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성운이 고백하던 때를 생각하며 쪼그려 앉아 꽃을 구경합니다. 많이는 아니어도 꽃들을 꺾어 이리저리 엮어봐요. 나중에 공작님한테 하나 갖다주지, 뭐.)
강현이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방 그대로를 받아 쓰고 있었습니다.
아직 안들어가본 방을 제외하면 가장 큰 방이기도 했죠.
방의 구조는 여전합니다.
살핀다면 [발코니], [침대], [티 테이블]을 볼 수 있습니다.
강현:(목이 마른데... 티 테이블에 마실 것이 있는지 살펴봐요.)
오늘도 마시기 좋은 온도의 찻물과 찻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유능한 사용인들 이네요.
강현:(차를 우리는 동안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잠이 오는 건 아니지만 눕는 건 언제나 좋으니까!)
여전히 캐노피가 드리워진 침대입니다.
침대의 천장에는 첫날 보았던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 쓴 이가
금은보화와 함께 어두운 곳으로 숨는 그림이 그려져 있군요.
침대에 이런 그림이라니 기묘합니다.
철재 (GM):<관찰> 판정
강현: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나귀 가면을 쓴 이의 저편에 왕관을 쓴 이가 묘사 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강현:저건... 왕인가? (그림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알아낼 수 있는 게 있나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복잡한건 싫네요!
강현:(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티 테이블로 향한 다음 차를 한 모금 마십니다. 목을 축였으니 발코니로 나가 바람이나 쐴까요.)
피면 옆은 박성운의 방에 딸린 발코니가,
앞에는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기서 보니 정원수의 배치 또한
어떠한 그림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그러니까...
왕의 다섯번째 고난인 전염병을 치유해준 신비한 꽃 모양이로군요.
강현:신기하네. 옛날 이야기 되게 좋아하는구만. (심드렁하니 바깥을 살펴봅니다. 성운이 돌아올 때가 됐으니 나가볼게요.)
4곳의 조사를 마치고 나면 저녁 시간입니다.
박성운은 돌아와
강현과 같이 식사를 하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 보는 등 일상의 대화를 나눕니다.
강현:아니, 오늘 계단에 있는 액자에 관해서 집사장님한테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공작님이 몇백 살은 살았을 거라고 하는 거예요. (테이블에 팔꿈치를 얹고서 성운을 빤히 쳐다봅니다.)
박성운:아, 론이 그러던가요? 그럼 내가 몇 살로 보이는데요, 현? 론이 이렇게 마음 열고 이야기를 해 준 건 당신뿐인 것 같네요. 집사장이 당신을 마음에 들어했나봅니다. 하긴, 뭐. 당연하죠. 누구 남편인데.
강현:그럼 진짜 몇백 살이에요?! 공작님은 고작해야 나보다 열 살, 아니다... 넓게 봐주면 열다섯 살까지? (입을 비죽이더니 덧붙여요.) ... 그럼 얼굴을 안 보여주는 것도 몇백 살 산 영감님이어서?
박성운:내가 나이를 말해주지 않아서 섭섭했어요? 하하! 매일 밤 내 얼굴을 더듬고 만져보잖아요. 내가 몇 백 살 산 영감 같던 가요? 장난처럼 넘겨요. 사람이 어떻게 몇 백 살동안 살겠어요?
강현:그건 그렇죠. 날 뭘로 보고 그런 농담을 다 치나 몰라. 근데 집사장님이 자기는 몇 대를 걸쳐 공작님을 모셨다는 거 있죠. 아, 그럼 그건 그냥 선대 공작님한테 해당하는 얘긴가 봐. (수긍하며 화제를 돌립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초상화 맞출까요? 액자 자리가 너무 휑해서. 물론 공작님은 가면 쓴 채로 그려도 상관 없고요.
박성운:그렇죠, 론이 짓궂은 면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론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해둘까요? (네 뒷말에 귀 기울이듯 듣다가 고갤 끄덕입니다) 현,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지 해야죠. 아, 그 자리가 신경 쓰였어요? 난 당신 초상화만 걸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같이 그려진 초상화가 더 의미있겠죠.
