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한

할로우 로맨스

철재_ 2022. 8. 12. 14:53

2021.07.17
 
할로우 로맨스
 
KPC 유한
 
PC 수아
 
1_도입
 
어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습니다.
 
수아는 뻔한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릅니다.
 
흐르고, 흐르고, 흘러서…….
 
얼마나 잤더라?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고,
 
본능적인 감각이 잠을 쫓아냅니다.
 
눈을 뜨면 케케묵은 흙냄새가 납니다.
 
일렁이는 주홍색 가로등의 불빛이 창문을 넘고,
 
눈앞의 얼굴을 물들입니다.
 
뺨이 유난히 붉게 달아오른 그는……
 
유한:돌아오리라 믿었어요, 내 사랑!
 
낯설지만 낯익은, 유한을 닮은 사람입니다.
 
수아:내 사랑...? (눈을 깜빡이고, 끄응,,,하며 얼굴을 노려봐요!)
 
수아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 쿵,
 
보이지 않는 벽에 가볍게 이마를 부딪칩니다.
 
건강 판정
 
수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반짝이는 별을 본 듯한 기분이에요.. 어지럽습니다.
 
수아:~...! (아야! 하고 절로 나올 소리를 참아내고, 앞을 더듬어봐요)
 
그다지 세게 부딪힌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아프지?
 
앞은 '무언가'로 덮혀있습니다.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에
 
풀썩,
 
비틀거리던 몸이 맥없이 뒤로 넘어갑니다.
 
유한:수아! 괜찮아요?
 
유한을 닮은 사람은 호들갑을 떨며 투명한 뚜껑을 엽니다.
 
아, 그래요.
 
보이지 않는 벽이란
 
다름 아닌 유리 뚜껑입니다.
 
수아는 지금,
 
유리로 만든 상자 안에 반듯하게 누워있습니다.
 
아니, 방금 쓰러지는 바람에
 
그다지 반듯하진 않네요.
 
상자 안에선 좋은 냄새가 납니다.
 
그야 당연합니다.
 
이렇게……
 
행운 판정
 
수아:
기준치: 55/27/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수히 많은 꽃이 쌓여있는걸요.
 
주황색 꽃잎을 여러 장 겹친 꽃송이가 탐스럽습니다.
 
꿀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노랗고 달콤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유한을 닮은 사람은 뚜껑을 열고, 수아를 일으킵니다.
 
부러질세라, 뭉개질세라, 조심스러운 손길입니다.
 
수아는 부축을 거절하나요?
 
수아:(정말 닮은 것 같은데...역시 본인은 아니지?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신경을 몰두하곤, 부축을 받으며 얼굴을 빤히 바라봐요.) ...누구야?
 
유한:유한이에요. 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건가요, 수아? (그의 입에선 한없이 다정한 말투로 당신을 그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수아가 아는 그 사람은 분명히 아닌데 말이에요…….
 
얼굴이 닮으면, 이름도 닮는 법일까요?
 
한편, 그가 부른 이름은 정확히 ‘수아’의 것입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분명 유한을 닮았어요, 아니 유한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유리관에서 몸을 일으킨 후,
 
수아는 주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천장, 벽, 바닥, 그리고 수아가 누운 유리 상자와 유한을 닮은 사람.
 
수아:...으응. (이런 말을 하던 애였나? 갸우뚱,,하곤, 눈을 데록 굴려 천장부터 살펴봐요)
 
어떤 소설의 뻔한 도입부처럼 눈을 뜨니 낯선 천장입니다.
 
돌을 깎아 끼워 넣은 천장은,
 
네, 아무리 눈을 비벼도……
 
오래된 저택의 부품처럼 보이네요.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칙칙한 회색 돌을 얼기설기 끼운 천장에는,
 
돌과 돌의 틈새를 따라 기묘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덕분에 잘 보이지 않지만……
 
돌 위에 무언갈 그리거나, 써둔 것 같습니다.
 
어쩐지 불쾌함에 속이 메슥거립니다.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눈을 비비고, 이번엔...바닥을 노려봅니다.)
 
자잘한 돌가루가 굴러다니는 바닥.
 
청소하지 않은 지 꽤 되었는지 바닥에는
 
희뿌연 먼지가 쌓였습니다.
 
그 위로 흐릿하게 발자국이 남아있습니다.
 
방향도,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던 걸까요?
 
수아:...?(발자국을 발로 톡톡. 시선을 돌려 저가 누워있던 유리관을 봅니다.)
 
딱 사람 하나가 누울 수 있는 크기.
 
직사각형의 유리 상자 안에는 꽃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수아가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꼭, 유리 ‘관’처럼.
 
에이, 그럴 리가 없죠.
 
수아는 멀쩡히 살아있잖아요?
 
관찰력 판정
 
수아:(손을 꼬물꼬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치워낸 유리 뚜껑이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그곳에 비친 얼굴은……
 
오, 맙소사.
 
수아의 이마에 시퍼렇게 멍 자국이 물들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다쳤더라?
 
지능 판정
 
수아:(꺄악~ 꼬물대던 손을 올려 이마를 더듬어요)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img
 
그러고 보니, 아까, 눈앞의 사람이 무어라고 말했던가요?
 
“돌아오리라 믿었어, 내 사랑!”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죠.
 
어디서 돌아왔단 건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어요.
 
수아:(이마를 더듬대다, 시선을 돌려 저를 부축하던 유한을 바라봐요.) 저기, ...그, 내가 왜 여기 있어? (분명 집이었는데, 돌아왔다는게 무슨 말이야? 라며 여과없이 머릿속의 질문들을 뱉어내)
 
유리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은 낯익고 낯선 얼굴입니다.
 
분명히 유한과 닮았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유한이 저런 눈과 표정을 지었던가요?
 
복장도 19세기에나 볼 법한 어색한 차림새입니다.
 
금지옥엽,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을 다루듯
 
수아를 앉혀준 유한은 확연히……
 
심리학 판정
 
수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설렘이 가득한 뺨은 주홍빛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유한을 닮은 사람에게 말을 걸면 그는 무척 기뻐합니다.
 
유한:수아, 여긴 우리 집이잖아요. 좀 지저분하죠? 수아를 데려올 준비를 하느라.. 안 쓰는 방을 부랴부라 마련했어요. 여러 사람이 드나들어야 해서 정리하기가 여의치 않았던건 미안해요. (당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웃어보입니다.)
 
수아:(볼을 긁적...정작 자신은 그런 기억이 없는데도요...) ...나, 그런 기억은 없는데..요. (유한을 닮은 얼굴이라 존댓말을 쓰기엔 영 어색하지만...어색히 끝말을 붙여본다. 뺨에 닿는 손을 느즈막히 밀어내곤 주위를 두리번대며 다시금 입을 열어)
사람들이 왜요?
 
유한:아직은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거예요.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이요. 그들이 당신을 내게 되찾아줬거든요. ...(수아가 밀어낸 손을 쳐다보다 네 말에 다시 웃는 낯으로 쳐다봅니다. 더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네요.)
 
수아:잊은 기억은 없는데...(아마도. 그렇지않나? 고개를 갸웃대고는) ...아까부터 되찾아줬다고 말하는데, 이해를 못하겠어요. (인상을 찌푸리곤 굳이 더 캐물어)
말재주
기준치: 55/27/11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img
말재주
기준치: 55/27/11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한:(유한을 닮은 사람은 대답해주길 꺼리는 기색을 보이다 결국 입을 엽니다.) 요그 소토스라는 신을 모시는 마법사들이 왔어요. 신의 힘을 빌려서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꾸는 사람들인데, 난 수아 당신을 살리기 위해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거든요.
 
수아:(영 현실과는 달리 붕 뜬 이야기에 눈만 끔뻑이곤) 나를 살려? (문득, 생각난 이마의 멍에 다시 손을 뻗어 이마께를 매만지곤) 미안한데...저기, 정말 모르겠어요. 혹시 서프라이즈 이벤트, 그런거예요?
 
유한:서프라이즈 이벤트?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고개를 내빼더니 웃음을 터뜨립니다.) 글쎄요.. 나에겐 서프라이즈인 것 같기도하고. 나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유한을 닮은 사람은 말꼬리를 흐리더니 수줍게 고백합니다.)
나를 두고 죽어버린 당신이 야속해서, 당신을 다시 살려냈을 뿐이죠.
 
수아:...무슨 말,인지...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유한이를 닮았는데, 하는 행동은 영...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그런 그를 바라본다. 제정신이 아닌가? 따위의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저...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유한:여기서 나가다뇨? 당신이 있을 곳은 여기라구요, 수아. 당신은 나의 약혼자잖아요. 그러게, 왜 결혼 하루 전에 죽어버린건가요? 당신이 없는 나의 심정은? (울컥한 듯 말을 뱉다가 이마를 짚고는 떨리는 숨을 진정시킵니다.) 괜찮아요, 수아가 지금 내 앞에 있으니까.
 
수아:으응, 응..? (전혀 영문모를 말 투성이지만, 바로 앞의 그가 보이는 감정적인 모습에 그를 달래려 손을 뻗는다. 약혼자는 무슨 말이며, 죽었다는건 또 무슨 말인지. 살려낸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뱉어내는 그를 보는 시선엔 여전히 불신이 가득하지만...일단 이야기는 해봐야하지 않겠어요.) 그, 그래요... 미안해요.
그치만 여기 방, 말마따나 지저분하고... 어딘지도 모르겠고...(꿍얼...) 나가서, 나가서 이야기하면 안될까요?
 
유한을 닮은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유한이고, 너는 수아이며,
 
네가 나를 두고 죽어버렸기에
 
요그 소토스라는 신의 힘을 빌려, 다시 살려냈노라고.
 
유한을 닮은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죽었다 살아났습니다.
 
결국, 시체였던 몸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무척 유약합니다.
 
부딪히면 쉽게 멍이 들고, 피를 보며, 상처가 남습니다.
 
심지어 체력도 훅 떨어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수아의 체력을 절반 이상 깎아주세요.
 
자신의 상태, 혹은 현재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면 수아,
 
SanC(0/1D3)
 
수아: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2
 
유한은 재회의 기쁨을 여과 없이 드러내지만,
 
수아는 하나도 기억나는 바가 없습니다.
 
상대가 말하는 죽음조차 겪어본 적 없는
 
타인의 이야기인걸요.
 
.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유한은 수아의 반응을 그러려니 합니다.
 
유한:괜찮아요, 깨어나고 초반엔 기억이 불안정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차차 괜찮아질겁니다. 수아 당신이 살아 돌아왔으니.. 나는 그걸로 만족해요.
 
아니, 오히려 처연하게 설명하더니,
 
유한:키스해도 될까요?
 
헛소리까지 합니다.
 
수아:네? 아, 아뇨? (당황한듯 목소리를 높여 뱉고선 고개를 저어) 아니, 그치만...정말...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조금의 억울함까지 느끼고선) 얼마나 지나서요? 그, 기억이라는거 말이에요. 뭐라고 하던가요?
 
유한:안돼요? ...정말? (당신의 뺨에 손을 얹으며 엄지로 살살 쓸어줍니다) 글쎄요, 수아 당신이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돌아올까? 잘 모르겠어요. 그런 세세한 것까진 듣지 못했어요. ...난 당신을 이렇게 선명히 기억하는데 왜 처음 본 사람처럼 굴죠? ...(섭섭한 듯 눈을 내리깔며 입술을 꾸욱 다뭅니다)
 
수아:(사랑으로 기억이 돌아온다던가, 꼭 동화같은 이야기라 생각하며, 첫 인사와는 달리 눈에 띄게 기가 죽은 그를 보며 슬 눈치를 본다.) ...기억이...안나니까? 아무래도. ...저기, 미, 미안해요. (왜 내가 사과하고 있지? 따위를 생각하지만... 거짓됨은 없다고 생각한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이내 시선을 맞추고선) ...해, 해요! 말마따나, 혹시 모르는거잖아요. ..그쵸?
 
당신이 수락하면,
 
유한은 수아의 입술 사이를 파고 들어가
 
혀를 섞기까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행동에 옮깁니다.
 
수아는 기시감을 느낍니다.
 
아, 그래요. 이건 분명……
 
유한의 키스하는 방식과 똑같아요.
 
게슴츠레 눈을 뜨면,
 
감긴 유한의 눈꺼풀이 보입니다.
 
닿은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혀끝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뺨을 부여잡은 손길이 지독하게 다정해서
 
괴리감이 듭니다.
 
아, 언젠가,
 
이런 식으로 키스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한:사랑해요.
 
입술이 떨어지고 사랑을 속삭이던 목소리는 가히 열정적이었습니다.
 
머리 위에서 흐드러진 샹들리에 불빛,
 
귓가로 흐르던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전혀, 처음 보는,
 
낯선 차림의 유한……
 
과 똑같은 얼굴.
 
……이게, 언제의 기억이지?
 
잠시 숨을 몰아쉬면…….
 
유한이 이마를 툭 기댑니다.
 
행복에 겨운 얼굴로 웃으며,
 
유한:당신이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그리웠어요..
 
여운에 젖은 지 얼마나 됐을까요.
 
꼬르륵.
 
창밖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데,
 
뱃속에서 작은 천둥소리가 납니다.
 
수아는 강렬한 허기를 느낍니다.
 
