 린튼 공작님. (예의를 차려 인사를 건넨 다음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좋은 혼처를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인어른:"그럼! 자네만큼 걸맞는 사람은 없었네. 모쪼록 잘부탁하네. ...그래.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하퍼 린튼:절 부르셨나요? ( 살풋 웃는 얼굴이다. )
 
예청명:아, (이 사람이구나.)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니까... 하퍼 양. (가슴이 점차 답답해집니다.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같이 한 곡 출까요.
 
하퍼 린튼:그러죠, 예청명씨. (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당신의 어깨 위에 손을 놓입니다. 꽤나 부드러운 손길이에요. 꽤 유하게 웃음을 짓습니다. )
 
예청명:(하퍼의 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여전히 예의상 웃음은 띄운 채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듣자하니 유서깊은 린튼 가의 고귀한 영애시라고요.
 
하퍼 린튼:( 청명의 발걸음에 맞춰 느릿하게 스텝을 밟습니다. ) 과찬이에요, 청명씨. ( 고개를 들어 차차 청명의 눈과 시선을 맞춥니다. 연한 빛의 눈동자가 빛에 일렁거립니다. )...비록 정략결혼인 상대에게도 상냥하시군요.
 
예청명:어차피 결혼을 하는 이유를 서로 안다면 얼굴이라도 붉히지 않는 편이 더 좋으니까요. 거기다, 다 알고 계신 듯한데. (하퍼를 붙잡고 천천히 돌면서 피로하게 덧붙입니다.) ... 앞으로도 원하는 건 다 해드리죠.
 
하퍼 린튼:..... ...말이 통하니 좋아요, 예청명씨. ( 빙그르르- 몸이 돌려지고 눈가가 느릿하게 풀어집니다. )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진행될 거예요. ( 자연스레 눈가가 접혀 다정하게 웃습니다. ) 당신 쪽에서도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박성태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하퍼 린튼: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하퍼의 속삭임입니다.
 
하퍼 린튼:....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불쾌감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당신은 박성태가 기다리는 정원으로 갈 수도,
 
혹은 그냥 돌아가거나 이 파티를 더 즐길 수도 있습니다.
 
예청명:(하퍼의 말이 맴돕니다. 린튼 가에 들어가게 된 이상 거슬릴 일은 벌이지 않아야겠죠. 성태에게 가봐야겠습니다.)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박성태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박성태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박성태:저랑 한 곡 추실래요?
 
예청명:(성태의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머뭇거리며 인상을 찡그립니다.) 이 말을 하려고 여태 기다렸어?
 
박성태:...그렇다고 하면 화내실건가요? 저랑 춤 한번도 곤란하시다면 뭐..,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립니다) 좀 걸으실래요?
 
예청명:내 약혼자가... 네 감정이 거슬린다고 했어. (늦게나마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성태가 손을 내린 후입니다. 주먹을 움키며 숨깁니다.) ... 피곤해. 잠깐만 걷다가 이만 들어가. 내일이 결혼식이니까.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상처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팔뚝에도…….
 
예청명:(성태의 목에 시선을 주었다가 급히 추궁합니다.) ... 이건 뭐야? 이런 상처 없었잖아. 최근엔 내가 물건을 던진 적도 없었고.
 
박성태:..그냥 일하다가 다쳤어요. 이런걸로 화내시는 분은 아니잖아요. (제 목 상처를 급하게 감추다가 어색하게 만집니다) 도련님. ... ... 도련님은 저한테 정말 소중한 분이에요. 아시죠
 
예청명:... (청명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꼭 이런 때에 해야 했어? 아니다, 그만... 미치겠네. (긴 한숨이 이어지고,) 잘... 좀 해.
 
파티도 어느 정도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박성태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박성태가 당신을 붙잡는 건.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박성태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박성태:결혼하지마세요.
결혼하지마세요, 제발..
 
예청명:... 안하면, (청명이 막연히 음울한 낯으로 쓰게 미소합니다.) 네가 나를, ... 책임질 것도 아니잖아. (그러나 그도 잠시, 점차 웃음기가 가십니다.)
 
박성태:내가 책임진다고 하면요? ..그냥 내 옆에 있어요. 왜 나를 두고 결혼하려고 하는거죠? 저 귀족들 장단에 제일 질려하는건 도련님이었잖아요. ...그런데도, 그저 가문을 위해서 하는건가요? 내가 그랬잖아요. 도련님을 사랑한다고. ...저랑 도망쳐요.
 
예청명:(다시금 허탈하게 소리칩니다.) ...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귀족들을 혐오하면 뭐해. 결국엔 나도 그 치들의 가문을 덮어쓰고 살아남아야 하는데. 네가 날 책임진다고? 네가 가진 건 알량한 마음이고 그들이 가진 건 그 외의 모든 것들이지. 그래도... 그래도, 내가 널 택해야만 해?
 
박성태:...무슨 상황이든 절 선택하지 않으시겠단 뜻이겠네요. ..제가 작위라도 있었다면, 그 땐 이야기가 달라졌을까요
내 곁에 있으면 되잖아요 그냥..
 
한 번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그런 매달림 끝에서야 박성태는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이성을 차린 듯한 태도와 함께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게 아닌가요.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곧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박성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예청명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보이네요.
 
본인의 의사가 조금도 담기지 않은 정략혼인데도 말인가요?
 
귀족들이란.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박성태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이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경찰이라는 단어만을 낚아챕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Sanc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가운데
 
바로 그 경찰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예청명:무슨... 일입니까? (당황한 듯 경찰을 붙잡고 묻습니다.) 살해 당한 건가요?
 
말을 걸면 경찰은 예청명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예청명:그렇다면 대체 누가, (인상을 찡그리고 입을 손으로 가립니다. 어딘가 기분이 묘합니다. 약혼자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긴 하지만 슬픈 감정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무산된 결혼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이 이리저리 오가요. 그래도 범인을 밝혀내는 일엔 협조해야겠죠.)
 
살인 현장을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비록 경찰과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예청명:(하퍼의 시체부터 살펴봅니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은밀 행동 판정
 
예청명:
은밀행동
기준치: 80/40/16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이만 일어나 카펫을 살펴봅니다...)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예청명:(열려 있는 창문을 살펴봅니다. 이쪽에서 총을 쏜 걸까요?)
 
창문 근처에는 마침 경찰이 있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성인 남성 크기 정도네요.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예청명:(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생각하며 장식장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사진에 대해 경찰이나 하인 등에게 묻는다면,
 
그건 린튼 가문의 사진이라 알려줍니다.
 
이곳에 없는 사촌분들까지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라고요.
 
모든 조사를 마치고 나면 경찰이 예청명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혹시 박성태를 아십니까?”
 
예청명:... 무슨 일입니까? (성태의 이름이 나오자 몸을 굽히고 소리 죽여 다시 묻습니다.) 묻는 이유부터 들어야겠어요.
 
경찰:“그 집의 고용인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박성태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박성태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예청명:그건... (불확실한 듯 끝을 얼버무리며 입을 다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범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에요. 그건 내가 보증합니다. (라고 자신 있게 말은 했지만 어딘가 불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 성태의 행방은 찾는 대로 알려드리죠. (아무래도 경찰보다 성태를 빨리 찾는 게 좋겠네요.)
 
경찰:..뭐. 일단 그리 알겠습니다. 저택까지 동행하죠.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예청명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박성태를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함이 좋을까요?
 
예청명:... 하퍼 양의 일은 유감입니다. (두 사람 앞에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잠시 후엔 얼굴을 들며 조용히 시선을 외면해요.)
 
그들은 예청명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예청명:(도망치듯 빠져나와 마차에 오릅니다.)
 
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포착합니다.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박성태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박성태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설마, 박성태가?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나?
 
일단 두 사람은 아주 오래 알아온 사이잖아요?
 
고민해봅시다.
 
어… 정말 박성태가 사람을 죽일 성정이라면 납득될지도 모르죠.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 가운데 창밖으로부터
 
박성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박성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심부름을 다녀왔노라 답하는 게 시야에 잡힙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창문과 거리가 너무 먼 탓인지,
 
흐릿한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박성태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박성태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박성태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하인 1:그럼 그렇죠. 성태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왜이리 찝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박성태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박성태는 언제나와 같습니다.
 
평상시 짓던 그 표정입니다.
 
다를 바 하나 없어요.
 
박성태는 가진 짐을 잠시 두고 보다 확실히 자신에 대해 변호하기 위해 자리를 뜹니다.
 
그 사이 박성태의 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짐가방 안에는 심부름과 무관해보이는
 
신문이 한 장 들어있습니다.
 
예청명:(꺼내서 펼쳐 봅니다.)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자료 조사 판정
 
예청명: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박성태:도련님! 소식 들었어요.. 괜찮으신가요? 제가 용의자라는 소식에 좀.. 놀래셨을것같아서. 우선 방으로 들어가요 도련님. 아침에 말도 없이 나온건 죄송해요.
 
예청명:일이 있으면 말을 하고 가야 할 것 아니야, 내가 이것 때문에 얼마나... (여느 때와 같은 성태의 말소리에 안도하면서도 다시금 예민한 투로 쏘아붙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곤 입술을 꾹 깨물어요. 바로 몸을 돌려 방으로 거친 걸음을 옮깁니다.)
 
박성태:..도련님 죄송해요. 급하게 다녀와야할 것같아서.. 도련님 결혼 준비도 못시켜드리고.. 걱정 많이 하셨어요? (당신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며 눈치를 봅니다) 도련님.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물이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조심스럽게 네 등을 토닥여줍니다)
 
예청명:얼음물, 아니, 물은 됐어. (침대에 그대로 걸터앉고서 가까이서 성태를 노려봅니다.) ... 나는 정말 네가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어. 경찰관 말이 제법 그럴 듯했거든. 그래서... 불안했어. 정말 네가 그 사람을 죽였을까 봐. 그러면 넌 잡혀갈 테고... (청명의 시선이 일순간 불안하게 떨립니다.) 나는 정말 혼자가 되었겠지.
 
박성태:...도련님이 어제 그렇게까지 말하셨는데 제가 죽이긴요. 그러고 도련님 말씀대로.. 도련님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아요 전. (네 앞에 무릎꿇어 앉으며 위로 올려다봅니다) 오늘 피곤하시겠어요. 잘 수 있게 준비를 해둘까요 도련님?
 
예청명:내가 만약에, 다시 누군가와 결혼하기 위해 이 저택을 나선다 해도... 그때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있겠다고 약속해. (성태를 내려다보며 초조하게 입을 다뭅니다. 곧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몸을 웅크려요.) ... 응. 그리고 내가 잠들 때까지 여기에 있어.
 
