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정말 닮은 것 같은데...역시 본인은 아니지?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신경을 몰두하곤, 부축을 받으며 얼굴을 빤히 바라봐요.) ...누구야?
유한:유한이에요. 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건가요, 수아? (그의 입에선 한없이 다정한 말투로 당신을 그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수아가 아는 그 사람은 분명히 아닌데 말이에요…….
얼굴이 닮으면, 이름도 닮는 법일까요?
한편, 그가 부른 이름은 정확히 ‘수아’의 것입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분명 유한을 닮았어요, 아니 유한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유리관에서 몸을 일으킨 후,
수아는 주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천장, 벽, 바닥, 그리고 수아가 누운 유리 상자와 유한을 닮은 사람.
수아:...으응. (이런 말을 하던 애였나? 갸우뚱,,하곤, 눈을 데록 굴려 천장부터 살펴봐요)
어떤 소설의 뻔한 도입부처럼 눈을 뜨니 낯선 천장입니다.
돌을 깎아 끼워 넣은 천장은,
네, 아무리 눈을 비벼도……
오래된 저택의 부품처럼 보이네요.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칙칙한 회색 돌을 얼기설기 끼운 천장에는,
돌과 돌의 틈새를 따라 기묘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덕분에 잘 보이지 않지만……
돌 위에 무언갈 그리거나, 써둔 것 같습니다.
어쩐지 불쾌함에 속이 메슥거립니다.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눈을 비비고, 이번엔...바닥을 노려봅니다.)
자잘한 돌가루가 굴러다니는 바닥.
청소하지 않은 지 꽤 되었는지 바닥에는
희뿌연 먼지가 쌓였습니다.
그 위로 흐릿하게 발자국이 남아있습니다.
방향도,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던 걸까요?
수아:...?(발자국을 발로 톡톡. 시선을 돌려 저가 누워있던 유리관을 봅니다.)
딱 사람 하나가 누울 수 있는 크기.
직사각형의 유리 상자 안에는 꽃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수아가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꼭, 유리 ‘관’처럼.
에이, 그럴 리가 없죠.
수아는 멀쩡히 살아있잖아요?
관찰력 판정
수아:(손을 꼬물꼬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치워낸 유리 뚜껑이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그곳에 비친 얼굴은……
오, 맙소사.
수아의 이마에 시퍼렇게 멍 자국이 물들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다쳤더라?
지능 판정
수아:(꺄악~ 꼬물대던 손을 올려 이마를 더듬어요)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 보니, 아까, 눈앞의 사람이 무어라고 말했던가요?
“돌아오리라 믿었어, 내 사랑!”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죠.
어디서 돌아왔단 건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어요.
수아:(이마를 더듬대다, 시선을 돌려 저를 부축하던 유한을 바라봐요.) 저기, ...그, 내가 왜 여기 있어? (분명 집이었는데, 돌아왔다는게 무슨 말이야? 라며 여과없이 머릿속의 질문들을 뱉어내)
유리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은 낯익고 낯선 얼굴입니다.
분명히 유한과 닮았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유한이 저런 눈과 표정을 지었던가요?
복장도 19세기에나 볼 법한 어색한 차림새입니다.
금지옥엽,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을 다루듯
수아를 앉혀준 유한은 확연히……
심리학 판정
수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설렘이 가득한 뺨은 주홍빛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유한을 닮은 사람에게 말을 걸면 그는 무척 기뻐합니다.
유한:수아, 여긴 우리 집이잖아요. 좀 지저분하죠? 수아를 데려올 준비를 하느라.. 안 쓰는 방을 부랴부라 마련했어요. 여러 사람이 드나들어야 해서 정리하기가 여의치 않았던건 미안해요. (당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웃어보입니다.)
수아:(볼을 긁적...정작 자신은 그런 기억이 없는데도요...) ...나, 그런 기억은 없는데..요. (유한을 닮은 얼굴이라 존댓말을 쓰기엔 영 어색하지만...어색히 끝말을 붙여본다. 뺨에 닿는 손을 느즈막히 밀어내곤 주위를 두리번대며 다시금 입을 열어)
사람들이 왜요?
유한:아직은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거예요.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이요. 그들이 당신을 내게 되찾아줬거든요. ...(수아가 밀어낸 손을 쳐다보다 네 말에 다시 웃는 낯으로 쳐다봅니다. 더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네요.)
수아:잊은 기억은 없는데...(아마도. 그렇지않나? 고개를 갸웃대고는) ...아까부터 되찾아줬다고 말하는데, 이해를 못하겠어요. (인상을 찌푸리곤 굳이 더 캐물어)
말재주
기준치:
55/27/11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기준치:
55/27/11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한:(유한을 닮은 사람은 대답해주길 꺼리는 기색을 보이다 결국 입을 엽니다.) 요그 소토스라는 신을 모시는 마법사들이 왔어요. 신의 힘을 빌려서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꾸는 사람들인데, 난 수아 당신을 살리기 위해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거든요.
수아:(영 현실과는 달리 붕 뜬 이야기에 눈만 끔뻑이곤) 나를 살려? (문득, 생각난 이마의 멍에 다시 손을 뻗어 이마께를 매만지곤) 미안한데...저기, 정말 모르겠어요. 혹시 서프라이즈 이벤트, 그런거예요?
유한:서프라이즈 이벤트?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고개를 내빼더니 웃음을 터뜨립니다.) 글쎄요.. 나에겐 서프라이즈인 것 같기도하고. 나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유한을 닮은 사람은 말꼬리를 흐리더니 수줍게 고백합니다.)
나를 두고 죽어버린 당신이 야속해서, 당신을 다시 살려냈을 뿐이죠.
수아:...무슨 말,인지...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유한이를 닮았는데, 하는 행동은 영...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그런 그를 바라본다. 제정신이 아닌가? 따위의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저...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유한:여기서 나가다뇨? 당신이 있을 곳은 여기라구요, 수아. 당신은 나의 약혼자잖아요. 그러게, 왜 결혼 하루 전에 죽어버린건가요? 당신이 없는 나의 심정은? (울컥한 듯 말을 뱉다가 이마를 짚고는 떨리는 숨을 진정시킵니다.) 괜찮아요, 수아가 지금 내 앞에 있으니까.