유한:막 깨어난 직후에는 배가 고플 거라고 하더라고요.
가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니까.
 
수아:(멍하니 기억을 더듬어보다, 퍼뜩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끄덕여. 제법..무드없지 않았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르기도 하고.) 네, 네에... 같이 먹는거죠?
 
유한:그럼요, 당신의 약혼자니까요.
 
유한은 수아를 부축해서, 복도로 데리고 나갑니다.
 
좁은 복도를 따라 몇 개의 방이 딸려 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집이지만 몸은 익숙하게 바닥을 밟습니다.
 
조금 더 걸으면 홀이 나타납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좌우로 계단이 둥글게 오르고 있습니다.
 
현관문은 꽉 닫힌 채인데,
 
손잡이에는 호박 바구니가 걸려 있습니다.
 
수아:(넓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어 바깥을 볼 수 없습니다.
 
천장이 아주 높은 것이, 규모가 꽤 큰 저택 같습니다.
 
유한이 향하는 곳은 현관 반대쪽 문입니다.
 
문 틈새로 맛있는 냄새가 새어납니다.
 
식당에는 고작 두 사람이 식사하기엔
 
지나치게 긴 테이블과 많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벽에는 그린 이를 알 수 없는
 
그림 여러 점이 액자에 담겨 있고요.
 
테이블 위에 깔린 테이블보는 엄숙한 보라색.
 
그 위로 호박의 얼굴을 깎아 장식한 촛대와 악마를 새긴
 
나이프, 포크, 스푼이 차례대로 쓰러져 있습니다.
 
차려진 음식은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둥글고 넓적한 파이 한 그릇과
 
얕은 접시에 담긴 불그스름한 수프,
 
황금색의 액체가 출렁이는 잔 하나.
 
유한:당신이 돌아온 날이니까 성대하게 차려주고 싶었는데, 속에서 안 받을 거래요.
 
유한은 내심 아쉬운 기색입니다.
 
먹을 수만 있었다면 두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삼단 케이크라도 만들었을 기세예요.
 
차려둔 성의도 있으니 식사할까요?
 
수아:...안그래도 이런 몸으로 먹어도 되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연스레 짧은 웃음을 터트리고선, 고개를 끄덕여)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이는 반죽을 X자 모양으로 엮어,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닮은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이가 담긴 그릇을 끌어오며 유한이 묻습니다.
 
유한:사과와 호박 중에 뭐가 더 좋아요?
 
수아:어...뭐든 잘 먹는데, 그러니까...(끄응) 지금은 사과쪽이 좋아요.
 
행운 판정
 
수아:
기준치: 55/27/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한은 사과 파이 한 조각을 덜어 수아의 그릇에 올려둡니다.
 
자르르,
 
윤기가 흐르고 맛있는 냄새가 모락모락 풍깁니다.
 
바삭한 파이 껍질 안에 든 황금색 꿀과 무른 사과조각이 쏟아집니다.
 
수아:(와아~)
 
말랑말랑한 과육이 잇새로 뭉개지고,
 
다디단 사과 향이 물씬 풍깁니다.
 
수아:(맛있는 음식 앞에선 기운이 나는 법이니까요! 힘내서 포크를 들고, 콕 잘라 입에 넣어요~)
 
한 입을 베어 물자
 
아삭,
 
경쾌한 소리 대신
 
아그작.
 
딱딱한 소리가 납니다.
 
파이 안에 무언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수아:(정말 무드없는 소리가 났는데! 포크를,,다시 입밖으로 빼내고..확인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수아:(뒤적쓰)
 
작은 인형이 등장합니다.
 
도자기로 만든 인형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앙증맞은 크기입니다.
 
수아:(왜...?)
 
사과와 꿀, 밀가루로 엉망이 된 가운데
 
하늘색 눈동자가 눈에 익습니다.
 
……네,
 
앞의 유한과 똑같은 차림새를 한 인형입니다.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불쾌감을 동반한 기묘한 그리움을 느낍니다.
 
유한의 그릇에선 수아와 닮은 인형이 나옵니다.
 
그것을 만지작거리던 유한은
 
유한:페브라고 부르는 작은 인형이에요. 행운의 상징이라서, 제게 가장 큰 행운은,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수아:...이라도 나간줄 알았어요. 저. (따라서 도자기 인형을 만지작대곤, 그릇 옆에 세워둬) 그렇게 말해주는건 고마운데... (여전히 알 수 없다며, 작게 종알대)
저기, 제가... 그, 죽었다고 했었잖아요. 그쵸? 그 전에 저희는 말마따나, 약혼한 사이였고... 저는 어쩌다가 죽었던건가요? (제법 무례하다 느껴질법한 질문임을 알고있지만 느즈막히 질문을 던져)
 
유한: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화났어요? (네 눈치를 살피며 손수건을 당신에게 밀어둡니다.)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고, 사실 잘 몰라요. 내가 당신의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땐 당신은 이미 관 안에 누워있었으니까.
 
...가져갈건가요? 난 이 인형이 꽤 맘에 드는데.
 
수아:(손수건을 받아들곤 화난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 그래요? 결혼식 전 날이라고 했죠? 실감은 안나지만... 유한이 아는 수아라는 사람은 어땠어요? 그냥, 저 같았을까요? (스스로가 말하고도 제법 우스운 질문이라 생각한듯 느즈막히 바보같은 웃음소리도 붙여보고)
...아, 제 몫의 인형인줄 알았어요. 돌려드릴까요?
 
유한:내가 아는 수아요? 네, 그냥 당신이 수아 잖아요. 당신이 무슨 행동이나 모습을 하든, 전 알 수 있어요. 당신이 수아라는 걸. (사뭇 진지하게 대답하다가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아뇨, 가지고 있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디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그거아세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당신이 이렇게 절 경계했거든요. 하기 싫은 정략 결혼이라고 절 붙잡고 투덜거리기도 하셨고.. 파티 때는 제 발을 밟으시곤 어쩔 줄 몰라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셨어요. ..그 날 저희의 첫 키스를 기억하세요? 그 후에는 당신이 마음을 열어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었는데...
 
수아:(굉장히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법한 대사네. 라는 생각과...꼭 저가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대해주는 태도에 머쓱히 인형을 든 손만 꼼지락댄다.) 그렇다면 그럴게요. 고마워요
...음.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지만...제법 자신다운 모습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가 아는 유한은 아니라 생각하지만...분명 아니겠지만.) 좋아했나보네요. 당신이나, 그...저나. 서로를요. 유한은 정략결혼이라는 사실이 싫지는 않았어요?
 
유한:전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거든요. 당신이 투덜거리는 것조차 좋았어요. ...그래서 당신을 살려낸 게 아닐까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유한의 이야기 안에는 분명히 수아가 살아 숨 쉬는데,
 
수아는 전혀 기억나는 바가 없습니다.
 
유한과 꼭 닮은 얼굴로,
 
유한과 똑같은 목소리로,
 
심지어 말투조차 비슷하게 나열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기묘합니다.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수아:누가 왔나봐요. (멀뚱, 조금 당황한 낯으로) 손님이 올 예정이었어요?
 
유한:아니, 올 손님은 없는데.. 같이 가볼까요? (자리에 일어나서 수아에게 손을 내밉니다.)
 
수아:같이 가도 되나요? (말마따나, 죽은 사람이라고 했는데...머뭇대다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손을 맞잡아)
 
문 너머에는 어린아이 두 명이 서 있습니다.
 
조그만 주근깨가 콧잔등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여자아이는
 
겉은 검고 속은 붉은 망토를 둘러맨 채 의젓하게 섰고,
 
눈꼬리가 퍽 아래로 쳐진 남자아이는
 
쭈뼛쭈뼛 고깔모자의 둥근 챙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차림새가,
 
평범하진 않네요.
 
마치……
 
“Trick or Treat!”
 
할로윈처럼.
 
두 아이는 목청을 높여 소리치곤 양 손바닥을 내밉니다.
 
사탕을 기다리는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반짝합니다.
 
수아를 말똥말똥 바라봅니다.
 
수아:오늘이 할로윈이었군요? (말똥말똥 바라보는 시선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손을 잡은 유한을 다시금 올려다보며) 혹시, 아이들에게 줄 사탕이 있나요?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현관문 손잡이에 호박 바구니가 걸려있네요.
 
할로윈을 대비해 사탕을 넣어뒀나봅니다.
 
유한:아이들에게 줘도 좋아요.
 
수아:제가 줘도 괜찮아요? (와아~ 하며 제법 즐거운 기색을 보이곤, 바구니의 사탕을 한주먹 쥐어 모자에 조심스레 담아줘요)
 
여자아이:해피 할로윈!
 
정겹게 인사하곤 다음 골목을 향해 후다닥 뛰어갑니다.
 
수아:해피 할로윈! (손 붕붕)
 
아이들이 떠나고, 열린 문 너머로 바깥의 풍경이 보입니다.
 
푸르른 하늘은 붉은 태양을 덧칠해 노란빛으로 물들었고,
 
끄트머리부터 천천히 자줏빛 멍 자국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곧 완전한 밤이 무르익을 것입니다.
 
때 이르게 켜진 가로등은 모두 호박을 닮은 주황색입니다.
 
골목마다 박쥐와 거미 장식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얼굴을 파낸 호박,
 
잭 오 랜턴이 널려 있습니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할로윈입니다.
 
할로윈 특유의 시끌벅적함으로 물든 거리가 현란합니다.
 
그리고,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들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집요한 시선을 느낀 탓입니다.
 
마녀 분장을 한 그는 망토의 깃을 세워둔 채라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드러난 눈동자에 담긴……
 
심리학 판정
 
수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불쾌감.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이건만,
 
그 사람은 분명히 수아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수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인 걸까요?
 
유한은 시선을 느끼지 못한 모양입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주홍색으로 물든 얼굴로 말가니 웃어 보입니다.
 
유한:할로윈 축제가 한창이에요. 조심하면 괜찮을 거고……. 너무 누워만 있어도 좋지 않대요. 괜찮으면, 같이 둘러보지 않을래요?
 
5_끊기
 
수아:('수아'를 아는 사람일까? 주춤하며 유한의 뒤로 몸을 슬쩍 숨겨보기도 하고...조금 억울합니다!)
나가도 괜찮나요? 뭐라도 가리고 나가야할까요? (그렇게 유한의 뒤에서 저도 그런 인영을 쏘아보기도 잠시, 제법 흥미가 일은듯 고개를 끄덕여)
그러고보니, 그, 저의 다른 가족들에겐 알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유한:글쎄요..., 뭔가 가리고 나가기엔 당신을 볼 수 없는데. 굳이 가려야 할까요? 이대로 가도 좋습니다. ...그건 차차 알려드리려고요. 아직 당신 몸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그렇죠? (수아의 어깨 위에 자신의 겉옷을 벗어 걸쳐줍니다.) 저녁이라 추울 수도 있어요.
 
수아:차차... (아까의 인영이 있던 자리에 다시금 슬, 시선을 주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말마따나 실감도 나지 않고...뭐, 어때! 라고 단순히 생각을 마무리하고는) 뭐...걸으면서 이야기헤요. 그나저나, 이러면 당신은 춥지 않아요?
 
5_끊기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어떤 영웅을 흉내 내는 아이,
 
괴물의 탈을 쓴 남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은 이들이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습니다.
 
까르륵,
 
어디서든 웃음소리가 납니다.
 
유한은 그 광경을 하나씩 짚어주며,
 
할로윈 축제가 한창이라고 설명합니다.
 
집마다 속을 파낸 커다란 호박들이 머리만 쌓여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안에 불을 켜 어둠을 밝힙니다.
 
수아:(신기해~)
 
문설주마다 주황색, 보라색, 검은색의 깃발이 교차하고
 
반짝이는 거미와 박쥐 장식이 매달려 있습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이는 날.
 
죽음을 맞이한, 맞이할 모든 것들의 축제.
 
할로윈입니다.
 
어디를 둘러보건 수아에겐 낯선 광경일 겁니다.
 
비단 기괴하고 괴상한 분장 때문은 아닙니다.
 
할로윈으로 들썩이는 분위기 때문도 아니에요.
 
지식 / 역사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낙후된 양식의 벽돌 건물과 울퉁불퉁한 골목길.
 
불안하게 깜빡이는 희뿌연 가로등…….
 
시골이라고 표현하기엔 모자란,
 
빛바랜 사진 속의 한 장면 같은 곳.
 
시간을 역행하기라도 한 걸까요?
 
이곳은 분명히,
 
많이 쳐줘도 19세기, 20세기 초반입니다.
 
눈을 뜬 이후로 온통 이상한 일의 연속입니다.
 
수아만을 가위로 오려내,
 
잘못된 세계에 올려둔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유한은 이 광경에 무척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컴퓨터, 아파트라든가,
 
2021년에는 흔하다 못해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곳은, 수아가 살던 세계가 아닙니다.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스피커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피리와 캐스터네츠……
 
손수 연주하는, 처음 듣는 음악이 거리를 수놓습니다.
 
1. 할로윈의 괴물 오늘 하루, 할로윈의 특별한 괴물이 되어보세요!
 
2. 대야의 사과 할로윈의 명물! 사과 물기에 성공하고 소원을 이루어보세요.
 
3. 춤추는 유령 스산한 바람 소리에 맞춰 흔들리는 유령의 춤을 구경하세요.
 