박성태:..그럼요. 약속해요 도련님, 무슨일이 있어도 그럴게요.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 놀라실만해요. 금방 준비하라고 해두겠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엉망이 된 결혼식날이 이렇게 저뭅니다.
 
박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일 린튼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 같다고.
 
문득 허공을 응시하던 박성태가 중얼거립니다.
 
박성태:잘 된 일이야.
 
혼잣말 끝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박성태가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밤잠 설치던 당신은 발견합니다.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박성태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분명 옆에 있는다 했으면서..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박성태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예청명:(조심스레 들어가 물건을 살펴봅니다. 무엇이 있나요?)
 
내부로 들어갈 경우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진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성태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살피면 이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왜?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것이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박성태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예청명:(침대 밑을 살펴볼게요.)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노트 한 권을 발견합니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일어나면
 
박성태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박성태는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박성태가
 
빠르게 겉옷을 챙겨 입겠지만 이미 늦었죠.
 
모든 걸 봐버린 뒤인데.
 
제 아무리 예청명이라 해도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박성태는 당혹감이 미미하게 서린 얼굴입니다.
 
예청명:내게 숨기는 게 있지. (청명이 천천히 성태에게 다가섭니다. 숨결이 오가고 서로의 얼굴만이 시야에 들어찰 거리에서 멈춥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건데? 무엇보다... (청명의 눈동자가 분노인지, 불안감일지 모를 감정으로 커집니다.) 내가 곁에 있으라고 했잖아. 잠들 때까지, ... (일순간 절제되면서도 분노가 실린 음성이 터져 나옵니다.) 그 약속 하나를 못 지켜!
 
박성태:늦었어요 도련님..! 내일 린튼 가 분들이 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네가 다가오자 눈을 빠르게 두어번 깜빡이다 시선을 내립니다.) 아뇨 도련님, 숨기는 거 없어요. .. 미안해요 도련님. 지금이라도 같이 방에 갈까요? ...도련님 그게. 빨래할게 더 남아있어서 하고 오느라 좀 늦었어요. ...용서해주세요. 도련님께서 혹시 깨어계실까봐 따뜻한 우유도 들고 왔다고요. (제 손으로 감싼 컵을 보여주다가 어색하게 웃습니다) 죄송해요 도련님.. .. 누구보다 힘드실거 알아요.
 
예청명:팔이 엉망이잖아, 방금 내 앞에서 감췄잖아... 내가 바보로 보여? 나는 네 모든 걸 알아야 한단 말이야. (성태가 쥔 컵을 빼앗듯이 받아들고 던질 듯 세게 움켜쥡니다. 하지만 이내 던지지는 않고 초조하게 손톱을 뜯어요. 뜨거운 우유에서 올라오는 김이 손바닥에 닿자 뒤늦게 화끈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 알면 더 잘했어야지. 넌 늘 나를 실망시켜.
 
박성태:잡일을 하다보니, 자주 다치더라고요. ...도련님 앞에선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도련님이 이런 흉한 상처를 보시면 지금처럼 실망하실까봐. .. 도련님! 우유가 아직.., (당황한듯 네 행동을 바라보다 손을 이내 내리고선 시선을 떨굽니다.) ...그러게요. 왜 전 항상 도련님한테 죄송하다고,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만 말하는걸까요. ..밤이 늦었어요.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예청명:돌아가면... 나랑 같이 있어. 불안해서 안 되겠어. 내가 자는 동안 어딜 가서 어떻게 다쳐올 지도 모르겠고, 내가 알던 네가 맞는지도 자꾸만 의심스러워. 날 다시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면 아침까지 같이 있어야 해.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성태의 앞에 내밉니다.) ... 이것도 치료해줘야 하고. 내가 제멋대로인 거 이미 알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모르는 척 들어 줘. 늘 그래왔듯이.
 
박성태:....아뇨, 오늘은 그러지 못해요. 도련님이랑 같이 못 있어드릴 것 같아요. 도련님, ...마지막 순간. 만약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 때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요? (네 손을 두손으로 감싸며 엄지로 살살 쓸어주더니 네 어깨에 고갤 기대어 떨리는 숨을 뱉습니다.) 약속해요. 일어나면 도련님께 바로 찾아갈테니, 오늘은 이만 .. 주무세요. 제발요.
 
예청명:... (한참 말이 없다가 고개를 숙이며 손을 홱 빼버립니다. 곁에 놓았던 컵을 집어들고 양손으로 꽉 감싸요. 뜨뜻한 온기가 유난히 불편합니다. 성태가 제 부탁을 이렇게 딱 잘라 거절한 적이 있던가요.) 다 네 마음대로 해. (몸을 돌려 방을 박차고 나옵니다. 쿵쿵거리며 제 방으로 걸음을 옮기고, 방의 문을 걸어 잠가요.)
 
곁. 내 곁.
 
박성태가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당신의 대답이 어떻든 그는 슬픈 미소와 함께 방문을 닫습니다.
 
완전한 단절.
 
아침이 옵니다.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물론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예청명은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예청명:(부엌부터 내려갑니다.)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내용을 알고자 한다면 예청명은 듣기 판정을 합니다.
 
예청명: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하인 1:“린튼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하인2:“그럼 뭐야? 그 부부만 ……거야?”
 
하인3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예청명:(휴게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예청명:(탁자 위를 살펴봅시다...)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예청명:(신문을 펼쳐서 읽어봅니다.)
 
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박성태.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박성태.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예청명:(불쏘시개로 종이조각을 꺼내려고 시도합니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SANc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입니다.
 
예청명:(확인해봅니다.)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교육 판정
 
예청명: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과거 학교에서 배웠는데, 이걸. 그러니까…
 
해독하자면…….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필체가 박성태의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도대체 이걸 왜 적어둔 거죠?
 
뭘 위해?
 
그들이 지내는 지역은 왜 알아내는 거고?
 
예청명:(혼란한 마음을 다잡고 뒷마당으로 갑니다.)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박성태가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그저 고요한 미소와 함께 꽃이 참 예쁘다고 이야기합니다.
 
박성태:이 꽃 이름이 에리카인데... 그거아세요? 꽃말은 고독이래요.
 
예청명:꽃말 같은 거, 나는 안 믿어. (확 꺾어버릴까. 치미는 불안과 괜한 심술에 코를 찡그리며 성태를 곁눈질합니다.) ... 웬 꽃이야?
 
박성태:..곧 손님이 오셔서요. 손님한테 꽃 선물을 할까하는데.. 자식분까지 잃으셨잖아요. (평이한 어조로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박성태의 말은.. 묘하게 기이합니다.)
 
예청명:... 네 말대로 자식을 잃은 사람들한테 그런 꽃말을 가진 꽃을? (방금 꽃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자신의 이야기고... 청명이 성태의 어깨를 붙잡고 시선을 마주치려 해봅니다. 뭔가 위화감이 듭니다.)
 
박성태:(당신을 마주하자 말없이 한참을 응시합니다.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마침내 박성태가 입을 엽니다.)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요.
내가, 내가 이 곳을 떠나게 되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요.
 
무슨 뜻이죠?
 
예청명:왜? (청명이 곧바로 되물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성태를 바라봅니다.) 여길 떠난다고? 왜. 누구 마음대로?
 
박성태: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주세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도련님이 해야해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박성태는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이 찾아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 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 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박성태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박성태를 응시합니다.
 
박성태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1/1d2)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1
 
)
 
 
=
1
 
피가 튄 뺨을 든 박성태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박성태:예청명.
 
예청명.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중얼거림.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박성태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박성태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절박했던가.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박성태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박성태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박성태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박성태가 입을 벙긋댑니다.
 
박성태: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
 
마침내 연행되는 박성태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박성태가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예청명.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예청명:(성태의 방으로 들어가 급히 권총을 챙긴 후 겉옷을 입으며 나옵니다. 바로 마차에 몸을 실고 성태를 찾아가요.)
 
박성태의 방 추가 조사가 가능합니다.
 
예청명:(무엇이 더 있나요?)
 
박성태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예청명:(6으로 맞춰봅니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종이를 펼치면 한 호텔의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적힌 상태입니다.
 
그 방법은 타살.
 
[자신에게 주문을 건 술자가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 시간이 특정 지점-최대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
 
술자가 죽인 이들은 돌아가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거에 도달해도 여전히 죽은 사람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 또한 그대로 육체에 보존된다.
 
고로 타살이 아닌 자살을 할 경우 술자 또한 시간을 돌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다.]
 
SANc (1/1d3)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간 관문에 관한 주문을 습득합니다.
 
잠깐, 그러고보니 박성태가 뭐라 했죠.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박성태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설마.
 
설마.
 
박성태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예청명이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박성태:..총은 가져왔어요?
..방아쇠도.. 당겨줄건가요?
 
예청명:묻는 말부터 답해. (몇 시간만에 급격히 지친 듯 낯빛이 어두운 청명입니다. 착 가라앉은 투로 성태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뭘 하고 싶었던 거야?
 
박성태:..시간을 몇 번이나 돌려서 모조리 죽였어요. (박성태는 고갤 숙이며 중얼거립니다.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 깃든 것은.. 죄책감? 고통? 후련함? 시원한 복수심? 혹은.. 그 모든것?)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어요. .....얼마 남지 않았어.
이게 내 마지막이에요 도련님. (뭇내 다정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말도 안됩니다. 다정함이라니, 다정할 수가 있다니.. )
이게 마지막이에요. 나를 죽여줘요. ...친구로 하는 부탁이에요.
 
예청명:린튼 가의 사람들을 죽인 이유는 뭐야? 밤마다 그 이상한 주문을 썼던 거지. 대체 뭘 위해서 그랬어, 네가 떠나면 난 어떻게 하라고... (청명의 감정이 점차 격해지는 듯 주먹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갑니다.)
 
박성태:.... 이유가 있어요. 그 린튼가는 정상적인 무리가 아녜요. ...제정신이 아닌 집단들이에요. 다음 거래자로 노려진건 도련님이었고.. 전 그런 도련님을 지켜야만 했어요. ..도련님. 절 믿으시죠? 도련님이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랬었잖아요.
시간이 없어요 도련님. 해내셔야만 해요. 절 향해 총을 쏴줄 수 있다고.. 부디 말해주세요.
 
예청명:(점차 호흡이 가빠집니다. 아까 전 주술에 관해 읽은 바로는 죽은 후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주술이 정확히 작동한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죠? 무엇보다 스스로 성태를 쏴야 한다는 점이 두렵기만 합니다. 그렇게 성태를 쏘고 나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 넌 나를 끝까지 실망시켰어. (품에서 리볼버를 꺼내 성태에게 겨눕니다. 자포자기한 표정의 청명이 성태를 응시합니다.)
 
박성태가 눈을 감습니다.
 