수아:으응, 응..? (전혀 영문모를 말 투성이지만, 바로 앞의 그가 보이는 감정적인 모습에 그를 달래려 손을 뻗는다. 약혼자는 무슨 말이며, 죽었다는건 또 무슨 말인지. 살려낸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뱉어내는 그를 보는 시선엔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지만...일단 이야기는 해봐야하지 않겠어요.) 그, 그래요... 미안해요.
유한:괜찮아요, 깨어나고 초반엔 기억이 불안정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차차 괜찮아질겁니다. 수아 당신이 살아 돌아왔으니.. 나는 그걸로 만족해요.
아니, 오히려 처연하게 설명하더니,
유한:키스해도 될까요?
헛소리까지 합니다.
수아:네? 아, 아뇨? (당황한듯 목소리를 높여 뱉고선 고개를 저어) 아니, 그치만...정말...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조금의 억울함까지 느끼고선) 얼마나 지나서요? 그, 기억이라는거 말이에요. 뭐라고 하던가요?
유한:안돼요? ...정말? (당신의 뺨에 손을 얹으며 엄지로 살살 쓸어줍니다) 글쎄요, 수아 당신이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돌아올까? 잘 모르겠어요. 그런 세세한 것까진 듣지 못했어요. ...난 당신을 이렇게 선명히 기억하는데 왜 처음 본 사람처럼 굴죠? ...(섭섭한 듯 눈을 내리깔며 입술을 꾸욱 다뭅니다)
수아:(사랑으로 기억이 돌아온다던가, 꼭 동화같은 이야기라 생각하며, 첫 인사와는 달리 눈에 띄게 기가 죽은 그를 보며 슬 눈치를 본다.) ...기억이...안나니까? 아무래도. ...저기, 미, 미안해요. (왜 내가 사과하고 있지? 따위를 생각하지만... 거짓됨은 없다고 생각한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이내 시선을 맞추고선) ...해, 해요! 말마따나, 혹시 모르는거잖아요. ..그쵸?
당신이 수락하면,
유한은 수아의 입술 사이를 파고 들어가
혀를 섞기까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행동에 옮깁니다.
수아는 기시감을 느낍니다.
아, 그래요. 이건 분명……
유한의 키스하는 방식과 똑같아요.
게슴츠레 눈을 뜨면,
감긴 유한의 눈꺼풀이 보입니다.
닿은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혀끝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뺨을 부여잡은 손길이 지독하게 다정해서
괴리감이 듭니다.
아, 언젠가,
이런 식으로 키스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한:사랑해요.
입술이 떨어지고 사랑을 속삭이던 목소리는 가히 열정적이었습니다.
머리 위에서 흐드러진 샹들리에 불빛,
귓가로 흐르던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전혀, 처음 보는,
낯선 차림의 유한……
과 똑같은 얼굴.
……이게, 언제의 기억이지?
잠시 숨을 몰아쉬면…….
유한이 이마를 툭 기댑니다.
행복에 겨운 얼굴로 웃으며,
유한:당신이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그리웠어요..
여운에 젖은 지 얼마나 됐을까요.
꼬르륵.
창밖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데,
뱃속에서 작은 천둥소리가 납니다.
수아는 강렬한 허기를 느낍니다.
유한:막 깨어난 직후에는 배가 고플 거라고 하더라고요.
가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니까.
수아:(멍하니 기억을 더듬어보다, 퍼뜩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끄덕여. 제법..무드없지 않았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르기도 하고.) 네, 네에... 같이 먹는거죠?
유한:그럼요, 당신의 약혼자니까요.
유한은 수아를 부축해서, 복도로 데리고 나갑니다.
좁은 복도를 따라 몇 개의 방이 딸려 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집이지만 몸은 익숙하게 바닥을 밟습니다.
조금 더 걸으면 홀이 나타납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좌우로 계단이 둥글게 오르고 있습니다.
현관문은 꽉 닫힌 채인데,
손잡이에는 호박 바구니가 걸려 있습니다.
수아:(넓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어 바깥을 볼 수 없습니다.
천장이 아주 높은 것이, 규모가 꽤 큰 저택 같습니다.
유한이 향하는 곳은 현관 반대쪽 문입니다.
문 틈새로 맛있는 냄새가 새어납니다.
식당에는 고작 두 사람이 식사하기엔
지나치게 긴 테이블과 많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벽에는 그린 이를 알 수 없는
그림 여러 점이 액자에 담겨 있고요.
테이블 위에 깔린 테이블보는 엄숙한 보라색.
그 위로 호박의 얼굴을 깎아 장식한 촛대와 악마를 새긴
나이프, 포크, 스푼이 차례대로 쓰러져 있습니다.
차려진 음식은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둥글고 넓적한 파이 한 그릇과
얕은 접시에 담긴 불그스름한 수프,
황금색의 액체가 출렁이는 잔 하나.
유한:당신이 돌아온 날이니까 성대하게 차려주고 싶었는데, 속에서 안 받을 거래요.
유한은 내심 아쉬운 기색입니다.
먹을 수만 있었다면 두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삼단 케이크라도 만들었을 기세예요.
차려둔 성의도 있으니 식사할까요?
수아:...안그래도 이런 몸으로 먹어도 되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연스레 짧은 웃음을 터트리고선, 고개를 끄덕여)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이는 반죽을 X자 모양으로 엮어,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닮은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이가 담긴 그릇을 끌어오며 유한이 묻습니다.
유한:사과와 호박 중에 뭐가 더 좋아요?
수아:어...뭐든 잘 먹는데, 그러니까...(끄응) 지금은 사과쪽이 좋아요.
행운 판정
수아:
운
기준치:
55/27/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한은 사과 파이 한 조각을 덜어 수아의 그릇에 올려둡니다.
자르르,
윤기가 흐르고 맛있는 냄새가 모락모락 풍깁니다.
바삭한 파이 껍질 안에 든 황금색 꿀과 무른 사과조각이 쏟아집니다.
수아:(와아~)
말랑말랑한 과육이 잇새로 뭉개지고,
다디단 사과 향이 물씬 풍깁니다.
수아:(맛있는 음식 앞에선 기운이 나는 법이니까요! 힘내서 포크를 들고, 콕 잘라 입에 넣어요~)
한 입을 베어 물자
아삭,
경쾌한 소리 대신
아그작.