4. 귀신의 집 귀신! 괴물! 상상 이상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5. 할로우 플라워 텅 빈 곳과 텅 빈 꽃을 보러오세요.
 
수아:(모든게 낯설기만 하지만..그렇기에 자연스레 흥미도 생깁니다! 1번~)
 
골목을 두 개 지나고, 건널목을 하나 건너고,
 
폭이 낮은 계단 여덟 개를 오르면
 
커다란 천막이 보입니다.
 
보라색 천막에 주황색 전구가 아롱아롱 매달려 몸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아래로 휘황찬란한 의상들이 차곡차곡 마네킹에 걸려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모두 해골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맥 영감:옷을 보러 오셨수?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음산하게 웃으며 다가옵니다.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와 손목에 달린 갈고리,
 
수아:네에, 분장 의상을 구경하고 싶어서...
 
거칠게 찢어진 옷자락까지.
 
해적 분장을 한 노인의 얼굴에는 그럴싸한 흉터가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코스튬 가게의 주인, 맥 영감입니다.
 
맥 영감:편하게들 둘러 보시고, 옷은 저기서 갈아입으면 되는겨. 가격표는 옷에 붙어 있으니께 부르지들 말고! 계산할 때 부르게나.

 

 
수아:어쩐다, 구경은 왔는데... 갈아입을래요? (힐긋, 유한을 올려다보고)
 
유한:....좋죠? (얼떨떨한 표정이긴 하지만.. 수아가 하자고 하니까요.)
 
그는 킬킬,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곤 마네킹 사이로 사라집니다.
 
어깨 위에 앉은 앵무새 인형이
 
킬킬, 킬킬, 조잡하게 따라 웃습니다.
 
마네킹을 둘러본다면, 할로윈 코스튬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맥 영감의 추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아:(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단, 추천을 받으면 무조건(!) 그 옷을 입어야 합니다!
 
수아:저기, 같이 입을만한 옷도 있을까요? 간단하게요.
 
맥 영감:
rolling 1d6
 
(
4
 
)
 
 
=
4
rolling 1d6
 
(
2
 
)
 
 
=
2
뱀파이어와 수녀가 어떤가! 딱 어울리는구먼!
 
수아:(수녀복...입어볼 일이 없었지만 흥미는 일어요! 유한은...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한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유한도 바라보고...) 어때요? 어울릴 것 같은데.
 
유한:뱀파이어요? 할로윈 코스튬을 입어보기는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라...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난감한 듯 표정을 짓다가 당신의 표정을 보곤 머리를 쓸어줍니다.) 그렇게 해요.
 
코스튬을 고른 후 값을 치릅니다.
 
재력 판정
 
수아:
재력
기준치: 10/5/2
굴림: 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수아:어?
 
수아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돈을 발견합니다.
 
럭키!
 
값을 치렀다면 한쪽에 설치된 간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됩니다.
 
외모 판정
 
수아:(써도 되는 돈... 맞아!?)
외모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수녀처럼.. 보이진 않네요! 괜찮아요!
 
수아:(...어색하기만,,,한 꼴로 슬적, 탈의실에서 나와요. 경험에 의미가 있는 법이니까요! ..아마도)
 
유한은 아직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맥 영감이 기다린 것처럼 제안합니다.
 
맥 영감:잘 어울리는구만! 그럴싸하게 분장도 해보는 건 어떤가?
 
그리곤 곧 큰 소리로
 
맥 영감:메기! 메기!
 
누군가 부릅니다.
 
맥 영감의 부름에, 마네킹 틈새에서 무언가 만들던 소녀가 후다닥 뛰어 나옵니다.
 
얼룩덜룩 물감이 묻은 앞치마와 손에든 자그만 인형,
 
팔레트 따위를 통해
 
소녀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할로윈 축제를 맞아 흉터 분장 따위를 그려주고
 
돈을 받는 모양입니다.
 
수아:아, 아녜요. 과하게 차리기엔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양하고, 유한을 기다려요...)
 
소녀는 시무룩하니
 
소녀:즐거운 할로윈 되세요.
 
인사를 건네곤 뒷걸음질 쳐 사라집니다.
 
수아:(미안해라~....)
(그렇지만..유한이 나왔을 때 한껏 즐기는 제 모습을 보여주기엔...아직 부끄럽지 않나요!? ... 서서 기다립니다..)
 
탈의실 옆에 작은 화장대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거울 속 수아의 얼굴은 기억과 비슷합니다.
 
아니, 조금 다른가?
 
현실의 유한과 눈앞의 유한이 닮았지만,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이라고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딱 그 정도의 차이가 집니다.
 
같은 색깔의 머리카락,
 
같은 색의 눈동자,
 
수아:(괜히 볼을 만지작...)
 
같은 모양새의 이목구비.
 
하지만 수아의 얼굴은 아닌…….
 
어라, 이거, 누구의 얼굴이지?
 
새삼스러운 괴리감이 수아를 흔듭니다.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뒤에서 다가온 손길이 부드럽게 어깨를 붙잡습니다.
 
유한:수아.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유한과 닮은,
 
그러나 유한은 아닌, 스스로 유한이라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곳으로 걸음을 떼기 전,
 
수아는 다시 한번 거울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의도한 것도, 의도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고개가 돌아갔습니다.
 
그곳에 담긴 얼굴은 어쩐지……
 
처음보다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내 몸인 것처럼…….
 
거울 속 수아는,
 
제법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구불구불한 길목을 걷고 걸으면 좌우로 주홍색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집니다.
 
야트막한 울타리를 따라 모퉁이를 돌면
 
광장입니다.
 
정중앙에, 음산한 해골 장식을 덧댄 분수에서
 
새빨간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사람들이 샘솟는 피를 잔에 담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달콤한 향기가 허공을 떠다닙니다.
 
분수대에서 샘솟는 피의 정체는 체리와 설탕을 섞어 만든
 
할로윈 특제 주스입니다.
 
분수대 근처에는 먹을 것들이 산처럼 쌓인 테이블이 있습니다.
 
사과 캐러멜, 설탕물을 입힌 사과 사탕,
 
애플파이, 눈알 모양의 마시멜로와 거미 모양의 쿠키,
 
뇌처럼 구불거리는 토마토 스파게티, 견과류와 향신료를 더해
 
특이한 맛이 나는 사이다, 고양이 모양 젤리,
 
그리고 손가락만 한 작은 케이크들.
 
특이한 점이라면 모두 무료라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먹고 싶은 과자를 실컷 먹고 있습니다.
 
그 탓일까요? 광장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때, 사람이 북적이는 골목에서 누군가 휙 튀어나옵니다.
 
남자아이:달려!
 
요란한 흙먼지와 함께 술래잡기 중인 아이들입니다.
 
가장 처음 달려나간 녀석이 수아의 어깨를 밀치고 지나갑니다.
 
근력 / 민첩 판정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대로 균형을 잡거나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 맙니다.
 
탁,
 
벗겨진 신발이 저 멀리 나뒹굽니다.
 
유한은 신발을 주워들곤 수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습니다.
 
신발을 신겨주고,
 
안색을 살피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유한:괜찮아요?
 
수아:괜찮아요. 조금 놀랐는데...(자연스러운 친절에 괜히 머쓱한듯 몸을 뒤로 물리곤) 저맘때 아이들이 으레 그렇잖아요. 보기 좋네요~
 
속삭이는 목소리는 무척 익숙한 것.
 
신발 끈을 매듭짓는 손가락마저 눈에 익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선 후,
 
손을 내민 유한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로등의 불빛이 바로 위에서 떨어진 탓에
 
눈이 부셨기 때문입니다.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도 유한이 이렇게 손을 내밀었었죠.
 
사람이 북적거리는 축제.
 
가을이 아니라 봄.
 
밤이 아니라 환한 낮.
 
색색의 꽃잎이 흩날리던 거리에서,
 
사람이 많으니 손을 잡자던 유한.
 
붉어진 뺨이 괜스레 마음을 술렁이게 하던…….
 
이건, 언제의 기억이지?
 
적어도 수아의 기억은 아닙니다.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하나 같이 입에 사과를 물고 있습니다.
 
얼굴이 흠뻑 젖은 아이도 자주 보입니다.
 
축축해진 앞머리를 한 채, 친구나 부모에게 무어라 실컷 자랑합니다.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요셉:내 사과가 제일 크지!
 
부모:그럼, 요셉은 커다란 사과를 물었으니 꼭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유한:사과 건지기예요. 물 위를 떠다니는 사과를 이로 물어서 꺼내면 되는 간단한 게임인데, 관심 있어요?
 
유한이 타이밍 좋게 설명합니다.
 
수아:아아..그래서. (흠뻑 젖은 아이들의 앞머리를 보며, 빌린 코스튬을 내려다봐) 다 젖지 않을까요?
 
유한:코스튬은 값을 지불했으니까, 괜찮아요.
 
커다란 목소리가 두 사람을 부릅니다.
 
남자:어이, 거기 누나! 한 번 해보고 가! 할로윈인데 사과는 하나 먹어야지.
 
덩치가 커다랗고 근육으로 울퉁불퉁한 남자입니다.
 
춥지도 않은지 민소매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있습니다.
 
사과를 연상시키는 빨갛고 둥근 코가
 
지독하게 우스꽝스럽습니다.
 
수아:엇..(누나가 아닌 것 같은데. 게슴츠레 쳐다봐요!) 재밌어 보아긴 하지만...당신은 안해요?
 
유한:나는 이미 많이 해봐서.., 당신이 한 번 해보면 좋겠는데.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니까, 난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남자의 옆에는 커다란 대야가 놓여 있습니다.
 
새빨간 사과가 둥둥 떠다닙니다.
 
사과 건지기의 호객 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수아에게 친근한 척을 하며 한번 하고 가라고 종용합니다.
 
남자:오늘은 이승과 저승이 가장 가까운 날이잖아. 자비로운 포모나 여신에게 소원을 빌면, 정말로 이루어진다니까.
 
남자는 정말 신의 존재를 믿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할로윈이니, 돈은 필요 없다며 통 크게 웃습니다.
 
수아:으음...좋아요. 까짓거..!(라고 당차게 말하고선, 흘러내린 머리칼을 뒤로 모아 넘기며 주먹을 쥐어보여)
 
대야를 탕탕 두드리곤
 
남자:좋은 생각이야! 자자, 이리 오라고. 내가 특별히 팁을 하나 주지.
 
수아:(귀쫑긋)
 
남자:너무 세게 깨물면 안 돼. 그러면 베어 물게 되거든.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만. 강약을 조절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야. 아픈 듯 아프지 않게. 알지?
 
수다스럽게 떠듭니다.
 
수아:...모르겠는데. (물음표만 가득 띄운 표정으로, 그렇구나.하고 호응해)
 
고개를 숙여 대야를 내려다보면, 맑은 물이 일렁입니다.
 
사과가 천천히, 둥실둥실 그 위를 떠다닙니다.
 
코끝에 잠이 확 깰 만큼 차가운 물이 닿고,
 
입술에 매끄러운 사과의 표면이 부딪힙니다.
 
자, 깨물어주세요!
 
수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과를 조금 깨뭅니다.
 
고개를 들자
 
달랑달랑,
 
따라 올라옵니다.
 
10월의 사과는 향긋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머리가 축축해졌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남자는
 
남자:꽤 하는데!
 
수아를 거하게 칭찬하곤 사과를 어떻게 해줄지 묻습니다.
 
남자:물론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 하지만 원한다면 설탕물을 입혀서 사탕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어.
 
수아:~...! (남자에게 하이파이브라도 하자는 듯 손바닥을 내밀어요)
 
남자:이것도 꽤 별미거든. 아니면 내가 한 손으로 사과즙을 짜내는 장관을 구경시켜줄 수도 있고!
오~! 누나 좋은 사람인걸~! (하이파이브!)
 
수아:(물었던 사과를 손으로 쥐곤) 사탕쪽으로 해줄 수 있어요?
 
남자는 설탕물을 입힌 사과를 건네며 손을 붕붕 흔듭니다.
 
다음에 또 오라는 말을 하고서요.
 
잇자국이 남은 사과를 건네받으면 때마침 바람이 휑하니 붑니다.
 
물결이 출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소리가, 물소리가,
 
물소리가 들리고……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누, 누나…….”
 
흥건하게 젖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야는 어쩐지 가물가물합니다.
 
이목구비가 흐릿해 누구의 얼굴인지
 
통 알아볼 수 없는데도,
 
알 수 있었습니다.
 
유한이 울고 있습니다.
 
울리고 싶었던 게 아닌데.
 
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유한:수아.
 
유한이 조심스럽게 손을 잡습니다.
 
퍼뜩,
 
정신을 차리면 다시 물속에 처박힐 듯
 
대야에 가까워진 얼굴이 보입니다.
 
시야가 가물가물하더라니,
 
흔들리는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유한:괜찮요? 피곤하면 좀 쉬어도 되는데.
 
걱정이 담뿍 묻어난 목소리는 건조하게 말라 있습니다.
 
