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앤시어:...(지금의 상황이 현실같지 않은 듯 눈을 여러차례 깜빡였다. 흐린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채 들려오는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느즈막히 입을 열어) 무, 무슨 소리야? 저기, 에런.
(눈 앞에 있는 낯선 그가 자신이 아는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자 퍽 다정한 투로 이름을 불러)
에런 웨슬리:어젯밤이 기억나지 않으신겁니까? (에런이 마른 얼굴을 쓸어보다 한숨을 내쉬더니 소피를 응시한다. ) 경이 어제.. 사람을 죽였습니다. 죽이기만 했을까.. 경이 죽인 사람을 말릴 틈도 없이 먹기 시작하더군요. (왜 그런거야, 소피.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보고선 느즈막히 속삭였다.)
소피 앤시어: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머리가 깨질듯이 아려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젯밤에 관한 기억이 흐릿합니다.
소피 앤시어:나, 난... (꽤나 진중한 어투로 제 죄를 조목조목 읊는 그의 목소리에 혼란스러움을 채 감추지 못한다. 저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죄목들에 새파래진 안색으로 여전히 그를 마주하더니, 깨질듯한 두통에 이내 고개를 떨구곤 침음을 흘린다.) 난... 그런 기억이 없어.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라며 중얼대며 쇠수갑 탓에 갑갑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몸을 바르작댄다. 끙, 하는 신음을 흘리며 제 처지를 다시금 상기하곤, 꽤나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정말이야. 에런, 너라면.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걸 가장 잘 알잖아. 질 나쁜... 농담인거지?
에런 웨슬리:가장 큰 문제인 것은.. 경이 죽이고 먹은 사람이 귀족이라는 사실이겠죠.
...대체 왜 그랬습니까? 괴물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다뇨. 그것도, 소피 앤시어 당신이.. 그래서 더 괴로운 거겠지, ..소피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 (천천히 내뱉는 숨이 떨렸다. 네 표정에 제법 괴로운 듯 눈썹을 찌푸리다 쇠창살에 손을 얹어 눈높이를 맞춰 꿇어앉는다.)
사람들은 이런 죄를 지은 사람을 괴물이 아니면 무어라 하겠냐며, 경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기자 하더군요.
괴물이라고.
소피 앤시어: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그가 말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같습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야, 에런 웨슬리의 말인걸요.
이렇게나 진지한데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소피 앤시어를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소피 앤시어:...왜 그러느냐고 나한테 물어도, 정말 모르겠어. (상황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진심을 담아 뱉어내면서도, 제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듯한 낯의 그 탓인지 제 말에 확신을 가질 수 없어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선 방황한다.)
(한참이나 머리를 굴려가며 침묵을 지키더니, 어찌할줄 모르며 다시 올린 시선 끝에 저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담긴 낯과 눈을 맞춘다.) ...너도 날 괴물이라고 생각해? 에런, 너도, 내가 그럴 인물이라고 생각해? ...
오해가 있을지도 몰라. 적어도, 내가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래?
...네가 내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있다면. (사람을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를 뱉어내는 것과는 달리 저를 두려워하지는 않는 그의 상태를 천천히 살펴가며, 최대한 저의 무해함을 알리려듯이 나즈막히 말을 건넨다.)
에런 웨슬리:혼란스러울거야, 그렇겠지. ...슬프지만 지금 당장은 너의 수갑을 풀어줄 순 없어. 의사한테 부탁해서.. 진정하는 약을 조제받는 중이니, 그 약이 완성되기 전까지만이라도... 참아줘.
..너한텐 섭섭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어젯밤같은 상황이 있으면 너도 힘들거잖아?
다른 귀족들은 너의,.. '괴물'의 처형을 논의하고 있어. 소피. 난 네가 그 일을 저질렀던, 저지르지 않았던.. 이제 소피 앤시어, 너의 편은 에런 웨슬리. 나 하나 뿐이야. 난 언제까지나 네 편인 걸.
곧 내가 귀족들의 회의에 들어가 네 처형을 반대할 거야.
소피 앤시어:...! 난 지금 지극히 정상이야. 에런.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진정제. 꼭 짐승 취급이라도 받는 기분에 울컥하고야 말아서는 예의 귀족들을 상대한 단호한 어투로 큰 소리를 낸다. 이내 저의 앞에 있는 그가 누군지 떠올리고, 그런 그가 저에게 단호하게 입장을 뱉어낼 만큼이나 불리한 지금의 제 처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단언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제 기억들이 얽혀 약한 소리를 덧붙이고야 말았지만.)
...하아, 큰소리를 냈네. 미안해. ...섭섭하지 않다고 한다면야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지금 네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괴물, 처형. 여지까지 명망높은 가문의 영애이고, 가주였던 저에게 붙을리가 없던 생소한 수식어와 단어들이 나열되자 다시금 눈에 띄게 동요하고야 만다.) 네가, 에런 네가 내 편이라는 건 당연히 알아.
... 에런, 너도 네가 말하는 내...내가 사람을 해쳤다는 그 상황에... 곁에 있었어? ...그는 누구였어?
에런 웨슬리:네가 화내는 것도 다 이해해, 소피. 어제는 네가 가주가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파티잖아. 하루만에 이런 취급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겠지.
그 파티에 참석해 그 참사를 목격한 수많은 귀족들이, 너를 내 성의 지하에 가둬달라고 부탁했거든. ....핏물에 젖어 믿을 수 없을만치 삿된 행색으로 미친 듯 인간을 깨물며 먹던 너를 목격했던 난.... 널 가둬야 한다는 제안을 당장 거절할 수 없었어.
(네 마지막 물음에 침묵을 이어가다 어렵게 말을 꺼낸다.) 그 부분에 대해 말을 못꺼냈는데, 소피. ..너의 아버지야. 앤시어 가의 전 가주라고 하면... 충분히, 알겠지. 그래서 귀족들이 더 거세게 항의하는 것 같아. 아버지를 죽인 딸이라고. 앤시어 가에 저주가 내려진 거라고.
소피 앤시어:...아버지를. (한참이나 얼빠진 낯으로 눈을 마주하더니, 시선을 내려 제 피묻은 드레스를 바라본다.) ...내가?
(중얼거리며 정말 자신이 그런게 맞느냐 되묻는다. 이내 또렷히 뜨고 상대를 마주하던 동공이 잘게 떨리고, 따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침음을 흘린다. 몇번을 되묻고 들어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 그의 말에 기어코 화가나 표정을 달리했다가. 혼란에 다시금 기가 죽어 새파래진 안색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려.)
...에런, 네가 이런 농담을 하던 애였던가? ...아냐, 아니지... 적어도 나한테는 그러지 않으니까. 저주, 저주라고...
..그럼, 여기에 난 어떻게 데려온거야? 직전의 나는? 뭘 하고 있었는데? 넌, 날 어쩌고 싶은거야?
에런 웨슬리:갈아입히려고 했는데, ...하인들 다 꺼려하는 것 같아서. 네 얼굴이라도 좀 닦아뒀어. ...괜찮지?
(네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씁쓸한듯 웃어본다.) 소피, 내가 농담할 사람은 아니지. ...저주라는 말은 잊어. 그냥..그 사람들이 헛소리 한거라 생각해. 약을 먹으면 뭐든 괜찮아지겠지 소피.