기꺼운 표정입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한 표정.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박성태의 심장을 관통하고…….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잠깐, 박성태는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박성태의 방으로 뛰어가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 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박성태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성태의 방 내부를 살핀다면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예청명:(마저 열어서 확인해봅니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공책을 펼칠 경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합니다.
 
[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
 
[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이 명단,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나요?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실종, 사망자의 명단,
 
박성태가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여가려 한 내용.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당신입니다.
 
(1d2/1d4)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박성태의 글씨체입니다.
 
예청명:
rolling 1d2
 
(
2
 
)
 
 
=
2
 
지켜야 해.
 
박성태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방을 나가면 사용인이 지나갑니다.
 
사용인은 박성태의 방에서 나오는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박성태는 방금 떠났는데,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떠났다고? 도대체 어디로?
 
하인:“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박성태가 마지막 남은 린튼 가의 친척이 머무는 장소를
 
메모해둔 책장의 종이를 떠올립니다.
 
그래,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몸에 난 무수한 흉터들. 망가져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사용인이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내밉니다.
 
하인:이걸 전해달라 했어요, 성태가.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어때요.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예청명:(이전에 보았던 주소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 리볼버와 간단한 짐을 챙겨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해요.)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박성태의 수첩 속 메모 지역을 떠올립니다.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방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분명. 지금 쫓아간다면
 
아주 늦진 않을 겁니다.
 
당신은 지도를 들고 박성태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기차를 잡아 타고 움직이는 당신을 누군가 만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런 게 중요하던가요?
 
박성태가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텔 안쪽으로 발을 디디면 박성태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인 기능 판정
 
예청명:
말재주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혹시 키는 이 만하고, 짐을 들고 있는 남자가 지나가는 걸 못 봤습니까?
 
직원:아.. 혹시 박성태? 아닌가요? 며칠 전에 온 사람의 이름이 분명 박성태였는데.. 오래 전은 아닌데 그 삶도 린튼 가 사람들을 찾았던 기억이 나요.
 
예청명:맞아요. 혹시 그 사람이 찾던 방 호실이 어디였는지 기억 납니까? 제 하인이었는데, 급히 찾아야 할 일이 생겨서...
 
대인 기능 판정
 
예청명:
말재주
기준치: 50/25/10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박성태와 린튼 가 사람들이 지내는 호실을 전부 알 수 있습니다.
 
603호실과 901호실.
 
로비 내부에 귀를 기울이면,
 
마침 룸 서비스를 시키는 전화가 들립니다.
 
직원이 저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901호실 맞지?
 
예청명:(901호부터 가 봅시다.)
 
901호실로 올라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박성태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박성태:..도련님?
 
총성에 사람들이 몰릴 조짐이 보이자 박성태는 즉시 자리를 뜹니다.
 
비상구를 통해 사라지는 박성태의 뒤를 쫓아갈 수 있습니다.
 
민첩 판정
 
예청명: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몰려드는 인파에 박성태를 놓치고 맙니다.
 
인파를 헤치고 비상구로 따라갔을 때에는
 
이미 박성태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윗층으로 향했을 가능성은 적으니
 
1층으로 간다면 분명 박성태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청명:(1층으로 가기 전 성태가 묵던 방에 들리기로 합니다. 603호로 향합니다.)
 
그곳으로 가면 짐을 싸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 박성태와 마주칩니다.
 
박성태:...제가 있는 곳엔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거예요?! (짐을 황급히 싸다 흠칫하고 놀래며 네 쪽으로 고갤 돌립니다.) ...이제 다 끝났어요. ...지금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예청명:내가 필요했다면서. (만나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 급격히 표정이 구겨집니다.) ... 함께 도망쳐야 해? 아니면, 저번처럼 다시 그렇게 해야 해? 알려 줘, 그래야 내가 널 잡아둘 수 있잖아... (애써 침착한 투로 말이 이어집니다.)
 
박성태:모든게 끝나고 집에서 보고 싶었어요. ..도련님. 이제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돌아가요, 저희가 함께 보낸 도련님의 집으로요. 마지막이 머지 않았거든요. 그러고, 집에 가서 모두 다 말해드릴게요.
 
예청명:(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단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겠습니다. 성태를 잡아끌듯이 방을 벗어나려 합니다. 그 마지막이란 게 과연 뭔지 들어나 봐야죠. 돌아가서, 그래. 안전하게 돌아가서. 따뜻한 우유 따위나 마시면서... 혼란한 시선의 청명이 겨우 걸음을 옮깁니다.)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갑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박성태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박성태가 잠든 사이 예청명은 신문을 볼 수 있습니다.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박성태를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예청명:(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상대가 눈을 돌리는지 확인합니다. 그러면서도 겉옷을 벗어 성태 위로 덮어줘요. 성태의 인상착의나마 조금은 가려지겠죠.)
 
박성태는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 새 창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박성태:..저택으로 돌아가요. 정원에서 히스 꽃을, 함께 봐요.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박성태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박성태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박성태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제 몸을 살핀 박성태가 느릿하게 말합니다.
 
박성태:나는 이제 곧 사라질 거예요.
존재를 대가로 시간을 돌렸고 이번이 마지막 회차이기에 곧 소멸될 거예요.
세상은 안전해요. 기이한 존재가 숙주로 차지한 인간들을 모두 없앴으니 더 이상 번식하지 않을 거고...
결혼 같은 거 안 했으면 좋았잖아.
 
다정한 목소리입니다.
 
박성태:그러게 내가 하지 말라 그랬잖아…….
 
이제 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모를 이야기들입니다.
 
너덜하고 상처투성이인 박성태는 그저 평온한 얼굴입니다.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진 메시아가 꼭 저런 모습일까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인간처럼 보이죠…….
 
내 마지막 순간에 네가 함께하길 바랐다는 말.
 
그저 내 곁에 네가 있길 바랐다는 말.
 
힘들었다는 말. 아팠다는 말.
 
무던한 문장들이 스쳐지나가고
 
아,
 
이별의 때가 도래했습니다.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예청명:세상 같은 건 상관 없어, 혼자 남고 싶지 않아,.. 너는 내가 필요했겠지만 나한테는 너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가지 마, 사라지지 말란 말이야, 너마저 없으면 나는 이제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어... (불현듯 무언가 떠오릅니다. 이전에 보았던 시간을 되돌리는 주문을 실행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박성태는 예청명을 위해 주문을 직접 변형하여 6번 시간을 돌리게끔 만들었으나
 
박성태와 달리 변형 이후의 주문을 접한 예청명은 단 한 번의 회귀를,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루어냄이 가능합니다.
 
즉 애초에 박성태가 시전한 주문과는 차이가 큽니다.
 
예청명:(성태의 희생으로 빚어진 시간을 마저 사는 것보단 성태에게 제 몫의 시간을 돌려주는 게 낫겠죠. 무엇보다, 가진 것 없는 삶은 견딜 수 없으니까. 사랑 같은 거창한 것들은 아닐 테고.) ... 이번엔 정말로 곁에 있어야 해. 아침이 밝고, 다시 다른 밤이 찾아올 때까지. 내가 잠들 때까지. (사랑은 아닐 거야. 청명은 속으로 생각하며 마저 주문을 실행합니다.) 나는 원래 제멋대로였으니까.
 
박성태:..곁에 있을 수 없어요. ..제가 어떻게.. 도련님 곁에 있어요. 도련님의 결혼까지 망쳤고, 도련님의 명예, 가문도 다... 내가 도련님보다 작위가 높았다면, 그랬다면 도련님은 저와 사랑을 나누며 결실을 맺었을까요? 도련님. 사랑해요. 그저 바라만 봤다면, 이젠 말해야할 것같아서요.
 
예청명:그런 건 이제 필요 없어. 가문도, 명예도, 돈도... 뭐든, 이제는 상관 없어. 모든 걸 잃고 널 택하는 길이 모든 걸 얻고 너를 잃는 것보다 나아. 그러니까 네 손으로 해 줘. 우리가 함께일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단 말이야... (혹시 몰라 챙겨 왔던 총을 꺼내 스스로를 겨누고 굳은 낯으로 겨우 미소합니다.) ... 안 그러면 나도 그대로 사라질 거야.
 
박성태:.. . 도련님,.. 절 선택해주신건가요? ...주저하지 않고 저도 이제, 도련님을 택하면 되는걸까요? ...저는 이 느낌에 익숙하지만, 도련님은 그러시지 않을거예요. ..제가, 제가 함께 해드릴테니까. 같이 돌아가요 도련님. 그땐 정말로 곁에 있을게요. 아침이 밝고, 다시 다른 밤이 찾아올 때까지. (네 앞에 다가서서 손을 포개어 잡아봅니다. 네 손에서 총을 가져가더니 겨누고는) 절 사랑하나요?
 
예청명:(잠에 들고, 해가 뜨고, 다시 밤이 찾아오기까지 수어 시간. 다른 점이라면 다가오는 잠의 형태가 검은 장막에 가깝다는 것이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때와 다르게 성태가 곁에 있을 테니까. 그러면 몇 시간이고 포근한 잠을 잘 수 있겠지.) 사랑해, ... 아침까지 곁에 있어 줘.
 
당신은 주문을 사용합니다.
 
세계는 박성태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세상은 이제 안전할 것입니다.
 
당신도요.
 
이 모든 숭고한 여정의 시작은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이러한 결말을 가져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은.
 
그렇다면 박성태는요?
 
이 희생은 과연 숭고하다고만 지칭될 수 있는 걸까요.
 
당신의 박성태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요.
 
박성태의 손에 총을 쥐여줍니다. 리볼버.
 
탄환이 당신의 머리를 관통하면 시간은 한 달 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소멸 직전의 박성태는 돌아간 시간에 의해 멀쩡한 몸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겠죠.
 
그 시간 속에 당신이 없다 해도.
 
이 되돌림의 대가는 당신입니다.
 
그래요, 당신은 박성태로 하여금 당신을 빼앗으려는 것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안 됐던, 오로지 당신만을 필요로 했던 박성태에게 생이라는
 
잔인한 시간을 쥐여주고 당신을 빼앗는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것을 죄악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어떻단 말인가요?
 
이토록 기형적인 맹목과 헌신,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나요?
 
방아쇠를,
 
당기면.
 
기꺼운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누군가의 흐느낌 소리.
 
그리고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째깍.
 
예청명 로스트, 박성태 생환.
 
END 3. 폭풍의 언덕
 
개요
 
사흘 뒤 당신의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사랑이 필요치 않은 정략 결혼식
 
가문의 위상을 위해 해내는 이 결혼식은 만인의 성대한 축복과 파티 속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대 가문이 왕가와 연결된 대단한 집안이라나요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결혼 축하 파티와 식을
 
동시에 올릴 예정이라는 혼란스러운 일정 가운데
 
당신은 드디어 당신의 정략혼 대상
 
배우자 될 이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박성태?