수아:어라... (멀뚱히 고개를 떼고선) 아녜요. 피곤한건 아니라... (유한이의 목소리였던가?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북적이는 광장을 지나,
 
건널목을 건너고 오른쪽으로 꺾고
 
왼쪽으로 걸으면 한적한 공원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광장에 모여 놀고,
 
떠들고, 웃으며 춤을 추는 등,
 
먹고 마시는 즐거움에 함빡 취해있기 때문에
 
공원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연두색 잔디가 노랗게 죽어가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벤치 몇 개가 드문드문 놓여 있고,
 
가을에나 피는 노란 코스모스가 바람을 따라
 
한들한들 몸을 흔듭니다.
 
노을이 다 떨어진 하늘은 어느덧 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완연한 저녁이 찾아올 겁니다.
 
공원을 둘러보면 저 멀리에 무대가 보입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대 위에 사람들 몇 명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조명을 올리고 내리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뛰고 달리느라 난장판입니다.
 
화려하게 꾸민 무대 위는 높은 성과
 
으스스한 장식으로 가득합니다.
 
무대 천장에는 빨간 풍선이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유한:오늘 밤에 퍼레이드가 있어요.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무대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거든요.
무대가 끝나면 불꽃놀이예요. 저희는 매해 이 불꽃놀이를 봤잖아요.
 
수아:(탄성을 뱉어내곤, 이런 커다란 할로윈 축제는 처음이라며 달뜬 목소리로 뱉어내려던 것도 잠시, 머뭇대며.) ...그으래요? 미안해요. (두리뭉실한 사과를 뱉어내며, 일전에 들린 유한이의 목소리를 문득 떠올려. 유한이도 분명 이런건 처음이라며 신기해 할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곤)
 
유한:당신은 이 불꽃놀이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오늘도 당신과 보러 가면 좋을텐데. 사과는 하지말아요.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서운해 할 순 없죠. 슬픔보단 당신과 앞으로 함께할 행복이 더 크니까.
 
수아:오늘도 볼 수 있나요? 가능하다면 같이 봐요.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라는 막연한 단어에 입을 벙긋대.) 저, 조금 뜬금없는데... 저는 그, 앞으로요. 그, 어떻게 지내야 하나요?
 
유한:앞으로? .....우린 그냥 이런 일상을 보내면 되는거죠. 아, 당신이 살아 돌아 왔다는 편지를 돌리고.., 결혼식을 준비해야겠어요. 우리가 못다 한 일을 해야죠, 수아. 그 말을 원했죠?
 
수아:아. (결혼식 전 날 수아가 죽었다고 했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다가 끄응..앓는 소리를 내며 제법 곤란하다는 듯 웃어보여. 어떻게 말해야한다... ) 그건 아니었는데, 음...음. 뭐라고,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유한:생각이 복잡하다는 건 알아요. 차차 정해보자구요. (네 손을 끌어 와서는 손등에 쪽, 하고 가벼운 키스를 합니다.)
 
바람이 길게 불며 수아의 앞머리를 흩어 놓습니다.
 
가을 특유의 건조한 공기와 시들어가는 냄새가 납니다.
 
공원의 끄트머리에는 하얀 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니 꼭 유령이 춤을 추는 듯합니다.
 
수아:(유한이라면 부끄러워서 머뭇댈 행동이었음에도...막연히 생각하며 우선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제 기억을 정리하고, 논리로 밀어붙이자! 따위의 당찬 포부를 삼켜내고)
 
물론 정말 유령이 춤을 출 리는 없죠.
 
높이 솟은 나무 막대에 빨랫줄을 연결해,
 
일정 간격마다 천을 묶어둔 구조물입니다.
 
동그랗게 묶인 매듭이 꼭 머리처럼 보입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양새가
 
처연하기 짝이 없습니다.
 
얼핏,
 
목을 매단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천 자락은 꽤 길어서,
 
그 사이를 거닐면 수아의 뺨이나 어깨를 스치곤 합니다.
 
유한과 발걸음을 나란히 하자 천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릅니다.
 
시야가 흰 천으로 뒤덮이고,
 
서로의 그림자만을 훔쳐보는 것이 고작입니다.
 
천 위에 새겨진 그림자는 실제보다 조금 더 유한답습니다.
 
어두컴컴한 곳에선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려우니까요.
 
바람이 붑니다.
 
서글픈 울음소리를 닮은,
 
누군가의 흐느낌 같은 서늘한 바람입니다.
 
긴 공백과 함께 천이 흩날리고,
 
그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나는 얼굴은 분명히 유한입니다.
 
…….
 
잠깐, 지금 뭐라고 했죠?
 
분명히 유한?
 
그럴 리가 없어요.
 
눈앞의 사람은 유한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유한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조금 전 수아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유한라고요.
 
……유한과 그 사람은 유한과 닮았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어느새 눈앞의 사람이 기준이 되고,
 
수아가 알고 있던 유한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홀연히 시선을 빼앗긴 채 서 있으면,
 
유한이 천 사이로 손을 뻗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해치고 가까이 다가오더니
 
끌어당겨 입을 맞춥니다.
 
그렇게 어딘가 닿은 순간,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리 와봐, 좋은 냄새가 나.”
 
깜빡,
 
필름이 돌아갑니다.
 
바싹 마른빨래가 풍기던 햇볕 냄새,
 
느릿느릿 허공을 부유하던 먼지.
 
정오가 막 지난 언젠가의 유한은
 
흰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 웃고 있었습니다.
 
볕이 좋아서 빨래가 잘 됐다고,
 
그렇게 말하며. 유한이 가까워집니다.
 
“진짜라니까요.”
 
뺨에 닿은 천은 부드럽고 포근했습니다.
 
또다시 수아는,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는
 
기억을 떠올립니다.
 
아,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엉망진창,
 
뒤죽박죽,
 
엉터리에 형태가 일그러진 혼란이 반복됩니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치솟습니다.
 
무얼 향한 거부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아, SanC(0/1)
 
수아: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지능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 모든 혼란은 눈앞의 유한이 일으킨 것입니다.
 
자꾸,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서 그래요.
 
멀어지면, 보지 않으면 무언가 나아질 것 같습니다.
 
수아:(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봐. 잠시의 적막이 흐른 후 느즈막히 입을 열고는) 저기...있잖아요. 아까부터, 조금 이상해요. 분명 아닌데...
(꼭 내 기억같아서.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 또 한참을 머뭇대고는 팔을 뻗어 몸을 느리게 밀어내고) 저, 조금만 혼자 있고 싶은데.
 
유한:괜찮아요, 별거 아녜요. 당신이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래요. (상냥한 위로를 건네지만 확연히 느껴지는 기쁨, 설렘, 초조함이 얼굴이 나타납니다. 당신의 손을 꼬옥 잡더니 놓아줍니다.)
 
유리관에서 깨어난 수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유한은 초지일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수아는 유한의 수아였고,
 
유한야말로 수아의 유한라고.
 
수아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죽었다 되살아난 충격 탓이라고.
 
수아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죽음을 겪으며
 
돈으로 치달았노라고.
 
그것이야말로 거짓이라고!
 
내가 너의 유한이야.
 
너와 내가 우리야.
 
여기가, 우리의 세계야.
 
속살거리는 목소리는 뱀의 혀처럼 가늘고 교묘합니다.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휘익, 휘이익.
 
누군가 수아를 비웃는 것처럼,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이 되지 못한 소리를 따라
 
목을 매단 유령들이 흔들흔들,
 
머리 위에서 춤을 춥니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어떤 정신으로 유령 사이를 빠져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망자의 춤사위를 등지고 도망치면,
 
노랗게 처진 잔디밭은 어느새 끝이 났습니다.
 
타각, 타닥.
 
딱딱한 보도블록이 신발 밑창과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어느새 밤이 저물고,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 거리를 채웁니다.
 
밤에 펼쳐질 할로윈 퍼레이드를 구경하거나
 
참석하기 위해서일 거예요.
 
길목은 아무래도
 
‘다시’ 광장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파에 섞여 얼마나 걸었을까.
 
누군가 수아의 팔을
 
덥석,
 
끌어안습니다.
 
악마 분장을 한 사람입니다.
 
그럴싸한 정장, 커다란 뿔과 날개, 그리고 꼬리.
 
얼굴은 회칠한 무덤처럼 새하얗고 눈동자가 새빨갛습니다.
 
분장이 짙은 탓에 나이나 성별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악마 분장을 한 사람:자기, 귀신의 집은 관심 없어?
 
수아:누, 누구세요? (화들짝 놀라 손을 빼내고는, 뒤늦게 분장을 스캔하듯 경계하며 살펴봐) ...귀신의 집?
 
악마 분장을 한 사람:할로윈에만 열리는 특별한 귀신의 집이라고~! 상당히 수준 높아서 벌써 몇 명 울고 갔다니까?
 
수아:(분명 좋아하기야 하지만...힐긋, 아직도 제 곁을 지켜선 유한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려쉬어) 이것도 구경한 적 있나요? 저...아니, 수아랑요.
 
유한:제 의사가 중요한가요? 수아 당신과는.. 처음이겠네요. 당신이 원한다면.. 같이 가드리죠. (수아를 힐끗 보고는 눈을 접어 웃습니다. 나의 수아, 나의 약혼자. 유한은 그저.. 당신과 함께면 다 괜찮아 보이네요.)
 
수아:...(선을 긋는 제 말에 응하듯 처음이라는 말을 구태여 붙여 답하는 그의 미소를 보며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이곤) 그렇다면야... 혼자 구경하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나요?
 
유한:아뇨, 위험할 수도 있고.. 더군다나 당신 몸 상태면 꼭 제가 필요할 거예요. (수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엄지로 쓸어줍니다.) 혼자 가지 말고, 나와 함께 가면 안될까요?
 
수아:(트집잡힌 몸 상태는 틀린 말이 아닐뿐더러, 호의로 포장한 말에 거절할 구석은 없었기에 미심쩍지만 고개를 끄덕여) 뭐어...좋아요. (어깨를 쓸어내리는 손길이 반갑지 않아 옆으로 한발짝, 몸을 물리고선 안내를 도우던 이에게 다시금 말을 걸어) 기다려야하나요?
 
악마는 낡은 건물들 사이, 으슥한 골목 안으로 수아와 유한을 데려갑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검은 저택이 서 있습니다.
 
뼈대가 훤히 드러난 데다 창문의 유리는
 
엉망진창으로 깨져 있습니다.
 
문설주를 따라 안개 같은 거미줄이 걸렸습니다.
 
입장료를 내면, 악마가 설명을 시작합니다.
 
악마:귀신의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저택은 무려 50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어느 저명하신 백작 나리가 살았던 곳입니다.
미인에, 부자, 인품도 훌륭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었지만,
 
수아:(신기하다~)
 
악마:왕의 질투를 사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 후로 끔찍하고 기괴한 것들이 득실득실 기어 들어왔다는군요.
 
건물은 척 봐도 그렇게 넓거나,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사에는 스토리 텔링이 중요한 법이니까요.
 
악마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악마:이 저택에는 생전의 백작이 아끼던 대단히 훌륭한 보석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탐낸 왕의 군사부터 도굴꾼까지, 온갖 사람들이 들이닥쳤지만,
귀신에게 쫓겨나거나 잡아먹혔을 뿐, 누구도 그 보석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두 분은 지금부터 ‘저주받은 저택’에 들어가서 백작의 보석,
‘할로우 로맨스’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호박색 다이아몬드예요. 무척 커다랗고 눈에 띄게 반짝이는 보석이니 찾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악마:다만, 귀신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이어, 윙크를 곁들이곤 귀신의 집 방문 시 주의사항을 알려줍니다.
 
악마:세 가지 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보석을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보석을 찾았다면 바로 나와도 됩니다.
출구는 가장 안쪽에 있는 뒷문이에요. 비명은 마음껏 질러도 좋지만, 기물을 파손하거나 귀신을 때리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너무 무서워서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든지 ‘해피 할로윈!’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수아:...(조심해야겟다.하고 생각해요..)
 
악마:단, 환불은 해드리지 않아요~♡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입장합니다.
 
끼익, 탁.
 
불길한 소리와 함께 등뒤로 문이 닫힙니다.
 
쓰러져가는 저택 내부는 무척 어둡습니다.
 
주변에 희미하게 등불이 불타고 있지만
 
고작 윤곽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아래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거실의 맞은편, [붉은색 문], [검은색 문], [보라색 문] 세 개가 보입니다.
 
수아:(머뭇...)
 
너덜너덜한 종이 사이, 흉악한 그림과 눈이 마주칩니다.
 
피로 물든 얼굴, 길게 찢어진 입술, 광기에 젖은 눈동자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
 
찢어진 그림 아래의 벽은 유난히 어둡습니다.
 
잘 보면, 액자 아래로
 
시꺼먼 머리 다발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히히히히.”
 
수아:히익...(당차게 걸어가 붉은색 문 먼저 문고리를 잡고 돌려봐요.)
 
때마침 어딘가에서 불쾌한 웃음소리가 납니다.
 
끼익,
 
외마디 비명을 따라 문이 열립니다.
 
캐노피가 내려온 [침대]와 낡은 [화장대],
 
수아:이런 곳을 즐겨다녔나요? 정말?
 
불이 꺼진 [벽난로] 따위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안방’ 같습니다.
 
유한:...썩 즐기진 않았어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봐요)
 
수아:(생각이상으로 섬짓한 분위기에 몸서리 치며, 어쨌거나 복잡한 생각도 털어내고, 돈을 낸만큼 목적은 달성해야하지 않겠냐는 마음가짐으로. 침대를 들춰봐요.)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각, 사각사각……
 
침대 너머에서부터 기묘한 소리가 들립니다.
 