넌... 그렇게 앤시어 전 가주를 먹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 그 사이에 죽여버리자느니, 하는 소리가 많았는데.. 내가 막았어 소피. 내가 널 어떻게 죽일 수 있겠어? 정신을 잃은 사이에 널 안고 이 곳으로 왔어. 그 때 하인들 표정을 네가 봤어야했는데... (시선을 굴리는 에런의 눈빛이 서늘해보인다.) 널 어쩌고 싶냐고? 살려야지 소피. 넌 내가 지켜. 그러니.. 나한테 맡겨.
에런 웨슬리:거의 하루를 꼬박 자고 일어났는데, 배고프지 않아? 깨어나면 주려고 했던 간단한 식사가 있어. 가져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소피 앤시어:...(억울하다고 하면, 내가 혐오스러울까? 조목조목 읊어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랫입술을 핏물이 서리도록 짓누르고,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인다.) ...말마따나, 정말 괴물이나 다름없는데도? (아무리 친한 친우일언정 끔찍한 광경을 직접 마주했다는 당사자치고는 담담히 자신의 편을 들겠노라 말하는 그를 결국 의심하고야 만다. 그럼에도, 저의 편을 들고자 하느냐고, 정말로 그러고 싶은거냐 재차 물어보고자 입을 벙긋대다 이내 다물고 만다. 핏물이 서린 제 입가를 핥으며, 비릿한 향에 아까의 이야기가 사실인양 선명하게 떠오르는 듯해 몸서리 치고는) ...배고픈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아냐. 그래줄래? (애써 입꼬리만 올려 웃음짓고는 그래달라 부탁한다. 잠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의 배려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하고는, 얌전히 손을 무릎 위에 모아 올리고선 어서 다녀오라는 듯 고개를 재차 끄덕여)
에런 웨슬리는 창살 너머에서 사라집니다.
차갑고 건조한 걸음소리가 몇 번 울리다가,
육중한 철문이 돌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린 뒤 안은 고요에 잠깁니다.
감옥 안은 왠지 모르게 습기에 가득 차 있고
고른 진흙 냄새와 돌 냄새가 사방에 만연합니다.
당신이 앉은 자리는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말끔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아주 오래된 장소인 것 마냥
소피 앤시어:(멀뚱)
낡고 더럽습니다.
당신이 머무르기에는 한없이 천박한 장소네요.
시선을 올리면,
손목을 아프도록 꽉 죄이고 있는 벽에
고정된 [수갑]이 보입니다.
소피 앤시어:(수갑을 봐요~)
수갑을 살피면,
그것은 당신의 손목에 맞춰 설계되기라도 한 듯
아주 딱 맞게 단단히 손목을 죄이고 있습니다.
풀어내려 손목을 아무리 움직여도,
묶인 손목이 차가운 쇠에 긁혀
붉게 달아오르고
차갑게 아릴 뿐 풀리지는 않습니다.
지능 판정
소피 앤시어: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수갑의 둘레가 이토록 딱 맞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어딘가에서 주문 제작이라도 맡긴 걸까요.
당신을 단단히 붙잡아두기 위해서요.
수갑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육중한 쇠문이 바닥을 긁으며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에런 웨슬리가 돌아왔습니다.
손에 제대로 된 랜턴과
수프 그릇을 담은 쟁반을 들고서
들어온 에런 웨슬리는,
쇠창살 한 켠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와
쟁반을 발치에 내려놓습니다.
소피 앤시어:(봄!)
쟁반에 담긴 것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보면,
김이 연하게 피어오르는 묽은 야채 수프와
물 한 잔, 알약 하나,
그리고 환한 랜턴입니다.
에런 웨슬리:하루만에 먹는 식사니까.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준비했어.
소피 앤시어:..저 약은 뭐야? (시선을 약으로 고정한채 운을 띄우곤, 시선을 천천히 올려 시선을 마주하고선 반갑지 않은 티를 낸다.)
에런 웨슬리:아.. 약을 제조받아왔거든. 아 해볼래? (알약을 집어들고는 소피를 응시하다) 소피, 왜 그런 표정이야. ....그렇게 보면 속상해.
소피 앤시어:내 편이라고 말했으면서, 그냥... 꼭 너도, 내가 괴물이라 확언하는 것 같아서. (담담히 말을 뱉어낸다. 속상한 쪽이 누구겠냐는 듯 잠시 쏘아보더니 먹을 생각이 없다는 양 고개를 팩 돌려버린다.)
에런 웨슬리:..소피. 난 네 편은 맞아. 그치만.. 난 직접 봐버렸단 말이야. 네가 앤시어 가의 전 가주를 먹는 걸.
아냐, 소피 미안해. ....네가 괴물이라 생각하지 않아. 난 널 괴물이라고 부르지 않잖아. (네 얼굴을 조심스레 자기 쪽으로 돌리더니 엄지로 볼을 쓸어준다.) 이것만 먹으면 수갑 풀어줄게. 응?
에런 웨슬리는 먼저 알약 하나를
무력한 당신의 입 안에 집어넣습니다.
혀에 닿는 알약에서는
시큼한 향이 납니다.
당신이 그것을 삼키는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서,
에런 웨슬리는 당신의 손을 풀어줍니다.
꼬박 하루를 의식 없이 묶여있던 손목에는
새빨간 자국이 남았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며 아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피 앤시어: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가주를 먹는 걸. 이라는 말이 끝나자 어깨를 움찔하며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목이 풀리자 새빨갛게 남은 자국을 느리게 쓸어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아...무슨 약이야? (아까 분명 약을 만든다고 하긴 했었는데. 한쪽 볼에 약을 문채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꽤나..당당하게! 약의 출처를 물어본다.)
에런 웨슬리:..그냥, 영양제. 네가 기운이 없는 것 같아보이기도 하고. 별 이상한 약은 아냐. 의심한거야 소피? 좀 섭섭한데.. (네 손목을 잡아 느리게 쓸더니 자기 크라바트를 풀어 조심스럽게 묶어줍니다.) 빨리 풀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화났어 소피?
소피 앤시어:아까 진정제라던가, 약을 제조한다던가... 별 말을 다 해놓고선. (투덜대더니, 손목을 스치는 천의 감촉이 간지럽다는 듯 손가락만 꼼질대)
내가, 화낼 이유는... 없지. 그냥, 다 실감이 안나고, 거짓말 같은데 그 말을 하는게 너라서. ...하하, 화도 못내겠어. 정말! (퍽이나 다정한 태도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다, 오래가지 못하고 가라앉은 숨을 내쉬며 다시 침묵을 지켜)
...이제 회의에 들어갈거야? 나는 여기서 기다려야 하고?
말마따나, 내가 징그럽지 않아. 에런? (내가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되지 않을 뿐더러, 막연한 공포감 속에서도 제 편을 들어주는 그의 모습에 아리송하다는 듯, 턱을 괴고서 넌지시 물음을 던진다.)
에런 웨슬리:그렇게라도 말해야 네가 안심할거라 생각했어. 내가 미웠구나.
실감 안나는 건 당연하지. 나도 그 날의 일이 아직 믿기질 않아. ...화내지 마, 소피. 네가 의심한다고 해도.. 난 널 미워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않아. 넌 소피 앤시어니까. (네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어린애 마냥 고갤 부비다가)
가기싫다, 소피... 그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말을 해댈지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 ...응. 너한테 있을 곳은 아니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라.
안징그러워, 소피. 그냥.. 운이 나빴던거야. 뭔가에 홀렸던거겠지.