 
20210207
 
워더링 하우스
 
KPC 박성태
 
PC 예청명
 
박성태:
(To GM)rolling 1d80
 
(
10
 
)
 
 
=
10
 
눈을 끔벅입니다.
 
정신이 멍합니다.
 
이상하게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짙은 밤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사흘 뒤는
 
당신의 결혼식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잠깐,
 
뭐라고요?
 
당신은 떠올립니다.
 
그 히스 꽃밭에서 당신은 박성태와 이별했습니다.
 
이별의 이유는 명백히 당신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난데없이 정략 결혼이라뇨?
 
그 날 당신은, 분명 박성태를 살리고 죽었는데요?
 
왜 나는 여기에 살아 있나요?
 
SAN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하인: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예청명:성태는 어디에 가고... (혼란한 눈으로 하인을 노려봅니다.)
 
하인:성태라뇨? 그런 친구가 여기 있었던가요? (전혀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단 눈으로 쳐다봅니다.) 누구길래 찾으십니까?
 
예청명:... (뭐가 잘못된 거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가 이내 체념하듯 의복을 건네 받습니다.) 아니야. 나갈 준비나 하지.
 
사용인은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린튼 가와의 결혼식 전 박성태가 당신에게 건넨
 
돌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그곳에 박성태는 없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요.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 했죠.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사용인은 곁에서 그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예청명의 결혼 축하 파티와 공연,
 
나아가 식까지 진행될 거라 들뜬 목소리를 냅니다.
 
마차를 타면 마차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언쇼. 언쇼라. 들은 기억이 전무한 이름입니다.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결혼 축하 파티? 공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결혼식?
 
감이 오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언쇼 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향하자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오던 시종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을 향했다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군중의 공통된 행위를 따라 입구를 바라보면,
 
“주인공이 모두 모였네!”
 
누군가의 탄성과 같은 외침을 증명하듯
 
박성태가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지막 기억 속에서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깨끗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조우했을 때 너덜하게 자리했던 상처가 조금도 없다는 것.
 
남루하지도, 슬퍼보이지도 않은 당당한 외관은
 
미미한 오만함이 깃든 영락없는 대귀족의 태도입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알던 박성태가 맞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박성태입니다.
 
당신에게 고정된 저 두 눈이 알립니다.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눈이.
 
박성태:
(To GM)rolling 1d80
 
(
20
 
)
 
 
=
20
 
박성태:반갑습니다. 제가 박성태라고 합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저희, 이번이 처음 만나는 거지요?
비록 정략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가 될 몸이니.. 결혼식까지의 사흘 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을까 모르겠군요.
 
예청명:처음, 첫 인상... (청명이 난감한 듯, 당황스러운 듯 복잡한 시선으로 성태를 바라봅니다. 장갑을 낀 손을 말아서 움켜쥐면 떨림이 잦아듭니다.) ... 반갑습니다. 예청명입니다. (정말 처음인가?)
 
박성태:오늘 밤에는 웰컴 파티가 가볍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일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내려온 왕실 사람들과.. 우리를 위한 오페라 공연이 있다고 하더군요.
긴장하셨나봅니다.., 혹시 제가 불편하게 해드린건 아니겠죠? (네 표정을 보더니 걱정스러운듯 어깨를 쓸어보다가 다정하게 웃습니다.)
 
예청명:미안합니다,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요. (어깨를 쓸어주는 손을 본능적으로 치웠다가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립니다. 허공에 떠다니던 왼손이 이내 생각을 끊어내듯 힘없이 내려갑니다.) 파티, 오페라, 결혼식... 알았어요.
 
박성태:이런, 제가 배려를 못한것같네요...(네가 치운 손을 머쓱하게 내리며) 모레에는 결혼 축하하는 마지막 파티도..꽤 큰 규모로 열린다 들었구요. 알고 있겠지만 결혼식은 3일 뒤입니다. 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한 만큼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청명:그러시겠죠. (손톱을 깨물어 뜯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알아서 잘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말했다시피 몸이... 좋지 않아서요.
 
잠깐의 대화 이후 박성태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난처한 낯을 짓습니다.
 
박성태:저도 이만 돌아가봐야할 것 같네요. 웰컴 파티에서 다시 제대로 대화합시다. 같이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네가 깨물던 손을 가만히 응시하다 감싸쥐더니 제 입술에 가져다 댑니다.)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예청명:... 저도요. (멀거니 그 행동을 지켜보다 성태가 고개를 든 후에야 손을 홱 빼냅니다. 여전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주변이라도 좀 돌아다녀봐야겠어요.)
 
박성태가 사라지고, 예청명은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섭니다.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경쾌한 음악 소리가 홀 내부에 퍼집니다.
 
삼삼 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박성태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합니다.
 
내용은 시답잖은 것을 주로 합니다.
 
모르는 얼굴이 아는 체를 해오네요.
 
귀족:“아, 예청명!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귀족 2:“결혼 축하드려요, 예청명 씨. 저는 일찍이 언쇼 가와 청명씨가 잘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답니다.”
 
예청명:(이게 다 뭔 소리야?) 예... (굳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언쇼 가가... 많이 대단한 가문인가 보죠? 파티에 와 보니 실감이 나서. (변명하듯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귀족 2:소문으로는 자제 분도 굉장한 신사분이시라더군요. 혼담이 몇 개나 들어왔는데도 구태여 당신께 먼저 정략혼을 청하다니, 얼마나 로맨틱한가요!
 
예청명:그래요? (기억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정략혼은 이제 신물이 나는데... 파티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성태, 그러니까... 언쇼 가의 자제가 그리 유명한가요?
 
귀족 1:그럼! 왕가와 직결되어 있는 거대한 가문이니 분명 저택의 위상이 엄청나질 거라 들었소!
 
예청명:(이만 대화를 마치고 주변을 두리번거려봅니다. 우선 바로 앞인 홀부터 살펴봐요.)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홀입니다.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과연, 파티장으로 쓰일 만큼의 크기네요
 
모든 장식이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대부분이 신화와 연관된 것 같다는 사실도요.
 
예청명:(명화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나요?)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던가요?
 
꽤 수작입니다.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신의 형태가 어쩐지 익숙하고도 거북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신’으로 추앙받는 것의 존재를 일찍이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성 판정을 합니다. SAN(1/1d2)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홀을 벗어나는 찰나에 박성태와 눈이 마주칩니다.
 
박성태는 예청명을 보고 조용히 웃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예청명:(성태의 시선을 피하고 휴게실 입구로 향합니다. 그야, 아까 전에 몸이 안좋다고 둘러댔었으니까...)
 
휴게실로 이어지는 입구입니다
 
이곳 오페라 하우스는 VIP 게스트를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해두었는데,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휴게실 입구로 들어서면
 
여전히 사람이 몇 이미 자리해있는 휴게실을 마주합니다.
 
숙소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숙소로 올라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함이 가능합니다.
 
예청명:(조금 쉬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콘서트 홀의 2층 좌석으로 향하는 계단입니다.
 
내일 오페라를 볼 때 가볼 수 있겠군요.
 
지금은 볼 일이 없습니다.
 
예청명:(계단을 둘러본 다음 식당 입구로 향합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닙니다.
 
예청명:(볼 건 다 보았으니 이제 숙소로 향합니다.)
 
사용인이 예청명을 숙소로 데려갑니다.
 
휴게실이 있는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숙소에는
 
당신과 박성태만이 머무른다 들었습니다.
 
방문객, 손님들은 모두 오페라 하우스 근처 호텔에서 묶는다나요.
 
숙소에서 할 일이야 뻔합니다.
 
웰컴 파티를 위해 가꾸는 거죠.
 
거의 처음으로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
 
몇 번이나 신경 써도 모자라겠지만…….
 
그런 것보다 박성태가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요?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홀은 아까보다 사람이 적습니다.
 
웰컴 파티에 참여하는 인원만 남은 거겠죠.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초대받은 하객들이 이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되어 들리는 말마따나 왕가에서도 직접 축하하러 내려올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게 분명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린튼 가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꼭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3일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3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건 결혼식일까요?
 
아니면……?
 
주위를 둘러보면 예청명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모르는 얼굴들도요.
 
척 봐도 고급진 옷, 고급진 장신구,
 
,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언쇼 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저 멀리 서 있는 언쇼 가 사람들을 향해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들이 지속해서 박성태를 옅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예청명:안녕하십니까, 언쇼 가의 사람들이시군요. (자연스럽게 가까이에 서며 고개를 기울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언쇼 가:어머! 청명씨구나..! 우리 가족이 될 사람이니 궁금한게 많았어요. 문제라뇨! 문제는 없어요.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요? 우리 아들은 보니 어떠세요. 첫인상은 어떻던가요?
 
예청명:괜찮았습니다, 언쇼 가의 명성대로 인품도 훌륭해보였고... (반응에 오히려 놀라 눈을 깜빡이다 마저 대답합니다.)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언쇼 가:우리 아들한테 부족함없이 잘해달라고 일러둘게요! 뭐 좋아하는 선물은? 취미활동은? 인품이 훌륭해보였다니 잘됐다! 둘이 아주 잘어울리던데요?
 
어쩐지 집착이 느껴질 정도의 관심입니다.
 
이대로 붙잡혀 있다면 파티가 끝나도록 보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인 기능 판정
 
예청명:
말재주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던 박성태가 예청명을 발견합니다.
 
무리에게 양해를 구한 박성태는 당신을 보자마자 금방 다가옵니다.
 
그의 반가운 기색 언저리에
 
미미한 애정의 자락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애로 가득한 저 낯.
 
그러나 그는 당신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박성태:결혼식을 축하하는 피로연에서 저희가 대표로 춤을 춰야한다네요. 춤은 잘 추시나요? 전 춤에 능한 편이 아니라.. 실례를 끼칠지도 모르겠네요.
(To GM)rolling 1d80
 
(
68
 
)
 
 
=
68
 
예청명:... 그럭저럭요. 밤마다 연습했거든요. (일단 언쇼 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오려는 듯 성태에게로 몸을 완전히 돌립니다.) 우리도 잠깐이나마 연습할까요.
 
박성태:자세라도 잡아볼까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정중한 자세로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당신은 파티에서 늘 눈에 띄었으니까요.
 
예청명:우리 정말 초면인가요? (성태의 손을 맞잡으며 능숙히 자세를 잡고 시선을 마주쳐요. 그도 그럴 게, 이미 몇 번이고 자신의 저택에서 밤마다 춤을 추던 사이였으니까. 그때도 성태는 청명의 발을 밟았었고...)
 
박성태:제가 낯익는 얼굴은 아닐텐데, 어디서 본 적이 있나요? (눈을 휘어 웃으며 당신의 손을 엄지로 쓸어보더니 박성태는 신중하게 말을 고릅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꺼내기 힘든 이야기라.. 둘만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쵸?
 