딱딱한 소리가 납니다.
파이 안에 무언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수아:(정말 무드없는 소리가 났는데! 포크를,,다시 입밖으로 빼내고..확인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수아:(뒤적쓰)
작은 인형이 등장합니다.
도자기로 만든 인형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앙증맞은 크기입니다.
수아:(왜...?)
사과와 꿀, 밀가루로 엉망이 된 가운데
하늘색 눈동자가 눈에 익습니다.
……네,
앞의 유한과 똑같은 차림새를 한 인형입니다.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불쾌감을 동반한 기묘한 그리움을 느낍니다.
유한의 그릇에선 수아와 닮은 인형이 나옵니다.
그것을 만지작거리던 유한은
유한:페브라고 부르는 작은 인형이에요. 행운의 상징이라서, 제게 가장 큰 행운은,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수아:...이라도 나간줄 알았어요. 저. (따라서 도자기 인형을 만지작대곤, 그릇 옆에 세워둬) 그렇게 말해주는건 고마운데... (여전히 알 수 없다며, 작게 종알대)
저기, 제가... 그, 죽었다고 했었잖아요. 그쵸? 그 전에 저희는 말마따나, 약혼한 사이였고... 저는 어쩌다가 죽었던건가요? (제법 무례하다 느껴질법한 질문임을 알고있지만 느즈막히 질문을 던져)
유한: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화났어요? (네 눈치를 살피며 손수건을 당신에게 밀어둡니다.)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고, 사실 잘 몰라요. 내가 당신의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땐 당신은 이미 관 안에 누워있었으니까.
...가져갈건가요? 난 이 인형이 꽤 맘에 드는데.
수아:(손수건을 받아들곤 화난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 그래요? 결혼식 전 날이라고 했죠? 실감은 안나지만... 유한이 아는 수아라는 사람은 어땠어요? 그냥, 저 같았을까요? (스스로가 말하고도 제법 우스운 질문이라 생각한듯 느즈막히 바보같은 웃음소리도 붙여보고)
...아, 제 몫의 인형인줄 알았어요. 돌려드릴까요?
유한:내가 아는 수아요? 네, 그냥 당신이 수아 잖아요. 당신이 무슨 행동이나 모습을 하든, 전 알 수 있어요. 당신이 수아라는 걸. (사뭇 진지하게 대답하다가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아뇨, 가지고 있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디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그거아세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당신이 이렇게 절 경계했거든요. 하기 싫은 정략 결혼이라고 절 붙잡고 투덜거리기도 하셨고.. 파티 때는 제 발을 밟으시곤 어쩔 줄 몰라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셨어요. ..그 날 저희의 첫 키스를 기억하세요? 그 후에는 당신이 마음을 열어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었는데...
수아:(굉장히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법한 대사네. 라는 생각과...꼭 저가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대해주는 태도에 머쓱히 인형을 든 손만 꼼지락댄다.) 그렇다면 그럴게요. 고마워요
...음.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지만...제법 자신다운 모습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가 아는 유한은 아니라 생각하지만...분명 아니겠지만.) 좋아했나보네요. 당신이나, 그...저나. 서로를요. 유한은 정략결혼이라는 사실이 싫지는 않았어요?
유한:전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거든요. 당신이 투덜거리는 것조차 좋았어요. ...그래서 당신을 살려낸 게 아닐까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유한의 이야기 안에는 분명히 수아가 살아 숨 쉬는데,
수아는 전혀 기억나는 바가 없습니다.
유한과 꼭 닮은 얼굴로,
유한과 똑같은 목소리로,
심지어 말투조차 비슷하게 나열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기묘합니다.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수아:누가 왔나봐요. (멀뚱, 조금 당황한 낯으로) 손님이 올 예정이었어요?
유한:아니, 올 손님은 없는데.. 같이 가볼까요? (자리에 일어나서 수아에게 손을 내밉니다.)
수아:같이 가도 되나요? (말마따나, 죽은 사람이라고 했는데...머뭇대다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손을 맞잡아)
문 너머에는 어린아이 두 명이 서 있습니다.
조그만 주근깨가 콧잔등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여자아이는
겉은 검고 속은 붉은 망토를 둘러맨 채 의젓하게 섰고,
눈꼬리가 퍽 아래로 쳐진 남자아이는
쭈뼛쭈뼛 고깔모자의 둥근 챙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차림새가,
평범하진 않네요.
마치……
“Trick or Treat!”
할로윈처럼.
두 아이는 목청을 높여 소리치곤 양 손바닥을 내밉니다.
사탕을 기다리는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반짝합니다.
수아를 말똥말똥 바라봅니다.
수아:오늘이 할로윈이었군요? (말똥말똥 바라보는 시선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손을 잡은 유한을 다시금 올려다보며) 혹시, 아이들에게 줄 사탕이 있나요?
유한:할로윈 축제가 한창이에요. 조심하면 괜찮을 거고……. 너무 누워만 있어도 좋지 않대요. 괜찮으면, 같이 둘러보지 않을래요?
수아:('수아'를 아는 사람일까? 주춤하며 유한의 뒤로 몸을 슬쩍 숨겨보기도 하고...조금 억울합니다!)
나가도 괜찮나요? 뭐라도 가리고 나가야할까요? (그렇게 유한의 뒤에서 저도 그런 인영을 쏘아보기도 잠시, 제법 흥미가 일은듯 고개를 끄덕여)
그러고보니, 그, 저의 다른 가족들에겐 알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유한:글쎄요..., 뭔가 가리고 나가기엔 당신을 볼 수 없는데. 굳이 가려야 할까요? 이대로 가도 좋습니다. ...그건 차차 알려드리려고요. 아직 당신 몸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그렇죠? (수아의 어깨 위에 자신의 겉옷을 벗어 걸쳐줍니다.) 저녁이라 추울 수도 있어요.
수아:차차... (아까의 인영이 있던 자리에 다시금 슬, 시선을 주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말마따나 실감도 나지 않고...뭐, 어때! 라고 단순히 생각을 마무리하고는) 뭐...걸으면서 이야기헤요. 그나저나, 이러면 당신은 춥지 않아요?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어떤 영웅을 흉내 내는 아이,
괴물의 탈을 쓴 남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은 이들이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습니다.