강현:(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미소합니다.) 아니, 이렇게 잘생긴 남편을 데려다놨으면 저택 전체에 제 초상화를 걸어도 모자랄 판에. 그래도 혼자 있는 그림은 심심하니까 공작님도 같이 그려요. 조만간 날을 잡죠? 몇 시간 내내 꼼짝않고 있는 거 힘들 테니까 마음의 준비는 해둬야 해요.
박성운:하하! 그쵸, 제가 나빴네요. 이렇게 잘생긴 남편을 두고 초상화를 비워두다니. 많이 해봤나봐요? 저는 초상화 그려본 게 오래 전 일이라.. 벌써 걱정이 앞서는데, 남편이 옆에 있으니 적적할 틈은 없겠네요. 그러죠, 저도 빠른 시일 내에 일정 잡아 볼게요 현.
강현:아, 그런데. 이제 집안 곳곳을 다 돌아다녀서 할 게 없어요. 뭐 지하실이랑 공작님 방이 남긴 했지만 그건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잖아요. (은근히 섭섭한 티를 내며 고개를 기울입니다.) 내일은 뭘 하면서 공작님을 기다려야 되는 거냐, 이 말이죠.
박성운:그런 말을 들으니 내일은 궁에 가기 싫어지는데요? 제가 남아서 같이 실내 정원에서 차라도 한 잔 하면 좋을텐데..그럼요, 너무나도 잘 지켜줘서 내일은 선물을 사오려고. 뭘 가지고 싶어요 현? 내일은 나 올 동안 조금만 참아줘요, 선물도 사오고.. 맛있는 것도 이렇게 먹고 하면 되는거죠. 그쵸?
강현:나한테 어울리는 근사한 반지? (손가락을 접었다 펴며 장난스럽게 웃고는,) 농담이고! 그냥 그 주변에 유명한 가게가 있다던데, 거기서 과자 좀 사다줘요. 너무 단 거 말고 적당히 공작님이 보기에 괜찮은 것들로. (에휴,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이제 가서 같이 쉬어요.
박성운:근사한 반지 ? 그거랑 과자면 되는거죠? 알겠어요. 뭐.. 당신이 자주 먹는 그거면 되는거죠?
강현:반지까지 사달라는 얘긴 아닌데요?!
박성운:싫어요. 사올건데요?
강현:그래요 그럼! 사오세요! 허!
박성운:밤이니까 다시 열쇠를 주시겠어요? 내일 아침에 돌려드릴게요.
강현:밤마다 나 몰래 어디 가기라도 하는 건 아니죠? (의심에 찬 투로 말하면서도 순순히 열쇠를 내밉니다.)
박성운:당신 옆에서 자는데 섭섭한 소리를, 내가 어디라도 가는지 잘 감시해봐요.
다시 함께 잠이 듭니다. 물론 칠흙과 같은 어둠 속에서요.
오늘도 강현은 아침이 되어 눈을 뜹니다.
눈을 떠도 어둡습니다. 당연하겠죠.
어김없이 박성운의 요구에 의해 비단 끈으로 눈을 가리고 잤었으니까요.
박성운:오늘은 평소보다 빨리 일어났네요, 현.
시간이 있으니 차라도 한 잔 하고 내려갈까요?
강현:그럼 공작님이 한 잔 내려주실래요? (능숙하게 비단 끈을 풀면서 하품을 찍.. 합니다.) 잠을 덜 자서 그런가 몸이 찌뿌둥하네...
박성운:그럼요, 안아서 옮겨드릴까요? (현의 얼굴을 감싸고 문질러주더니) 가면이 없었다면 매일 아침 입을 맞춰줄 텐데, 아쉽네요.
강현:무거울 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팔을 앞으로 쭉 뻗고 가만히 성운을 쳐다봐요.)