캐노피가 내려온 침대는 무척 낡아 빠졌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캐노피인 줄 알았던 그것이
 
정교하고 커다란 거미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각, 사각, 사각.
 
침대에 가까워지면 그 소리가 더 선명해집니다.
 
베일 너머의 침대에는 이불이 둥글게,
 
무덤처럼 솟아있습니다.
 
수아:...(유한을 힐긋, 이불을 힐긋 바라보곤...들춰봅니다!)
 
이불 아래에는
 
흉악하게 생긴 귀신이 누워있습니다.
 
커다랗게 벌린 입에서 더러운 침이 줄줄 흐릅니다.
 
마구잡이로 꺾인 관절 탓에 제대로 기지 못하고,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눈에서 구더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용케 머리가 이쪽을 향합니다.
 
수아:...(다시 이불을 살포시 덮어줘도 되나요?)
 
사각, 사각사각.
 
그것이 몸을 뒤틀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수아:(에잇)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뱀이 움트는,
 
벌레가 날갯짓하는,
 
그런 불쾌한 소리입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귀신의 머리가 뉜 베개의 끝부분이 움푹 솟아있습니다.
 
수아:...(섬뜩하니...불쾌하지만! 보석일까요...슬쩍 보러갑니다...)
 
베개 아래의 그것을 조심해서 꺼내자면,
 
어쩔 수 없이 이상한 귀신의 숨결이
 
팔뚝에 닿습니다.
 
거친 피부 가죽과 허덕이는 호흡.
 
저절로 닭살이 일어납니다.
 
수아:(기분 나빠~!눈을 질끈 감아요!)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눈이 텅 빈 귀신은 이를 따각따각 부딪힙니다.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행운 판정
 
수아:
기준치: 55/27/11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반짝거리는 작은 병뚜껑입니다.
 
안쪽에 ‘당첨!’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수아:(뭐가...?!)
(어안이 벙벙해선 병뚜껑을 챙겨요. ...불쾌한 인상의 귀신은,,,다시 이불을 고이 펼쳐 덮어주고 종종...화장대로 갑니다.)
 
거울이 달린 작은 화장대.
 
유리는 모조리 깨져, 길게 균열을 품고 있습니다.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고,
 
아래로 서랍이 두 칸 달렸습니다.
 
수아:(작은 상자를 먼저 살펴봐요~)
 
두 손으로 쥐면 조금 넘치는 크기의 상자.
 
먼지가 쌓이고 모서리는 닳았지만,
 
자개의 빛은 생생합니다.
 
정교한 문양이 소싯적에는 꽤 값나갔으리라고 알려줍니다.
 
보석함처럼 생겼습니다.
 
어쩌면 ‘할로우 로맨스’가 여기에?
 
수아:어쩐지 골동품 가게 같아. (만지작)
(어쩌면!?)
 
유한:가지고싶어요? (관심)
 
수아:골동품에 취미는 없는데. (힐긋, 바라보곤) 당신은 무섭지도 않아요?
 
유한:글쎄... 내가 무서운 건 당신이 없는 세상뿐인걸요.
 
수아:...그으래요.(말을 주욱..늘리고는 어색히 다시금 고개를 돌려. 안타깝지만, 그렇지만...역시 저가 아는 유한이는 아니라며, 귀신의 집에서 무섭다고 제 뒤에 매달리던 귀여운 모습을 막연히 떠올려. ...한숨을 내려쉬곤 다시금 상자를 살펴봐. 열 수 있나요?)
 
상자는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자물쇠는 비교적 새것입니다.
 
열쇠가 없으면 열 수 없을 것 같은데…….
 
수아:으음...열쇠가...(첫번째 서랍을 당겨봐요)
 
서랍이 어찌나 삐걱거리는지, 제대로 여는데 꽤 품이 듭니다.
 
비뚤어진 레일과 바퀴가 구르며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서랍은 텅 비어 있……
 
수아:(끄응~)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는 줄 알았는데,
 
다 잡아 빼지 않은 안쪽에 무언가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수아: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억울! 이건 제 몸이 온전치 않아서...! 내 몸? 문득 의문을 가지고 물음표를 띄우기도 잠시. 유한을 바라보며 제법 심통이 난 표정을 지어)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요.
 
유한:.....(네 쪽으로 다가 오더니 서랍 문을 어렵지 않게 빼 줍니다.)
 
힘을 줘 끝까지 열어젖히면,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회색 쥐와 눈이 마주칩니다.
 
찍찍.
 
가벼운 울음소리를 낸 녀석은
 
사람의 인기척에 깜짝 놀랐는지,
 
순식간에 유한의 손등을 타고 도망갑니다.
 
수아:(히익, 몸을 뒤로 빼고선 그런 유한의 안색을 살펴요) 괘, 괜찮아요?
(제법...미안한 기색으로 손등을,,,털어줘요!)
 
유한:(불쾌) 아니.. 쥐가 그렇게 보고싶었어요? (애써 괜찮은 척하더니 장갑을 벗어 바닥에 던져둡니다.) 괜찮아요, 수아. 힘들면 도움을 청해도 좋아요.
 
수아:(덤덤하게 장갑을 패대기치는 모습에 새삼 괴리감을 느끼고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작게 고맙다는 말을 읊조리곤...두번째 서랍을 열어봐요!)
 
빡빡한 서랍을 힘주어 열면,
 
낡은 열쇠를 발견합니다.
 
열쇠의 머리에는 리본이 묶여 있습니다.
 
수아:(화색을 띄어요!)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본에 글씨가 쓰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아: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인형이 바라는 것은 상냥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
 
난해한 문장이네요.
 
열쇠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여요.
 
수아:이름을...? (열쇠를 집어들고선, 몸을 일으키고 상자의 자물쇠에 맞춰봐)
 
열쇠는 작은 상자에 딱 맞습니다.
 
찰칵,
 
막대와 구멍이 맞물리고 빙그르르,
 
반 바퀴 돌아갑니다.
 
상자 안에 든 것은……
 
기모노를 얌전히 차려입은 어린아이 모양의 인형입니다.
 
짧게 잘린 머리카락은 흙투성이고,
 
붉게 칠한 입술은 뭉개졌습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탓에 눈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인형은 무섭게 생겼지만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대로 내려두면 됩니다.
 
안방에도 딱히 ‘할로우 로맨스’라고
 
수아:(머리칼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줘요)
 
짐작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네요.
 
수아:(곰곰...인형을 이리저리 돌려봐)
(끄응...허탕을 친 것이 아쉬운 듯 머리를 극적이곤, 다시 내려놔. 벽난로로 걸음을 옮겨요)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콩,
 
콩콩,
 
콩…….
 
가까이에서,
 
가벼운 것이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수아의 발치를 툭툭 건드리네요.
 
수아의 발아래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형입니다.
 
조금 전,
 
상자에 들어있던 그 인형이요!
 
어떻게 여기까지?
 
아니, 걸어 다니잖아?
 
인형은 두 발을 모으고 콩콩 뛰어, 수아를 쫓아옵니다.
 
더러워진 얼굴에 희뜩 빛나는 검은 눈동자가
 
저주라도 내리는 양 불길합니다.
 
수아:...!?(주춤, 물러나선 내려뒀던 곳과 인형을 두리번, 살펴봐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유한을 바라보고...)
(우잉..)
(콩콩, 뛰는 움직임이 달갑지않아 번쩍! 들어올리곤,,,그런 인형을 다시 살펴봐요 ㅜㅜ 이게 무슨 장치람? 따위의 생각을 하며. . . )
 
유한:(유한은 인형을 내려보며 구두 앞코로 인형을 툭 쳐봅니다.. (물론. 수아가 들어올리기 전에요) 덤덤한 표정이 유한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신기하네요, 인형에 장치라도 있나?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인형의 이름은 ‘마코토’입니다.
 
목 뒤의 라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아:(..! 어렵지 않게 인형의 이름을 확인하곤, 인형을 돌려 눈을 맞춘채,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를 내어봐) ..마코토.
 
인형은 얌전히 잠드는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상자에 넣어두는게 좋겠어요.
 
수아:...휴우. (다시금 화장대로 걸어가 인형을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아줘요. 다시금 벽난로로 종종걸음~)
 
부지깽이 하나가 나동그라진, 불씨라곤 하나 남지 않은 벽난로.
 
가득 쌓인 재가 거무튀튀합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거대한 고함이 들립니다.
 
근원지는 벽난로에 쌓인 잿더미입니다.
 
잿더미가 우르르 몸을 털더니,
 
그 안에서 사람의 얼굴을 이룹니다.
 
재로 만들어진 험악한 얼굴은
 
수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를 지릅니다.
 
“저주받을지어다!”
 
수아:..왜애~..(잿더미의 폭언()에 칭얼대는 소리를 내보곤, 일어나요)
이만 다른 방으로 가요.. 첫번째 방에 숨겨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봐요.
 
유한:(옆에서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수아 옆에 섭니다.) 어느 방으로 갈건데요?
 
수아:그래도 기왕 시작한거, 순서대로요. (비웃는다고 생각한듯 째릿, 한 번 쏘아보곤... 검은색 문으로! 가봅시다~)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문이 열립니다.
 
찢어진 옷을 걸친 [마네킹]들과 커다란 [옷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
 
아무래도 드레스룸인 것 같습니다.
 
수아:섬뜩하다. 마네킹은... 움직이면 무서울텐데. (종종...마네킹을 봅니다!)
 
검은 원피스와 흰 앞치마.
 
흰 셔츠와 검은 재킷.
 
비슷한 듯 다른 듯, 일관된 색상의 옷을 차려입은 모양새가
 
꼭 사용인들 같습니다.
 
머리가 없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손에는 하나 같이 흉악한 무기를 들고 있습니다.
 
칼, 도끼, 낫과 창.
 
……피가 묻어있다면, 분장이겠죠?
 
수아:(섬뜩해요...슬쩍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뒤에서 바라보고 있을 유한을 보고 안심합니다! 더 살펴볼 수 있나요?)
(한참이나 고민하는 듯 바라보곤, 손에 쥔 작은 무기들을! 바닥에 내려둡니다 종종)
...인형도 움직였으니까요. 호, 혹시 몰라서...
 
유한:..그래요. 그게 마음 편하다면. (자신을 보자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줍니다. 자기가 있으니 안심하고 둘러보라는 듯 하네요.)
 
수아:(이런 상황이라 저 사람 덕분에 안심이 되는구나.하고 생각하더니... 이번엔 옷장을 열어봅니다.)
 
옷걸이에는 옷 대신, 기다란 철골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그 끝에 꿰인 것들은……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람의 머리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잘린 머리들이
 
꼬치에 꽂은 고기처럼
 
덜렁덜렁 매달려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중 하나의 뺨이 불룩 솟아있습니다.
 
꼭, 안에 무언가 든 것처럼요.
 
수아:(유한을 봐요...)
 
유한:..?
 
수아:(울망...)
 
유한:.......?
 
수아:...(양심이 있지 차마 해달라고는 못하겠어요! 질끈 눈을 감고는) 옆, 옆으로 와서 있어줘요.
 
유한:그럴까요? (당신 옆에 서서 가만히 하는 걸 지켜봅니다. 썩.. 하고싶진 않았나봐요.)
 
뺨이 불룩 솟은 머리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수아:...잘린 목의 입을 뒤져보는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시체라니...잠깐, 이 몸도 시체가 아니었나? 문득,,,실없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시체의 뺨을 눈을 질끈 감고, 쿡 눌러봐요)
 
딱딱한 것이 만져지는 것 같아요.
 
수아:(흐앙~ 차라리 물렁했더라면~!)
(머뭇머뭇...턱을 잡고, 한 손으로는 입에 손가락을 대고, 에잇. 하는 목소리를 뱉어내며 턱고 아랫입술을 죽, 내려봐요!)
 
입을 열어보면 주황색으로 빛나는,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습니다.
 
어두운 와중에도 빛을 머금고,
 
잘린 머리의 입안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백작의 유품,
 
저주받은 저택에 숨겨진 보석, 할로우 로맨스입니다.
 
수아:(화색을 띄지만! ,,,동시에 곤란한 낯이에요.)
어떡하지...(보석이 든 목의 뺨을 때립니다 데로록 굴러나오지 않을가요?)
 
보석이 톡 하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수아:(성공했다는 표정!!! 유한을 봐요!!)
 
유한:잘했어요,
 
철컥.
 
수아:(께름칙하지만 보석을...치마자락을 모아 쥐어듭니다.) ...빨리 찾아서 다행이에요. 너무, 너무 무서웠지만...
 
줄지어 서 있던 마네킹들이
 
수아의 손목을 잡아챕니다.
 
마네킹:도둑을 제거하라. 외부인을 배제하라. 침입자를 쫓아내라.
 
삼엄한 목소리가 잘린 목에서부터 흘러나오더니,
 
곧 땅에 내려둔 무기를 집어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1_마법전
 
수아:히익, ...꺄...(제법 실없는 비명을 내질러요. 손을,,,뿌리칩니다!)
 
근력 / 민첩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건강 판정
 
수아: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질끈...!)
 