까르륵,
어디서든 웃음소리가 납니다.
유한은 그 광경을 하나씩 짚어주며,
할로윈 축제가 한창이라고 설명합니다.
집마다 속을 파낸 커다란 호박들이 머리만 쌓여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안에 불을 켜 어둠을 밝힙니다.
수아:(신기해~)
문설주마다 주황색, 보라색, 검은색의 깃발이 교차하고
반짝이는 거미와 박쥐 장식이 매달려 있습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이는 날.
죽음을 맞이한, 맞이할 모든 것들의 축제.
할로윈입니다.
어디를 둘러보건 수아에겐 낯선 광경일 겁니다.
비단 기괴하고 괴상한 분장 때문은 아닙니다.
할로윈으로 들썩이는 분위기 때문도 아니에요.
지식 / 역사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낙후된 양식의 벽돌 건물과 울퉁불퉁한 골목길.
불안하게 깜빡이는 희뿌연 가로등…….
시골이라고 표현하기엔 모자란,
빛바랜 사진 속의 한 장면 같은 곳.
시간을 역행하기라도 한 걸까요?
이곳은 분명히,
많이 쳐줘도 19세기, 20세기 초반입니다.
눈을 뜬 이후로 온통 이상한 일의 연속입니다.
수아만을 가위로 오려내,
잘못된 세계에 올려둔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유한은 이 광경에 무척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컴퓨터, 아파트라든가,
2021년에는 흔하다 못해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곳은, 수아가 살던 세계가 아닙니다.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스피커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피리와 캐스터네츠……
손수 연주하는, 처음 듣는 음악이 거리를 수놓습니다.
1. 할로윈의 괴물 오늘 하루, 할로윈의 특별한 괴물이 되어보세요!
2. 대야의 사과 할로윈의 명물! 사과 물기에 성공하고 소원을 이루어보세요.
3. 춤추는 유령 스산한 바람 소리에 맞춰 흔들리는 유령의 춤을 구경하세요.
4. 귀신의 집 귀신! 괴물! 상상 이상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5. 할로우 플라워 텅 빈 곳과 텅 빈 꽃을 보러오세요.
수아:(모든게 낯설기만 하지만..그렇기에 자연스레 흥미도 생깁니다! 1번~)
골목을 두 개 지나고, 건널목을 하나 건너고,
폭이 낮은 계단 여덟 개를 오르면
커다란 천막이 보입니다.
보라색 천막에 주황색 전구가 아롱아롱 매달려 몸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아래로 휘황찬란한 의상들이 차곡차곡 마네킹에 걸려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모두 해골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맥 영감:옷을 보러 오셨수?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음산하게 웃으며 다가옵니다.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와 손목에 달린 갈고리,
수아:네에, 분장 의상을 구경하고 싶어서...
거칠게 찢어진 옷자락까지.
해적 분장을 한 노인의 얼굴에는 그럴싸한 흉터가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코스튬 가게의 주인, 맥 영감입니다.
맥 영감:편하게들 둘러 보시고, 옷은 저기서 갈아입으면 되는겨. 가격표는 옷에 붙어 있으니께 부르지들 말고! 계산할 때 부르게나.
수아:어쩐다, 구경은 왔는데... 갈아입을래요? (힐긋, 유한을 올려다보고)
유한:....좋죠? (얼떨떨한 표정이긴 하지만.. 수아가 하자고 하니까요.)
그는 킬킬,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곤 마네킹 사이로 사라집니다.
어깨 위에 앉은 앵무새 인형이
킬킬, 킬킬, 조잡하게 따라 웃습니다.
마네킹을 둘러본다면, 할로윈 코스튬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맥 영감의 추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아:(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단, 추천을 받으면 무조건(!) 그 옷을 입어야 합니다!
수아:저기, 같이 입을만한 옷도 있을까요? 간단하게요.
맥 영감:
rolling 1d6
(
4
)
=
4
rolling 1d6
(
2
)
=
2
뱀파이어와 수녀가 어떤가! 딱 어울리는구먼!
수아:(수녀복...입어볼 일이 없었지만 흥미는 일어요! 유한은...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한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유한도 바라보고...) 어때요? 어울릴 것 같은데.
유한:뱀파이어요? 할로윈 코스튬을 입어보기는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라...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난감한 듯 표정을 짓다가 당신의 표정을 보곤 머리를 쓸어줍니다.) 그렇게 해요.
코스튬을 고른 후 값을 치릅니다.
재력 판정
수아:
재력
기준치:
10/5/2
굴림:
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수아:어?
수아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돈을 발견합니다.
럭키!
값을 치렀다면 한쪽에 설치된 간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됩니다.
외모 판정
수아:(써도 되는 돈... 맞아!?)
외모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수녀처럼.. 보이진 않네요! 괜찮아요!
수아:(...어색하기만,,,한 꼴로 슬적, 탈의실에서 나와요. 경험에 의미가 있는 법이니까요! ..아마도)
수아:(주저하다 손을 넣어...식기를 천천히 꺼내봐요. 복잡한 제 생각을 덜어내는거라 자기최면이라도 걸어보며, 집중해봅니다!)
이런. 싱크대에 든 것이니 당연히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손을 넣었다 꺼내면
새빨갛게 젖은 팔뚝이 보입니다.
희미한 토마토 냄새와 커피 냄새가 납니다.
피처럼 보이는 액체와 더러운 그릇들.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행운 판정
수아:
운
기준치:
55/27/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쨍그랑!
한눈을 판 탓일까요.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렸습니다.
낡은 사기 조각은 산산이 조각난 채 바닥으로 흩어집니다.
이런, 기물 파손하지 말라고 했는데.
싱크대 안에 든 것을 전부 건져냈다면,
배수구를 볼 수 있습니다.
수아:(ㅜㅜ아,,봅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면……
배수구가 ‘열려’ 있는데도 물이 고여 있다는 걸까요.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럴 수밖에요. 배수구의 틈새에는 검은 머리카락이 잔뜩 엉켜있거든요.
이래서는 물이 빠지려야 빠질 수가 없죠.
…….
…….
잠깐, 머리카락? 누구의?
수아는 문득 목덜미가 간지럽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목을 지나 어깨로 떨어진 것은……
배수구에 엉킨 것과 같은 색의 머리카락입니다.