박성운:나를 너무 약하게 보는 거 아녜요? (현의 뒷머리를 정리해주곤 안아올려 티테이블까지 걸음을 옮깁니다.) 결혼 생활에 만족해요, 현? 당신 아버지 말로는.. 당신이 내 청혼장을 받고 하기 싫다며 생떼를 피웠다던데?
강현:... ... (할 말이 없어져 멀뚱히 성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고개를 내밀어 가면 위로 입을 맞춰줍니다. 다 지나간 일인데 뭐...) 아니, 그야 처음 본 데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청혼을 하면 누구나 그런 반응이죠. 살아보니 괜찮아서 아, 좋은 결혼이었구나 생각하는 거지만. ... 솔직히 생떼 피우긴 했어요.
박성운:하하, 애교 부리는 거죠? 그 당시에는 조금, 진짜 조금 상처였는데 이걸로 다 풀렸어요. 그쵸, 저도 사실.. 거절당할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거든요. 당신이 자의든, 타의든... 내게 오면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현, 나는 당신처럼 끌렸던 사람은 일생에 처음이에요. 지금처럼만,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요. 알겠죠?
강현:지금처럼만, 좋죠. 사실 여기서 조금만 더 행복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실실 웃으며 찻잔에 따라져 있는 차를 한 모금 머금습니다.) 계획은 다 있는데 그건 뭐, 왕궁 일이며 초상화 건이 대충 마무리되면 같이 얘기해요. 나도 비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으니까.
박성운:어떤 식으로요? 내 사랑이 부족했다면 더 줄 수 있는데, 아예 재우지 말까요? (웃음을 터뜨리곤 현을 빤히 응시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저희 신혼집도 현 당신이 꾸며나가는 거니까. 자요, 현. 오늘 열쇠. 사고치지말고, 내 말 명심하고. 알겠죠? (당신에게 열쇠를 건네줍니다.)
강현:그거랑 이어지는 얘기긴 하죠. 자세한 건 진짜 다음에 얘기해요. (자식 계획이라곤 말 못하지,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열쇠를 받아 눈앞에서 짤랑짤랑 흔들어봅니다.) 그럼 공작님도 선물 잊지 말고, 여기서 종일 혼자 있는 거 심심해 죽겠으니까 얼른 오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식사 준비가 끝난 모양입니다.
식사하도록 해요.
박성운은 같이 가자는듯 손을 내밉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놓여진 식기에는 여전히 익숙한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자신이 선택하길 원한다.]
박성운:왕성에 가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현. 그럼 다녀올게요. 선물도 꼭 잊지않고.
박성운이 강현의 손에 입을 맞춥니다.
박성운:저녁에 봐요. 내 사랑.
강현:(성운이 떠나는 것을 보다가 방으로 쏙 돌아옵니다. 사람이 시키는 거만 하고 살 수는 없지. 방에 해봐야 뭐가 있다고 그렇게 꽁꽁 숨기나 몰라. 자기 방의 발코니에서 성운의 방으로 이어지는 발코니를 물끄러미 쳐다봐요. ... 넘어갈 수 있나?)
철재 (GM):<민첩>혹은 <도약> 판정
강현: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전하게 착지했습니다.
민첩한 하루 되세요-!
박성운의 방은 강현의 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조입니다.
[발코니], [침대], [티 테이블]을 살필 수 있습니다.
강현:(착지한 발코니부터 살펴봅니다.)
살피면 옆은 강현의 방에 딸린 발코니가,
앞에는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강현:(발코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를 살펴봅니다. 슬며시 걸터앉아봐요.)
강현의 방에 놓인 것에 비하면 다소 허름한 침대입니다.
집 주인이면서 말이에요!
박성운의 침대에도 역시 천장화가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강현의 침대와는 다른 천장화입니다.
이건... 왕의 세번째 고난인 폭정을 하던 영주를 몰아내던 일에 대한 천장화군요.
강현:(별 거 없네... 괜히 실망하며 티 테이블로 가봅니다.)
박성운도 차를 좋아하는 모양인지 티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강현의 방에 놓여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찻잎입니다.