예청명:글쎄요. 당신 이야기를 들을지 말지는 보고 결정할 겁니다. 우선 여길 나가기 전에, 당신이 누구인지부터 이해하고. (시선을 내리깔며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곡에 맞춰 느리게 움직여요.)
 
그 때 박성태의 가문원이 등장합니다.
 
박성태의 어깨를 두드리며 등장한 가문원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말합니다.
 
언쇼 가 가문원:이번에 처음 만났는 데도 꽤 예청명 씨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는군 그래!
하지만 이쪽에도 관심을 줘야지. 부모님께서 찾으신다.
 
그에 응하면서도 박성태는 난처한 기색을 띱니다.
 
박성태:파티를 잘 즐겼으면 좋겠네요, 날 믿어요. 나중에 봅시다.
 
박성태는 가문원에게 끌려가듯 데려가집니다.
 
떠나는 가운데,
 
문득 박성태가 예청명의 뺨에 입맞추려는 듯
 
몸을 숙이다 거두고 사라집니다.
 
찰나에 눈이 마주쳤던 것도 같습니다.
 
밤이 오고 당신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습니다.
 
박성태의 방은 맞은편에 있습니다.
 
예청명과 박성태의 방 가운데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니 당연하겠지만요.
 
주어진 예청명의 방은 넓고 침대는 푹신하나,
 
영 잠이 올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분명히 한 번 겪었던 죽음과 총소리가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린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그 모든 일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다뇨…….
 
뒤척이던 예청명은,
 
문득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한 시선입니다.
 
인간의 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예청명:(다급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은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딱히 어떤 형체가 보이진 않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마치 꼭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SAN (1/1d2)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2
 
)
 
 
=
2
 
마비라도 걸린 듯,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뇌가 둔해지고 사고가 멈출 것만 같은 순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식은 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 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예청명:(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그곳에는 초조한 기색의 박성태가 서있습니다.
 
박성태는 대뜸 이 밤에 당신을 찾아온 것에 대한
 
사정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당신을 살피고 방 안을 살핍니다.
 
그리고 빠르게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예청명:무슨 일이에요? 아니, 무엇보다 밖에서 누군가... (그렇지만 여길 대체 누가? 식은땀이 흐르는 머리를 손등으로 훑고 성태의 옷깃을 붙잡습니다.)
 
박성태:(다급하게 방안을 둘러보다 네가 붙잡는 손길에 시선을 돌려 쳐다봅니다. 네 뺨을 양손으로 감싸더니 고갤 틀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춥니다.) 괜찮아요? .. 당신, 몸이 많이 안좋은것같은데.
 
아까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집니다.
 
공포심이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박성태가 있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당신만을 바라보는 박성태입니다.
 
눈 한 번 깜박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양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덮인 두 눈으로 가만 당신을 응시하다
 
간신히 고개를 돌립니다.
 
예청명:(입맞춤이 지나가자 한동안 눈을 크게 뜨고 끔뻑거립니다. 그러다 곧 순식간에 격양된 음성으로 성태를 붙잡고 묻습니다.) 나를 알고 있지. 당신, 나를 본 적이 있어. 그렇지.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리가 없어...
 
박성태:맞아. 우리가 아예 초면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아요. 어디선가 만난적이 있던가? 암튼.. 가문원들의 시선이 어디서든 따라다녀서 나는 행동을 아주 자유롭게 하기 어려워요.
 
예청명:린튼 가가 그랬듯이 언쇼 가문의 사람들이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거기에 연루된 거지? 그러고 나면, ... 또 다시 내 손을 놓을 거야? (숨죽여 말을 쏟아냅니다. 이전에 있었던 일에 관한 기억이 있는지 그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박성태:지금은 다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말 또한 골라 가며 해야하는 처지라. (난처한듯 제 목을 쓸다가 시선을 내립니다.) 아뇨, 당신의 손을 놓을 일은 없을겁니다. .....당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어요. 부디 몸조심해요.
당신이 불안하면 옆에 있어줄게요. ..아니면 옆 방이니 날 언제든 불러도 좋아요.
 
예청명:... 나와 함께 있어. (성태의 손을 곧바로 붙잡으며 절박하게 중얼거립니다.) 시선, 그러니까... 아까 시선이 느껴졌어. 혼자서는 못 있겠어. 여기 있어.
 
박성태:..알겠어요. (네 뺨을 쓸어주며 침대로 끌어당깁니다.) 곁에 있을테니 눕도록하죠.
 
잠들기 전, 예청명은 직감합니다.
 
누군가 당신과 박성태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박성태는 현재 자유로운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이 3일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활은?
 
도대체 누가 주도한 짓인가요?
 
어떻게 해야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의문과 불안감을 배제해보자면,
 
어쨌든 당신과 박성태는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닿았던 온기는 분명 산 자의 그것입니다.
 
살아 있었습니다…….
 
낮부터 이 오페라 하우스는 분주합니다.
 
오늘은 왕가에서 손님이 오는 날입니다.
 
왕가를 위한, 귀족만을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듣기로 공연은 이번이 초연이라고 합니다.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라고만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하지만 하필이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결혼식을 앞두고요?
 
어쩐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러나 의문을 곱씹기도 전 박성태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박성태:좋은 아침입니다. 오페라가 끝나면, 같이 밤바다를 걷는건 어떤가요?
 
예청명:... 그럽시다. (오페라의 내용에 한참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다가 성태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어제의 일이 계속 떠오르지만 낮에는 처음 보는 체를 마저 해야겠죠.) 오페라는 언제 시작한다던가요?
 
박성태:글쎄요, 아마도 곧 하지 않을까요? 안색이 불편해보이는군요,.. 오페라가 맘에 들지 않습니까? (네 손을 슬며시 잡고는 네 앞에 가까이 다가섭니다.)
 
예청명:원래 오페라를 선호하지 않아서요. (성태의 손을 잡고 함께 다가서며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어제처럼 시선이 느껴지지는 않을까 신경 쓰는 모습이에요.)
 
박성태:너무 신경쓰지말아요. 우린 부부로 이렇게 나란히 하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네 손을 끌어 어제와 마찬가지로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부디 재밌는 시간 보내시길.
 
부부가 될 몸이니까요.
 
보다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면 좋겠죠.
 
저 사람 좋은 미소와 매끄러운 말투는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가늠이 잡히지 않습니다다.
 
박성태는 제 가문원 사람들에게로 돌아갑니다.
 
찰나 예청명에게 예청명의 집안 사람이 찾아옵니다.
 
사촌 1:야. 저 정혼자는 어때? 마음에 들어?
 
예청명:그저 그래. (일부러 박한 평가를 내놓으며 성태의 뒷모습을 쳐다봅니다.) 어차피 마음에 든다고 정략혼이라는 사실이 달라질 것도 아니고.
 
사촌 2: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분명 우리 가문의 위상은 더 높아지겠지. 네가 수고가 많다, 예청명.
 
사촌 1:박성태 집안 쪽에서 혼담이 들어온 건 엄청난 행운이야.
 
사촌 3: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해.
박성태는 너를 굉장히 좋아했잖아?
 
사촌 1:맞아.. 예전부터 네 일이라면 껌뻑 죽었지. 뭐만하면 둘이 붙어서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질 않나..
그러니까 분명 일사천리일…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예청명:뭐? 다시 말해 봐.
 
사촌 1:어.. 별거 아냐. 내가 박성태를 알고 있던가?
 
어리둥절해 하던 집안 사람은 곧 생각을 내려놓고 공연이 시작할 때
 
다시 만나자 얼버무리며 사라집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페라 하우스의 2층과 3층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예청명:(2층부터 가봅니다.)
(2층 홀에 들어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려 봐요.)
 
2층 홀은 넓고 텅 비어 있습니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맞은편에는 그런 게스트를 위한 티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예청명은 티 테이블을 살피거나,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예청명:(티 테이블부터 살펴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라벤더 티입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연 전에 마시기 합당한 걸까요?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귀부인 1:듣기로 박성태 씨가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귀부인 2: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귀부인 3:과연 맛이 달라요.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네요.
 
예청명:(성태가 준비한 차라고? 라벤더 차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향을 맡고는 한 모금 마셔봅니다.)
 
라벤더 티를 마시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미미하게 몽롱한 감각이 스며들고 생각이 편안해지며
 
무엇을 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SAN +1)
 
예청명:(보다 편안해진 마음으로 주변의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이번 공연을 보러 온 귀족들입니다.
 
문화 생활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들은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귀족 1:아 왔는가 자네! 이 내용이 듣기로는 박성태 쪽 가문에서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던데.. 신화에 기반된 이야기라더군.
 
귀족 2:멸망의 위기가 들아닥친 세상에서 죽음에 이르른 연인이 다시 부활함으로 시작되는 시놉시스라 들었어요! 얼마나 낭만적이에요?
 
예청명:그래요...? (인상을 찡그렸다가 되묻습니다.) 그 연인들은 행복하게 산다던가요?
 
귀족 1:그렇다더군.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부활 후 다시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 젊은이들이 꽤나 열망하는 모양이던데. 자네 입맛에 맞는 내용은 아닌가?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
 
문득 몇몇 손님들이 예청명을 보고는 저들끼리 속닥댑니다.
 
듣기 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쩐지 박성태가 예청명과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듯한 소문이 은은하게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청명:(찜찜한 기분을 덜어내지 못하고 3층 홀을 살펴봅니다.)
 
3층 객석으로 이어지는 입구와,
 
사람들의 짐을 맡기는 캐비닛이 존재하는 홀입니다.
 
3층 홀은 1층과 2층에 비해 지나치게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예청명:(캐비닛을 살펴봅니다.)
 
사람들의 짐이 맡겨진 캐비닛입니다.
 
대부분 개인용 열쇠로 잠겨 있으나,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예청명:(열려 있는 칸을 힐끗 쳐다봅니다. 짐이 없는 칸인가? 겉옷이라도 넣어두려고 칸을 열어 봐요.)
 
열어보면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박성태의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잉글랜드 세번 밸리.
 
브리체스터와 캠사이드?
 
여러 개의 주소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려는 편지가 맞긴 한가요?
 
예청명:(언쇼 가문의 이름이 보이자 급히 주변을 살피고 조심히 봉투를 관찰합니다. 편지를 열어볼 수 있나요?)
 
편지 내용을 보려 하면 계단 위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걸음 소리를 듣습니다
 
바란다면 편지를 챙겨도 괜찮습니다.
 
예청명:(편지를 품에 챙겨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깁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가서 편지를 살펴봐야겠어요.)
 
그곳에는 ‘세뇌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세뇌 주문은 흐릿한 기억에서 변형된 주문이며,
 
예청명의 주변인들이 당한 그 주문입니다.
 