수아가 고개를 숙이면, 수면에 비친 귀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피로 물든 얼굴,
수아:...아. (아찔해~)
길게 찢어진 입술,
광기에 젖은 눈동자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
수아가 고개를 들면,
머리 바로 위까지 다가온 귀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피로 물든 얼굴, 길게 찢어진 입술,
광기에 젖은 눈동자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
끼긱, 끼기긱,
창문의 유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틉니다.
귀신도 덩달아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화내는 것 같기도 한, 잔뜩 긁힌 목소리.
쏟아진 머리카락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끼익,
바람 소리와는 다른 날카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동시에, 매달린 귀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머리끝까지 솜털이 솟는 오싹함이 지나고,
귀신:날 데리러 왔어?
입이 찢어진 귀신이 수아의 뺨을 거머쥡니다.
수아:...(입을 벙긋대다, 침을 꿀꺽 삼켜내곤 겨우 말을 이어요.) ..나, 나, 나가고 싶어...?
그러다 유한이 들고 있는 보석을 귀신은 발견합니다.
귀신: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귀신은 찢어진 목소리로 길게 비명을 지릅니다.
자신의 보석을 훔치려 한 수아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근력 대항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수아:(눈을 질끈 감아요.)...으..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귀신: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수아:해, 해피 할로윈...!(히잉 가오상해요)
귀신:후후후.
부드럽게 웃곤 다시 천장의 틈새로 들어갑니다.
계속 놀라고, 놀라고, 놀라는 일의 연속을 겪다 보니 진이 다 빠집니다.
이제 드디어 출구입니다.
유한:나가면 뭐라도 먹을까요. 불꽃놀이를 보러 갈요? 아니면 갖고 싶은 건 없어요?
달래다시피 이야기를 건네던
유한은……
어느 순간 조용해집니다.
……어디 갔지?
옆에도, 앞에도, 뒤에도 유한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아:(싫어요. 싫어요. 혼자 있을래요 등... 될대로 투덜대며 중얼대더니, 이내 멎은 그의 목소리에 뒤돌아봐요.)...유한?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고,
기다려봐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찾으러 가야 하나?
어두컴컴한 가운데 혼자 놓이니 왠지 불안감이 커져만 갑니다.
조그만 저택의 모형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관리하는 데다, 안에서 본 모든 풍경은
가짜(정말 ‘모든 풍경’이 가짜였나요?)였으니
심각한 문제는 아닐 거예요.
수아가 고민에 빠진 그때,
누군가 확 손목을 잡아챕니다.
잡아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귀신의 집을 벗어나,
수아와 유한이 나오길 기다리던 악마를 지나쳐,
골목 깊숙한 곳까지 달리고 달립니다.
쾅!
한참 달린 상대가 멈춰 선 것은 막다른 길에 도달하고 나서였습니다.
수아를 담벼락에 밀어붙인 사람은……
당연하지만, 유한이 아닙니다.
유한을 닮은 그 사람도 아니고요.
전혀 다른, 낯설기 짝이 없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
마녀 분장을 한 그는 망토의 깃을 잔뜩 세워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마주친 눈동자에는,
심리학 판정
수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불쾌감이 떠오릅니다.
수아:
운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돌아가세요, 수아.
가까워진 상대가 속삭입니다.
자기소개도, 전후 사정도 생략된 급진적인 발화법입니다.
그는 대화한다기보단 거의 쏟아내다시피 수아에게 지껄입니다.
수아:(가쁜 숨을 몰아쉬곤) 저, 저기...
...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수아, 당신은 분명히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이렇게 길거리를 활보하다니, 무슨 생각이에요?
수아:그야, 유한이 그래도 괜찮다고...(어물대며 말을 잇곤 저도 다급히 그녀의 팔을 잡아요.)
수, 수아를 아는 사람인가요? 돌아간다뇨?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건 불온한 마법이에요. 삿된 신들을 믿는 미친 자들이 펼친…… 끔찍한 짓이라고요.
유한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지금 그를 두고 어떤 소문이 도는지는 아나요?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미쳐서 사이비 교단을 후원하고, 금지된 마법을 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를 말리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이미 어딘가 이상해진 것처럼 포기를 모르더군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당신을 살릴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해서 되뇔 뿐이라 제대로 대화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온 거예요.
수아:나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들으며 연신 고개만 주억여) 하지만,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는 마른 침을 삼키다,
죄책감에 못 이겨 눈꺼풀을 깜빡이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수아…… 당신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해요. 무덤 속으로, 흙 아래로.
비장하게 말합니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내 말이 무참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래야만 해요.
이대로 두었다간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거예요.
그릇된 일이 시작되면 재앙이 닥칩니다. 당신은 세계를 향한 위협이고, 유한에게 닥친 가장 큰 위험이에요.
수아:(내가, 그의 위험이라고...) 그러니까...당신의 말은, 내가 죽어야 해결된다는 의미인가요? 모두?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렇죠, 잘 이해하고 있어요.
수아가 원래 살던 세계 같은 것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는 더 중요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령, 제한시간과 돌아가는 방법 같은 것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유한은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체를 보존하려 애를 썼어요.
죽었을 리가 없다고, 잠든 것뿐이라고 우기곤 했죠.
그러니 사교도들이 심약해진 그를 틈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어요.
저는 유한을 말리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저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래서 저 나름대로 방법을 알아보려 노력했죠.
그들은…… 수아,
당신의 시체를 불태워 먼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먼지를 한데 모으곤,
금지된 마법을 부리기 위해 저택의 빈방을 온갖 모독적인 것들로 채웠어요.
천장과 벽에 마법진을 그리고, 자신의 신을 부르는 송가를 올렸습니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 과정에서 몇 명의 피를 내어야 했는지는, 차마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당신의 육체는 재로, 먼지로 돌아갔고, 영혼은 궤도에 올라가야 할 곳으로 떠나야만 했어요.
그러나 그들이 모든 순리를 어그러뜨렸죠.
돌아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죽었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상 못 할 대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여자도 정확히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수아:(입만 벙긋대요...)
하지만 근래, 죽은 사람을 되살리면 저승에서 온 괴물에게 쫓기게 된다는 소문을 입수했다고 합니다.