철재 (GM):<관찰> 판정
강현: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2개의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방에는 거울이 없군요.
강현의 방에는 있었는데 말이죠.
철재 (GM):<관찰> 판정
강현: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이 뒤집어 씌워진 [거울]을 발견합니다.
강현:(천을 걷어내고 조심스럽게 거울을 살펴봅니다.)
천을 들춰보면... 깨져있습니다.
이정도 규모의 저택에서 고칠 돈이 없었던 것은 아닐테고
일부러 방치한 것일까요?
철재 (GM):강현 강제 <정신력> 판정합니다.
강현: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순간 깨진 조각 사이로
강현의 얼굴이 아닌 다른 이의 얼굴이 비칩니다.
누구죠? san C (0/1)
강현: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철재 (GM):<관찰>과 <지능>판정
강현: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손으로 만져봤었을 때의 박성운의 얼굴 형태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켜켜이 쌓인 먼지가 강현을 맞이합니다.
재채기가 나오는 군요.
역시 어둡습니다.
더듬더듬 조심히 들어가보면 넓은 공간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에는, [방치 된 무구], [말려있는 종이들]을 비롯한 다양한 잡동사니가 널려있습니다.
강현:(불을 찾으려다 이내 포기하곤 손을 열심히 더듬어봅니다. 무구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놀라지만 다시 몸을 숙여 자세히 만져봐요.)
방치되어 낡은 무구입니다.
무척 오래 된 와중에 한가지 눈에 띄는 게 있군요.
초대 왕의 기사를 상징하는 문양입니다.
이런 게 왜 여기에?
강현:(하나도 안 보여... 힘겹게 말려있는 종이를 펴서 빛에 비춰봅니다.)
둥그렇게 말린채로 삭아있는 종이입니다.
초상화입니다. 누군가의 초상화.
철재 (GM):<관찰>과 <지능> 판정
강현: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체형 등이 박성운과 닮아있음을 깨닫습니다.
철재 (GM):민첩 판정
강현: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강현:(방금 본 초상화를 곰곰이 짚으며 손톱을 뜯습니다. 뭐지? 그건 분명히 한참 오래된 그림 같았는데... 공작이 몇백 년간 살았다던 집사장의 말도 그렇고, 여간 찜찜한 게 아닙니다. ... 역시 지하실까지 가보는 수밖엔 없겠어요.)
지하실로 이어지는 계단은 조금 내려가다보면
문이 못질까지 된 채로 막혀있습니다.
도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철재 (GM):근력 판정
강현:(일단 힘을 줘봅니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열고 나면 가장 낡은 열쇠로 문을 여는게 가능합니다.
철재 (GM):지하실에 진입한 강현은 <행운> 판정합니다.
강현:
운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리고 강현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몇구나 되는 시체입니다.
이런 게 왜 여기에? san C (1/1d4)
강현: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비명을 지르려던 것을 겨우 참고 벽을 더듬으며 뒷걸음질을 칩니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는 느낌에 숨을 몰아쉬어요. 눈을 돌려 시체들을 간신히 쳐다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체가 방금 죽은 듯 썩지 않고 보존되어 있습니다.
조사를 마쳤을 때입니다.
슬슬 박성운이 돌아올 시간이로군요.
강현:(성운이 돌아올 시간이 다 되었으니 망치질을 하기엔 늦은 것 같습니다. 급히 못이며 판자를 얼기설기 끼워 비슷한 형태로 붙여둔 다음 방으로 돌아가요. 성운도 이 일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강현:(주저하며 계단 뒤 벽에서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손으로 만져본 얼굴은 분명 멀쩡했으니까 아무 문제 없겠지,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품었을지도 몰라요.)
강현이 마주하러 간다면 강현은 얼굴을 가린 채
웅크리고 있는 박성운과
구석에서 미쳐버린듯 넋이 나간 채
낄낄대는 낯선 기사를 발견합니다.
그는 당신의 남편이 맞아요..