소피 앤시어:..! 밉다고 말한 적은 없어! (돌연, 고개를 들어 외쳤다. 머뭇대며 다시금 밉지않다며 중얼대고, 눈치를 보듯 손가락만 꼼질댄다. 이내 어깨에 기댄 머리칼에 익숙하게 제 뺨을 눌러 기대고선 머뭇대던 손길로 어깨를 도닥였다.)
...기다리는 것쯤은 할 수 있어. 그냥... (제 입장을 대변하듯, 어쩜 제 생각과 똑같은 말을 뱉어내며 제 편을 들겠노라 말하는 이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벙긋대던 입술이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벙긋댄다. 죄책감인지, 기쁨인지. 안도감인지... 미약하게 요동치는 의심. 그에 대한 죄책감인지. 감정이 거세게 빗발칠수록 쿵쾅대는 제 심장소리가 혹여나 그에게도 들려, 혹여나 불쾌할지. 혹여나 제 말을 거짓이라 의심할지. 떨리는 손끝으로 어깨를 밀어내고 가까스로 미소지어 보인다.) ...기다릴게.
에런 웨슬리:그럼. 식사하고 있어. 나는.. 다른 귀족들에게 네가 괴물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올게. 귀족들이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금방 다녀올거야. 약을 먹었으니까 괜찮겠지.
에런 웨슬리는 웃으며
쟁반을 두고 쇠창살 바깥으로 다시 나갑니다.
가벼운 발걸음이 돌바닥에 딛는 소리와 육중한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멎으면,
다시금 이 안은 조용해집니다.
소피 앤시어:(먺먹,,,)
당신의 앞에는 에런 웨슬리가 가져다준
쟁반 위의 [수프 접시]와, [물 한 잔].
그리고 환한 랜턴이 있습니다.
랜턴은 손잡이가 있어 들고다닐 수 있는 형태입니다.
소피 앤시어:(수프 접시를 .. 봅니다!)
버터향이 풍기는 묽은 야채 수프입니다.
꽤 입맛을 돌게 할 법도 한데,
...어쩐지 그닥 당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옆에는 반짝이는 은 숟가락이 있습니다.
에런 웨슬리의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볼까요?
소피 앤시어:(한숟갈이라도... 머뭇머뭇...숟가락을 들고 건더기를 하나 들어올려요)
수프를 떠서 입안에 넣는 순간.
이유 없이 밀려오는 구역질이
뒷목을 섬뜩하게 만듭니다.
분명 형태도, 맛도 멀쩡한데,
왜?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습니다.
끔찍한 기분이네요.
소피 앤시어:(어떻게든 삼켜내려 목에 힘을 줘 보기도 하고, 결국 이내 웩. 하는 소리를 내며 쟁반 옆에 뱉어낸다. 물로 입을 헹궈요ㅜㅜ)
시원한 물 한 잔입니다.
크리스탈 세공이 더해진 고급스러운 잔에 담겨 있습니다.
이것을 마시려 잔을 입가에 대면,
물이 입 안을 채우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기가 무섭게
온 몸에 거부감이 오소소 돋아납니다.
입 안이 마치 물이 아니라
모래를 삼킨 것마냥 까끌까끌합니다.
음식이 이상한 것인지,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기이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더이상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에런 웨슬리가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
손목은 풀려있고,
쇠창살 틈으로 난 문도 잠겨있지 않습니다.
랜턴을 들면
흐릿한 불빛의 저 너머를 살펴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피 앤시어 당신이 ‘괴물이 아님’을,
당신 스스로도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요.
소피 앤시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에런 웨슬리가 바깥 탁자에
<종이>를 두고 간 것 같네요,
혹시라도 중요한 것이라면 어떡하죠,
가져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소피 앤시어:(종이를 주워?봅니다!)
(기다리겠다고 했는데...하고서 생각하지만, 괴물이라느니 그에 따른 처형이라느니... 바깥 탁자의 종이를 보고, 미약한 충동에 마른침을 꿀꺽 삼켜낸다. 까끌한 목넘김으로 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창살 너머로 걸어나가)
자리에서 어려움 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쇠창살 문을 열고 지하 감옥 복도로 나서면,
당신이 방금 나온 장소 같은 것들이
한쪽 벽면에 즐비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 누구도 갇혀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감시를 서고 있는 인원조차 없습니다.
에런 웨슬리가 손을 쓴걸까요?
당신이 나온 장소를 제한 다른 감옥들은
전부 낡고 오래되었습니다.
벽면에 쭉 엉성한 촛대가 이어져있고,
불은 아주 드문드문 붙여져 있습니다.
왼쪽 복도에는 작은 탁자 위에 뚜껑이 덮인 [수프 그릇]과
[종이 한 장]이,
오른쪽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쇠문]이 있습니다.
소피 앤시어:(종이를 먼저 들어 확인해요~)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모르는 사람이 써내려간 경위서 위에,
확인했다는 의미로 에런 웨슬리의 가문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당신이 포도주를 마시다 잔을 집어던지고서
사람을 죽였다고요?
…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소피 앤시어:(정말? 내가? 이제 정말 그의 말이 거짓이라 어린애같이 투정조차 부릴 수 없을터다. 마주한 진실에 일순, 손에 들어간 힘으로 구겨진 종이를 황급히 펴낸다. 시선을 돌려...수프 그릇을 확인합니다!)
소피 앤시어:(생각이 끝마쳐졌으면 가는 일만 남았지요. 상황과는 맞지않게 여유로운 풍경들에 혼란스럽던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히고, 일어나 오솔길로 향해요)
랜턴을 들고 오솔길을 걸으면,
오솔길은 자주 드나든 것처럼 바닥에 자갈돌들이
고르게 잘 깔려 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사방에서 풍기는 꽃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당신은 무언가 이질감을 느낍니다.
듣기 판정
소피 앤시어: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자갈돌 위를 걷느라 연신 들리던
잘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발걸음을 멈추면.
이 길은 기이할만치 고요합니다.
바람이 나무며 꽃에 스치는 소리가 가끔 날뿐.
입구에서 살랑살랑 춤추던 반딧불이도 보이지 않고
그 흔한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잠시 멈춰서면,
걷는 움직임에 맞춰 연신 달랑거리던 랜턴도
가만 주위를 밝힙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주위를 스치는 소리…
소피 앤시어:(달랑달랑~)
..그리고, 저 앞에 무언가 희끄무레하고
큰 형체가 보입니다.
오솔길로부터 약간 비껴나가게 놓인,
큰 [자루]요.
걸음을 멈춰서지 않았더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뻔 했어요.
소피 앤시어:(자루? 이런 곳에? 비료일까, 하며... 가까이 다가가봅니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요!)
거친 면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검은색 자루입니다.
거의 당신의 체구 만하네요.
자루의 입구 부분은 끈으로 단단히 봉해져있고,
그 커다란 자루의 뒤쪽으로,
오솔길보다 한참 오른쪽 방향으로
향하는 작은 샛길이 보입니다.
만발한 꽃들 사이로 길이 쭉 나 있네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이쪽으로도 성이 보입니다.
이쪽으로 가면 조금 더 빠를 것 같지 않나요?
소피 앤시어:(그런가? 곰곰...생각을 하며 순 호기심으로 자루를 뒤적여요. 비료는 아닌 것 같은데...한 번 끈을 풀어도 봅니다!)
랜턴을 아래로 해 자루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자루는…
검은색인줄만 알았는데.