SanC(0/1D3)
수아: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그래요, 그 괴물은 ‘섭리를 일그러뜨린’ 수아를 노리고 있던 것입니다.
수아:1
4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어요.
할로윈이 끝나면 열렸던 모든 문은 닫히고, 모든 산 것은 세계에 속박된다고요.
수아, 도망치기 위해선 할로윈을 넘겨선 안 돼요!
수아:...내, 내가... 어떻게해야..? (간신히 입을 열어, 느즈막한 질문을 던져)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당신이 깨어난 곳으로 돌아가세요. 그곳에 ‘문’이 있어요.
그리고 부활의 주문을 거꾸로 외우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거짓된 육체는 다시 먼지가 되고, 문이 열리면
당신의 영혼은 떠날 수 있을 거예요.
부활의 주문은…… 술자가 부활의 상대에게 깊이 품은 염원이에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죠. 그것을 거꾸로,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완벽하게 부정하면 마법은 풀리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마법을 해제하더라도 당신의 시체는 사라지지 않아요.
먼지가 되어 이 세상에, 그 방안에 남아있겠죠.
부활의 마법을 위한 첫 번째 재료는 먼지가 된 당신의 시체입니다.
기회가 있는 이상 유한은 포기하지 못할 거예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러니……
떠날 때, 저택을 불태우세요.
그는 견고하게 말합니다.
먼지도 남지 않도록, 찾을 수 없도록,
이 세상에서 수아의 모든 흔적이 지워지도록.
그렇게 불태워버리라고…….
역설하자면, 완벽하게 유한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잊지 마요. 할로윈이 끝나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어요.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마녀의 망토 자락은 왔던 길을 거슬러 골목을 벗어납니다.
어느덧 수아의 그림자만 남았습니다.
이곳은 가로막힌 길.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아에게도 마찬가지로…….
수아:(...머리 아픈 생각들을 정리하려 제 이마를 짚어. 혼란으로 가빠진 심장 고동과 숨소리를 가다듬으려, 한참을 벽에 기대곤...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일었지만, 할로윈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다던 말에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이내 주먹을 쥔 채로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생각에 침잠하면,
유한:수아?
골목 밖에 선 유한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유한은 멍한 얼굴로 수아를 바라봅니다.
마치 잘못된 것을 보거나,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수아:..아, (혼란스러운 낯을 티내지 않으려 제 손으로 뺨을 만지작대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금 들어올린다.)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어디 갔었어?”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정말 별거 아닌,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진 거예요.
왜, 살다 보면 그런 날이 불쑥 찾아오기 마련이잖아요.
괜히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순간들이.
그때가 꼭 그랬어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왜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토록 별거 아닌 일들이었는데…….
그때는 뭐에 씐 것처럼 맹렬하게 싸우고, 비난하고,
화를 내고, 쌓아뒀던 말들을 토해내고, 종내에는 도망쳤었죠.
유한을 두고 도망쳤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버린 후 돌아갔을 때,
“누나가…… 다신 안 돌아올 줄 알았어요..”
그때도 너는 나를 그렇게 바라봤었는데.
비로소 실감합니다.
이 낯선 기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낯익다고.
수아의 것이 아니지만,
어쩌면 수아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가까이 다가온 유한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놓아주지 않을 듯 단단하게
수아를 붙잡습니다.
유한:당신이, 또 사라져버린 줄 알았어요. 오늘 있었던 일이, 전부 헛것인가 했다구요…….
불안함과 두려움이 물씬 묻어나는 목소리입니다.
유한:왜 날 두고 먼저 갔죠? ....
수아:귀, 귀신이 나와서. 그래서...긴장이 풀릴 때라, 당신도 보이지 않고...너무 놀라서 그만...(그럴듯한 변명을 뱉어내곤, 아까까지의 긴장과 심장 박동이 거짓인 것 마냥 초연해져서는. 그를 바라본다. 연민일까? 문득 차오르는 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동그랗게 뜬 눈을 몇차례 깜빡이곤) 미..안해요.
유한:....당신이 들고 있으라 하던 보석이 사라져서 찾고 오느라.. 당신에게 언질을 줬어요. ....당신이 없다는 걸 깨닫고 찾은 보석은 돌려줬고..., (침묵) 여기서 뭘하고 있었나요..?
수아:못 들었는데. (깜빡) 어...정신이 없었나봐요. 나도 참... (정말 들은적이 없는데, 애타는 표정인 그 탓에 오히려 저가 죄인이 된 기분에 다시금 미안하다는 사과를 덧붙여) 그냥, 정신이 없어서... 그보다, 여기까지 찾아온거예요?
유한:응..., (유한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당신을 와락 껴안습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 곳에 들어가기 전에 차라리 가지말자고 말할걸... 무서웠어요? ....미안해요.
수아:(껴안은 품이 낯설지만, 낯설었던가? 혼란스러운 기억에 그저 마주 안아 등을 토닥인다. 생각나는 이가 있는데, 같은 사람일 수 없는데...) 내가 가자고 한건데... 아, 그치만 정말 보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은건 좀, ...조금 얄미웠어요.
저기, ...이만 돌아갈까요?
위기가 누그러지면 침묵이 내려앉습니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함인지,
유한은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유한:곧 있으면 불꽃놀이가 시작될 건데...
어느새 하늘은 완전한 보랏빛을 띱니다.
멍 자국의 색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시체의 푸르스름한 빛과 더욱 닮았습니다.
유한은 수아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어딘가로 이끕니다.
유한: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곳을 알고 있어요.
수아:...어..(얼른 돌아가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단호하게 떨쳐낼수가 없어 머뭇대더니 이내 힘없는 발걸음으로 그를 뒤따라가)
수아:(우린... 그가 말한 우리에 포함되는 것이 과연 자신이 맞나? 느리게나마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뒤따라간다. 많은 일을 겪었는데, 오히려 처음보다 혼란스러워진 채로 눈만 깜빡여)
유한:.. 이 꽃이 뭔 줄 아나요, 수아?
수아:...(고개를 젓곤) 몰라요.
유한:할로우 플라워예요. 안이 텅 빈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죠.
꼭.. 이맘때에만 피어서 포모나 여신이 할로윈을 기념하기 위해 피운 꽃이라고들 말해요.
감미로운 바람 소리를 따라,
달짝지근한 꽃향기가 퍼져 나갑니다.