그야 아침에 사온다 했던 선물도 바닥에 어질러져있는걸요.
박성운:다가오지마!
박성운이 몸을 움츠리며 말합니다.
박성운:당신도.... 괴물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
그러니 다가오지 마라고!
강현:난 당신 얼굴을 보려는 게 아니라... 아니, 이것도 물론 말이 이상하지만요. 그냥... (아까 전 본 것들과 지금 상황이 겹치며 속이 울렁거립니다. 의식적으로 성운에게서 시선을 돌려준 다음 천천히 다가서요.)
그럼에도 강현이 다가오면 박성운이 무너지듯 몸을 웅크립니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려보지만,
스멀스멀 꿈틀이는 팔과 다리,
풍겨오는 기분나쁜 악취...
그의 모습이 괴물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san C (1d10/1d100)
강현: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10
(
1
)
=
1
(심호흡을 한 다음 성운을 등지고 몸을 돌립니다. 팔을 펼치면 가운자락을 이용해 그런 대로 성운을 가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두 나가!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나가라고 해도!
성운의 떨림은 점차 멎어지더니.. 곧 진정한 듯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집사장: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가면을 가져왔습니다.
사용인들도 미쳐버린 낯선 기사도 정리하고
강현과 박성운은 박성운의 방으로 안내됩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서 잠시간 침묵이 흐릅니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박성운입니다.
박성운:....제 모습을 다 봤죠, 맞아요. 저는 괴물이에요. 본래부터... 괴물은 아니었어요.
저는 이 나라가 세워질 때는 분명히 인간이었으니까요.
세우던 중 사특한 마법사를 몰아 낼 때 앙심을 품은 마법사가..
전하께 저주를 내렸고,
그 저주를 제가 대신 받게 되어
누군가의 앞에서 추악한 괴물의 모습을 띠게 된 겁니다.
박성운:..그 뿐만이 아녜요.
제가 변한 모습을 남에게 보였을 때 상대가 미쳐버리면.. 저도 그를 죽이게 됩니다.
이것 또한 저주의 일부라 불가항력으로요.
현,... 난 당신과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런... 나라도?
강현:실은... (주먹을 쥐었다 펴며 성운을 곁눈질하다가 말을 이어갑니다.) 사실 오늘, 그러니까... 지하실도, 공작님의 방도 모두 들어와봤어요. 초상화도 봤고... 시체도. 그걸 물어보려고 했는데... (눈을 질끈 감고는 한숨 쉬듯 말합니다.) ...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요. 같이 노력해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설마 방법이야 없겠냐고요...
박성운:......그랬군요. 제가 밉고, 싫지는 않나요? 묻고 싶은 것도 많겠죠? 궁금한게 있다면 물어봐도 좋아요. .......시체는, 제.. 전, 배우자들입니다. 대부분이 제 얼굴을 봐서 미쳐 죽거나 나로 인해 죽었죠. 날 떠나지.. 않을 건가요? (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올려다봅니다) 현, .. 당신의 말로 이 저주를 지금보다 약하게 할 방법이 있어요. ...그건 당신의 대답이에요.
당신이 함께해줌으로 저는.. 이제 당신이 보는 앞에서나, 당신을 제외한 타인의 앞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 이제, 당신이 대답해주세요.
당신 눈에만 제가 본래 모습으로 보이길 원하는지,
당신을 제외한 타인 앞에서만 본래 모습으로 보이길 원하는지.
강현:... 전 공작님의 상태를 아니까 가면을 열지 않을 거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 망할 기사처럼 누가 또 가면을 벗겨버리기라도 하면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고요. (기왕 저주를 풀어주는 거 제대로 풀어줬어야지. 복잡한 생각에 손톱을 뜯으며 성운을 바라봅니다.) ... 그래도 전 그냥 눈만 가리면 되고... ...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 인상을 찡그려요.)