가벼운 부상을 입습니다. 스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분명히 부딪히기만 해도 어지럽고,
 
헛구역질할 만큼 좋지 않았던 몸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웬만한 부딪힘에는 끄떡없습니다.
 
멍은커녕 생채기도 남지 않습니다.
 
수아의 되살아난 몸이,
 
점차 ‘사람’이라 불릴법한 수준이 되는 중인 겁니다.
 
민첩 판정
 
수아: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일단 맞는다는 사실에 과하게 아프다는 기분이 들어요..! 흐앙)
 
유한:(유한은 당신의 손을 끌어 마네킹을 밀어둡니다. 당신을 거울 앞으로 데리고 와요.)
 
수아:고, 고마워요. (제법 겁을 먹고 움츠렸던 몸을 펴, 가볍게 인사하곤... 거울을 봅니다.)
 
손자국과 거미줄로 희뿌옇게 얼룩덜룩하지만,
 
거울은 분명히 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수아와 유한, 마네킹들과 옷장…….
 
모든 것들이 거꾸로 맺힌 채 이쪽을 바라봅니다.
 
분홍색 립스틱으로 커다랗게 글씨가 쓰여있습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택의 사용인들은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남의 것을 대가 없이 훔쳐 가는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별 의미 없이 한 번 바라보고,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수아는 거울 속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드레스룸의 모서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납니다.
 
뭉게뭉게, 피어나던 연기는
 
점차 제대로 된 형체를 갖춥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이글거리는 눈,
 
박동하는 푸른 피부를 가진 그것은 무척 흉측하게 생겼습니다.
 
옛적에 멸종한 공룡의 사체가 지금 돌아다닌다면 이렇게 생겼을까요?
 
도저히 시선을 피할 수 없습니다.
 
괴물은 분명히 수아를 ‘인식’했습니다.
 
아, 저절로 깨닫습니다.
 
이건 환각도, 환상도, 조잡한 영상도 아니야.
 
거울 속의 괴물은 실재하며,
 
수아를 노리고 있습니다
 
수아, SanC(1D3/1D20)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3
 
뒤를 돌아보면 드레스룸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유한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아:...(유한의 눈치를 보고, 아까 연기가 피었던 구석자리를 빤히 바라봐요. 심란한듯, 쿵쾅대는 가슴을 내려누르며 그의 손을 잡고, 말없이 후다닥 방을 나와요)
(보라색 문으로 갑니다 ㅜㅜ)
 
삐걱,
 
불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내부를 휘 둘러보자면,
 
[선반]과 [식탁], 가장 안쪽에 [싱크대] 따위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주방’ 같습니다.
 
천장을 뒤덮은 먼지와 거미줄이 지나치게 뿌옇고 불투명해서,
 
꼭 구름이라도 걸린 것 같습니다.
 
수아:하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일단 왔으니까요. 아직 심란한 마음을 채 가라앉히지도 못했으니 차라리 더 둘러보리라 결심합니다!선반을 봐요)
 
완전히 주방에 들어서면,
 
무언가 천천히, 수아의 머리를 누릅니다.
 
행운 판정
 
수아:
기준치: 55/27/11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거미입니다.
 
몸통이 손바닥만 하고, 다리는 손가락보다 굵고 긴 거미가
 
머리 위에서 탭댄스를 추기 시작합니다!
 
이거, 진짜 살아있잖아!
 
수아:(황당해요)
 
다리가 많은 것이 우르르 움직이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유한:(유한이 수아의 머리를 툭 털어줍니다.)
 
선반에는 이상한 라벨이 붙은 병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소금 대신 눈알, 설탕 대신 혓바닥,
 
후추 대신 코…….
 
대충 그런 식입니다.
 
수아:앗...(그런 유한을 올려다봐요. 혼자 들어오겠다며 괜히 그를 떠본것이 무안해질 정도로...도움을 받고 있죠?) 고마워요..
 
병 속에 든 박제, 모형, 신체 일부는 수아를 향해 있습니다.
 
선반 표면의 옹이구멍들은 꼭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입니다.
 
수아:...정말 징그러워요.(저가 겪어온 공포체험보다 더욱 더,,,) 다들 이런걸 즐기는거예요?
 
그때입니다.
 
으어어어,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뭉툭하고
 
우울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선반의 가장 높은 칸에서부터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발돋움해야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칸에는
 
작은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화분 안에 든 것은 나무도, 꽃도, 허브도 아닌……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 개의 머리.
 
아무리 좋게 쳐줘도 나무나 식물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그것들은
 
케르베로스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골을 쌓아둔 것처럼 생긴 얼굴들은
 
수아:(극적)
 
눈과 입 구멍이 모두 텅 비어있는데,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그 뒤로 커다란 그림자가 아우성칩니다.
 
세 개의 머리는 제각각 아우성칩니다.
 
어찌나 시끄럽게 우는지 저주받는 것처럼
 
수아:...징그러워.(인상을 찌푸려보고...)
 
시시각각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아우성 사이로 드문드문 익숙한 단어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배고파,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 배고파……
 
뭉개지는 발음으로 그것들은
 
두 사람에게 경고합니다.
 
머리들은 수아와 유한이 나갈 때까지 울어댑니다.
 
수아:..(뒷걸음질 치고, 식탁을 봅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식탁은 울퉁불퉁하고,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는 스치기만 해도
 
삐걱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테이블 위는 밀가루, 설탕 자국으로 엉망입니다.
 
긴 막대 과자와 아몬드, 라즈베리 잼 따위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천으로 덮인 바구니와 앞치마가 눈에 띕니다.
 
관찰력 판정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테이블을 뒤덮은 흰 얼룩,
 
가루들 사이로 점점이 찍힌 자국이 보입니다.
 
동그랗고 자그마한데……
 
이게 뭐지?
 
 
천을 거두자……
 
잘린 손가락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손톱 틈새에서는 흐르다 만 피가 굳어있습니다.
 
수아:...으.
 
날카로운, 부러진 손톱들이 퍽 아파 보입니다.
 
수아:이런걸 세팅하는 것도 일이겠어요. 정말. (괜히 제 손이 아린 기분에...다시 천을 덮어요)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앞치마를 만지거나 들춰 본다면,
 
안쪽에도 무언가 묻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머니가 무겁네요.
 
수아:(안쪽먼저!)
 
바깥쪽의 흰 밀가루 자국과는 대조적으로……
 
붉은 자국이 엉망진창으로 찍혀있습니다.
 
손자국입니다.
 
붙잡고, 할퀴고, 두드린 것 같은 손자국.
 
이미 오래된 것인지 바싹 굳어있습니다.
 
수아:(....슬며시 시선을 돌리고... 주머니를 봐요.)
 
주머니 안에 든 것은, 물컹물컹한 뇌 모형입니다.
 
수아:(이런게 왜~! 두고가요 ㅜㅜ)
 
듣기 판정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애앵, 애앵, 애애앵.
 
어딘가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수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식탁 아래]
 
수아:(..아찔해요....내려다..봅니다!0
 
탁보를 걷으면, 어둠과 먼지 사이로 보이는 것은……
 
노란 눈이 선명하게 빛나는 검은 고양이입니다.
 
아직 새끼처럼 보이는 녀석은
 
이쪽과 눈이 마주치자 하악질을 해댑니다.
 
뚝.
 
하악질을 하느라 벌어진 입 사이로 떨어진 것이,
 
수아의 발아래로 데굴데굴 굴러옵니다.
 
손가락만 한……
 
아니, 아닙니다.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가락만 한 게 아니라 진짜 손가락이에요.
 
잘린 채로 썩어가는 손가락.
 
딱딱하게 굳었지만, 지문이라든가,
 
잘린 단면이 정말 사람의 손가락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아:아...?
 
알량한 과자 따위가 아닙니다.
 
수아:유, 유한... 여기 괜찮은 곳 맞나요? (눈에 띄게 당황해선, 벌떡 일어나요)
 
유한:위험하다면... 당신을 여기 데려오지도 않았을거니 안심해요. (수아 옆에 서더니 식탁보를 내려 덮어둡니다.) 아직 안 본 곳이 있죠?
 
수아:...아, 아니 그치만...(어버버...하지만 저를 도와주던 모습에 느즈막히 고개를 끄덕여요. ...싱크대를 봅니다...ㅜㅜ)
 
낡은 싱크대에는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안에 든 접시와 컵, 포크와 나이프는 모두 어딘가
 
깨지거나 이가 나간 채입니다.
 
든 것이 워낙 많아 수면이 불투명하고, 바닥을 볼 수 없습니다.
 
내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전부 ‘꺼내야’ 합니다.
 
수아:(주저...하다 손에 꼭 쥐고 있던 다이아몬드를 유한에게 맡기듯 건네요.) 잠깐 맡아 줄래요?
 
유한:그래요, 수아. (당신이 건넨 보석을 받아두며 수아가 뭘 하는지 빤히 보고있어요. 속으로.. 설마 저걸 꺼내려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수아:(주저하다 손을 넣어...식기를 천천히 꺼내봐요. 복잡한 제 생각을 덜어내는거라 자기최면이라도 걸어보며, 집중해봅니다!)
 
이런. 싱크대에 든 것이니 당연히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손을 넣었다 꺼내면
 
새빨갛게 젖은 팔뚝이 보입니다.
 
희미한 토마토 냄새와 커피 냄새가 납니다.
 
피처럼 보이는 액체와 더러운 그릇들.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행운 판정
 
수아:
기준치: 55/27/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쨍그랑!
 
한눈을 판 탓일까요.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렸습니다.
 
낡은 사기 조각은 산산이 조각난 채 바닥으로 흩어집니다.
 
이런, 기물 파손하지 말라고 했는데.
 
싱크대 안에 든 것을 전부 건져냈다면,
 
배수구를 볼 수 있습니다.
 
수아:(ㅜㅜ아,,봅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면……
 
배수구가 ‘열려’ 있는데도 물이 고여 있다는 걸까요.
 
수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럴 수밖에요. 배수구의 틈새에는 검은 머리카락이 잔뜩 엉켜있거든요.
 
이래서는 물이 빠지려야 빠질 수가 없죠.
 
…….
 
…….
 
잠깐, 머리카락? 누구의?
 
수아는 문득 목덜미가 간지럽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목을 지나 어깨로 떨어진 것은……
 
배수구에 엉킨 것과 같은 색의 머리카락입니다.
 
수아가 고개를 숙이면, 수면에 비친 귀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피로 물든 얼굴,
 
수아:...아. (아찔해~)
 
길게 찢어진 입술,
 
광기에 젖은 눈동자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
 
수아가 고개를 들면,
 
머리 바로 위까지 다가온 귀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피로 물든 얼굴, 길게 찢어진 입술,
 
광기에 젖은 눈동자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
 
끼긱, 끼기긱,
 
창문의 유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틉니다.
 
귀신도 덩달아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화내는 것 같기도 한, 잔뜩 긁힌 목소리.
 
쏟아진 머리카락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끼익,
 
바람 소리와는 다른 날카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동시에, 매달린 귀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머리끝까지 솜털이 솟는 오싹함이 지나고,
 
귀신:날 데리러 왔어?
 
입이 찢어진 귀신이 수아의 뺨을 거머쥡니다.
 
수아:...(입을 벙긋대다, 침을 꿀꺽 삼켜내곤 겨우 말을 이어요.) ..나, 나, 나가고 싶어...?
 
그러다 유한이 들고 있는 보석을 귀신은 발견합니다.
 
귀신: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그건 내 것이야!
 
귀신은 찢어진 목소리로 길게 비명을 지릅니다.
 
자신의 보석을 훔치려 한 수아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근력 대항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수아:(눈을 질끈 감아요.)...으..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귀신: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수아:해, 해피 할로윈...!(히잉 가오상해요)
 
귀신:후후후.
 
부드럽게 웃곤 다시 천장의 틈새로 들어갑니다.
 
계속 놀라고, 놀라고, 놀라는 일의 연속을 겪다 보니 진이 다 빠집니다.
 
이제 드디어 출구입니다.
 
유한:나가면 뭐라도 먹을까요. 불꽃놀이를 보러 갈요? 아니면 갖고 싶은 건 없어요?
 
달래다시피 이야기를 건네던
 
유한은……
 
어느 순간 조용해집니다.
 
……어디 갔지?
 
옆에도, 앞에도, 뒤에도 유한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아:(싫어요. 싫어요. 혼자 있을래요 등... 될대로 투덜대며 중얼대더니, 이내 멎은 그의 목소리에 뒤돌아봐요.)...유한?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고,
 
기다려봐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찾으러 가야 하나?
 
어두컴컴한 가운데 혼자 놓이니 왠지 불안감이 커져만 갑니다.
 
조그만 저택의 모형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관리하는 데다, 안에서 본 모든 풍경은
 
가짜(정말 ‘모든 풍경’이 가짜였나요?)였으니
 
심각한 문제는 아닐 거예요.
 
수아가 고민에 빠진 그때,
 
누군가 확 손목을 잡아챕니다.
 
잡아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귀신의 집을 벗어나,
 
수아와 유한이 나오길 기다리던 악마를 지나쳐,
 
골목 깊숙한 곳까지 달리고 달립니다.
 
쾅!
 
한참 달린 상대가 멈춰 선 것은 막다른 길에 도달하고 나서였습니다.
 
수아를 담벼락에 밀어붙인 사람은……
 
당연하지만, 유한이 아닙니다.
 