수아:...그래요. (신기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은 수아가 아니기에 그를 알 수 없다는 말을...뱉어내지 못하고 삼켜내. 눈만 데록 굴려 그를 한 번 바라보고, 꽃 한송이에 손을 뻗어 살펴보곤) 좋은 냄새가 나요.
유한:할로우 플라워는 특이한 성질이 있어요. 사람의 피에 닿으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발화하거든요..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잔뜩 꺾고 말려서 장작 대신으로 쓰기도 해요.
유한은 꽃을 한 송이 꺾어 수아의 귀에 꽂아줍니다.
바람이 한 번 스치면 노란 물결이 일렁입니다.
가로등 아래 선 것처럼 유한의 뺨도 주홍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은 아직 깜깜합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습니다.
수아:위험한 거 아녜요? (잠깐 놀란듯 말을 뱉어내곤, 문득 아까의 이야기가 떠오른 듯 말을 아껴. 무슨 말을 하면 좋지... 멀뚱히 깜깜해진 하늘만 바라보고)
유한:...괜찮아요, 위험하면 또 한번 구해줄게요.
다들 불꽃놀이 구경을 위해 광장으로 몰려갔는지,
꽃밭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 벤치는 덩그러니 비어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하늘의 색깔로 보건대 10시는 훌쩍 넘은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11시,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부활의 주문이란 술자가 부활의 상대에게 품은 깊은 염원.
가장 듣고 싶었던 한 마디.
오직 유한만 알고 있을 주문입니다.
수아:있잖아요. 유한.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곤) 나를 부활시킨거라고 했잖아요? 정말, 정말 마법같은 일인데... (눈을 데록, 눈치를 보기도 하며) 뭐, 주문같은거라도 외웠나요? 마법진이라던가요.
...그냥, 그냥 문득 궁금해져서요. 나로서는 상상이 잘 안되거든요.
유한:....영원히 내 곁에 있겠다고 맹세해 줘.
(유한이 수아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뺨에 손을 얹습니다.) 그게 주문이에요. (유한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 아녜요. 그의 눈동자가 당신만을 보고 있잖아요. 유한은 당신에게 거짓을 고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만을 기다려왔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죽은 자를 되살리면서까지 바라던 그것.
결국, 돌아가기 위해서 수아는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수아:(느즈막히 웃음을 터트리곤) 뭐야, 주문이 아니라 꼭 사랑고백 같아요. (꼭 처음 마주했을 때 처럼...하하, 소리내서 웃던 웃음 소리를 어색히 갈무리 하고 쓴 웃음만을 지어보여) 그게 당신이 알던 그 수아가 아니더라도요? 당신이 알고, 그...사랑한. 당신의 연인 말이에요.
유한:(당신의 웃음 소리 가운데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이, 유한이 있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곤 입을 꾹 다물고 있네요.) ...내가 알던 수아는 당신이에요. 당신만이 내 수아라고요. ....내가 사랑한, 연인.. 수아요.
당신은 왜, 나의 수아라고 이야기 하지 않죠? 왜 당신을.. 낯선 이 처럼 부르는거죠? ..수아. 당신은 수아가 맞아요.
수아:...아니에요. (표정을 굳히곤 꽤나 단호하게 입을 열어 거절의 의사를 뱉어낸다. 느린 발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뻗은 두 손으로 뺨을 맞잡고 시선을 마주한다. 그러더니, 다시금 웃음소리를 옅게 흘리며)
저기, 알고 있잖아요. 그녀와 내가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는걸요. 왜냐하면...
...저기, 그러니까. 나는 가정을 하는 것 뿐이에요.
유한:....난 알지 못해요. 왜 날 떠날 것처럼 말하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았어요. 미쳤다는 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냐는 말.... 나에겐 당신 뿐이에요. 당신이 없으면 무너지는 것 같아. 그치만.. 수아가 그렇게 말하는 건 좀 힘들어. ....그런 말 안하면 안돼요?
수아:...음! 알았어요. 그만할게요. (울지마요. 라며 장난섞인 말을 덧붙이곤 잡은 손을 놓아주고 다시금 하늘을 바라봐)
불꽃놀이는 언제 시작해요?
하늘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누군가 둥근 구를 굴리는 것처럼,
무대의 배경을 바꿔 끼우는 것처럼 시시각각 시간을 따라 흐릅니다.
유한으로부터 도망치려면 지금뿐일 겁니다.
수아, 도망치기 위해선 할로윈을 넘기지 마세요.
지능 / 아이디어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실 것을 사달라건, 먹을 것을 사달라건……
수아의 부탁이라면
유한은 자리를 비울것입니다.
수아:(툭툭, 소매를 잡아 흔들며 올려다 봐) 저기, 저 목말라요. 아까부터 뭘 마시질 못했더라구요. 생각해보니까.
유한:....그럼 사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줘요. 어디 가면 안돼요, 알겠죠? (수아를 내려다보더니 수긍하는듯 고갤 끄덕입니다. 당부의 말도 잊지않고요.)
수아:(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곤) 고마워요. 조심히 다녀와요?
유한은 곧 수아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수아가 깨어난, 유한과 수아가 함께 살았다던
그 저택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저 아래에 아까 보았던 회청색 지붕이 보입니다.
수아:(그가 사라지는 인영을 보다가, 조심스레 움직여요! 저택으로 갑시다,,!)
언덕을 다시 내달리면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꽃향기가 머릿속을 저밉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죽은 꽃잎이 흩날립니다.
그 모양새가 꼭 불길이 번지는 것 같다고,
모든 것을 불태워야 한다고,
환상과 환청이 겹치고 쌓이며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쇠 비린내가 섞인 호흡과 짭조름한 땀방울이 얼룩집니다.
그렇게 꽃밭을 벗어나기 직전에,
펑!
하늘 위로 화려한 불꽃이 번집니다.
새까만 도화지에 그린 주홍색 꽃.
붉은색 사랑. 노란색 별과 흰색의 리본.
쏘아 올린 불꽃들은 가장 높은 곳으로 비상해
눈 깜짝할 사이 폭발하고, 고운 가루가 되어 추락합니다.
땅으로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선 채 지면에 닿지 못하고 스러집니다
요란한 소리. 화려한 광경. 수아의 얼굴 위로 얼룩덜룩한 색이 물듭니다.