박성운:...그럼 현은 타인 앞에서만 본래 모습이길 바라는 건가요..? 매일 밤을 당신 눈을 가려주며 보내고 싶진 않아요. ...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원망하지 않아요. 제가 원망하는 건.. 오로지 왕입니다. 당신이 뭘 걱정하고 고민하는지 알아요. 그치만 현, 지금까지의 배우자들은 내 속이 아닌 겉을 궁금해 했어요. 몇 달을 불평 없이 지내준 당신인데.. 내가 당신에게 뭐라 할 자격이 있을리 없지..
강현:만약에 우리 사이에 자식이 생기면 걔들은 공작님 얼굴을 봐야 되는 거잖아요, 저야 뭐 그렇다 치고 애들까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좀 갑작스럽다고 느껴질 수는 있어도 그런 계획은 있었거든요, 말이 두서가 없는데... (횡설수설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습니다. 그렇다고 평생 성운의 얼굴을 안 보자니 그건 아닌 것 같고...) ... 몰라요, 내가 뭐라든 답이 없잖아! 이미 죽은 왕을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작님은 뭐가 더 내키는데요?
문득 강현은 기억합니다.
저택의 식기에 씌여있던 말, 결혼식 때의 박성운의 맹세.
[누구나 자신의 일을 자신이 선택하길 원한다.]
그 누구나에는 박성운도 포함되어있었을 겁니다.
강현은 박성운이 바라는 대로 선택하라고 선택권을 넘깁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박성운은 잠시 침묵하더니 떨리는 손으로 제 가면을 벗습니다.
가면 안에 있는 얼굴은
강현의 손에 매일밤 닿아왔던 그 얼굴,
초상화에서 보아왔던 그 얼굴입니다.
박성운이 감격에 겨운 얼굴로
강현의 손을 끌어당겨
강현의 손 끝에 손등에 입을 맞추고 뺨을 부빕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가 아닌 강현의 시야에서요.
박성운:현, 내가 뭘로 보여요? 당신이 결혼하기 싫다고 생떼를 썼던.. 그 남편으로 보이는게 확실한거죠? 그간...너무 지쳐있었어요. 당신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믿어보려고 했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 ....이제야, 됐어요. 당신이 내게 준 그 선택권이, 날 살렸어요 현.
강현:... 제가 뭐 했어요? (황급히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손가락 틈으로 성운을 바라봅니다. ... 왜 멀쩡하지?) ... 혹시 저 이미 죽었거나 뭐, 쓰러졌거나, 꿈이거나... 그런 거 아니죠? 저 한 대만 쳐봐요. 그치만 역시 왜 멀쩡한지 모르겠는데...
박성운:..네, 당신이 절 구했어요. 더이상.. 가면은 쓰지 않아도 ... 멀쩡해요 현. (현의 손을 잡고 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주더니) 봐요, 꿈이 아니죠? 내 사랑, 내가 어떻게 당신을 때려요? 누구나 자신의 일을 자신이 선택하길 원한다..(웅얼거리며 현의 손바닥에 짧게 입을 맞추더니) 현, 다시 날 받아 들여주시겠어요? (성운은 현을 끌어안으며 감격하고, 또 감격합니다. 현도 더이상 가면으로 가려진, 어둠 너머로 통해서가 아닌.. 온전한 성운의 품에 안깁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해줄래요? (현을 품에 안은 성운이 애정 어린 눈으로 현을 안고 속삭입니다.)
강현:... 정말이네, 눈도, 코도, 입도 멀쩡하고... (멀거니 성운의 얼굴에 시선을 둡니다. 이내 성운에게 푹 안기면서도 여전히 얼떨떨한 기색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어요.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한참이 지나서,) ... 그럼 이제는 정말 아무 것도 없어도 되는 거예요? 같이 늦게까지 잘 수도 있는 거고, 초상화. 초상화에도 같이 나올 수 있고! (점차 얼굴에 웃음기가 번집니다.) 사랑해요, 진짜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쩌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미칠 거 같은 기분 알아요? (사실 대답은 듣지 않아도 괜찮겠죠. 성운의 목을 와락 안고 입술을 부딪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