언뜻 붉은 색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단단히 봉해져 있던 자루가 수많은 것들을
안에 우겨넣었다는 듯
삽시간에 우르르 무너지며
소피 앤시어:(아찔~)
그 내용물이 당신의 신발 위로도 쏟아져 나옵니다.
이건, …
소피 앤시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랜턴의 밝은 주홍 불빛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신체조각들이 비칩니다.
부위도 각양각색,
생김새도 각기 다 다릅니다.
구역질이 언뜻 치밀어 오릅니다.
아니, 구역질이 아닌가요?
지능 판정
소피 앤시어: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틀림없는 식욕입니다.
맞아요. 이 감정은.
아까 붉은 덩어리가 가득한 수프를
먹었을 때 느꼈던 그 기분이요.
자루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떼면,
샛길 바닥은 자갈이 아니라
포슬포슬한 흙으로 덮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딛는 걸음마다
자꾸만 무언가가 툭툭 채입니다.
소피 앤시어:(...무엇인가요?)
무언가 희끄무레한 작은 덩어리입니다.
...이건?
소피 앤시어:(집어봅,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아주 잘게 잘렸지만,
너무나 명확한 생김새에
자세히 볼 필요조차 없네요.
피비린내가 짙은 꽃 향기를 뚫고
날카롭게 코 끝을 스치고서 지나갑니다.
...확실합니다.
살점 조각입니다.
랜턴에 비치는 샛길의 바닥에는
군데군데 이런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활짝 핀 꽃잎이 아름답게만 보이던,
꽃이 만개한 꽃밭이
점차 기괴하게 보입니다.
소피 앤시어:(머뭇..머뭇...인상을 찌푸리고 한참 나아가야 할 샛길을 바라보다, 걸음을 빨리해요)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꽃들만 기괴하게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네요.
앞으로 난 샛길로 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면,
포슬한 흙바닥 위에 뿌려진 살점 조각은
계속되다가 이내 점차 드물어집니다.
고개 든 앞에는 작은 [오두막] 한 채가 있습니다.
그 바로 옆쪽은 성입니다.
어느새 화원에서 벗어날 정도로
빨리 걸어왔던가요.
저 [오두막]은 뭐죠?
이 화원과 마찬가지로,
에런 웨슬리의 성에서 처음 보는 곳입니다.
에런 웨슬리 기능치에 1d5점 추가합니다.
소피 앤시어:3
(언제?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것 같은데. 머뭇대며...오두막의 문을 건드려봐요)
오두막의 옆 쪽에는 키가 크고
나뭇가지가 길게 뻗은 나무 한 그루가
덜렁 서 있고,
이곳부터는 꽃들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화원에서 벗어나는 출구이기도 한가 봅니다.
오두막은 최근까지 잘 관리된 듯
말끔한 생김새고,
문 틈새로 옅은 불빛이 새나옵니다.
혹시 이 안에 에런 웨슬리가 있을까요?
소피 앤시어:(문 틈새로 힐긋 들여다바요~~~)
오두막의 내부는 미묘한 온기가 감돕니다.
문은 쉽게 열리는 것 같나요.
안은 고요합니다.
소피 앤시어:(슬쩍..들어갑니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의자,
작은 [침대]와 벽면에 설치된 아주 긴 선반.
그리고 [옷장] 정도가
이 작은 오두막의 끝인가봅니다.
오두막의 한켠에서 흐린 불씨가
흩어져가는 벽난로가 보입니다.
저것이 미묘한 온기의 출처겠군요.
소피 앤시어:(멀쩡한 내부네요? 사람이 다녀간지 얼마 되지 않았나보다, 그가 에런일까? 의문을 키워가며 고개를 갸우뚱대곤, 책상을 먼저 살펴봐요)
책상 위를 살피면,
위에 깃털 펜이나 양피지 따위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책들이 엉터리로 분류되어 탑이 쌓여 있습니다.
고대 저주의 이해…
저주의 전승…
[동족으로 만드는 법]...
같은 책들인데요.
교육 판정
소피 앤시어: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것들, 전부 금서가 아닌가요?
삿된 책이라며 다 불태워버린지
수백 년이 지났다고
역사서에서 분명 배운 책들입니다.
대체 어디서 난걸까요?
소피 앤시어:이게 왜 이런 곳에...(동족으로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들어 읽어봅니다. ...금서지만? 눈 앞에 있는..책 잘못이에요)
…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죠?
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내용을
접한 소피 앤시어,
SAN C. (0/1)
소피 앤시어: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자료조사 판정
소피 앤시어: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괴물의 식사]를 추가 발견합니다.
소피 앤시어:(ㅜㅜ키퍼 치사빤쓰)
SAN C. (0/1d2)
소피 앤시어: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1
(흥)
(제법 제 혼란에 가중을 가하는 책의 내용에, 떨리는 손으로 책을 내려놓아요. 적어도 이 책의 주인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성급히 행동할 필요가 없을거라 판단하고, 이내 침대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생활의 흔적이 남아있나요?)
푹신해 보이는, 흰색 이불과 흰색 베개,
침대보가 깔린 깔끔한 침대입니다.
에런 웨슬리의 체구에 맞네요.
베개 옆에 얇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
노트는 아주 오래되어,
낡은 표지며 내지의 색이 바랬지만
잘 관리되었는지 깔끔합니다.
소피 앤시어:(침대야, 그 크기로 특정 인물을 추측하기엔 섯부른 단서입니다. ... 애써 생각을 털어내고, 조심스레 노트를 집어들어요)
알아보기 힘든 지나치게 구불구불한 필체입니다.
누구의 필체인지 모르겠어요.
죽 읽으면,
아주 신분이 높은 누군가의
일기 같은 내용입니다.
과연 오래된 노트 답게
당신이 지금 모시고 있는
왕가의 전대 왕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다음은 책의 마지막장입니다.
마지막 글자, 이름의 이니셜은 잉크가 번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소피 앤시어:(젝길~!)
(노트를 더 넘겨도 아무것도 안 나오나요?)
(뿌 ㄱ-)
(너덜너덜...옷장으로 갑니다.)
옷장은 꽤 큽니다.
열어보면…
‘괴물’들이나 입을 법한 불온한 옷들이
한가득입니다.
이런 옷들을 성 근처의
집의 옷장에 잔뜩 걸어두다니.
제정신인걸까요?
소피 앤시어:(...그래요 나갑시다)
오두막에서 나오면,
미약한 온기가 감돌던 공기가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며
소피 앤시어:(생각이 많아졌어요..터덜소피)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흩날립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쪽의 끝에
웅장한 성의 회색 벽이 보입니다.
늘 정문에서만 바라봤었는데,
이렇게 보니 성의 크기에 새삼 위압감이
느껴지지는 않나요?
…여기 어디쯤에 뒷문이 있었는데…
관찰 판정
소피 앤시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잠깐, 저기에 보이는,
성벽의 그늘에 숨은 낡고 녹슨 계단은 뭐죠?
당신이 기억하던 성의 뒷문과는 달리,
한참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검정색 철제 계단이
근처 성벽에 가지런히 나 있습니다.
소피 앤시어:(...가봅니다!기웃)
계단은 높고 폭이 좁아 올라가기에 아슬아슬합니다.
난간조차 잔뜩 녹이 슬어 손을 대기가
꺼림칙하군요.
전문적인 관리를 받은지
아주 오래된 듯한,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잊혀진 계단처럼 보입니다.