주문을 목격하면 SAN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세뇌 주문을 보면 지능 판정을 합니다.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집안 사람들이 박성태에 대한 기억을 잊은 건
 
이 주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편지 발신자는 박성태 가문의 사람이니
 
이 가문에서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그건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제부터 알 필요가 있을까요?
 
확실한 사실은 박성태는 그 주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알았다면 진작 사용했을지도요.
 
모든 장소를 돌아보고 나면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부름이 당신을 방문합니다.
 
2층 5번 박스석이 당신의 자리입니다.
 
박성태도 동석한다는군요.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박성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성태:들어가실까요? (고요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밉니다.)
 
예청명:(성태의 손을 자연스럽게 맞잡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내부에서는 오케스트라단이 악기를 조율하는
 
듣기 좋은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박성태만이 있습니다.
 
박성태:저희 가문원들이 바로 옆 박스석에 앉아있어요. (그리 말하며 웃어보지만.. 어쩐지 억지 웃음처럼 느껴집니다.)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말합니다.
 
박성태:언제 어디서나 저들의 소중한 양자를, 지켜보고자 하더군요.
 
아닌 게 아니라 과연 옆 박스석,
 
약간의 거리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챙긴
 
몇몇의 사람들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립니다.
 
어쩐지 미미한 불쾌감이 듭니다.
 
예청명:왜 당신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거죠? (가문원들이 고개를 돌린 방향을 함께 쳐다보다가 성태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박성태:옆에 저희 가문원이 있습니다, 그 말에 당장 대답할 순 없어요. 그러고보니 어젯밤 잘 주무셨나요? 누군가와 같이 자는건 처음이라..,
 
예청명:그야 잘 잤죠. 나는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꺼림칙한 기분으로 성태와 칸막이를 번갈아 봅니다.) 오페라가 끝나면 바다에 가자고 했죠.
 
박성태:네, 같이 밤바다를 걸어줄건가요? 기분 전환겸 걷는것도 나쁘진 않을것같아서.. 어제 그런 일도 있었고. 당신이 오늘 밤도 무사히 잘 잤으면 해서요.
 
예청명:(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말이 목까지 치미는 것을 참고 마저 대답합니다.) 그래요... 바다를 걷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침대에 누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대화를 하고 있으면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이로군요.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낭송되는 시를 듣던 박성태가 중얼거립니다.
 
박성태: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그리 읊조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낯은 한참이나 고요합니다.
 
마치 고백 내지 청혼처럼 느껴질 정도의 진중한 어조입니다.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커튼이 올라갑니다.
 
극이 시작됩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제 목숨을 바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에서 주인공은 숨을 거두고,
 
그리고…
 
여기까지는 꽤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네, 그렇죠.
 
어딜 봐도 당신과 박성태의 이야기네요.
 
그러나 다음 순간 극은 기묘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했던가요?
 
얼핏 보면 그 ‘신’은 꽤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게 된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지만 그 춤과 노래에는 분명한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객들의 눈에는 기쁨보다는 환희가,
 
행복보다는 맹목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춰지더니 극이 막을 내립니다.
 
…이게 끝이라고요?
 
이런 찝찝한 끝이 세상에 어디 있나요?
 
허나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홀에 있는 명화를 떠올립니다.
 
연인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던 신……
 
칸막이 너머의 박성태의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쩐지 몽롱한 기색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찰나를 노리듯 박성태가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끕니다.
 
밤 바다로 나가자는 거겠죠.
 
그 눈은 굉장히 진중합니다.
 
박성태:
(To GM)rolling 1d80
 
(
77
 
)
 
 
=
77
 
바다로 나오면 미묘하게 피부를 찌르던 시선 같은 감각이 사라집니다.
 
박성태는 당신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도망치듯 달립니다.
 
바닷 바람이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동했다 싶을 무렵,
 
박성태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바다의 짠내가 공기 중에 서린 장소입니다.
 
날카롭게 깎인 절벽 아래,
 
파도는 발치 근처에서 거품을 쏟고 수평선 밑에 태양은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수면 위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은 이곳에서
 
드디어 박성태는 유지해온 여유로움을 내려놓았습니다.
 
박성태:보고싶었어요..., 도련님.
 
예청명:(날 기억했구나. 청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 무슨 일을 또 벌이고 있는 거야. 아니, 아번엔 무슨 일에 휘말린 거야?
 
박성태:우선.., 도련님께서 부활하여 과거로 왔어요. 우선.. 그건 제가 한일이 아녜요.
부활을 시킨 주체가 도련님을 노리고 있어요.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제가 있는 곳으로 도련님을 데려갈거고요.
 
예청명:네가 있는 곳으로? 언쇼 가문을 말하는 거야? 거기로 돌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혹시 아까 전 오페라처럼...
 
박성태:더 말하면 그들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으니까. ...
 
고로 박성태가 내놓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박성태:결혼식에서 함께 도망쳐요.
비록..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예청명:... 어떻게?
 
박성태:...제가 계속 도련님에게 입을 맞춘건 보호 주문이 있어서..그랬던거예요. 도련님이 안전해질 수 있게요. (네 어깨에 얼굴을 묻다가 고갤 들어 다가섭니다.) 입 맞추는걸 부디 허락해주시겠어요, 도련님?
 
예청명:(성태를 불안하게 바라보다가 머뭇거리며 묻습니다.) 네가 나를 보호하면 너는 누가 보호하는데? 나를 속여서 또 다시 나만 구하려는 건 아니고?
 
박성태:아뇨, 이번엔 함께니까 걱정말아요. 이번만큼은 도련님도 나도, 포기하지않아요. 저한테도 보호마법이 있으니 걱정마세요. 도련님을 속인적은 없어요, ...믿어주세요 도련님. 전 몇 년동안 도련님만을 기다렸어요.
 
예청명:그래, ...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아까 전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상한 편지를 읽었어. 모두의 기억을 건드린 것 같아. 상황이 이상하다는 건... 충분히 이해했어. 네게 협조해야 한다는 것도. (고개를 수그렸다가 성태에게 한 발짝 다가섭니다.) 네가 원한다면 키스해.
 
박성태:편지요? ..그게 원인이었네요.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도련님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도련님. 그간의 무례는 용서해주세요. (제 쪽으로 끌어당겨 입술이 잠시 짓물렀다가 떨어지더니 네 뺨을 쓸어준다)
 
예청명:(성태의 옷깃을 붙잡으며 다급하게 말을 뱉어냅니다. 언제 그들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만 갑니다.) 세뇌에 관한 주문이었어. 누군가에 대한 기억을 사람들로부터 지울 수 있다고.. 모두가 널 기억하지 못하던 것도 그런 이유야. 주문을 풀 방법을 찾아내야 해.
 
박성태:도련님만 날 기억해주면 되니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주문을 풀 방법.. 도련님이 원하신다면 도울게요. 도련님 걱정마세요. 지금당장 결혼이 예정된 저희 사이에 끼어들 사람은 없을거예요. ..그만 돌아갈까요? 날이 차요. (제 겉옷을 벗어 당신의 어깨에 걸쳐주곤 어깨를 문질러주며 바라봅니다.)
 
예청명:(성태를 위태롭게 바라보다 결국 성태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깁니다.) ... 모든 게 잘 될 거야.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나면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예청명은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도 있고,
 
이 부활을 기회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감상을 받았건 간에 입맞춤,
 
보호 주문을 받고 났다면
 
어제와 같은 따가운 시선과 공포감 없는 편안한 밤을 맞이합니다.
 
방에 돌아오면 티 테이블 위 라벤더 차가 놓여 있습니다.
 
푹 자라는 박성태의 배려겠죠.
 
작은 쪽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 나는 언제나 도련님이 원하는 걸 해요. ]
 
라벤더 티 덕분인가,
 
아니면 간밤에 바다 바람을 쐬어서인가.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내일은 드디어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당최 그 신은 누구며 누가 부활을 이루었고
 
과거에 당신과 박성태를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의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조리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혼 대상이 생판 남인 것보다야 박성태인게 나은 걸지도요.
 
조식은 방으로 배달된 브런치를 먹었다지만,
 
점심 식사는 박성태와 함께 합니다.
 
박성태의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박성태가 벌써 자리에 앉아 당신에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박성태의 가문원들도 몇 보이고,
 
당신의 집안 사람들도 몇 착석한 상태네요.
 
당신의 자리는 박성태의 맞은편입니다.
 
사를 시작하기 전 식당 내부를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조사 가능 장소는 창문, 부엌입니다.
 
예청명:(창문부터 살펴봅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데이지와 에리카네요.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 걸요.
 
그러고보니 부케는 무슨 꽃이면 좋을까요?
 
그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었습니다.
 
예청명은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첫날 밤부터 꾸준히 느껴지던
 
시선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정확히는 희미합니다.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가를 기어가는 흰 거미를 발견합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습니다.
 
저 거미, 어디선가 본 적이…….
 
예청명:(손을 들어 거미를 팍 내려칩니다. 불결한 것을 털어내듯 손을 털어요. 뭐 이런 거미가 여기에... 생각하며 고개를 돌립니다. 부엌으로 갈게요.)
 
부엌 입구를 지나가다 보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예청명: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언쇼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테이블 위에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묘한 점은,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예청명을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박성태의 가문원들이
 
이번에는 어쩐지 평범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웃으며 내일부터 제 집안의 일원이 되는 것을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 등의 인사를 건넵니다.
 
한참 식사를 하던 가운데 예청명의 친척 되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사촌 1: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에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촌 2:피로연이 곧이니 쇼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사촌 1:날씨도 이리 좋으니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거예요!
 
박성태는 이에 응할 기색을 띱니다.
 
박성태:
(To GM)rolling 1d80
 
(
54
 
)
 
 
=
54
 
예청명:그래요. (성태의 기색을 살피다 대답합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존재하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군요.
 
시내 내부에는 기념품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꽃집이 있습니다.
 
박성태:가고싶은 곳이 있나요? (박성태가 제 손을 내밀고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는걸 도와줍니다.)
 
예청명:글쎄... (성태의 손을 잡으며 내려온 다음 가게들을 살펴봅니다.) 차례로 구경이나 해요. 기념품부터 볼까 싶은데.
 
기념품 가게에서는
 
각종 골동품도 함께 팔며,
 
보석으로 세공된 오르골이나 동물 인형들도
 
아기자기하게 진열대에 놓인 채입니다.
 
박성태:(오르골 중에서도 음이 잔잔한 오르골을 집어 들더니 한참을 만지작거립니다.) 음악이 좋네요. 이건 어떠세요?
 
예청명:오르골이네요.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조금 염려하는 눈이에요,) 장식이 많이 화려한데요.
 