유한을 닮은 그 사람도 아니고요.
 
전혀 다른, 낯설기 짝이 없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
 
마녀 분장을 한 그는 망토의 깃을 잔뜩 세워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마주친 눈동자에는,
 
심리학 판정
 
수아: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불쾌감이 떠오릅니다.
 
수아: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돌아가세요, 수아.
 
가까워진 상대가 속삭입니다.
 
자기소개도, 전후 사정도 생략된 급진적인 발화법입니다.
 
그는 대화한다기보단 거의 쏟아내다시피 수아에게 지껄입니다.
 
수아:(가쁜 숨을 몰아쉬곤) 저, 저기...
...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수아, 당신은 분명히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이렇게 길거리를 활보하다니, 무슨 생각이에요?
 
수아:그야, 유한이 그래도 괜찮다고...(어물대며 말을 잇곤 저도 다급히 그녀의 팔을 잡아요.)
수, 수아를 아는 사람인가요? 돌아간다뇨?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건 불온한 마법이에요. 삿된 신들을 믿는 미친 자들이 펼친…… 끔찍한 짓이라고요.
유한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지금 그를 두고 어떤 소문이 도는지는 아나요?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미쳐서 사이비 교단을 후원하고, 금지된 마법을 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를 말리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이미 어딘가 이상해진 것처럼 포기를 모르더군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당신을 살릴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해서 되뇔 뿐이라 제대로 대화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온 거예요.
 
수아:나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들으며 연신 고개만 주억여) 하지만,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는 마른 침을 삼키다,
 
죄책감에 못 이겨 눈꺼풀을 깜빡이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수아…… 당신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해요. 무덤 속으로, 흙 아래로.
 
비장하게 말합니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내 말이 무참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래야만 해요.
이대로 두었다간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거예요.
그릇된 일이 시작되면 재앙이 닥칩니다. 당신은 세계를 향한 위협이고, 유한에게 닥친 가장 큰 위험이에요.
 
수아:(내가, 그의 위험이라고...) 그러니까...당신의 말은, 내가 죽어야 해결된다는 의미인가요? 모두?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렇죠, 잘 이해하고 있어요.
 
수아가 원래 살던 세계 같은 것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는 더 중요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령, 제한시간과 돌아가는 방법 같은 것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유한은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체를 보존하려 애를 썼어요.
죽었을 리가 없다고, 잠든 것뿐이라고 우기곤 했죠.
그러니 사교도들이 심약해진 그를 틈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어요.
저는 유한을 말리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저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래서 저 나름대로 방법을 알아보려 노력했죠.
그들은…… 수아,
당신의 시체를 불태워 먼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먼지를 한데 모으곤,
금지된 마법을 부리기 위해 저택의 빈방을 온갖 모독적인 것들로 채웠어요.
천장과 벽에 마법진을 그리고, 자신의 신을 부르는 송가를 올렸습니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 과정에서 몇 명의 피를 내어야 했는지는, 차마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당신의 육체는 재로, 먼지로 돌아갔고, 영혼은 궤도에 올라가야 할 곳으로 떠나야만 했어요.
그러나 그들이 모든 순리를 어그러뜨렸죠.
돌아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죽었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상 못 할 대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여자도 정확히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수아:(입만 벙긋대요...)
 
하지만 근래, 죽은 사람을 되살리면 저승에서 온 괴물에게 쫓기게 된다는 소문을 입수했다고 합니다.
 
SanC(0/1D3)
 
수아: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그래요, 그 괴물은 ‘섭리를 일그러뜨린’ 수아를 노리고 있던 것입니다.
 
수아:1
4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어요.
할로윈이 끝나면 열렸던 모든 문은 닫히고, 모든 산 것은 세계에 속박된다고요.
수아, 도망치기 위해선 할로윈을 넘겨선 안 돼요!
 
수아:...내, 내가... 어떻게해야..? (간신히 입을 열어, 느즈막한 질문을 던져)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당신이 깨어난 곳으로 돌아가세요. 그곳에 ‘문’이 있어요.
그리고 부활의 주문을 거꾸로 외우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거짓된 육체는 다시 먼지가 되고, 문이 열리면
당신의 영혼은 떠날 수 있을 거예요.
부활의 주문은…… 술자가 부활의 상대에게 깊이 품은 염원이에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죠. 그것을 거꾸로,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완벽하게 부정하면 마법은 풀리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마법을 해제하더라도 당신의 시체는 사라지지 않아요.
먼지가 되어 이 세상에, 그 방안에 남아있겠죠.
부활의 마법을 위한 첫 번째 재료는 먼지가 된 당신의 시체입니다.
기회가 있는 이상 유한은 포기하지 못할 거예요.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그러니……
떠날 때, 저택을 불태우세요.
 
그는 견고하게 말합니다.
 
먼지도 남지 않도록, 찾을 수 없도록,
 
이 세상에서 수아의 모든 흔적이 지워지도록.
 
그렇게 불태워버리라고…….
 
역설하자면, 완벽하게 유한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잊지 마요. 할로윈이 끝나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어요.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마녀의 망토 자락은 왔던 길을 거슬러 골목을 벗어납니다.
 
어느덧 수아의 그림자만 남았습니다.
 
이곳은 가로막힌 길.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아에게도 마찬가지로…….
 
수아:(...머리 아픈 생각들을 정리하려 제 이마를 짚어. 혼란으로 가빠진 심장 고동과 숨소리를 가다듬으려, 한참을 벽에 기대곤...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일었지만, 할로윈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다던 말에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이내 주먹을 쥔 채로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생각에 침잠하면,
 
유한:수아?
 
골목 밖에 선 유한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유한은 멍한 얼굴로 수아를 바라봅니다.
 
마치 잘못된 것을 보거나,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수아:..아, (혼란스러운 낯을 티내지 않으려 제 손으로 뺨을 만지작대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금 들어올린다.)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어디 갔었어?”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정말 별거 아닌,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진 거예요.
 
왜, 살다 보면 그런 날이 불쑥 찾아오기 마련이잖아요.
 
괜히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순간들이.
 
그때가 꼭 그랬어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왜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토록 별거 아닌 일들이었는데…….
 
그때는 뭐에 씐 것처럼 맹렬하게 싸우고, 비난하고,
 
화를 내고, 쌓아뒀던 말들을 토해내고, 종내에는 도망쳤었죠.
 
유한을 두고 도망쳤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버린 후 돌아갔을 때,
 
“누나가…… 다신 안 돌아올 줄 알았어요..”
 
그때도 너는 나를 그렇게 바라봤었는데.
 
비로소 실감합니다.
 
이 낯선 기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낯익다고.
 
수아의 것이 아니지만,
 
어쩌면 수아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가까이 다가온 유한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놓아주지 않을 듯 단단하게
 
수아를 붙잡습니다.
 
유한:당신이, 또 사라져버린 줄 알았어요. 오늘 있었던 일이, 전부 헛것인가 했다구요…….
 
불안함과 두려움이 물씬 묻어나는 목소리입니다.
 
유한:왜 날 두고 먼저 갔죠? ....
 
수아:귀, 귀신이 나와서. 그래서...긴장이 풀릴 때라, 당신도 보이지 않고...너무 놀라서 그만...(그럴듯한 변명을 뱉어내곤, 아까까지의 긴장과 심장 박동이 거짓인 것 마냥 초연해져서는. 그를 바라본다. 연민일까? 문득 차오르는 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동그랗게 뜬 눈을 몇차례 깜빡이곤) 미..안해요.
 
유한:....당신이 들고 있으라 하던 보석이 사라져서 찾고 오느라.. 당신에게 언질을 줬어요. ....당신이 없다는 걸 깨닫고 찾은 보석은 돌려줬고..., (침묵) 여기서 뭘하고 있었나요..?
 
수아:못 들었는데. (깜빡) 어...정신이 없었나봐요. 나도 참... (정말 들은적이 없는데, 애타는 표정인 그 탓에 오히려 저가 죄인이 된 기분에 다시금 미안하다는 사과를 덧붙여) 그냥, 정신이 없어서... 그보다, 여기까지 찾아온거예요?
 
유한:응..., (유한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당신을 와락 껴안습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 곳에 들어가기 전에 차라리 가지말자고 말할걸... 무서웠어요? ....미안해요.
 
수아:(껴안은 품이 낯설지만, 낯설었던가? 혼란스러운 기억에 그저 마주 안아 등을 토닥인다. 생각나는 이가 있는데, 같은 사람일 수 없는데...) 내가 가자고 한건데... 아, 그치만 정말 보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은건 좀, ...조금 얄미웠어요.
저기, ...이만 돌아갈까요?
 
위기가 누그러지면 침묵이 내려앉습니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함인지,
 
유한은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유한:곧 있으면 불꽃놀이가 시작될 건데...
 
어느새 하늘은 완전한 보랏빛을 띱니다.
 
멍 자국의 색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시체의 푸르스름한 빛과 더욱 닮았습니다.
 
유한은 수아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어딘가로 이끕니다.
 
유한: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곳을 알고 있어요.
 
수아:...어..(얼른 돌아가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단호하게 떨쳐낼수가 없어 머뭇대더니 이내 힘없는 발걸음으로 그를 뒤따라가)
저기, 거기도 수아와의 추억이 있는 곳이에요?
 
유한:...우린 매해마다 불꽃놀이를 보러 갔으니까요.. (유한이 살짝 웃으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유한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야트막한 언덕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이름 모를 꽃이 흐드러진 꽃밭입니다.
 
거무스름하게 펼쳐진 먹구름, 하얗게 떠오르는 달,
 
빛을 받아 반짝이는 주홍색 꽃잎들.
 
섬세하게 보석을 세공해, 박아 넣은 것처럼 화려합니다.
 
피어난 꽃들은 보도듣도 못한,
 
전혀 새로운 품종입니다.
 
코스모스도, 달맞이꽃도 아니고 장미와도 튤립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꽃술이 있는 곳은 새까만 색이라,
 
꼭 알맹이 없이 텅 빈 것처럼 보입니다.
 
수아:(우린... 그가 말한 우리에 포함되는 것이 과연 자신이 맞나? 느리게나마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뒤따라간다. 많은 일을 겪었는데, 오히려 처음보다 혼란스러워진 채로 눈만 깜빡여)
 
유한:.. 이 꽃이 뭔 줄 아나요, 수아?
 
수아:...(고개를 젓곤) 몰라요.
 
유한:할로우 플라워예요. 안이 텅 빈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죠.
꼭.. 이맘때에만 피어서 포모나 여신이 할로윈을 기념하기 위해 피운 꽃이라고들 말해요.
 
감미로운 바람 소리를 따라,
 
달짝지근한 꽃향기가 퍼져 나갑니다.
 
수아:...그래요. (신기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은 수아가 아니기에 그를 알 수 없다는 말을...뱉어내지 못하고 삼켜내. 눈만 데록 굴려 그를 한 번 바라보고, 꽃 한송이에 손을 뻗어 살펴보곤) 좋은 냄새가 나요.
 
유한:할로우 플라워는 특이한 성질이 있어요. 사람의 피에 닿으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발화하거든요..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잔뜩 꺾고 말려서 장작 대신으로 쓰기도 해요.
 
유한은 꽃을 한 송이 꺾어 수아의 귀에 꽂아줍니다.
 
바람이 한 번 스치면 노란 물결이 일렁입니다.
 
가로등 아래 선 것처럼 유한의 뺨도 주홍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은 아직 깜깜합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습니다.
 
수아:위험한 거 아녜요? (잠깐 놀란듯 말을 뱉어내곤, 문득 아까의 이야기가 떠오른 듯 말을 아껴. 무슨 말을 하면 좋지... 멀뚱히 깜깜해진 하늘만 바라보고)
 
유한:...괜찮아요, 위험하면 또 한번 구해줄게요.
 
다들 불꽃놀이 구경을 위해 광장으로 몰려갔는지,
 
꽃밭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 벤치는 덩그러니 비어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하늘의 색깔로 보건대 10시는 훌쩍 넘은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11시,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부활의 주문이란 술자가 부활의 상대에게 품은 깊은 염원.
 
가장 듣고 싶었던 한 마디.
 
오직 유한만 알고 있을 주문입니다.
 
수아:있잖아요. 유한.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곤) 나를 부활시킨거라고 했잖아요? 정말, 정말 마법같은 일인데... (눈을 데록, 눈치를 보기도 하며) 뭐, 주문같은거라도 외웠나요? 마법진이라던가요.
...그냥, 그냥 문득 궁금해져서요. 나로서는 상상이 잘 안되거든요.
 
유한:....영원히 내 곁에 있겠다고 맹세해 줘.
 
(유한이 수아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뺨에 손을 얹습니다.) 그게 주문이에요. (유한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 아녜요. 그의 눈동자가 당신만을 보고 있잖아요. 유한은 당신에게 거짓을 고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만을 기다려왔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죽은 자를 되살리면서까지 바라던 그것.
 
결국, 돌아가기 위해서 수아는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수아:(느즈막히 웃음을 터트리곤) 뭐야, 주문이 아니라 꼭 사랑고백 같아요. (꼭 처음 마주했을 때 처럼...하하, 소리내서 웃던 웃음 소리를 어색히 갈무리 하고 쓴 웃음만을 지어보여) 그게 당신이 알던 그 수아가 아니더라도요? 당신이 알고, 그...사랑한. 당신의 연인 말이에요.
 