…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불안한 소리를 내는
계단을 올라가면 검은색에
뭔가 군데군데 알 수 없는 이물질들이
묻은 두꺼운 철문이 나타납니다.
손잡이는 밀어서 여는 형식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나요?
소피 앤시어:(어...GO)
…
문을 열면 약간 어두컴컴한 내부가 드러납니다.
이곳은?...
다행히 복도나 누군가의 방으로
바로 연결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창고와 같은 건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방금 다녀갔는지
벽에 달린 등불에 붙은 불이 아직 꺼지지 않고
아른아른 흔들리는 중입니다.
소피 앤시어:(흔들흔들~)
(랜턴을 들고, 안을 더 자세히 비춰봐요!)
당신이 문 안으로 완전히 발을 옮기면,
무거운 문이 바로 쾅,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닫힙니다.
소피 앤시어:(꺄~ ㅜㅜ)
귓가를 스치던 바람소리가
일순 정적으로 바뀌고,
이제야 느껴지는 녹슨 쇠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간질입니다.
흐릿한 불빛에 비치는 내부의 모든 사물들이
철제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내딛으면,
바닥에 얕게 고인 물이
첨벙,
하고 사방으로 튀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숙여서 바닥을 확인하면.
당신은 옅은 주홍색 불빛과
회색의 낡은 돌바닥에도 불구하고
그 틈들에 고인 액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이것이 물이 아니라 피군요.
아무래도…
소피 앤시어:(ㅜㅜ)
그냥 창고는 아닌 모양입니다.
어둑어둑한 내부에 눈이 익으면
내부에 쌓인 [상자]들과 철제 [캐비닛],
천으로 덮인 침대 몇 개가 눈에 들어오네요.
바닥에 찰랑찰랑 얕게 고인 피 웅덩이는
쌓인 상자들이 근원지인듯 싶습니다.
저기, 나가는 문처럼 보이는 문도 한 켠에 있습니다.
소피 앤시어:(아까부터 이어지는 처참한 광경들에, 아득하니 눈을 감고 피가 묻어 더러워진 드레스를 애써 품에 안아 들어올렸다가. ...다시 내려놓아요. 다시금 눈을 뜨고선, 확신을 얻어내고자 상자를 열어봅니다.)
짙은 갈색 빛의 나무 상자들입니다.
꽤 많은 수가 흐트러져 배열되어 있습니다.
헝겊 천으로 위가 덮어져 있습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 …
붉은 살점 덩어리들입니다.
상자 안에 얇은 천이 깔려 있고,
살점에서 배어나오는 핏물 탓에
천이며 상자가 모두 축축합니다.
관찰 판정
소피 앤시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식용’과 ‘퇴비용’이라고 나누어
적혀 있는 것들이 보이네요.
‘식용’에는 주로 신체의 부속들이,
‘퇴비용’에는 신체의 표피들이 들어있습니다.
‘퇴비용’이라고 적힌 상자 안에서,
아까 정원을 거닐며 발견했던
살점 조각들과 비슷한 형태의
살점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문득 뱃속이 허기진 것이 느껴집니다.
정신 판정
소피 앤시어: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아무리 이성으로 거부하더라도,
…
…
손 쓸 새도 없이 시야가 깜빡,
점멸하더니…
눈을 떠보면,
입 안에서 짭짤하면서
달콤한 맛이 느껴집니다.
입 안에 이물감이 느껴져요.
..손이며 옷자락도 핏물로 엉망입니다.
지능 판정
소피 앤시어: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d3
소피 앤시어:3
당신이 이 고깃덩이들을
당신의 입 안에 밀어넣고 삼켰다는 것을
인지합니다.
소피 앤시어:(역겹다는 생각이 치고올라, 그 주어를 갈피 잃은채 헤매며 머리를 어지럽힌다. 한참이나 상자를 짚고서 그 안의 내용물을 바라보고,,,더럽혀진 손을 제 옷에 벅벅, 빨개질만큼 문질러 닦으며 뒷걸음질 친다. 짭짤한, 단맛이 섞인 군침을 삼켜내며 인상을 찌푸리고 동요하고...
(몸을 일으켜, 마지막의 마지막의 배려로...곱게 눕혀준 뒤, ...출구로 보이는 문으로 향합니다!)
아마 나가는 문이겠죠. 문제는…
이 문이 어디로 연결될지 가늠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소피 앤시어:(머뭇대다... 피투성이인 손을 다시금 치마자락에 닦아내고 쯧. 하고 혀를 차요. ...문을 열어봅니다!)
문을 조심스럽게 밀면,
무언가 육중한 것이 함께 부드럽게 밀리는 느낌과
함께 붉은 융단이 깔린 계단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그래요, 서서히 드러나요.
아무런 예고 없이 계단의 벽면에
자리한 등불이 기묘하게 일렁이는 푸른 불을 태우고,
짧은 계단의 끝에는, 다시 문이 보입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요?
융단을 걸으며 당신의 신발에 묻었을 화원의 흙이며
아까 밟은 피웅덩이의 흔적을 지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피 앤시어:(그냥 신발을 벗음 안대요? 그래요...벗고 손에 들고 갑시다)
문을 열면,
온화하고 부드러운
에런 웨슬리의 분위기를 연상하는 향이
코 끝을 스칩니다.
어쩐지 날카롭던 신경이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서재네요.
그 안에서도 특별히 책장들에 가려지고 가려진,
모난 구석입니다.
당신이 방금 나온 문도 잘 살피면
책장 같이 생긴 문이에요.
이렇게 생겼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만도 합니다.
서재 내부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서재에는 벽난로 안의 불이
장작을 태우는 소리만이 남습니다.
에런 웨슬리 판정
소피 앤시어:
에런 웨슬리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본래 에런 웨슬리는
서재에 사람을 많이 들이는 성격은 아니었죠.
이런 고요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거죠?
에런 웨슬리에게 물어볼 것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서재 안을 살피면,
정 중앙에 긴 소파 4개가 서로를 마주보고 놓여 있고,
[책장]들이 열과 행을 맞춰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벽의 가운데 쯤에 [벽난로]가
방 안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고,
[창문] 밖이 어둑어둑해보입니다.
소피 앤시어:(서재를 다녀갔을까요? 소파를 먼저 확인해요~)
(ㅎㅎ 책장을 봅니다)
고급진 소파로 보입니다.
에런 웨슬리와 앉아
책을 읽곤 했었죠.
책장에는 오래된 책부터 최근 나온 신간까지
수많은 책들이 고스란히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들이야말로 보석보다 더한 부의 상징이죠.
역시 에런 웨슬리의 서재입니다.
에런 웨슬리 판정
소피 앤시어:
에런 웨슬리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책장을 주르륵 살피면,
…
오두막에서 봤던 것과 같은,
불온 서적은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피 앤시어:(뒤적뒤적...하긴, 그런걸 외부인이 다녀갈 수 있는 곳에 둘 만큼이나 바보는 아니니까요. 온기가 남은 벽난로로 걸음을 옮겨요~)
벽난로의 옆에는 [부지깽이]가 세워져 있고
벽난로의 안에서 [모닥불]이 따닥,
리를 내며 한창 서재 안을 데우는 중입니다.
소피 앤시어:(부지깽이로 모닥불을 뒤져두 대나요?)
모닥불 안에 잘 마른 장작이 타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뜨거울 정도의 온기네요.
태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걸까요?
관찰 판정합니다.