박성태:이 정도는 선물로 드리게 허락해주세요. 소소하고 좋을 것 같아서.. 한 음악을 추억으로 하면 그것만큼 특별한게 없잖아요? (주인장에게 눈짓하더니) 특별한 분께 드릴 선물이니까 신경써서 포장 부탁드립니다.
포장은 제가 가져올테니 반지를 구매하러갈까요? ..가문에서 일찍이 반지는 준비해뒀다지만, 저는 제 남편께 좀 더 각별한 반지를 끼워드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예청명:(얼떨떨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많이 받은 적이 있었나. 물끄러미 성태를 보다가 미미하게나마 웃어보입니다.) ... 낯서네요. 다음엔 반지를 보러 갑시다. 내가 당신에게 줄 선물도 봐야 하고.
 
박성태:...앞으로는 더 많이 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이 너무.. 보고싶었기도 했고, 이제서야 만났는걸요. 무슨 반지가 좋겠습니까? 솔직히.., 당신 손에는 안어울리는게 없을테니까요. (가게의 문을 열어주며 네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줍니다.)
 
예청명:반지를 크게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요. (성태가 열어준 문틈으로 나와 액세서리 가게로 향합니다.) ... 나는 내 것보단 당신에게 어울릴 귀걸이를 고민하고 있어요. 아니면 목걸이나.
 
박성태:..귀걸이요? 너무 기뻐요. 당신이 뭘 주던 저는 기쁘게 받을테니까요. (악세서리 가게에 들어서서 진열장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그러고보니, 4월이 생일이었죠? 이 반지가 좋겠어요. (손가락으로 맘에드는 반지의 위치를 어물쩡 집더니 직원이 꺼내준 반지를 들고서 머뭇거립니다.) 미리 끼워드려도 괜찮을까요? 더 원하는게 있었다면 골라주세요.
 
예청명:당신 것도 같이 사야죠. 결혼 반지, 그런 셈이니까. (성태에게 손을 내밀고 복잡한 시선으로 내려다봅니다. 이런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상념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들어 다른 쪽을 한 번 바라봅니다.) ... 이런 가게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박성태:제 것도 그럼 골라주시겠어요? (당신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더니 기분이 미묘한지 당신 손을 한참 놔주지않고 잡고 있습니다. 당신만큼이나 복잡해보여요.) 직원을 부를까요? ..저보단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예청명:(붙잡힌 손에 살짝 힘을 주어 맞잡았다가 이만 풉니다.) ... 그러고 보니 무엇이 어울릴지, 아니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고민했던 적이 꽤 되었네요. 예전에는 안목도 제법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더라. 쓴웃음을 지으며 성태의 귀에 걸린 귀걸이를 응시합니다. 이만 직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이 사람에게 어울릴 법한 반지와 귀걸이를 찾습니다. 어떤 게 있죠?
 
직원:반지와 귀걸이요? 음~.. 이 쪽 신사분에겐 깔끔하게 이런 스타일은 어떠세요? 아니면.., 방금 착용하신 반지도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아주 많아요! (당신 앞에 몇 개 후보를 가져다 주더니 어떻냐는 듯 기대하는 반응입니다.)
 
예청명:(반지를 여러 개 놓고 고민하다가 눈을 가늘게 뜹니다.) 가장... 화려한 걸로. 이거요. (월계수 이파리 모양의 틀에 조그마한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반지를 가리킵니다. 마찬가지로 보석이 화려하게 세공된 귀걸이를 집어서 관찰해요.) 귀걸이는 이걸로. (기왕이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로만 선물하고 싶습니다. 높은 작위와 부를 가진 화려한 귀족이면 저를 만났을 거냐던 성태의 물음이 떠올라서.)
 
직원:잘 선택하셨어요~! 지금 착용하고 가실건가요, 아니면 포장해드릴까요? (직원의 손이 분주해지며 표정이 밝아집니다. 아무래도.. flex한 우리 도련님과 박성태 덕분이겠죠?)
 
박성태:이왕이면.., 당신이 해줬으면 하는데.. (포장하면 되게 아쉬워할 눈빛으로 청명을 쳐다봅니다. 나도.. 나도 반지 바로 끼워줬는데.. 해주겠죠? 은근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예청명:... 아뇨. 바로 주세요. (성태의 기척을 살피곤 직원에게 손을 내밉니다. 곧 성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귀에는 원래 있던 귀걸이를 빼고 새 귀걸이를 걸어줘요. 익숙하지 않은 손길로 몇 번 더듬거리긴 했지만...) 다 됐다.
 
가게를 나와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예청명과 박성태는 감시 당하는 위치인데도,
 
결혼식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꽃나무에서 꽃잎이 무수히 떨어집니다
 
꽃향기를 맡는 가운데 문득 박성태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얼굴이 가까워지고, 입맞춤은 금방이었습니다.
 
박성태:선물을 가지고 돌아올게요. 마차에서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나요 그대?
 
예청명:... 네.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무슨 선물을 또 가져오겠다는 걸까, 어렴풋이 기대가 되는 듯도 합니다. 우습게도,)
 
마차로 돌아가면 얼마 안 있어 박성태가 돌아옵니다.
 
품에는 아까 전 산 오르골과, 풍성한 꽃다발을 들고 당신에게 건넵니다.
 
박성태:우리에겐 정말 의미있는 꽃이니까..오는 길에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에리카의 꽃말은 고독. 문득 자신의 정원에서 정원을 가꾸며 꽃말을 말하던 성태가 떠오릅니다.)
 
예청명:잘 받을게요, 모두. (오르골을 먼저 받아들고서 꽃다발을 안습니다. 이 꽃의 꽃말을 알기에 여전히 꽃말 같은 걸 기억하며 사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런 말은 꺼내지 않는 편이 좋을 것도 같아 그만 입을 다뭅니다.)
 
어느 정도 즐기고 나면
 
오페라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피로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식을 끝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박성태입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존재할까요.
 
밤이 찾아왔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조명의 색이 바뀝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풍경입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저마다 꾸민 옷차림의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에 단 한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목도합니다.
 
가면을 쓴 얼굴로 박성태는
 
피로연을 위한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두 사람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행복을 위한 결혼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잖아요.
 
박성태:당신의 첫 춤을 함께할 영광을 주시겠어요.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빛나는 불빛 사이,
 
만인의 축복을 가장한 주목 가운데,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정말,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저 손을 잡으면.
 
이 피로연의 주인공들이 홀로 나가 춤을 추는 건 당연한 일이죠.
 
결국 그러한 감각을 고수하고서라도
 
예청명은 박성태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예청명:기꺼이. (출구도 없는 곳. 그럼에도 도망치기 위해선 성태를 믿는 수밖엔 없겠죠. 반지가 끼워진 제 손을 내려다보다 그대로 손을 뻗습니다.)
 
타인의 온기가 이토록 뜨겁게 느껴질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박성태와 예청명은 홀 정가운데에서 춤을 춥니다.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 뿐인 걸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여 당신들을 구경합니다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의 홀 정가운데,
 
빛을 받고 있는 이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박성태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달밤의 정원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춤을 추어야 했던
 
그 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세간의 주목을 온몸으로 받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박성태:.., (춤이 끝나고서 숨을 몰아쉬더니 기쁜듯 웃음을 짓습니다. 이번에는 발을 안밟았다, 이번에는 실수 안하고 잘해낸것같다. 라는 감정들이 표정에 녹아있는것 같아요. 홀린 듯 당신의 손을 끌고선 허리를 감싸옵니다.) 날 사랑하죠? (대답은 필요없습니다, 서로를 원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테니까요. 박성태가 눈을 감더니 당신에게 입을 맞춰옵니다.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런 결심을 한 듯이. )
 
박성태가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박성태의 눈동자 아래에 깔린 지독한 열망.
 
그곳에서 파생된,
 
예청명:(성태가 입을 맞춰오자 고개를 비틀어, 성태의 얼굴을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돌립니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성태의 뺨이며 목덜미를 쓸어 봅니다. 감지 않은 눈을 마주치면 어쩐지 안도감이 듭니다. 지난 수년 간 빠짐없이 느껴왔던 불안이 이제서야 사라집니다. 아, 이걸 위해서였구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내가 가진 유일한 것을 비로소 손아귀에 쥐기 위해서.)
 
그렇게 입술을 떼고나면, 박성태는 아쉬운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정중히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의 박성태가
 
가문원들의 부름에 이끌려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길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두 사람만의 춤이 끝나면,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홀 내에 구비된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합니다.
 
이번 결혼식에 초대된 예청명 집안의 친척입니다.
 
게스트:오랜만에 봅니다,
 
오랜만에 본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멀리에 있는 박성태를 바라봅니다.
 
게스트:저 자가 당신에게 큰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요?
그런데도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는 유언비어가 돌더군요. 관리에 힘쓰셔야겠습니다.
 
예청명:... 결혼식은 잘 진행될 겁니다. (누구인지 곰곰이 짚으며 상대를 바라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테니까.
 
게스트:그렇죠 뭐,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이 성대한 피로연도, 어제의 공연도, 3일간의 결혼식 축하 기간도 모두 박성태 쪽에서 계획했다는데요.
규모를 보세요.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걸까요?
 
예청명:그만큼 이 결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이죠.
 
게스트:결혼식을 위한 웨딩복은 보셨습니까? 주문 제작을 했다는데 아주 어마어마해요.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이건 단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혹은 둘다거나.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친척은 자리를 뜹니다.
 
찰나에, 예청명은 다시금 시선을 느낍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대뜸 다가옵니다.
 
당신의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쥐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고
 
모독적인 주문처럼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나와 함께 지하 동굴로 가자. 나의 거래자가 되어라.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라!”
아, 그 빌어먹을 것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도망치려 하고 있어.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빼내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소용 없다, 소용 없어!
 
상대를 바라보니 박성태의 가문원입니다.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SAN (0/1)
 
예청명: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문원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예청명:(가문원에게 들키지 않고 따라갈 수 있나요?)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그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박성태의 가문원들입니다.
 
일제히 당신을 응시합니다.
 
정신력 판정
 
예청명: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그들의 시선 뒤 창문 너머 바닷가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제게로 오라고.
 
자신의 지하 동굴로.
 
가문원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사라집니다.
 
함께 그쪽을 따라가면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복도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 깔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두 번 접힌 종이 쪽지네요.
 
예청명:(집어들어 읽어봅니다.)
 
지능 판정
 
예청명: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뇌 주문은 박성태를 아는 집안 전체에 걸려 있다 했죠.
 
그들의 세뇌를 모두 풀기에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에는요?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문득 발목도 함께 부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춤을 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삐끗했나봐요.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듯 하니
 
그곳에서 쉬면 되겠네요.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내일 아침은 결혼식 날입니다.
 
이 결혼식의 끝은…….
 
예청명:(생각을 정리하려 휴게실로 향합니다.)
 