사랑에 빠진 양 붉어졌다가,
물에 빠진 시체처럼 창백해졌다가.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곧 있으면 불꽃놀이가 시작될 거예요.”
“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손을 잡고 있었어요.
유한의 손은 적당히 따뜻했고,
긴장한 탓인지 조금 축축했습니다.
앳된 얼굴. 어린 목소리.
이것은 언젠가의 과거.
불꽃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도
유한은 뺨을 붉히며,
속삭였습니다.
“같이 볼래요?”
유한의 말대로, 그것은 무척 아름다웠고,
수아는 이 광경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수아는 달리고 달려, 저택의 앞에 도착했습니다.
씨근덕거리는 숨이 가파릅니다.
하지만 죽을 것 같다거나,
다시 나자빠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단 뜻입니다.
유한의 마법이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주인이 없는 저택은 당연히 닫혀 있습니다.
높이 솟은 창살과 단단히 잠긴 문이 길을 가로막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걱정되진 않습니다.
수아는 저택의 담벼락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장미 덤불에 사이에 숨겨진 개구멍을 알고 있거든요.
유한이 쫓아올지도 몰라.
어쩌면 조금 초조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누구의 기억인지,
더 이상 의심이 불필요한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개구멍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끔,
뺨 위를 가시가 긁고 지나간 탓에
핏기가 베입니다.
똑바로 서면,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 어떻게 이곳을 잊고 있었을까요.
유한과 수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건만.
수아는 유한과 이곳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조각난 기억들이 실과 바늘을 따라 제자리에 꿰입니다.
저택의 철창 너머로 마주 보았던 일,
어른들 몰래 개구멍으로 빠져나오며 숨죽여 웃었던 일,
저택의 장미를 꺾다 가시에 찔린 손가락과 그것을 머금던 입술.
함께 나누었던 식사, 빨래가 펄럭이던 테라스,
아침 햇살을 만끽하며 뒹굴던 침대,
다리를 교차하고 누워 책을 읽던 소파,
그리고……
그 모든, 찬란한 순간을 함께 한 유한.
두 가지 기억이 뒤섞입니다.
수아가 여태 가지고 있던 기억과 잊고 있었던 새로운 기억.
시작과 끝이 전혀 다른 기억이지만,
수아의 것이 분명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비로소 짐작합니다.
아, 이건, 나의……
할로윈 초저녁,
전생의 유한은 수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자들이 문을 넘나들 수 있는 할로윈에
‘어떤 불온한 마법’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와 산 자의 시간은 그 속도와 방향이 전혀 다른 법이죠.
이미 환생을 거쳐 ‘현재’를 살고 있던 수아의 영혼은
전생의 유한을 까마득하게 잊은 후입니다.
하루아침에 전생으로 끌려가 버린 수아는
낯설지만 낯익은, 유한을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유한의 전생입니다.
전생의 유한은 되살아난 수아를 무척 반기고,
그의 부활을 기뻐합니다.
수아는 새로운 몸이 꽤 불편할 것입니다.
죽은 지 오래된 시체이니 그럴 수밖에요.
물론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므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몸에 익숙해지고 감화될 것입니다.
할로윈이 끝나면 열렸던 모든 문은 닫히고,
모든 산 것은 세계에 속박됩니다
시체 한 구를 고운 잿빛 먼지로 만들고,
주문을 외우면 죽은 사람의 형태와
영혼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지나간 삶이구나.
처음 깨어났던 방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복도 끝에 딸린 창고. 대청소할 시즌이면 몇 번이고 들락거렸던 곳이니까요.
수아에게 이 집의 구조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합니다.
여태 왜 기억해내지 못했던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창고에는 유리관이 하나 놓여 있고,
천장에는 모독적인 언어로 가득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깨어났을 적의 풍경과 조금도 다르지 않지만,
창밖이 어두워진 탓에 좀 더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닫아야 할 문, 피워야 할 불, 먼지로 돌아가야 할 시체.
모든 것이 모였으니 준비는 끝났어요.
선택의 시간입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택을 불태우고, 술자의 주문이자 유한의 염원인
그 “한 마디”를 완전히 부정하면 그만입니다.
이별을 고하는 거예요.
어차피 수아의 운명은 이미 흘러갔잖아요.
한 번 겪은 이별이니 두 번이라고 어려울 것도 없을 겁니다.
수아:(머뭇대며... 들어온 문을 닫고, 주변의 꺠진 유리조각을 주워 손바닥을 그어. 아린 통증과 함께 흐르는 피를 품에 적시다가, 관속으로 손을 내려 떨굽니다.)
수아가 불씨를 붙이면,
바닥은 금세 환하게 타오릅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열렬하고 치열하게.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킵니다.
뜨거운 열기가 치밀고 바닥과 벽,
천장에 열꽃이 핍니다.
타닥타닥,
벽난로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고요히 밤을 지새웁니다.
막 수아에게 불길이 다다랐을 때,
유한:수아!
문가에 선 유한이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이름이 아니라 그저 비명이었습니다.
유한:제발, 제발 나를 떠나지마요. (유한은 불길을 뛰어들며 애원하듯 소리칩니다.) 날 떠나지 않기로 했잖아요. 네? ... 내 곁에 있어요. (유한은 불 속을 헤집고 들어오더니 당신의 앞에 섭니다.) 제발, .... 수아. (유한이 수아를 감싸 안으며 무너져내립니다.)
유한의 염원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주문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불길이 한 차례,
거세게 타오릅니다.
수아, 대답할 차례예요.
수아:...난. (느즈막히 입을 열며 감싸안은 품을 마주 끌어안아. 아마도 저가 아는 이와 같은 사람, 이지만 같을 수 없는. 연민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그의 모습과 목소리에 겹쳐보이는 이가 있기에 더욱 단호해질 수 밖에 없는. 마주 안아 토닥이던 몸을 쓸어내리고, 가슴팍을 느리게 밀어내며) 당신 곁에 남지 않을거야.
(죽음의 순간에 닥친 공포감이나 그를 향한 죄책감, 이별이라는 것에 대한 알량한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교차해 답지않게 눈물 젖은 눈동자로 울먹여) ...충분히 사과했으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래. 그냥...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