소피 앤시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벽난로와 바닥의 틈새에,
떨어져 있는 흰 종이 한 장을 발견합니다.
소피 앤시어:(...! 주워봅니다~)
(종이를 꾸깃, 손에 쥐고...어둑한 창문으로 다가가요. 밖을 살펴봅니다~)
창문 틀에 달린 금속 장식이 고급스럽습니다.
창문에 가까이 서면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느껴집니다.
잠깐, 창문 바깥에 등불 여러 개가 아른거리네요.
사용인들이 등불을 들고서 정문에 길을 내고 있고,
귀족들이 그 길을 따라 등불이며
화려한 장식들이 달린 마차에 타고 있습니다.
각자의 가문 인장이 새겨진 마차입니다.
회의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요.
… 회의 내용을 완벽하게 합의 본 것 같은 행색들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그런 귀족들을 배웅하고 있는 에런 웨슬리가 있습니다.
…
…
당신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건 착각일까요?
눈을 깜빡이고 다시 바라보면
그저 귀족들을 향해 돌아서 있을 뿐입니다.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에런 웨슬리는 저기 창 밖에 있었으니…
… 아마도 사용인이겠지요.
당신은 대외적으로는 괴물로 확정난 것 같으니
사람의 시선을 피해 숨는 게 좋겠습니다.
은밀행동 판정
소피 앤시어: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무사히 숨었습니다.
사용인인 듯, 정갈한 구두소리가 이어지다가
벽난로 앞에서 멈추는 것 같습니다.
…모닥불이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벽난로를 정리하러 들어온 모양이네요.
그때, 갑자기…
구두소리가 당신 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우당탕!!
당신과 기어코 눈이 마주친 사용인이
손에 들고 있던 책들을 와르르 떨어뜨립니다.
하녀:꺄,,,꺄아아아악!!!!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선 덜덜 온몸을 떨던 사용인은
몇 번 입을 뻐끔뻐끔하더니,
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방 밖으로 뛰쳐나가버립니다.
하녀:괴물이야!!! 괴물이 에런 웨슬리님의 서재 안에 있어요!!!
바깥으로 뛰어가며 소리치는 말이 서재 안까지 요란합니다.
그렇죠. 일이 귀찮게 되었습니다.
사용인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에
금방 이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 것 같습니다.
낭패예요.
소피 앤시어: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복도로 나서면,
다행이 아직 사람들이 몰려들지는 않았습니다.
복도 저 끝 쪽에,
문이 조금 열려 있는 방이 보입니다.
안에 인기척이 있는지 없는지 따위를
살필 시간은 없어요.
우선 서재로부터 벗어나 몸을 숨겨야 합니다.
들어갈까요?
소피 앤시어:(과감한 소피! 들어가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
달콤한 향이 익숙한 체향과 혼재되어
코 끝을 스칩니다.
코에 닿는 향 덕에
어렵지 않게 이 방의 용도를 눈치챌 수 있어요.
에런 웨슬리의 방.
그래요. 이 방은 에런 웨슬리의 방입니다.
당신도 여러 번 들어와 보았던…
그의 방.
그의 방이 서재에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던가요?
문을 열면 문의 양 옆으로 화분이 놓여있고,
그 안에 심어진 것은 비밀 화원에 만개해 있던
꽃들과 같은 종의 꽃입니다.
정면에 커다란 창을 가진 [창문]이 벽에 나 있네요.
...그 외에 방 안은 정갈합니다.
고급스러운 목재로 만들어진 작은 책장,
[책상]과 [침대]…
비스듬히 세워진 전신거울이며
모닥불이 타오르는 벽난로,
중앙의 바닥에 깔린 융단까지.
높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추는 방 안은
생활하기에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소피 앤시어:(...여유를 부릴 때는 아니지만, 뭐라도 더 살펴 보기에 손해 볼 것은 없어요. 책상을 봅니다!
책상 위는 평소보다 너저분합니다.
다 쓰고 아무렇게나 놓여진 만년필이나
뚜껑이 닫히지 않은 잉크통이 눈에 띄네요.
특히, 잘 말린 양피지 더미며
흰 편지 봉투들이 보입니다.
그 수가 상당합니다.
소피 앤시어:(답지 않게... 무의식 중에 잉크 뚜껑을 닫아주다, 핏물이 묻지는 않았을까 뒤늦게 걱정하는 제 꼴이 우스워 실소를 흘려요. 양피지더미나, 편지 봉투를 살펴볼 수 있나요?)
흰 편지봉투들 사이에서
아직 발신인의 직인이 찍히지 않아,
열어보아도 티가 나지 않을법한 무난한 편지봉투를 하나 찾아냅니다.
받는 이는 헤로트 남작,
당신 영지 바로 옆의 조그마한 영지를
차지하고 있는 소귀족입니다.
무난한 사이였었죠.
왜 이 사람에게 편지를?
소피 앤시어:(...열어봅니다!)
… 이게 무슨 말이죠?
꼭…
그가 당신이 괴물로 몰리는 것에,
동조했다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소피 앤시어:(곰곰...더 살펴봅니다!)
편지봉투를 봉인한 인장을 뜯고 나서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편지를 읽었다는 표가 날텐데요,
그래도 읽을건가요?
소피 앤시어:(다 걸린 마당에요... 읽어봅니다)
다른 편지들은 하나같이,
전부.
당신 근처 영지의 귀족들,
당신과 친한 귀족들에게 쓰여진.
당신이 괴물임을 고발하고
신의 영지를 자신이 이어받게 되었음을
알리는 내용의 편지들입니다.
모두 에런 웨슬리가 쓴 것이에요.
에런 웨슬리 판정
소피 앤시어:
에런 웨슬리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편지봉투들에 찍힌 인장이 에런 웨슬리,
이 필체가 잔인하리만치 당신에게 익숙한,
에런 웨슬리의 것임을 눈치챕니다.
에런 웨슬리는 무엇을 위해서,
당신을 괴물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걸까요.
당신의 영지가 탐났던 걸까요?
명예가, 지위가?
혹은 괴물을 친구로 두었었다며
동정이라도 받고 싶었던 걸까요?
당신의 편은 자신 뿐이라던 에런 웨슬리가.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괴물이 먹잇감을 옭아매듯.
당신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고
고립시켜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수많은 편지봉투들이 바로 그 증거예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이,
에런 웨슬리의 부정할 수 없는 배신입니다.
당신은 사회로부터 괴물로 낙인찍혔습니다.
이제 더이상 당신이 괴물인가에 대한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두가 당신을 괴물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SAN C. (1/1d3)
소피 앤시어: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피 앤시어, 괴물은 누구인가요?
괴물 꽃을 키우며 불온한 금서를 소지하고,
인육을 비밀 창고에 모아놓은 사람은.
아니, 괴물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이 곤경에 빠뜨린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에런 웨슬리 판정
소피 앤시어:
에런 웨슬리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을 동족으로 만들고자
당신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고,
광기를 가장해 감금해두고,
자신만이 온전한 당신의 편인체 굴며
당신의 모든 인간 관계를 끊어내고서
당신이 지녔던 그 높은 지위와 명예를 훼손해.
당신을 마침내 처형,
죽음에 이르도록 조장한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에런 웨슬리군요.
이 모든 일들을 에런 웨슬리가 꾸몄습니다.
괴물은 에런 웨슬리입니다.
그가 당신을 자신의 동족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갑작스레 속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올 듯이 울렁입니다.