휴게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한 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푹신한 소파와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청명:(티 테이블부터 살펴봅니다. 마실 만한 차가 있을까요?)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누군가 읽다 만 동화책이 존재합니다.
 
예청명:(동화책을 살펴봅니다. 무슨 내용인가요?)
 
1p.
 
그들은 숲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마녀의 마법으로 다시 살아나 죽기 전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과거의 삶은 조금 기묘했지만요.
 
존재하지 않던 것이 생겨나고,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드러났습니다.
 
마녀가 현실을 미약하게 조작한 것입니다.
 
2p.
 
두 사람 중 한 쪽을 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이 또한 마녀의 짓이었습니다.
 
마녀는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일부는 세뇌시켜
 
자신 대신 그들을 감시하게 만들었습니다.
 
3p.
 
그러나 지혜로운 ■■는,
 
죽기 전 얻었던 지식을 사용해
 
두 사람을 보호할 마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마법이 중첩되어 완전히 마녀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를 데리고 도망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예청명:(책을 도로 덮어놓고 소파에 앉아봅니다...)
 
푹신한 소파입니다.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누군가 다녀간 자국에 소파를 꾹꾹 눌러 봅니다. 무언가 또 있으려나...)
 
소파 틈새에 끼어 있는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누군가 급하게 휘갈긴 듯한 쪽지입니다.
 
예청명:(일어나 턴 테이블을 관찰합니다.)
 
LP판이 돌아가는 턴 테이블입니다.
 
관찰 판정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화책에서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4p.
 
…계획은 마냥 완벽하진 못했습니다.
 
여전히 마녀의 마법으로 인해 망각에 사로잡힌 이와,
 
세뇌에 사로잡힌 이들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도망쳐도 그들을 쫓아올 사람들이.
 
때문에 ■은 마녀의 세뇌를 벗어날 주문을 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영원히 ■■■■■■.
 
사를 마치고 나면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립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이는 박성태입니다.
 
방금 전 예청명을 붙잡은 가문원의 행실을 보았기에,
 
예청명에게 걱정 섞인 안부를 묻습니다.
 
박성태:..괜찮아요? ...아까 붙잡힌걸 봤는데 다친 곳은요. (박성태는 당신의 몸을 살피다 문득 예청명의 발목을 응시합니다. 퉁퉁 부은 당신의 발목을 무릎꿇어 살피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네요.) .. 숙소로 가서 이야기하죠. 걸을 수 있겠어요?
 
예청명:그냥 조금 불편한 정도... 예요. (주변을 살짝 곁눈질한 다음 성태에게 고개를 가까이 붙이며 대답합니다.) 걷는 데는 문제 없고. 내일이 결혼식이라서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올라가는 것만 도와줘요. (출구를 찾았다는 생각에 비로소 표정이 밝아진 채입니다. 찡그린 눈썹은 여전하지만 미미하게 웃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요.)
 
박성태:... 제가 타이밍이 나빴네요. 조금 더 일찍 올 걸 그랬어요. 너무.. 한순간이라.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 (붙잡으라는듯 자신의 팔을 내밀고는 당신과 함께 숙소로 올라갑니다.)
 
제 방으로 당신을 데려온 박성태는
 
예청명의 신발과 양말을 벗긴 후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발목을 닦아줍니다.
 
박성태:(꿇어 앉은채로 당신의 발목을 닦아주고 있노라면.., 과거가 생각납니다. 전에도 이렇게 도련님의 발을 마사지하곤했는데. 고갤 들어 당신을 보다가, 허릴 굽히더니 당신의 발등에 입을 맞춥니다. ) 다치지마세요, 도련님. 이제 더 이상 저희를 감시하는 이는 없어요. ...마지막 보호 주문이에요. 탈출 계획에 대해, 혹시 생각해봤어요?
 
예청명:(어딘가 애틋한 기분에 잠겨 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지금은 이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니까, 꼭 이 일이 끝나면 성태와 마주 앉아 대화하겠노라 생각하며... 성태가 저를 도련님이라고 부르자 바로 소리 죽여 말하기 시작합니다.) 아까 전에 네 가문원을 쫓으면서 세뇌를 푸는 주문을 찾았어. 세뇌만 푼다면 그 누구도 우릴 쫓아오지 않을 거야. 내일 결혼식 자리에서 주문을 풀고, 우리는 도망치면 돼. ... 그게 내 계획의 전부였어.
 
박성태:주문을 찾았다고요? ...현재 보호 주문을 일정 수 이상 걸어둬서 도련님과 저를 아이호트의 눈에서 벗어나게 하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칠 생각이었어요. 그렇다면.. 그 사이에 도련님이 주문을 외우면 되겠군요? ...고생많았어요 도련님. ..내일이면, 모든게 끝나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어요.
 
예청명:그래. 모든 게 끝날 거야. 지긋지긋한 것들이 모두, 이 자리에서. (성태의 말을 따라 읊조리곤 손을 뻗어 머리를 쓸어줍니다. 근 수년 간 본 것 중 가장 평온하고 다정해보이는 얼굴로, 청명은 성태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 여기서 도망치고 나면 어디로 향할 생각이었어?
 
박성태:어디든요. 도련님과 함께라면 어디든요. ..하지만 도련님을 행복하게 해줄 명예와 위치는 잃게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네요. (쓰다듬을 가만히 받다가 네 왼손을 잡고는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만져봅니다.) 도련님이 가고싶은 곳은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칠까요?
 
예청명:다른 건 상관 없어.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내가 너를 언제까지고 지닐 수 있는 장소면 돼. 저택으로 돌아가지도 않을 거야. 그곳에선 네가 언제까지고 내 뒤에만 있을 테니까. (청명이 말을 쉬고서 성태의 손을 감싸잡듯이 손을 움킵니다.) ... 하지만 나는 네가 내 곁에 계속 있길 바라. 낮이 오고 밤이 가는 동안, 그 어느 순간에도 네가 내 뒤가 아닌 옆에 있기를.
 
박성태:...그거아세요? 도련님이 사교계에 나가는 일이 전 싫었어요. 도련님을 멋있게 꾸며드리는 일은 즐거웠지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잖아요. ..사실 도련님과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도련님이 지나는 곳 어디든 좋아요. ...도련님만 필요해요 전.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식 날입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식인지는 정말 아무도 알지 못하나,
 
적어도 웨딩 로드의 곁에 서 있는 이는
 
당신과 박성태일 테고…….
 
그 끝에 존재하는 건 완벽한 행복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은 자유로워질 준비가 되었잖아요.
 
그러니,
 
그러니…….
 
창밖으로부터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차가운 바다는 가져올 봄을 안고,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박성태와의 시선이 마주치고
 
당신은 그 눈빛이 무엇을 위한 맹목을 띠는 지를 압니다.
 
그래요.
 
 
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미쳤습니다.
 
이만한 맹목에는 세 가지 이유밖에 없으니까.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둘다거나…….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은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예식복은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축하.
 
축하라…….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 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쿵, 쿵, 하고.
 
이 결혼식이 끝나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용인들이 휴게실을 나가고 나면 문득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 내려옵니다.
 
박성태입니다.
 
원칙 상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으나,
 
부득이하게 당신을 찾아왔음이 드러나는 얼굴입니다.
 
여기에서 탈출 계획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긴급한 대화 이후 휴게실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박성태는 휴게실 바깥으로 나가기 전,
 
예청명에게 입맞춥니다.
 
박성태:부디 몸 조심해요.
 
문을 나서며 박성태가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선이 짧게 와닿고, 곧 스쳐지나가 사라졌습니다.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축복과 환희와, 행복이 가득해야 할 결혼식…….
 
당신과 박성태의 결혼식입니다.
 
나갈까요, 예청명?
 
예청명:(외워두었던 주문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걸음을 옮깁니다.)
 
그렇게 웨딩 로드를 한 발자국 밟으면,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피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관심 사이 하객석을 향해 관찰 판정을 합니다.
 
예청명: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박성태의 가문원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모두 당신을 잡아 먹을 듯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허공으로 꽃잎이 휘날립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마냥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없음을 압니다.
 
계획이 틀어진다면,
 
탈출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릴 게 분명합니다.
 
웨딩 로드의 끝에서 박성태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우리.
 
지독한 위기에 여러 번 처하고 마는 우리.
 
가엾은 우리,
 
가엾지 않은 우리…….
 
오로지 당신만이 필요했다는 절절한 편지를 기억하나요,
 
, 그건 과연 하나의 고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박성태의 곁에 다가오면 주례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당신도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주례의 내용은 사실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박성태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손에 든 부케가 미약하게 흔들리고,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물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박성태가 대답합니다.
 
박성태:맹세합니다.
 
예청명:... 맹세합니다.
 
이 하나의 서약이 끝나면
 
박성태가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박성태:지금이야.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주례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 시간부로 예청명과 박성태는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직후에 일어난 일은
 
이 모든 무대를 뒤집어버릴 사건입니다.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박성태가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맞잡은 박성태의 손은 단단합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박성태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박성태를 바치려 움직입니다.
 
여기에서 예청명은 세뇌를 해제하는 주문을 걸 수 있습니다.
 
예청명:데이지, 바다, 폭풍, 데이지, 바다, 폭풍. (달리면서도 그들을 바라보며 외칩니다.)
rolling 1d3
 
(
1
 
)
 
 
=
1
 
두 사람을 쫓아오던 무리는
 
두 사람이 오페라 하우스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행동을 멈춥니다.
 
또한 박성태를 잊고 있던 예청명의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시간은 환한 대낮,
 
작열하는 태양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질렀습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와 해안가를 지납니다.
 
파도가 발치에서 넘실댑니다.
 
신발을 벗어 던져도 괜찮습니다.
 
당신들은 자유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이 시야에 잡힙니다.
 
한참을 달리던 박성태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이 기이한 현실,
 
이 기이한 고통,
 
이 기이한 헌신,
 
이 기이한…
 
기이한 환희…….
 
박성태가 묻습니다.
 
박성태:나랑 같이 도망칠 수 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할 수 있어요?
나는 네가 필요했으니까.
나는 너만 필요했으니까…….
 
예청명:응. (햇빛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멀거니 바라보던 청명이 천천히 웃어보입니다.) ... 내게는 너밖에 없었으니까.
 
죽음을 너머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영원이 있기를 바랄까요.
 
그 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박성태의 가문원들의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 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는 발언과
 
예청명의 가문원들의
 
‘박성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생을 거머쥡니다.
 
에리카 꽃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박성태가 깨끗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박성태는 맹세하였습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예청명, 박성태 생환.
 
보상 이성치 1d5+1
 
두 사람은 완전히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
 
END 4. In the middle of eternal
 
예청명:
rolling 1d5+1
 
(
3
 
)
+1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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