유한:(당신의 웃음 소리 가운데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이, 유한이 있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곤 입을 꾹 다물고 있네요.) ...내가 알던 수아는 당신이에요. 당신만이 내 수아라고요. ....내가 사랑한, 연인.. 수아요.
당신은 왜, 나의 수아라고 이야기 하지 않죠? 왜 당신을.. 낯선 이 처럼 부르는거죠? ..수아. 당신은 수아가 맞아요.
 
수아:...아니에요. (표정을 굳히곤 꽤나 단호하게 입을 열어 거절의 의사를 뱉어낸다. 느린 발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뻗은 두 손으로 뺨을 맞잡고 시선을 마주한다. 그러더니, 다시금 웃음소리를 옅게 흘리며)
저기, 알고 있잖아요. 그녀와 내가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는걸요. 왜냐하면...
...저기, 그러니까. 나는 가정을 하는 것 뿐이에요.
 
유한:....난 알지 못해요. 왜 날 떠날 것처럼 말하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았어요. 미쳤다는 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냐는 말.... 나에겐 당신 뿐이에요. 당신이 없으면 무너지는 것 같아. 그치만.. 수아가 그렇게 말하는 건 좀 힘들어. ....그런 말 안하면 안돼요?
 
수아:...음! 알았어요. 그만할게요. (울지마요. 라며 장난섞인 말을 덧붙이곤 잡은 손을 놓아주고 다시금 하늘을 바라봐)
불꽃놀이는 언제 시작해요?
 
하늘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누군가 둥근 구를 굴리는 것처럼,
 
무대의 배경을 바꿔 끼우는 것처럼 시시각각 시간을 따라 흐릅니다.
 
유한으로부터 도망치려면 지금뿐일 겁니다.
 
수아, 도망치기 위해선 할로윈을 넘기지 마세요.
 
지능 / 아이디어 판정
 
수아: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실 것을 사달라건, 먹을 것을 사달라건……
 
수아의 부탁이라면
 
유한은 자리를 비울것입니다.
 
수아:(툭툭, 소매를 잡아 흔들며 올려다 봐) 저기, 저 목말라요. 아까부터 뭘 마시질 못했더라구요. 생각해보니까.
 
유한:....그럼 사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줘요. 어디 가면 안돼요, 알겠죠? (수아를 내려다보더니 수긍하는듯 고갤 끄덕입니다. 당부의 말도 잊지않고요.)
 
수아:(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곤) 고마워요. 조심히 다녀와요?
 
유한은 곧 수아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수아가 깨어난, 유한과 수아가 함께 살았다던
 
그 저택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저 아래에 아까 보았던 회청색 지붕이 보입니다.
 
수아:(그가 사라지는 인영을 보다가, 조심스레 움직여요! 저택으로 갑시다,,!)
 
언덕을 다시 내달리면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꽃향기가 머릿속을 저밉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죽은 꽃잎이 흩날립니다.
 
그 모양새가 꼭 불길이 번지는 것 같다고,
 
모든 것을 불태워야 한다고,
 
환상과 환청이 겹치고 쌓이며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쇠 비린내가 섞인 호흡과 짭조름한 땀방울이 얼룩집니다.
 
그렇게 꽃밭을 벗어나기 직전에,
 
펑!
 
하늘 위로 화려한 불꽃이 번집니다.
 
새까만 도화지에 그린 주홍색 꽃.
 
붉은색 사랑. 노란색 별과 흰색의 리본.
 
쏘아 올린 불꽃들은 가장 높은 곳으로 비상해
 
눈 깜짝할 사이 폭발하고, 고운 가루가 되어 추락합니다.
 
땅으로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선 채 지면에 닿지 못하고 스러집니다
 
요란한 소리. 화려한 광경. 수아의 얼굴 위로 얼룩덜룩한 색이 물듭니다.
 
사랑에 빠진 양 붉어졌다가,
 
물에 빠진 시체처럼 창백해졌다가.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곧 있으면 불꽃놀이가 시작될 거예요.”
 
“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손을 잡고 있었어요.
 
유한의 손은 적당히 따뜻했고,
 
긴장한 탓인지 조금 축축했습니다.
 
앳된 얼굴. 어린 목소리.
 
이것은 언젠가의 과거.
 
불꽃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도
 
유한은 뺨을 붉히며,
 
속삭였습니다.
 
“같이 볼래요?”
 
유한의 말대로, 그것은 무척 아름다웠고,
 
수아는 이 광경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수아는 달리고 달려, 저택의 앞에 도착했습니다.
 
씨근덕거리는 숨이 가파릅니다.
 
하지만 죽을 것 같다거나,
 
다시 나자빠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단 뜻입니다.
 
유한의 마법이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주인이 없는 저택은 당연히 닫혀 있습니다.
 
높이 솟은 창살과 단단히 잠긴 문이 길을 가로막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걱정되진 않습니다.
 
수아는 저택의 담벼락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장미 덤불에 사이에 숨겨진 개구멍을 알고 있거든요.
 
유한이 쫓아올지도 몰라.
 
어쩌면 조금 초조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누구의 기억인지,
 
더 이상 의심이 불필요한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개구멍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끔,
 
뺨 위를 가시가 긁고 지나간 탓에
 
핏기가 베입니다.
 
똑바로 서면,
 
이성 판정
 
수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 어떻게 이곳을 잊고 있었을까요.
 
유한과 수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건만.
 
수아는 유한과 이곳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조각난 기억들이 실과 바늘을 따라 제자리에 꿰입니다.
 
저택의 철창 너머로 마주 보았던 일,
 
어른들 몰래 개구멍으로 빠져나오며 숨죽여 웃었던 일,
 
저택의 장미를 꺾다 가시에 찔린 손가락과 그것을 머금던 입술.
 
함께 나누었던 식사, 빨래가 펄럭이던 테라스,
 
아침 햇살을 만끽하며 뒹굴던 침대,
 
다리를 교차하고 누워 책을 읽던 소파,
 
그리고……
 
그 모든, 찬란한 순간을 함께 한 유한.
 
두 가지 기억이 뒤섞입니다.
 
수아가 여태 가지고 있던 기억과 잊고 있었던 새로운 기억.
 
시작과 끝이 전혀 다른 기억이지만,
 
수아의 것이 분명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비로소 짐작합니다.
 
아, 이건, 나의……
 
할로윈 초저녁,
 
전생의 유한은 수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자들이 문을 넘나들 수 있는 할로윈에
 
‘어떤 불온한 마법’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와 산 자의 시간은 그 속도와 방향이 전혀 다른 법이죠.
 
이미 환생을 거쳐 ‘현재’를 살고 있던 수아의 영혼은
 
전생의 유한을 까마득하게 잊은 후입니다.
 
하루아침에 전생으로 끌려가 버린 수아는
 
낯설지만 낯익은, 유한을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유한의 전생입니다.
 
전생의 유한은 되살아난 수아를 무척 반기고,
 
그의 부활을 기뻐합니다.
 
수아는 새로운 몸이 꽤 불편할 것입니다.
 
죽은 지 오래된 시체이니 그럴 수밖에요.
 
물론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므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몸에 익숙해지고 감화될 것입니다.
 
할로윈이 끝나면 열렸던 모든 문은 닫히고,
 
모든 산 것은 세계에 속박됩니다
 
시체 한 구를 고운 잿빛 먼지로 만들고,
 
주문을 외우면 죽은 사람의 형태와
 
영혼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지나간 삶이구나.
 
처음 깨어났던 방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복도 끝에 딸린 창고. 대청소할 시즌이면 몇 번이고 들락거렸던 곳이니까요.
 
수아에게 이 집의 구조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합니다.
 
여태 왜 기억해내지 못했던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창고에는 유리관이 하나 놓여 있고,
 
천장에는 모독적인 언어로 가득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깨어났을 적의 풍경과 조금도 다르지 않지만,
 
창밖이 어두워진 탓에 좀 더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닫아야 할 문, 피워야 할 불, 먼지로 돌아가야 할 시체.
 
모든 것이 모였으니 준비는 끝났어요.
 
선택의 시간입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택을 불태우고, 술자의 주문이자 유한의 염원인
 
그 “한 마디”를 완전히 부정하면 그만입니다.
 
이별을 고하는 거예요.
 
어차피 수아의 운명은 이미 흘러갔잖아요.
 
한 번 겪은 이별이니 두 번이라고 어려울 것도 없을 겁니다.
 
수아:(머뭇대며... 들어온 문을 닫고, 주변의 꺠진 유리조각을 주워 손바닥을 그어. 아린 통증과 함께 흐르는 피를 품에 적시다가, 관속으로 손을 내려 떨굽니다.)
 
수아가 불씨를 붙이면,
 
바닥은 금세 환하게 타오릅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열렬하고 치열하게.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킵니다.
 
뜨거운 열기가 치밀고 바닥과 벽,
 
천장에 열꽃이 핍니다.
 
타닥타닥,
 
벽난로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고요히 밤을 지새웁니다.
 
막 수아에게 불길이 다다랐을 때,
 
유한:수아!
 
문가에 선 유한이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이름이 아니라 그저 비명이었습니다.
 
유한:제발, 제발 나를 떠나지마요. (유한은 불길을 뛰어들며 애원하듯 소리칩니다.) 날 떠나지 않기로 했잖아요. 네? ... 내 곁에 있어요. (유한은 불 속을 헤집고 들어오더니 당신의 앞에 섭니다.) 제발, .... 수아. (유한이 수아를 감싸 안으며 무너져내립니다.)
 
유한의 염원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주문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불길이 한 차례,
 
거세게 타오릅니다.
 
수아, 대답할 차례예요.
 
수아:...난. (느즈막히 입을 열며 감싸안은 품을 마주 끌어안아. 아마도 저가 아는 이와 같은 사람, 이지만 같을 수 없는. 연민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그의 모습과 목소리에 겹쳐보이는 이가 있기에 더욱 단호해질 수 밖에 없는. 마주 안아 토닥이던 몸을 쓸어내리고, 가슴팍을 느리게 밀어내며) 당신 곁에 남지 않을거야.
(죽음의 순간에 닥친 공포감이나 그를 향한 죄책감, 이별이라는 것에 대한 알량한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교차해 답지않게 눈물 젖은 눈동자로 울먹여) ...충분히 사과했으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래. 그냥... 그냥...
...영원히, 내가 곁에 남지 않더라도...행복하겠다고 맹세해 줘.
 
“수아가 건넨 이별 인사를 적으세요.”
 
마지막 인사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영원히, 내가 곁에 남지 않더라도...행복하겠다고 맹세해 줘.
 
마지막 인사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유한의 대답이 궁금했을지도 모릅니다만,
 
결국 듣지 못했습니다.
 
수아를 구성하던 모든 것들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죽음은 죽음으로…….
 
주문은 불길이 수아를 잡아먹기 전에 완성되었으므로 고통은 없었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묘한 박탈감이 가슴을 스쳤을 뿐입니다.
 
얼핏,
 
먼 곳에서 들리는 종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할로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려한 소리였습니다.
 
울음소리처럼 들렸다면……
 
수아의 착각일까요?
 
깜빡, 깜빡.
 
다시 눈을 떴을 때,
 
유한을 닮은 사람은 머리맡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살아가는 ‘현실’에 도착한 것입니다.
 
머릿속을 울리는 둔탁한 충격이 지나가고,
 
편두통이 알싸하게 욱신거리지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수아가 손가락을 움직이면
 
손등을 관통한 바늘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링거액이 떨어지는 소리,
 
소독약의 차가운 냄새,
 
이질적인 천장과 결백하게 흰 시트.
 
수아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꿈이었을까요?
 
그저 꿈이라 치부하기엔…….
 
찜찜함을 느꼈을 때,
 
바지 주머니 안에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뒤져보면,
 
전세의 유한을 꼭 빼닮은 페브가 굴러떨어집니다.
 
수아는 결국, 그 존재를 확신합니다.
 
아, 진정한 망자. 지난 과거의 망령을.
 
유한:누나?
 
수아가 뒤척인 탓인지,
 
유한이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납니다.
 
눈이 마주치고,
 
그 얼굴 위로……
 
만족감,
 
확신,
 
모든 것을 이루어낸 기쁨.
 
온갖 색으로 얼룩진 웃음이
 
초승달처럼 교묘하게 걸립니다.
 
이 얼굴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눈앞의 사람은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합니다.
 
유한:영원히 곁에 있겠다고 했잖아.
 
수아는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이것은 당신의 유한이지만,
 
당신의 유한이 아닙니다.
 
두고 온, 태워버린,
 
닫은 문 너머에 버려졌어야 할 전세의 유한입니다.
 
그것은 할로윈의 악마처럼 웃으며
 
수아의 뺨을 끌어당겨, 다디달게 입 맞춥니다.
 
유한:도저히 당신이 와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왔어요.
 
텅 빈 관, 주홍색으로 물든 얼굴, 뒤바뀐 로맨스.
 
이것은 할로윈의 악몽입니다.
 
END 3. Halloween, Past, Nightmare.
 
유한 생존? 수아 생환
 
유한을 되돌리는 방법을 알아내는 건 꽤 골치 아플 일일 겁니다. 감히 유감을 표합니다.
 
5_끊기