그 반동으로 손에서
실수로 편지 봉투가 떨어져 내립니다.
툭,
그리고 당신이 편지 봉투를 줍기 위해
손을 뻗기 이전에,
먼저 그 편지 봉투를 줍는
새하얀 장갑을 낀 손이 있습니다.
에런 웨슬리:...멀리까지 나왔네.
그 손의 주인은,
익숙한 구두.
옷 매무새,
와인 병을 든 손이며
미소를 그린 입꼬리까지.
당신이 익히 아는 그입니다.
에런 웨슬리예요.
그가 당신을 마주보며 웃습니다.
…
어디로 들어온거죠?
문득 그가 등지고 선 활짝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그가 괴물이라면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쯤 하지 못할 일도 아닙니다.
부드러운 바람에 창문 곁에 있던 커텐이
펄럭이며 존재를 알리고,
그 앞에 서 부드러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에런 웨슬리의 미소는 참으로.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이질적일만치 아름답습니다.
그가 집어들었던 편지 봉투를
다시 책상 위로 돌려놓습니다.
문득, 시선이 편지 봉투에 다시금 닿습니다.
이 수많은 편지 봉투들은
전부 당신의 인연을 끊어낼 것입니다.
당신을 괴물로 매도하고,
귀족 사회로부터 단절시킬 것입니다.
아니, 이제 당신은 정말 괴물이 될 수도 있겠군요.
에런 웨슬리로 인해서요.
당신의 종적은 그의 시선으로
탐미적일만치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대우하고
애정하는 방식은 참으로,
잔인하고 제멋대로였습니다.
에런 웨슬리:내 편지를 마음대로 보면 어떡해.
그가 웃으며 책장 한 켠에 놓인 깨끗한 와인잔 두 잔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서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에런 웨슬리:모든 걸 다 봤겠네, 그치?
옷 소매와 흰 장갑의 간극에
붉게 그어진 상처가 보입니다.
저 상처로 피를 내어
당신에게 먹였겠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
포도주에 피를 타서 건넸을 것입니다.
아, 참으로 지독하고 괴로운 사랑입니다.
에런 웨슬리의 손에 들린 와인병이 흔들립니다.
당신은 어렵지 않게
저 안에도 에런 웨슬리의 피가
들었을 것임을 직감합니다.
오늘 밤,
그가 건네는 포도주를 마시면
당신은 정말로 괴물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마시지 않는다면,
금서에 적힌 대로 피를 쏟으며 괴롭게 죽어가겠지요.
괴물의 뱃속을 침범하고 나오는 일.
당신은 그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에런 웨슬리:소피 앤시어, 괴물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아? 난 너와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어. 남은 여생이라기 보다는.. 평생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 내가 미워 소피? 난 널 사랑해서 그런거야. ...모든 걸 봐서 알잖아. 그 멍청한 마거리타가 인간인 애인을 동족으로 만들었다가.. 원한을 사서 죽었대. 그런 바보같은 짓을 난 널 위해 기꺼이 했어. 소피, 네 부모님은 네 손으로 없앤거잖아. 나와 함께 영원을 약속해주면 안돼? 네가 아니면.. 난 또 혼자야. 내 이기적인 선택을.. 받아들여주면 안돼, 소피? 인간은 너무 약해. 너와 보내는 시간이 좀 더.. 길었음 좋겠어.
소피 앤시어:널 좋아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치욕스러웠던 순간이 없어. 에린 웨슬리.
... 방법이 그 뿐이라 생각했던걸까? 내게...무언가를 말하고서, 내 의견을 묻기에, 인간이란 존재는 너에게 그저 하등했던 걸까. 애런.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였어. 아마, 다른 길이 있더라면 네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에런, 넌, 날 가장 잘 알아. 그렇지? 그러니까, ....아버지, 어쩌면 가족 보다도 말이야. ...그런 네가, 이 방법이 정말 내게 옳다고 생각한거니?
에런 웨슬리:치욕스럽다니, 소피. 네 의견을 묻기엔.. 네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미쳤냐는 소리도.. 들을 것도 같고. 널 가주로 만들기 위해 보낸 시간, 다 잊은거야? 널 진심으로 사랑해, 소피 앤시어. 그럼, 소피. 내가 누구보다 널 잘 알지.
하하,... 소피. 난 널 소중히 하니까 내 피를 내어준거야. 네가 힘들어할 걸 제일 잘 알지만, 너라면 이겨내 줄거라 생각해
소피 앤시어:애초에...주질 말았어야지.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무력하게 뺏어갈거면, 애초에 멍청이처럼 살아가게 내버려두지 그랬어. 에런.
꼭, 지금이어야 했어? 처참하게 떨어지면 힘없이 네 손을 잡으리라 생각한거야? ...그게 네 애정이야? 내가 믿고, 사랑한다 믿었던, 에런 웨슬리의?
에런 웨슬리:왜,..? 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거야? 너라면.. 기뻐할 줄 알았어. 그냥.. 너라면, 날 이해해줄거라 생각했는데.
(네 반응에 놀랜듯 턱을 당겨 시선을 떨구다가) 지금이 아니면 안됐어, 소피. 지금이어야만 했어. ..처참하게 떨어뜨릴 계획은 없었지만, 내가 옆에 있을테니 괜찮다고 생각했어. ...실망한거야 ? ...이러지마. 너한테만큼은 맹목적인 걸 누구보다 소피 앤시어 너가 잘 알잖아..
소피 앤시어:...진짜,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 너를 만나고서...이번이 제일 최악이야. (설움이 복받쳐 훌쩍이곤)
...있잖아, 에런. 네 욕심에 기어코 내가 죽게 된다면...너는 슬퍼할까?
에런 웨슬리:...울지마, 잘못했어.. (네 울음 소리에 네 앞으로 성큼 걸어와 꿇어 앉아 올려다 본다.) ...응, 널 평생 그리워하며 잊지 못할거야. (자기 손에 들린 와인잔을 바닥에 내려두더니 너와 눈높이를 맞추며 일어나더니 네 뒷목을 감싸 당긴다.) 사랑해, 소피. ...입 맞춰줄래?
소피 앤시어:...너한테 이런 꼴로 그런 말을 들으리라 생각한 적 없어. 꿈 꿔온 순간에, 엉망이잖아. 누구덕에... (눈물 젖은 눈꺼풀만 연신 깜빡여. 망설이다,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당겨진 얼굴에 짧게 입술을 꾹 누르고 떼어내고선.. 엉망인 얼굴로 어색히 웃어보여) ...마실게. 원하는 대답이야?
에런 웨슬리:네가 실망한 만큼 후회하지 않은 선택이란 걸 보여줄게. 내가 장담해, 소피. (엄지로 네 눈물을 문질러 닦아주곤 떨어지는 입술에 네 허리를 힘주어 당기며 제 혀를 우득, 소리를 내어 깨물더니 다시금 소피에게 입을 맞추어 입 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기어코 제 피를 먹이는 에런 웨슬리, 누가 이걸 보고 사랑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입을 맞추는 와중에, 자기가 바보같은 마거리타와 별 차이 없는 '괴물'임을 깨닫는다. 소피도 날 떠날까? 날 평생 원망할까? 에런은 제 피를 넘겨주는 와중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무드를 읽기는 너무나도 초조한 상황이었고, 소피의 기분을 읽기는 너무나도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이었기에.)
소피 앤시어:(아마, 평생토록 후회할지도 모르지. 참으로 지독한 애정이라 생각하며 혀를 옭아오며 파고드는 몸에 팔을 둘러 끌어안는다.
비록 자의가 아니었다고는 하나, 단순한 죽음만으로 제가 지은 천륜의 죄와 살생의 무게를 간단히 떨쳐내는 것은 제가 살아온 섭리와 맞지 않았다. 평생토록 지고갈 죄이리라 생각하며, 찌푸린 표정으로 한참이나 그의 눈을 마주하다 이내 감아버린다.
사실, 모든 것은 핑계고. 이 모든게 제 욕심이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피어오른다. 괴물이 되어서라도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다는, 저가 이해할 수 없는 애정에 좌절하고야 말지만... 그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곁에 있고자 하는 애처로운 그의 속삭임이 달콤하게만 들려와...결국은 입에 고인 그의 혈을 삼켜내고야 만다.
몇차례 목을 울리며 삼켜내고선, 충동이 일기전 끌어안았던 팔을 풀어내 그를 힘껏 밀어내고서 시선을 마주한다. 최악의 첫키스야. 라며 중얼거리곤 숨을 가다듬어) ...널 전처럼 대할 수 없을지도 몰라.
괴물의 피는 혈관을 타고 퍼집니다.
알 수 없는 열기가
온 근육을 강하게 비틀고 쥐어짭니다.
눈 앞의 에런 웨슬리가
뭐라고 말을 거는데.
그 말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괴상한 바람소리가 귀 안에 가득 차오르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습니다.
방금 에런 웨슬리가 뭐라고 했죠?
당신의 이름을 불렀나요?
흐릿한 시야가 뒤집어집니다.
오감이 온통 섞여
천지를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입 안 속 황홀한 피의 잔향은
금새 차오르는 옅은 숨에 떠밀려 사라지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며 기분이 붕 뜹니다.
점차 주변의 모든 상황이 빠르게 인식됩니다.
창 밖에는 흔히 지저귀는
새 한 마리 조차 없으며.
이 방 바깥의 복도에도 지나다니는 이가 없고.
당신의 곁에는 들뜬,
기쁜 숨을 몰아쉬는 괴물이 한 마리 있습니다.
당신의 몸은 인간의 기준으로부터
차차 벗어나갑니다.
당신은 직감합니다.
이것으로 당신도 괴물이 되었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삶이 순식간에 어그러졌다는 것을요.
더이상 인간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마침내 흐릿했던 시야까지
차차 빛을 다시 담아냅니다.
그리고,
괴물로서의 당신의 시야에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에런 웨슬리입니다.
언제 쓰러졌었죠?
당신의 몸이 침대에 뉘여 있습니다.
열린 창 밖으로 새벽달이 보이고,
차가운 바람이 뜨거운 몸에 와닿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은 정말이지 멀쩡합니다.
몸이 기이하리만치 가볍고,
시야가 선명해요.
아주 작은 이질감조차 커다랗게 다가옵니다.
이런 것이 괴물인가요?
당신의 옆에 걸터앉아 있던 에런 웨슬리가
옅게 웃으며 차가운 손을 들어
당신의 목가에 올립니다.
타오를 것 처럼 뜨겁던 몸이
에런 웨슬리에게 닿아 점차 식어갑니다.
에런 웨슬리:소피 앤시어, 정말로 난.. 네가 나와 동족이 되었다는 게 기뻐. 이제 인간으로서의 연은 전부 끊어버리고, 잠적해서 나와 함께 불멸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테니까..
생일 축하해, 소피.
소피 앤시어:...괴물들은 이 날을 생일이라고 하나봐? (눈을 깜빡이며 시야에 오롯이 그를 담고선, 느즈막히 의미를 알 수 없게 웃어보여)
네가 기쁘면 됐어.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원하는대로 되었잖아.
에런 웨슬리:아니, 너의 날을 축하해주고 싶어서. 이런 축하는 처음인데.. 싫었어? (네 손끝을 살포시 쥐고선 손등에 입맞춰준다.) 하고 싶은거? ...그냥 이렇게 옆에 있어주면 돼. 소피. 조금만 알아봐도 조작임이 분명한 증거들에 눈이 멀어 아직 인간인 널... 이 벼랑까지 물고 온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야. ...네 곁은 나뿐이야. 내 곁도 너뿐이고.
소피 앤시어:사실, 잘 모르겠어. 우리 아까까지만 해도 싸우고 있었잖아. 그러기도 처음인데. (느즈막히, 아까의 상황이 우습기라도 했다는 양 푸스스 웃어보이곤)
그냥...그랬어. 축하라면 달갑게 받을게. (손등에 입맞추는 머리칼에 다른 손을 뻗어 느리게 쓰다듬어) 있잖아, 웨슬리로서 쌓아온 너의 공적이 아깝지는 않아?
에런 웨슬리:...내가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다신 그런 일 하지 않을게. 부디 용서해주겠어? (네 마지막말에 눈을 꿈뻑이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소피, 난.. 내 지위와 업무에 아까워하지 않아. 너에겐 거만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여태 이것보다 높은 직위들을 맡아왔는걸. 이런 일에 아쉬워한다고? 전혀. 난 너만 있으면 되니까, 소피. 그러니....
나와 함께하고싶다. 에런 웨슬리와 함께하고싶다. 딱.. 그 말 한마디만 해줘.
소피 앤시어:네 말이니까 믿어볼게. 약속.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새끼 손가락을 척. 든채로 눈 앞에 들이민다. 조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몇년을 공들어 얻어낸게 별 거 아니였다고 말하는거야? 흐응~ (제법 불만스러운 낯을 자아내며 대답하곤, 이내 장난이라며 다시 웃어보인다.) 너라면 그럴만 하니까...
그래서, 그런 네가 나에게 이토록... 조금 신기해.
...너랑 함께 할게, 에런. 그 길밖에 없다는 사실도 잘 알면서. ...그러고 싶어, 내가.
에런 웨슬리:나는 동족인 당신을 포용할 수 있으니까. 모든 걸 잃은 당신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내가 널 가주로 만들어낸 것처럼 괴물로서의 삶을 알려줄게. 그저, 따라오기만 하면 돼. (귓가에 닿는 말들이 모두 괴물의 속삼임들만 같습니다. 당신은... 괴물의 주둥아리에 존재가 천천히 삼켜지고 있어요. 당신을 더듬는 손길이 깊어집니다. 그의 불온한 시선이 당신을 훑어내립니다.) 날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당신은,... 이 비틀린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나요?)
소피 앤시어:그저 따라오라고 한다면, 잘 모르겠어. 길을 알려주는 정도로 충분해. 에런. 여지껏 그랬잖아. 넌 좋은 선생이자 친우였고, 항해할 길을 알려주는 지휘자였으니까. ... (어쩌면, 그 안온에 취해서... 막연한 생각이 뇌를 스쳤으나...이내 그 뒤틀린 애정에 덮이고야 만다.)
네가...그러기를 바란다면. (분명, 보다 나아질 수 있으리라 막연한 희망을 품는다. 저가 어디까지 꺾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갈무리하며 뭐하냐는듯, 내밀었던 새끼손가락을 장난스레 흔들어) 약속 안할거야?
에런 웨슬리:약속해, 소피. (그제야 긴장이 풀어진 듯, 네 앞에서 아이같은 미소를 짓더니 네 새끼 손가락을 걸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